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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하나, 책과
마주하다』
봄이 다가오면 시집을 꼭 껴안는다.
한 구절에 담긴 의미는 말 그대로 한 줄의 의미일 수도
있고 혹은 한 장의 의미일 수도 있는데, 매번 더 깊게 느끼는 시의 구절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는 게 참 좋다.
버리는 작업을 하다가 지금
이렇게 써내려 가는 것도 참 복잡하고 아플 정도인데 글쓰기 노트의 절반 이상이 망가졌다.
시간을 들여 차곡차곡 쌓여졌던 나의 보물이 물 한
방울에 싹 씻겨져 내려가니 마음까지 무너져 일부러 잊고싶어 책 한 권이라도 더 매달리며 읽었었다.
아직 그 마음이 치유되지 않아 힘들기만
한데 다시 차곡차곡 쌓아보려 한다.
그래서 요즘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 그 중에서 시집도 많이 읽고 있으며 시 또한 많이 쓰고
있다.
읽은 시집들의 리뷰를 먼저 작성할까 하다가 이 책을 먼저 리뷰하고 싶어서 책상 앞에 앉았다.
우리네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열네
가지의 주제로 된 시 강의로 이루어진 인문 에세이다. 삶을 주제로 한 이야기 속에 시와 책 속 구절들이 녹아있다.
내가 끄적거리며 쓰는 시
또한 결국은 '삶'이다.
1장 밥벌이에서는 생업, 노동의 이야기를, 2장 돌봄에서는 아이, 부모의 이야기를, 3장 건강에서는 몸,
마음의 이야기를, 4장 배움에서는 교육, 공부의 이야기를, 5장 사랑에서는 열애, 동행의 이야기를, 6장 관계에서는 인사이더, 아웃사이더의
이야기를, 7장 소유에서는 가진 것, 잃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전에 직장인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그런 이야기를
했었었다.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요일은 월요일이며, 가장 기다려지는 요일은 금요일,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요일은
토요일이라고.
금요일은 다음 날(토요일)에 쉴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장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
일요일은 다음 날(월요일)에 출근해야
한다는 마음에 허탈감과 실망감 그리고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행복감이 가장 낮은 요일이기도 하다.
예컨데 금메달리스트가 행복감이
가장 큰 건 당연하나 은메달리스트는 동메달리스트보다 기쁨보다는 아쉬움과 허탈감이 가장 크다는 것에서 비슷한 맥락이기도 하다.
아마 행복은
'희망'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죽어라 일하는데 죽지는 않고, 그렇다고 일도 줄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도 지쳐 있나요? 그럴 겁니다.
'소금 버는 일'인데 어찌 힘들지
않겠어요.
우리는 밥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즉,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기에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직업의 본질들은 사라지고 당장 먹고 사는데 급급한 밥벌이가 되어버렸다.
따지고보면 우리 개개인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 급변한 사회 속에서 우리가 그에 맞춰 살아가야 하기에 이렇게까지 변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로 인해 일에 대한 본질은
퇴색되고 오롯이 '누군가'가 아닌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식이 되어버렸는데 이 때 저자는 말한다.
내가 하는 어떤 일로 누군가의
이마를 덮어줄 수 있다면, 그 일이 그 순간 그렇게 지긋지긋하게 느껴지진 않을 겁니다. 우리도 서로의 이마에 손을 내밀고 그 손에 이마를 맡길
수 있는 존재들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게 우리 모든 업의 본질이 아닐까요.
우리가 생업 전선에 뛰어들기
이전에는 부모님의 보살핌이 있었다.
나는 가족과의 유대감이 깊은 편인데, 엄마가 내게 의지를 많이 하시고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아홉살
차이나는 막내동생을 학창시절까지 키우다시피해서 부모의 마음이 무엇인지, 자식의 마음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니 스스로 컸다고 할 수 있는데 동생들은 그 부족함을 느끼지 않게 해주려 하나부터 열까지 더 꼼꼼하게 챙겨주려고 했었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치않는다.
특히, 엄마에게는 친구같은 딸, 엄마같은 큰딸이 되어주고 싶어 엄마가 하는 모든 희노애락이 담긴 말은 경청하며 듣고
받아들인다.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고생한 것을 다 알기에.
부모의 키를 따라잡고 그 이상을 넘어서도 자식은 언제나 부모의 눈에는
아기이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 잘해야 한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부모님을 막상
떠나보내고선 후회하면 그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부모님 말년에 좋은 옷, 좋은 음식, 좋은 구경 못 해드린 것부터 고맙고 미안한 부모님
둔 게 또 고맙고 미안하기만 한 저자는 말한다.
돌아보니 인생은 나를 돌봐준 이와 내가 돌볼 이로 이루어진 돌봄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부디 잘들 부탁드립니다.
아이를 키우며 자란 건 다름 아닌 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부모님은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늙어버렸네요.
인생은 그렇게 돌봄을 주고 돌봄을 받는 것이
아닐는지요.
뭘 하든 네 몸이 건강해야 한다. _어른들이 내게 종종 해주는 말씀이다.
그렇다고 내
몸이 약한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는 잔병치레 하나 없이 건강하기만 했다고 하는데 학창시절부터 잔병치레가 시작되더니 점점 잦아졌다.
대학에
입학하고선 무리하게 학업과 일을 병행하면서부터는 면역력이 바닥 끝까지 내려가 걷는 걷도, 숨쉬는 것도 힘들었었다.
나름 장점이라 생각했으나
남들은 내게 단점이라고 단정짓는데 난 굉장히 잘 참는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여러 번이고 좌절해서 손 놓고 싶을 때도 참았고 좋은 말만
듣고 사는 것도 힘든 세상인데 내게 이롭지도 않은, 득 되지도 않은 나쁜 말들을 들어도 참았다.
특히, 아플 때도 이 악물고 꾹 참았다,
어렸을 때부터.
중학교 때였다. 주말에 장염에 걸려 급하게 병원에 갔다가 여느날처럼 월요일에 등교를 했는데 탈수 증상까지 있어 잘못 건들면
픽 하고 쓰러질 정도였다.
그 때, 담임선생님께서 출석으로 체크해줄 테니 제발 집에 가서 쉬라며 등 떠밀며 보내는 바람에 하교 3시간을
앞두고 집으로 갔었다.
중간고사 직전이라 어떻게든 안 가려 했었는데 선생님이 배웅까지 해주는 바람에 거의 쫓겨나다시피 집으로
왔었다.
그 정도였다. 결국 하고싶은 말은 참는 건 좋은 것이 아니다. 솔직히 참는 건 미련맞은 것이나 다름없다. 생각해보니 어쩌면 나는
환경에 그렇게 떠밀려진 걸지도 모른다.
마음과 몸은 결국 직결되어 있는데 힘든 마음을 참고 계속 방치해놓으니 몸에서도 적신호를 보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꾸준히 병원을 다니며 건강을 챙기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다니는 병원이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날 봐온
원장님은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고 잘 들어주신다.
항상 갈 때마다 해주시는 말이 있는데 '착하게 살지마. 너한테 엄격하게, 남한테
관대하게 하지말고! 남이 아닌 너한테 관대하게 해.'이다.
나도 모르게 의식의 흐름에 따라 주절주절 말이 길어진 것 같다. 요즘 그 글쓰기
노트 때문에 정신이 어디론가 도망이라도 갔나 싶다.
생업, 노동부터 가진 것, 잃은 것까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들이 녹아있는 인문에세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인문서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좋아하겠지만 특히 삶에 지쳐 혹은 그저 흐르는 시간
속에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P.S. 샛노란 개나리를 연상시키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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