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에서도 이 세상은 그리스 신화의 혼돈과 비슷한 어둠에서 시작된다. 이 어둠이라는 말은 ˝땅도 바다도 공기도 아직 존재하지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얼마 후 이 어둠에서 무스펠헤임Muspelheim과 니플헤임Niflheim이라는 두 공간이 만들어진다. 무스펠헤임은 ‘불의 나라‘라는 뜻이고 니플헤임은 ‘얼음의 나라‘라는 뜻이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이나 신들은 서로 이질적인 이 두 공간의 충돌과 갈등으로 생성된다. 하지만 북유럽 신화의 세상은 그리스 신화에서처럼 코스모스의 상태로 발전하지 못한다. 충돌과 갈등을 거듭하다가 결국 라그나뢰크라는 대파국으로 끝을 맺고 만다.

오딘은 거인들을 비롯한 악의 세력과의 최후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발할라에서 죽은 영웅들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영웅들은 양편으로 나뉘어 실전처럼 서로 전력을 다해 싸웠기 때문에 부상자나 전사자가 속출했다. 하지만 훈련이 끝나면 부상자의 상처는 말끔히 나았고 전사자는 다시 부활했다. 발할라에 도착한 죽은 영웅들을 총칭하는 이름은 에인헤랴르Einherjar다. 이 말은 ‘한 번 싸우는 자들’이라는 뜻이다. 그것은 아마 최후의 전쟁인 라그나뢰크를 암시하는 것이리라.

신들은 헤임달이 장성하자 그를 마침 공석으로 남아 있던 무지개다리 비프로스트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지명했다. 비프로스트는 불과 물과 공기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아스가르드와 미드가르드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신들은 거인들이 이 다리를 건너 아스가르드를 공격할까 늘 걱정했다. 헤임달은 자신이 맡은 직분에 어울리게 새보다도 잠을 적게 잤고, 낮이나 밤이나 100마일 밖까지 무엇이든 명확하게 내다볼 수 있었으며, 들판에서 곡식이나 풀이 자라는 소리와 짐승의 몸에서 털이 자라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북유럽 신화의 거인들은 무엇을 상징할까? 그들은 앞서 언급했듯이 우선 어둠, 죽음, 불의, 악의 세력 등을 상징할 수 있다. 거인들은 또한 자연의 거대한 힘을 상징할 수도 있다. 고대 북유럽 사회에서 혹독한 겨울을 비롯한 거친 자연환경은 인간들이 살아가는 데 최대 난관이었을 것이다. 당대 인간이 풀어야 할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숙제였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신이나 대적할 수 있는 거대한 폭력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 폭력이 바로 북유럽 신화에서 거인들로 형상화된 것은 아닐까?

날이 밝자마자 토르는 새벽녘에 굉음이 조금 잦아들었을 때 간신히 잠든 일행을 남겨 둔 채 동굴 안 넓은 공간을 지나 밖으로 나왔다.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동굴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거인 하나가 곤히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토르가 망치를 들고 살금살금 그에게 다가가는 동안 갑자기 그 거인이 코를 골기 시작했다. 토르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서면서 어젯밤 굉음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토르의 비명에 거인이 잠에서 깨어 벌떡 일어났다. 로키와 티알피, 로스크바도 밖에서 갑자기 또 다시 들려오는 굉음에 놀라 잠자던 동굴에서 눈을 비비며 밖으로 기어나왔다. 토르는 오른손에 망치를 단단히 쥔 채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얼핏 동료들이 동굴에서 나오는 광경을 보고는 또 한 번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들이 어젯밤 잔 곳은 동굴이 아니라 바로 거인이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두었던 커다란 장갑 한 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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