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정지용 시인의 시 「비」를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짧은 시 속에서도 물기 어린 자연의 질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으로 한 줄 한 줄이 마치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리듬을 지니고 있습니다.
비 _정지용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바람.
앞섰거니 하여
꼬리 치날리며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새 걸음걸이.
여울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듣는 빗낱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 해설 및 주제 분석
정지용 시인의 「비」는 자연의 미세한 움직임과 감각의 세계를 섬세하게 포착한 시입니다.
풍경을 묘사했다기보단 감각의 조각들로 비의 존재를 그려낸 느낌을 많이 받게 됩니다.
【돌에 그늘이 차고】라는 구절은 빗방울이 돌 위로 스며들며 생기는 고요한 변화의 순간을 보여줍니다.
소소리바람, 산새 걸음걸이, 수척한 흰 물살 등은 청각, 시각, 촉각의 감각적 이미지로 한 폭의 수묵화처럼 비 오는 풍경을 정지용 특유의 시어로 펼쳐냅니다.
이 시는 단순히 비의 묘사가 아닌 자연과 인간의 감각이 교차하는 찰나의 정서를 담은 시입니다.
■ 시가 주는 메시지
비는 우리 삶의 소음과 번잡함을 씻어내는 시간의 리듬이나 다름없습니다.
모든 생명은 흩어지고 스며드는 과정 속에서 다시 살아나죠.
정지용 시인은 비를 통해 덧없음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삶의 모든 순간은 머물지 않지만 그 스쳐감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존재를 느끼게 됩니다.
■ 하나의 감상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듯합니다.
비는 늘 우리 곁에 있었던 자연의 언어임을 정지용 시인의 시 덕분에 새삼 생각해보게 됩니다.
삶의 속도가 버거울 때, 잠시 창가에 앉아 이 시를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말없이 흘러가는 빗물처럼 마음의 소란도 잠시 멎을 테니까요.
오늘 하루도 수고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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