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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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뼈는 인류의 유산인 동시에 전설이며, 세계 최고의 건축자재다."


뼈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층 속에 묻힌 뼈는 수백만 년 전의 지구에 대해서 말해주고 동굴 속에서 발견된 뼈는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 말해준다.

뼈를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건축 자재라고 생각하는 저자는 『숨겨진 뼈 드러난 뼈』를 통해 인간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인 '뼈'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들려주고 있다.


저자, 로이 밀스는 미국 라이스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밴더빌트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인간 조직, 특히 뼈에 대해 연구했다.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정형외과 수술을 집도한 바 있고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수부외과(Hand Surgery) 펠로우십을 마쳤으며, 현재 UCLA 정형외과 임상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수부외과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뼈의 역사적?문화적 측면에 관심을 가져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 49개국을 여행하며 연구했다.

환자를 진료하거나 연구를 하지 않을 때는 가드닝, 자전거, 조깅을 하면서 자신의 뼈를 튼튼하게 만들고 있다.




Ⅰ 숨겨진 뼈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의사 겸 철학자인 갈레노스는 뼈가 정자로 만들어졌다고 썼는데, 그 이유는 색깔이 하얘서였다. 그로부터 1000년 후, 페르시아의 천문학자 겸 의사 겸 다작 작가인 아비센나는 뼈가 차갑고 건조하므로 흙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또다시 100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전혀 다른 관념이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비센나는 중요한 원칙을 하나 언급했는데, 그 원칙에 따르면 뼈를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은 '인체의 나머지 부분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었다. 그 원칙은 지금까지도 훌륭한 조언으로 남아 있다.


뼈를 제대로 알아보고 싶다면 인체에서 분리한 뒤 화학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5개의 탄소 원자가 2개의 산소, 1개의 질소, 9개의 수소 원자와 결합하여 프롤린이라는 아미노산이 생성되는데, 이는 인체에서 합성되기도 하고 단백질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후 특정 세포들이 아미노산 혼합물을 이어 붙여 인체 내에서 가장 흔한 단백질인 콜라겐 분자를 만든다. 뒤이어 수많은 프롤린 분자에 많은 수소-산소 부속물들이 부착되면 분자 사슬이 일정 간격으로 구부러져 나선형으로 변신한다.

콜라겐 분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세포 속에서 조립되는데 그중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도 포함된다. 콜라겐 분자가 생성되면 조골세포는 이 분자를 세포막 밖으로 밀어내 조골세포 사이의 미세한 공간에 배치하며 여러 가닥의 섬유를 생성한다. 콜라겐 섬유들은 기계적 중첩과 화학적 결합을 총동원해 단단히 잠겨 있다.

힘줄과 인대의 주요 성분인 콜라겐은 인장강도가 매우 큰데 대개 우리는 뼈가 뻣뻣하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뼈의 주성분인 콜라겐은 신축성이 있고 질기다.

그렇다고 뼈가 구부러지거나 납작하게 눌리지는 않는다. 이는 콜라겐 그물 위에 칼슘 결정이 수북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체질량에서 뼈는 약 15퍼센트를 차지하는데 그중 약 3분의 1이 콜라겐이고 3분의 2가 칼슘-인 결합체의 결정이다.


유아의 정강뼈 길이는 약 8센티미터였다가 성인이 되면 약 6배쯤 길어진다.

평생 고유한 형태를 유지하는 뼈지만 태아기 초부터 청소년기 말까지 모든 차원으로 확대된다.

개인의 뼈가 성장하는 정도는 고유한 유전적 구성의 영향을 받곤 하는데 대개 키 큰 어린이들은 키다리 부모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식생활 개선, 의료 발달 등으로 부모의 유전적 영향을 받지 않고도 크는 경우도 많다.

성장판이 열려 있는지 닫혀 있는지도 확인하여 아이가 조금 더 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경우도 흔치않게 볼 수 있다.

뼈의 말단에서 연골모 바로 아랫부분을 지칭하는 성장판은 호르몬의 자극을 받아 성장기 동안 새로운 뼈세포를 만들어 연골모를 앞으로 밀고 나간다.

이는 청소년기 말이 되면 궁극적으로 소진되어 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소년보다 소녀들의 성장판이 더 일찍 사라진다.

앞서 성장판이 열려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했듯이 성장판이 사라지는 시기는 엑스선 촬영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

정형외과 의사와 영상의학과 의사는 어떤 성장판이 살아 있는지를 관찰해 사람의 나이와 골격이 성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유추할 수 있다.

신속히 성장하는 기간 동안 새로 자란 부분은 골절에 취약해 심한 부상은 성장판을 손상시켜 손상된 부위와 부상 입은 사람의 나이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역사적으로 초기 해부학자와 의사들은 뼈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기원후 150년경인 갈레노스의 시대부터 1500년 후인 르네상스기에 이르기까지 이성이 관찰을 뛰어넘는다는 관념이 지배해 무관심했던 것이다.

예정 수술이 사혈만큼이나 치료 효과도 없었고 해부학을 이해할 필요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교회에서 인체 해부를 금했으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었다.

중세 해부학자들은 갈레노스와의 이견 차이가 생기면 결과는 싹 무시한 채 갈레노스 편에 서거나 갈레노스의 시대 이후 해부학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갈레노스는 당시 곰의 넙다리뼈를 보고 인간의 넙다리뼈 또한 곡선을 이룬다고 썼는데, 해부학자들이 갈레노스를 너무 존경한 나머지 인간의 넙다리뼈는 직선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았어도 곡선을 이룬다고 결론내리며 합리화했었다.

다행히 인쇄술의 발명으로 암흑시대의 종지부를 찍을 순 있었다.

1493년 최초의 인체 해부도가 등장했으며, 이후 수백 년 동안 유럽에서 학문이 융성했는데 그 과정에서 관찰 과학이 확립되고 최초의 의과대학이 설립되었다.

자주 해부하지 못했어도 범죄자의 시신을 사용한 인체 해부가 통상적으로 이루어졌다.

"갈비뼈 안으로 들여다보이는 흉곽과, 갈비뼈를 들어낸 후 흉곽 안에서 바라본 흉추를 그린다. 위에서, 아래에서, 앞에서, 뒤에서, 앞을 향해 바라본 2개의 어깨뼈를 그린다."

다빈치가 메모장에 이렇게 기록했듯이 당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이 사상 최초로 원근법과 명암법의 개념을 이해하였다.

세부 사항을 강조한 분위기는 인체해부학이 정확히 묘사된 해부학 책의 출판으로까지 이어져 해부학 지식이 널리 보급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700년, 뼈는 모든 인체해부학의 시각적 상징으로 자리잡게 된다.

외과 의사였던 윌리엄 체슬던은 학생들에게 해부학을 가르치다 강의 노트를 엮어 「인체해부학」을 출판했는데 부분적으로 라틴어가 아닌 영어로 쓰여져 있어 100년 동안 외과해부학의 믿을 만한 참고서로 자리매김했었다.

이후 사진술의 등장으로 수천 가지 의학적 상태를 정확히 기록하게 되었으며 컬러사진술과 전문화된 렌즈들 그리고 엑스선의 등장으로 살아 있는 뼈를 촬영하는 데에 이르렀다.




Ⅱ 드러난 뼈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자연사박물관과 인류학박물관에는 지금으로부터 320만 년 전 지구상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 루시의 뼈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골격은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후 잇따른 연구를 통해 인류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루시는 우리 시대 최고의 과학적 발견 중 하나를 선사했으니, '인류의 첫 번째 조상이 직립보행을 했으며, 커다란 뇌를 갖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라는 것이었다.


드물게 온전한 표본의 속하는 루시의 골격은 성별, 뇌의 크기, 보행 자세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갈비뼈는 12쌍이 아니라 5쌍인데다 손가락과 발가락은 각각 1개밖에 없고 골반도 반쪽만 있어 무심한 관찰자에게는 감흥이 없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뼈들은 어떻게 여기에 있게 되었고, 나머지 뼈는 어디에 있을까?"

화석과정학자는 루시의 뼈를 본다면 이러한 의문을 품을 것이다.

(고생물학의 하위 분야인 화석과정학은 화석이 생겨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시간과 자연의 변화로 인해 뼈가 말해주는 이야기는 혼란스러움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화석과정학자는 이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임무이다.

공기와 햇빛에 노출된 뼈는 속도가 훨씬 느릴 뿐 피부나 내장과 마찬가지로 분해되기 마련이다.

수분이 증발한 후, 뼛속 지방은 1-2년 이내에 분해된다. 이후 표면에 균열이 생기면서 조각조각 떨어져나가 결국은 푸석푸석한 조각으로 쪼개진다.

만약 뼈가 손상되지 않았다면 기온, 습도, 광도, 동물의 크기에 따라 6-15년 동안 진행되는데, 동굴에서 발견된 골격에서 볼 수 있듯이 직사광선에서 보호된 뼈는 수백 년 동안 보존될 수 있다.

또한 한 곳에 온전히 자리 잡기는 어려운 법이다.

하이에나가 뼈를 통째로 삼켜 상당히 먼 곳으로 이동한 후 뒤처리를 할 수도 있고 까마귀도 뼈를 둥지에 보관했다가 몇 년 후에 뼛조각을 뿌리기도 하니 뼈들은 여기저기 흩어지거나 이상한 장소에 모이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고생물학자와 인류학자는 이러한 뼈들을 어떻게 발견할까?

첫 번째 방법은 뼈가 많은 곳으로 가서 땅을 파헤치는 것이다.

예컨대 탄자니아의 올두바이 협곡, LA의 라브레아 타르연못, 도처의 공동묘지와 원주민 흙무덤이다.

두 번째 방법은 강둑과 북아메리카 한복판인 침식과 노출이 만연한 지역을 찾아가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뜻밖의 행운이다. 건설업자가 작업 도중에 유물을 발견하게 되면 열정적인 과학자들이 달려와 샅샅이 뒤지는 것이다.

이렇듯 루시는 골격이 불완전하지만 계획과 행운이 어우러진 소중한 발견물이다.

아마 루시의 나머지 뼈는 노출되어 침식되었거나 떠내려가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뼈에 불과하지만, 뼈는 우리에게 지금까지 수많은 정보를 안겨주었다.

임자가 세상을 떠난 후 펼쳐진 뼈의 두 번째 삶은 46억 년에 걸친 지구의 역사 중 최근 5억 년간의 정보를 제공해줬다.

또한 뼈는 최근 10만 년에 걸친 인류 발달 및 문화사가 기록되어 있다.

뼛속에 들어 있는 정보에 비하면 우리가 지금껏 뼈에 배운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많은 것을 발견하고 연구했다 하지만 비율로 따지자면 극소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오래된 뼈의 소유를 둘러싼 호사가와 전문가 사이의 대립은 계속될 것이다.

알려진 종에 더욱 완벽한 골격이 발굴되는 것과 새로운 종의 발견을 기대하며 일각에서는 비옥한 화석 출토지를 보호하자고 제안하곤 한다.

그렇다면 멸종한 동물의 뼈에서 추출된 DNA를 통해 고생물을 복제하거나 재도입하는 날이 다가올까?

정답은 '동물이 얼마나 오래전에 멸종했는가'에 달려 있다.

DNA는 화석화를 견딜 수 없다는 도그마가 지배하고 있지만 연구자들은 더 오래된 공룡의 화석에서도 DNA 단편을 추출하고 있다.

물론 전문가들은 기다란 DNA 조각이 추출될 수 있다는 설에 매우 회의적이다.


드러난 뼈의 다른 능력, 즉 인류의 문화를 기록하는 뼈의 미래는 어떨까?

호사가들을 제외하면 뼈가 바늘, 머리빗 등의 재료로서 집권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많은 박물관은 인류 문화의 아이콘을 영구적으로 보관하고 전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미래의 연구자들은 현대에 만들어진 뼈 단추나 화살촉을 발견해 연구할 기회는 없겠지만 문화적 표지로서 새로운 역할을 하는 빈도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뼈의 아름다움과 효율성과 무한함은 아무리 해를 거듭해도 퇴색하지 않을 것이며 많은 면에서 경외와 찬탄의 대상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간단한 퀴즈를 내보려고 한다.

스스로 자라고 가벼우며 내구성이 좋은 것은?

바로 뼈이다.


우리는 체내에 숨겨진 뼈를 신뢰하며 든든하게 여긴다.

이렇듯 뼈는 세계 최고의 구조적 버팀대이며 생명에 필수 불가결한 원소인 칼슘을 저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뼈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뼈의 내구성과 편재성은 드러난 상태를 숨겨진 상태만큼이나 흥미롭게 만든다.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살아 있는 상태에서 보기 힘든 만큼 불가사의한 측면 또한 있다.

무엇보다 외부로 드러난 뼈는 인체의 든든한 버팀목 뿐만 아니라 지구의 역사와 인류 문화의 탁월한 기록자가 되어준다.


뼈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뼈에 관한 교양서는 처음인만큼 읽는 내내 신비로움과 흥미로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국어, 영어, 역사를 제일 좋아하는 문과생이었던 나는 지구과학만 애정했을 뿐 다른 부분은 눈길도 주지 않았는데 독서를 통해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공부 이전에 책으로 이렇게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구나!

나, 과학 좋아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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