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 모든 파도는 비밀을 품고 있다 Short Story Collection 1
남궁진 엮음, 아서 코난 도일 원작 / 센텐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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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

저자 아서 코난 도일

센텐스

2024-08-26

소설 > 영국문학 > 영미소설

추리 / 미스터리 소설 > 영미 추리 / 미스터리 소설





추리소설의 영원한 베스트셀러, 셜록 홈즈!

셜록 홈즈를 만든 추리소설의 대가, 아서 코난 도일의 따끈따끈한 신간이 나왔습니다.

바로 『아서 코난 도일 선상 미스터리 단편 컬렉션』입니다.

이전까지 영문으로만 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 국내 최초로 공식 번역되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바로 읽어보았습니다.

총 10편의 단편으로, 선상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여섯 가지의 이야기와 악명 높은 해적인 샤키 선장 모험기를 다룬 네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샤키 선장 모험기를 재미있게 읽어 네 가지 사건을 소개하려다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선상 사건 두 편만 짤막하게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EPISODE | J. HABAKUK JEPHSON’S STATEMENT


한 버려진 선박의 외관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배는 마리 셀레스트호로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버려져 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공식일지를 살펴보니, 10월 16일 보스턴에서 리스본으로 출발한다는 내용만 적혀 있었습니다.

여성용 의류와 재봉틀로 보아 일지에 적힌대로 선장의 아내도 있었던 것으로 추측해 봅니다.

무엇보다 악천후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배의 버려진 모습은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습니다.

손상 없이 보트는 잘 걸려 있고 양질의 석유 등 화물 또한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는 점이죠.

그렇다면, 온화한 날씨 속에 항해했을 것이라 추측되는데 선원들은 왜 실종되었을까요?


마리 셀레스트호는 와인 수입 상인인 화이트 가문, 러셀 화이트의 범선이었습니다.

베테랑 티브스 선장은 부인과 3살 된 막내아이가 있으며, 선원들은 유색인종 2명과 소년 1명을 포함한 7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 명의 승객 중 하바쿡 제프슨 박사는 유명한 폐결핵 전문의로 노예제 폐지 운동 초기에 옹호자였으며 작가 J. 하튼, 뉴올리언스 출신의 신사 세프티마우스 고링이 있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의학박사인 조셉 하바쿡 제프슨은 불운한 항해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자 펜을 들게 됩니다.

진실성에 대한 모욕을 듣기 싫어 침묵하고 있다가 아들의 요청으로 침묵하려 했던 결심을 드러내게 되죠.

그의 아버지는 노예제도를 강력하게 반대하였는데, 이러한 행동은 제프슨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전쟁이 발발해 전투에 참여하게 된 그는 마지막 앤티텀 전투에서 중상을 입게 되는데 머레이라는 신사 덕분에 겨우 회복하게 됩니다.

당시 병상에 누워있을 때 곁을 지켰던 시녀들 중 한 노파가 매우 교활하였습니다.

다른 시녀들에게 매우 권위적이나 그에게만큼은 매우 친절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재입대를 고민하던 중에 노파가 슬그머니 걸어와 작은 가죽 가방과 하얀 끈을 몰래 건내게 됩니다.


"제프슨."

"나는 곧 죽게 될 거야. 나이 많은 여자이기 때문이지. 머레이의 농장에 오래 머물지마."

"마샤, 당신은 더 오래 살 수 있을 거예요. 아프면 내게 알려줘요. 내가 치료해 줄 테니."

"살고 싶지 않아. 죽고 싶어. 천사들의 마을에 가려고."

"하지만 제프슨, 내가 가기 전에 하나 남겨야 할 것이 있어. 요단강 건널 때 함께 가져갈 수 없는 거야. 그건 매우 소중하고, 세상의 모든 것보다 더 값진 것이지 때문이지. 나 가튼 가난한 늙은 흑인 여자가, 감히 이것을 가지고 있아. 내가 아주 위대한 민족의 자손이라 그럴 거야. 하지만 제프슨은 이걸 이해 못 할 거야. …… "


가죽 가방 가운데 구멍이 뚫린 납작한 검은 돌 하나를 꺼낸 노파는 제프슨에게 이 검은 돌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잊지 말아 달라며 신신당부하게 됩니다.

인간의 귀와 비슷한 모양을 가진 돌은 무척이나 어두운 검은색이며 단단했습니다.

이를 뉴욕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친구에게 제출하기로 결심하고선 다시금 길을 떠나게 됩니다.

이후 진료를 다시 시작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며 명성을 얻은 그는 여전히 주머니에 검은 돌을 간직하게 됩니다.

그렇게 약 8년 동안 무탈한 일상을 보내면서 실무가 늘어나 J. S. 잭슨을 파트너로 맞았지만, 이후 건강이 안 좋아짐을 알게 됩니다.

아내의 권유로 동료였던 카바나 스미스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그는 왼쪽 폐의 일부가 손상되었음을 알게 되고 요양 겸 항해를 가라고 권해 요양보다는 항해를 다녀오기로 결정합니다.

그렇게 러셀&화이트 회사에 소속된 젊은 러셀을 만나 그는 마리 셀레스트호에 승선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다만, 항해를 항상 힘들어하는 아내는 위험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가족들의 의견에 집에 머물기로 합니다.

10월 12일, 그는 그렇게 보스턴에 도착해 회사 사무실로 향하게 되는데 흑인 인종 특유의 특징들을 가진 한 사내를 마주하게 됩니다.

생머리와 코는 백인들처럼 닮았다해도 눈빛, 입술, 치아만 봐도 그가 아프리카 출신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죠.


"그 배는 어디로 향하는 겁니까?

"리스본이죠."

"선원은 몇 명이나 되나요?"

"일곱 명입니다. 선생님."

"승객은요?"

"승객은 두 명입니다. 젊은 신사 한 명과 뉴욕에서 온 의사입니다."

……

"세 명 정도를 위한 여분의 방이 구비되어 있긴 합니다만."

"제가 가겠습니다."


10월 16일, 드디어 견인선에 끌려 만으로 나아갔고 이내 모든 돛을 펼쳐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다만, 두 명의 선원이 그를 실망시켜 급한 대로 두 명의 흑인을 급하게 고용한 선장의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10월 17일, 선장과 갑판을 걸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있자니 호흡이 벌써부터 좋아진듯 했습니다.

선장의 아내는 활기찬 성격을 지녔으며 이제 막 걸음마와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는 마냥 작고 귀여웠죠.

온화했던 낮과는 달리 저녁이 되자 바람이 강해지게 됩니다.


10월 18일, 걱정과는 달리 바람은 다시 약해졌습니다.

배에 타고 있는 고링 씨 그리고 그의 시종을 드는 소년은 서로에게 매우 호의적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급히 고용한 흑인 선원들은 많은 일을 할 순 없어도 그나마 모두 키를 잘 다룰 수 있어 괜찮았지요.


10월 20일&21일, 감시하려는 의도는 없어보이지만 그 사내는 연필과 나침반을 들고 무언가를 계속해서 작업하고 있었습니다.


10월 22일,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다만, 오후에 고링이 실수로 리볼버를 청소하던 중에 장전된 탄창 하나가 발사해 하마터면 제프슨이 다칠 뻔했다는 점입니다.

여러차례 사과했기에 웃으면서 넘겼는데 오후 11시 경 선장의 부인과 아이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샅샅이 수색했지만 털끝하나 보이지는 않았고, 아내와 아이를 얼마나 목청껏 불렀는지 티브스는 목이 완전히 쉬어버렸습니다.

7시쯤 그녀가 아이를 갑판으로 데리고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했다는데 당시 흑인 선원만이 휠을 돌리고 있었어서 물어보았지만 그는 그녀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10월 23일, 하루만에 10년이나 늙은 것 같은 선장은 엄청난 우울감에 빠졌지만 파도가 가라앉았기에 다시 모든 돛을 펴고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10월 24일, 엄청난 폭발 소리가 귓가를 때립니다.

티브스가 밤중에 자기 머리를 총으로 쏜 것입니다.

부리나케 선장실로 달려가보니 고링이 이미 선장실에 도착하였는데, 선장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가 그를 위해 경건하게 추모하였고 12시 정각에 그의 시신을 깊은 바다에 맡기게 됩니다.


10월 27일&28일, 또다시 일이 터지게 됩니다.

일꾼들 중 한 명이 밧줄을 가져오기 위해 내려갔는데 그가 제거한 해치 중 하나가 그의 위로 떨어진 것이죠.

목숨은 건졌지만 발 한쪽이 으스러져 남은 항해를 도울 순 없게 되었습니다.


11월 7일, 하튼에게 검은 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됩니다.

두 흑인 선원에게 손짓해 검은 돌을 보여주게 됩니다.

고링은 검은 돌에 의미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자 바다로 던지려 했지만 흑인 선원이 이를 막게 됩니다.

그리고 제프슨은 깨닫게 됩니다.

검은 돌이 아마 강력한 부적이 아닐까하는 생각을요.

그렇지않다면 고링의 이상한 내면을 마주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11월 13일이 제프슨의 마지막 일지 기록입니다.


늦은 밤, 고링의 하인이 느닷없이 찾아와 자신의 주인이 부른다고 말을 전하게 되는데 순식간에 입과 몸을 단단하게 묶이게 됩니다.

달빛을 통해 두 흑인 선원, 흑인 요리사 그리고 고링임을 알 수 있었죠.

그의 발 앞에도 한 사람이 누워 있었지만 누군인지 알 순 없었습니다.

갑판 위에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들 뒤로 달빛이 좀 더 드리워지자 앞에 누워 있던 사람의 얼굴이 드러났습니다.

하튼이었습니다.

동행자였던 젊은 작가 하튼, 그는 이미 죽어있었습니다.

이제 항해의 끝은 어떻게 달려가게 되는 것일까요?


결말이 궁금하다면, 드래그해서 확인해주세요 ◕‿◕

어둠 속에서 무언가 커다란 덩어리가 보였습니다.

사람이 가득찬 카누였습니다. 정확히는 흑인 군단이었지요.

자고 있던 선원들까지도 모두 끌려나와 결박당했고 그 누구도 저항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한 흑인 선원이 주머니에 있던 검은 돌을 꺼내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전달하자 그가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목숨을 살려주자는 의견에 반대합니다. …… 당신은 내 통제 아래 들어왔는데도 내 손에서 벗어난 유일한 사람입니다. 당신의 목숨을 살린 건 그 돌입니다."







이야기를 마치기 전, 짤막하게 아서 코난 도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서 코난 도일은 본업은 의사지만 기사 작위를 받을 정도로 영국을 빛낸 소설가입니다.

추리 소설 외에도 수많은 칼럼을 썼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간 셜록 홈즈 시리즈를 통해 육지에서의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파헤쳤는데, 이번 책에서는 해상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파헤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겁이 많은 편이긴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추리물은 좋아해 추리와 관련된 미드는 빠삭할 정도랍니다.

생각해 보니 미드 또한 대입할 수 있겠네요. 육지에서의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다룬 CSI 시리즈, 해상에서의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다룬 NCIS 시리즈!

근래 나온 CSI VEGAS 시즌 2까지 봤을 정도로 수사/추리물을 좋아해 CSI(LAS VEGAS, MIAMI, NEW YORK) 시리즈 전편을 다섯 번 이상은 본 것 같습니다.

물론 NCIS도요. 다만, 깁스가 떠나고 더키까지 이제 영영 못 보게 되니 시즌 22부터는 안 보고 있습니다.

엄마가 CSI 시리즈를 즐겨보게 되면서 자연스레 저 또한 어린 시절부터 보게 된 것인데, 모든 에피소드들을 소장하고 있어 간간이 영어 공부하려고 이전 시즌들을 골라서 보다 보면 미드 속 주인공들의 세월을 깊게 체감하게 됩니다.

하긴 처음 보았을 때 10대였던 제가 어느새 30대가 되었으니깐요.

갑자기 이야기가 새어나갔네요 ⊙_⊙

이렇듯 추리물을 다룬 미드들을 이렇게나 좋아하니 셜록 홈즈 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지요.


한 번쯤은 들어봤을법한 유명한 아서 코난 도일의 묘비명, 다들 알고 계시나요?

《 Steel True, Blade Straight. 》

강철처럼 진실하고, 칼날처럼 곧았다는 뜻입니다.

많은 이들이 묘비명을 보며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라는 인물을 통해 머릿속에 그려놓은 가치관을 구현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나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20세기의 대중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아서 코난 도일!

악명 높은 해적인 샤키 선장의 모험을 다룬 네 가지 이야기는 특히나 더 재미있으니 이번 여름휴가 때 꼭 챙겨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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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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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점

저자 이비 우즈

인플루엔셜(주)

2024-07-30

원제 : The Lost Bookshop (2023년)

소설 > 세계의 소설 > 아일랜드소설





오펄린의 이야기


때는 1921년 런던.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남자와 결혼한 어머니와 전쟁에서 파편에 맞아 오른쪽 반신이 일그러진 열 여덟 살이나 많은 오빠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기가 막힙니다.

어느 날, 오빠는 이제 막 가업을 물려받은 덜 떨어진 남자에게 시집가라는 말을 꺼냅니다.

"놓치지 아까운 신랑감이야. 아버지 연금으로 어머니가 빠듯하게 살림을 꾸리고 계시잖아. 이제 너도 책은 그만 보고 현실을 직시해."

섬찟한 오빠의 눈빛에 무서움을 느낀 나는 아버지가 사준 「폭풍의 언덕」 초판본을 꼭 쥐며 자신이 짐이라면 나갈 테니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러자 오빠는 아프게 팔을 움켜쥐게 되는데, 버둥거려봤자 어머니는 못 본 척하고 오빠는 더욱 더 움켜쥔 손에 힘을 주니 일단 만나보겠다고 답합니다.


「폭풍의 언덕」과 「파리의 노트르담」 양장본을 살펴보다 아버지가 남긴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본 가게 주인 터튼은 이를 팔라고 얘기합니다.

앞서 두 책은 그나마 후하게 쳐서 2파운드밖에 안 된다고 했는데 잘 보존된 희귀본인 「데이비드 코퍼필드」의 가치를 안 터튼은 15파운드를 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나는 터튼에게 5파운드 더 얹어 20파운드로 값을 부릅니다.

터튼이 그 정도의 액수를 지불하거라 생각한데다 훗날 이 책을 반드시 되찾을 수 있다는 확신까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등을 돌렸을 때 나는 「폭풍의 언덕」을 주머니에 슬그머니 넣고 서점을 나오게 됩니다.

그것이 '나'의 서적상 인생의 시작이었습니다.



마서의 이야기


이 나라의 반대편, 어느 마을 외곽의 버스 정류장에서 더블린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보안 시설에서 탈출한 것만 같은 행색을 한 마사는 무작정 더블린으로 향했습니다.

가장 싼 토스트와 커피를 먹으며 지방 신문에서 일을 알아보던 그때 눈에 띄는 단어를 발견하게 됩니다.

[입주 가정부]

마서는 으리으리한 저택으로 향했고 깃털 목도리를 두르고 다이아 귀걸이를 한 보든 부인을 마주하게 됩니다.

입주 가정부가 머물게 될 지하로 안내하는 보든 부인을 따라간 마서는 간이 부엌과 작은 욕실, 벽지는 낡았어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마음에 들어 보든 부인 저택에서 가정부로 일을 하게 됩니다.

다음 날, 옷을 갈아입으려고 보니 창문에서 부츠를 신은 두 다리가 보였고 이리저리 반원을 그리듯 움직이자 마서는 뭐하는 거냐고 언짢아합니다.

주저앉아 불쑥 얼굴을 내민 그의 이름은 헨리, 맹세코 훔쳐보지 않았고 뭘 좀 찾느라 움직였다고만 합니다.

그때 종소리가 들렸습니다.

천장을 뚫고 나온 철사에 매달린 구식종이 울린 것이었습니다.



헨리의 이야기


일기장에 쓴 존재하지 않는 서점에 대해 생각하던 헨리는 이틀째 왔던 펍에 앉아 맥주잔을 감싸 쥐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희귀본 수집가가 서점 주인인 오펄린이라는 여성에게 잃어버린 원고를 언급했다는 편지 한 통만이 단서입니다.

고서를 향한 사랑을 직업으로 인정해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는데 경매장에서 우연히 낙찰받은 편지 한 통을 단서 삼아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면 희귀본 세계에서 이름을 떨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작은 단서라도 찾아 헤매던 그때 헨리는 그 여자, 마서를 만나게 됩니다.

파란 눈으로 빤히 쳐다보는 것이 화난 기색, 아니 꼭 겁먹은 기색이었습니다.

흉하게 진 멍이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 것 보니 험한 꼴을 당한 것처럼 보였지요.

희한한 것은 그녀의 등에 새겨진 커다란 문신이었습니다. 문양은 아니지만 깨알 같은 글씨들이 빼곡했지요.


행방불명된 서점을 본 적 있나요?

혹시 당신 집이 그 서점을 집어삼켰나요?

혹시 시간 되면 저녁 같이 먹을래요?


헨리는 그녀가 서점에 대해 뭐라도 알까 싶어 얼마 안 되는 매력을 쥐어짜서라도 그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사라진 서점


폭력적인 남편을 피해 도망쳐 서점이 있던 저택에서 입주 가정부로 일하게 된 마서와 사라진 작품을 찾아 헤매는 헨리의 이야기입니다.

헨리가 더블린에 처음 도착하던 날 한 서점을 보게 되었는데 그 서점이 이내 사라지게 됩니다. 사라진 서점을 찾아 헤매던 중 나타난 마서.

헨리는 마서와 함께 오펄린의 행적과 함께 사라진 작품을 찾는 여정을 함께 하게 됩니다.

헨리가 마서를 처음 마주했을 때 그녀의 등에서 문신을 보게 되었었는데, 이는 마서가 가진 능력의 하나였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야기를 등에 새겼던 것이지요.

마서를 고용한 보든 부인도 그저 과다망상이 심한 80대 노인이라고 하기엔 신비스러운 인물입니다.

즉, 사라진 서점을 찾는 여정은 미스터리하고도 신비로움이 가득합니다.





헨리와 마서 그리고 오펄린의 이야기를 통해 사라진 서점을 찾는 여정을 함께 해보았습니다.

처음엔 몰랐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딱 딱 맞춰져가는 스토리에 놀라움을 금치못했죠.

그저 입주 가정부를 구하는 것 같았던 보든 부인도, 신문에서 [입주 가정부]라는 글을 발견하게 된 마서도, 마서를 마주하게 된 헨리까지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기엔 필연같은 우연이었습니다.


또한 신비로움 속에 사랑 이야기도 녹아져 있습니다.

수백 년 동안 그대로 보존한 것만 같은 펍에서 맥주를 마신 헨리와 마서.

완벽한 인생처럼 보였지만 헨리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서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헨리에게 털어놓게 됩니다.

이가 부러진 것은 애교였습니다. 갈비뼈가 두 번이나 부러지고 신장을 여러 번 다쳤다는 고백에 헨리는 겁에 질린 표정까지 내보였죠.

여전히 따뜻하게 맞잡아준 손을 보니 헨리가 마서를 잘 지켜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각각의 인물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왔다갔다 할 필요없이 읽으면 됩니다.

잃어버린 서점에서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도 여운 깊었고 스토리도 순탄하게 흘러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여름 휴가에 들고 갈 만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방에 나타난 책을 읽기 시작한 마서는 어떠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마서를 입주 가정부로 들인 보든 부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

헨리와 마서의 사랑은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헨리와 마서는 잃어버린 서점을 과연 찾을 수 있을지,

그 모든 것들의 답은 『사라진 서점』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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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산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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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저자 조창인

산지

2019-05-10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엄마 가시고기가 알을 낳고 떠나면 아빠 가시고기는 알을 낳고 떠난 엄마 가시고기를 대신하여 새끼들을 돌보고 결국 자신의 몸까지 내어줍니다.

자신의 몸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부성애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소설, 바로 『가시고기』입니다.



씩씩하고 밝은 다움이는 많이 아픕니다.

곧 3학년 여름방학이 다가오지만 2년 전부터 입, 퇴원을 반복하면서 다움이는 학교에 여섯 달도 못 가봤지요.

똑똑한 다움이는 알려주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빠가 다움이에게 무슨 병명인지 말해주지 않아도 백혈병 환자들만 가득한 병실을 보고 스스로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을 깨우칠 수 있었고 원무과에서 아빠를 부르는 일이 잦아진 것을 보고선 병원비가 밀렸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죠.

다움이 아빠는 다움이에게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그 또한 어린 시절 참 지독한 아픔이 있었습니다.

외발이 되어 목발을 짚은 채 나타난 그의 아버지는 근처 여인숙에서 자장면을 먹이고선 소화제라며 알약을 건넸는데, 그 약은 다름아닌 쥐약이었죠.

쥐들이 그 약을 먹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봤던 그는 아버지에게 먹지 않겠다고 기겁하며 저항하였고 아버지는 이내 지폐 몇 장을 찔러놓고선 역전 파출소 앞까지 그를 데려갑니다.

"애비로선 어쩔 수가 없구나. 어떡하든 네 힘으로 살아가거라."

그는 그런 아버지를 생각하며 다움이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지기만 합니다.

아이를 진정으로 돕는 길은, 끝없는 투병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떠나보내는 것일지도 모르니깐요. 그 옛날 그의 아버지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다움이의 병세는 심각해졌고 결국 골수이식만이 유일한 희망의 끈이었습니다.

다움이에겐 병실 친구 성호는 항상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성호 옆에 딱 달라붙어 있는 엄마라는 존재를 가지고 있으니깐요.

그러던 어느 날 거품을 물고 중환자실로 내려간 성호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꼭 퇴원해서 놀이동산에 가자고 약속했는데 말이죠.

며칠 후 성호 엄마는 다움이가 엄마라는 존재 다음으로 부러워했던 성호의 장난감인 해적선 레고를 꺼내며 성호가 갑자기 퇴원하는 바람에 인사도 못했다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레고를 건네줍니다.

하지만 다움이는 알고 있습니다. 성호가 먼 길을 떠났다는 것을.

다움이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빠와 엄마가 크게 다툰 후 서로 헤어졌다는 사실을 다움이는 기억하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다움이 아빠는 다움이 엄마가 한국으로 잠시 귀국하여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에 그녀를 찾아가게 됩니다.

다움이 엄마는 초라한 행색의 남편을 보며 쏘아댔고 한 사내를 남편이라 소개하죠.

퇴원 후, 아이와 함께 차를 끌고 여행을 다니던 도중 다움이 부자는 한 노인을 만나게 됩니다.

노인 또한 아픈 사연을 안고 있었는데, 아빠는 다움이를 위해 잠시 노인의 집에 머무르며 노인을 따라 산에 오르기 시작합니다.


다움이 아빠는 다움이를 끝까지 지켜줄 수 있을까요?

다움이는 지독한 병을 떨쳐낼 수 있을까요?





어린 시절 동화책 『가시고기』를 읽고선 참 많이 울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눈물 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두 눈에 가득 담고 싶고 어루만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다움이를 씩씩하게 보내려는 아빠의 마음은 눈물이 멈추지 않을 만큼 참 절절합니다.


예전에 어린이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을 찍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한 간호사가 어른들은 음주, 흡연 혹은 생활 습관 등으로 인해 후천척으로 병을 얻는다지만 아이들은 이에 해당되지 않아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었던 게 선명합니다.

또 다른 간호사의 인터뷰 또한 기억에 남습니다.

투병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백혈병을 큰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감기라 생각하며 무조건 나을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고.

맞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용기있고 씩씩합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아프지 않기를, 아픈 아이들이 하루 빨리 낫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마지막으로, 다움이 아빠가 다움이의 침대 머리맡 벽에 볼펜으로 썼던 구절과 다움이 아빠가 후배인 진희에게 발병 사실을 알아차린 그 날 했던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 

"이런 말 알아? 사람은 말이야, 그 아이를 세상에 남겨 놓은 이상은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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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너머의 별 - 나태주 시인의 인생에서 다시없을 사랑 시 365편
나태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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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너머의 별

저자 나태주

알에이치코리아(RHK)

2023-01-25

시 > 한국시






별처럼 꽃처럼



별처럼 꽃처럼 하늘에 달과 해처럼

아아, 바람에 흔들리는 조그만 나뭇잎처럼

곱게 곱게 숨을 쉬며 고운 세상 살다가리니,

나는 너의 바람막이 팔을 벌려 예 섰으마.





까닭



꽃을 보면 아, 예쁜

꽃도 있구나!

발길 멈추어 바라본다

때로는 넋을 놓기도 한다


고운 새소리 들리면 어, 어디서

나는 소린가?

귀를 세우며 서 있는다

때로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하물며 네가

내 앞에 있음에야!


너는 그 어떤 세상의

꽃보다도 예쁜 꽃이다

너의 음성은 그 어떤 세상의

새소리보다도 고운 음악이다


너를 세상에 있게 한 신에게

감사하는 까닭이다




은방울꽃



누군가 혼자서 기다리다

돌아간 자리

은방울꽃 숨어서

남모래 지네


밤마다 밤마다

달빛에 머리 감고

찬란한 아침이면

햇빛에 몸을 씻고


누군가 혼자서

울다가 떠나간 자리

어여뻐라 산골 아씨

또다시 왔네.




또 다른 행복



그 애를 마음의 꽃으로

받아들이면서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었다


어딘가 두리번거리는

사람이 되었고

조바심하면서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낮이면 스스로 들판에 나아가

벌 받는 나무가 되었고

밤이면 어둠 속에서

혼자 우는 꽃이 되었다


그렇다 한들 어떠랴!

그 애가 주는 불행은

또 다른 행복

숨 쉬는 사람으로

살아 있는 순간순간만 그저

기쁘고 고마울 뿐이다.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빛과 같은 시로 응원하는 나태주 시인은 진정 시의 마법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어떤 것도 그의 영감이 될 수 있지요.

그의 사랑시 365편은 시인의 일생을 담듯 한 편 한 편 정성스럽게 고르고 고른 시들입니다.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시집이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그 중 한 권은 나태주 시인의 시집입니다.

풀꽃 시인이라고도 불리는 나태주 시인은 작은 풀꽃 하나에서도 큰 세상을 발견하곤 하지요.

그래서인지 그의 시는 누구나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 문체가 간결해 읽다 보면 구절 하나하나 곱씹고 싶게 만들지요.

또한 좋은 시 다음에 좋은 시가 연이어 등장하니 자연스레 필사하고 싶은 마음도 들 것입니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은 제게 무지개같은 존재였습니다.

힘듦과 절망에 부딪혀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면, 선생님께서는 항상 따스하게 안아주시고선 매번 손수 적은 시를 건네주셨지요.

그 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시 하나로도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어줄 수 있다는 것을.

중학교 때의 선생님이 무지개같은 존재였다면 고등학교 때 문학을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은 햇살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귀 기울여 성심껏 이야기를 들어주고 환하게 미소지어주시는 어른은 선생님을 따라올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변에 좋은 어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재산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주 연락하진 못해도 명절과 생일 선물을 꼭 챙겨드리고 있는데 선물과 함께 꼭 넣는 것이 있으니 바로 손편지를 첫 장에 끼워 담은 시집입니다.

두분 모두 문학에 대해 남다른 분이시기에 책 또한 신중하게 고를 수밖에 없는데 시집만큼은 절대 실패가 없지요.

『별빛 너머의 별』 또한 선생님들께 선물로 보내드렸었는데 명절은 지났지만 명절 선물 한가득 받은 기분이라 좋으셨다는 선생님들의 연락을 받고 나니 이번 선물들도 성공적이었어서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참 빠르지요.

벌써 2024년의 반이 지났다는 게.

이렇다할 말도 없이 7월이 되었다는게.

나태주 시인이 말하길, "행복은 우리 안에 이미 내재해 있는 것, 우리가 할 일은 그 행복을 찾아내는 일뿐이다."라고 했습니다.

세상에는 없는 꽃, 아무도 모르는 꽃, 아직은 이름도 없는 꽃이지만 꼭 이뤄내고 싶은 꽃이 더 활짝 피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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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도 일을 하는 편이다. 잠에서 깨어나 꾼 꿈을 돌이켜 보면 잠들기 직전까지 고민하던 일을 꿈속에서마저 이어받는 밤이 많다. 그렇게 꿈자리가 치열하다보니 다른 이들에게는 고역이라는 아침 기상 알람 소리가 오히려 내게는 평온을 가져다주는 신호와도 같다.

예술경영이라는 단어의 깔끔함과는 달리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공연뿐 아니라 영업, 미팅, 부서 회의, 제안서 및 기획서 등 수많은 일을 함께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음악을 시작한 계기란 음악을 하고 싶어서도, 음악을 진심으로 좋아해서도 아니었다. 내가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한 계기는 다름아닌 버스 차창에 비친 어머니의 눈물이었다. 성악도의 길에 뛰어들어 우리 가족을 좌절시킨 그 교수에게 "당신이 틀렸다"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나는 아직 성공하지 않았다. ‘성공‘이란 내게 있어 아직 스스로 정의내리지 못한 수많은 어려운 단어들 중 하나일 뿐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여정이 남들과 조금 달라보일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예술인들에 비해 조금 더 넓게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본질을 다듬는 일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충분한 시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초심과 함께 품었던 목적지를 끝까지 가져가려는 용기다. 과정은 순조롭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평탄하게 흘러간다면 이를 경계해야 한다.

쇳덩이가 너무 단단하면 부서진다고. 상황에 따라 단단하기도, 휘어지기도 하는 유연한 쇳덩이로 거듭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삶은 자연스레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새삼스럽지만 예술의 본질은 고통이다. 그러나 나는 이를 극복하고 희열과 환희의 눈물을 흘리는 순간까지가 예술이 지닌 본질 전체라고 생각한다. 예술 활동을 통해 고통만을 느낀다면 다음 예술은 탄생하지 않는다. 오로지 환희와 극한의 지복이 주어지기에, 우리 예술인들은 창작과 제련 단계에서 겪은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키기 위한 도전에 다시 한번 뛰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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