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 옳다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저자 마리테레즈 브라운
갈매나무
2024-07-08
자기계발 > 협상 / 설득 / 화술
경제경영 > CEO/비즈니스맨을 위한 능력계발 > 프레젠테이션
한 실험에서 극단적인 정치 성향의 참가자들에게 지지하는 당의 정책을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대부분이 설명하지 못했고, 그 후 그들의 정치적 태도가 다소 누그러졌다. 그러나 이들에게 개인적인 동기를 묻고 왜 그 정당을 지지하는지 이유를 열거하라고 시켰더니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무지가 발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다고 믿는 것에 대해 기계적인 설명만 요청해도 스스로 자기 지식의 허점을 깨달았다.
토론에서도 이 원리를 이용하자. 상대의 아이디어에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캐물어보자.
오해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오해는 다반사다. 거절의 진짜 이유를 알아야 적절한 논리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그래야 당신의 논리가 상대의 진짜 마음을 향할 테니까.
상대의 감정을 잘못 해석하면 어찌하나 걱정하지 말자. 당신이 틀렸다면 상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고칠 것이다. …… 사실과 감정을 결합하면 상대의 입에서 진실을 캐낼 수 있다. 상대가 끝까지 말하지 않더라도 신경질 섞인 태도나 말투에서 상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때로 우리에겐 '수용'이 필요하다. 상대에게 다정하게 다가가 그 사람과 그의 입장을 존중하고, 필요하다면 자기 입장을 완전히 내려놓을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직면'도 필요하다. 거절하거나 뻔뻔한 행동을 지적할 줄 알아야 하며, 자기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상대에게 "틀렸다"고 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설득을 가로막는 가장 강력한 브레이크 중 하나가 오만이다. 상대가 제 잘난 맛에 취해서 자기 생각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느낌이 들면 설득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방어 태세가 된다. 쥐꼬리만큼이라도 동의할 경우 자신이 틀렸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꼴이 되니 말이다.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우리'를 상상하기란 어렵다. 협상을 할 때도 상대는 협상 파트너가 아니라 협상 상대이다. 함께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치고받고 싸운다. 하지만 상대를 설득하고 싶다면 오만하거나 가르치려 들어서는 안 된다. 그런 식의 태도는 토론을 격화시키고 편을 가른다.
당신과 상대가 같은 편임을 강조하자. 도저히 저 사람과는 같은 편이 될 수 없다는 기분이 들수록 더욱 같은 편임을 강조해야 한다.
차이점에 초점을 맞춘 전형적인 “네, 그렇지만” 식 토론이다. 언어학자이자 협상 자문인 하르트비히 에케르트(Hartwig Eckert) 박사는 대부분의 설득이 차이에, “그러나” 다음에 오는 반론에 초점을 맞춘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하면 시선이 반론을 향할 뿐 아니라 반론을 계속 쫓아가야 하므로 상대에게 협상의 주도권을 넘기게 된다. 따라서 에케르트는 상대가 어떤 지점에 이미 동의하였는지, 동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인정을 했는지에 관심을 기울여 이런 패턴을 부수라고 권한다. 상대가 동의한 부분을 반복하고, 심화 질문으로 그 점을 강조한다면 다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해결책에 다가가려면 상대가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모든 분쟁이 그러하듯 이 경우도 겉으로 드러난 상황, 즉 옷이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옷 뒤에 숨은 가치관이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해 소장의 ‘규칙 준수’라는 가치가 문제의 핵심이다. 가치관은 곧 정체성이다. 따라서 상대를 설득하려는 짓은 인격의 핵심을 직접 공격하는 일과 같다.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기회는 상대의 가치관을 인정하고 그것을 자신의 논리에 통합시키는 것이다. 일단 상대의 말에 숨은 가치관부터 알아내야 한다.
자기 가치관의 틀에 박혀 있으면 상대를 설득하기 힘들다. 가령 보수주의자들에게 소수자에 대한 관용을 요구하면서 ‘피해자’, ‘특권 의식’, ‘성차별’, ‘문제’ 같이 그들이 싫어하는 언어를 사용하면 당연히 반발이 인다. 보수적인 수신자에게는 ‘실용적’, ‘문명인’, ‘문화인’, ‘합리적’ 같은 단어가 훨씬 긍정적으로 먹힌다. 역사와 문화 같이 보수적인 가치관과 맞아떨어지는 단어는 대체로 잘 통한다.
한 번은 나도 그 기술에 넘어간 적이 있다. 노트북을 사러 매장에 갔을 때 판매원이 온갖 수치와 데이터를 열거하며 신형 모델을 권했지만 나는 계속 망설였다. 이럴 때 추가 정보는 별 도움이 안 된다. 내가 사용하기에는 그곳에 있는 모델 전부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판매원이 말했다. “저도 이 노트북을 쓰는데요, 이걸로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거든요. 너무 잘 되어서 신형 모델이 나와도 안 바꿀 생각이에요.” 나는 그 노트북으로 결정했다.
상대가 "그건 문제가 아니에요"라고 말하거든 그 말의 숨은 뜻을 까발린다. "문제를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시면 해결책이 안 나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렇게 대응하면 누가 어떤 말을 해도 좋은지, 해도 되는 말과 안 되는 말은 무엇인지와 같은 중요하지 않은 곁가지로 흐르지 않고 토론을 다시 본래의 내용으로 돌릴 수 있다.
상사가 당신에게 "내가 상사인데, 상사를 존경하고 지원한다면 내가 맡기는 업무를 마다하지 않아야지"라고 협박하면 관계는 인정해도 입장은 거부한다. "당연히 존경하지요. 그래도 지금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추가 지시는 곤란합니다." 배우자가 "날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라고 할 때도 사랑은 강조하되 그의 입장은 거부한다. "사랑하지, 너무너무 사랑해. 하지만 사랑한다고 내 생각을 말할 수 없는 건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