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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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옆에 있을게요,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하나, 책과 마주하다』

 
"이 광장이 하룻밤 새 또 작아졌구나."
"여기는 내 머릿속이란다, 노아노아. 그런데 하룻밤 새 또 전보다 작아졌구나."
할아버지는 손자인 노아와 함께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한없이 작아지고 멀어지는 것을 느낀다.
매일 다니던 길, 매일 보던 풍경...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작아지고 멀어지게만 느껴진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유머코드가 맞고 무엇보다 수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할아버지의 손자사랑은 지극하다.
손자인 노아의 이름이 좋아 남들보다 더 사랑한다는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할아버지는 '노아'라 부르지않고 '노아노아'라고 부른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손자인 노아를 데리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해보려고 한다.
할아버지가 평생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게 있다고 하면 '수학'과 '노아', 딱 이 두가지를 꼽는다.
손자와의 관계는 한없이 좋지만 반면에 할아버지와 아들 테드는 약간의 삐걱거림이 있다. 그 삐걱거림의 원인은 바로 '수학'과 약간의 이해와 배려심에 있다.
자신의 아들 테드와 함께할 자리가 분명 있긴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공통점을 찾지못하고 다른 곳을 바라볼 뿐이다.
테드가 수학을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지만 테드는 글쓰는 것과 기타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둘의 유머코드 또한 맞질않아 서로 웃을 일이 크게 없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문제가 하나있다. 세상 모든 것이 자신과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보, 기억들이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어. 물과 기름을 분리하려고 할 때처럼 말이야. 나는 계속 한 페이지가 없어진 책을 읽고 있는데 그게 항상 제일 중요한 부분이야."
설레임을 가지고 아내를 처음 만난 날이 생생한데 이제는 그 기억이 자신에게서 사라질까 두렵기만하다.
하지만 아내의 향기인 히아신스 향기를 맡으며 두려음을 가지지않고 사랑하는 아내, 아들 테드, 그리고 손자인 노아노아에게 작별을 하려고한다.
 
할아버지는 이를 훤히 드러내며 미소를 짓는다.
"연습할 기회가 많을 거다. 잘하게 될 거야. 네 주변의 어른들은 대부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후회하고 있다고 보면 돼.
우리는 그런 식으로 작별 인사를 하지는 않을 거야. 완벽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연습할 거야.
완벽해지면 네 발은 땅에 닿을 테고 나는 우주에 있을 테고 두려워할 건 아무것도 없을 테지."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들은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의 애독자로서 이번 신작을 놓칠 수는 없었다.
이전 작품들만큼 작품 속에 '감동'만큼은 확실히 녹아있는 것 같다.
내가 매일같이 걸어가던 길부터 매일매일 보던 건물들과 표지판들, 그리고 얼굴을 맞대었던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진다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모든 것이 기억에서 사라지기 직전까지 그리움, 슬픔, 그리고 미안함이 내 머릿속과 마음을 짓누를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소설 속 할아버지도 매일 가던 광장이 작게만 느껴지는 것을 피부로 직접 느끼니 그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두려움없이 이별하기위해 연습하는 할아버지의 모습도 꽤나 눈물짓게 만들었다.
의미있게 함께 할 수 있는 것, '시간'이라는 이유때문에 후회하지말고 조금은 빠르게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이전 소설 리뷰 보기 ▼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http://blog.naver.com/shn2213/220678353493
「브릿마리 여기있다」 http://blog.naver.com/shn2213/220891786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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