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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ㅣ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 행복한 모습일거야, 『베어타운』 ♡
『하나, 책과 마주하다』
탕, 탕, 탕, 탕, 탕! 총이 발사되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베어타운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한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 베어타운 내에 살고있는 인물들은 각자의 성격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한다.
소설 속 한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이야기같지만 결국은 우리의 이야기다.
베어타운은 곧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요, 베어타운에서 살고있는 그들이 곧 우리인 것이다.
베어타운은 작은 마을에 불과하다.
시골에 살게되면 도시로 떠나고 싶듯이 사람들은 베어타운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그런 베어타운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청소년팀으로 이루어져 있는 하키팀이다.
하키만이 이 마을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 생각하는 것이다.
마을 내에 청소년들로 이루어진 베스트 하키팀을 꾸려 우승하게 된다면 나라의 인재들을 키우기 위해 하키스쿨을 설립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마을이 활성화되고나면 모두들 떠날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기에.
하지만 일이 터지고만다. 케빈이 마야를 성폭행한 것이다.
그렇게 케빈은 가해자가, 마야는 피해자가 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베어타운이라는 공동체 내에서는 마야가 피해자가 아닌 피해자 탈을 뒤집어쓴 가해자가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마을은 그 사건으로 인해 뒤숭숭해진다.
마야는 쉼없이 떨었고 케빈은 쉼없이 달렸다. 그리고 결국 탕, 탕, 탕, 탕, 탕!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딱 한 마디가 나왔다.
"그래, 결국은..."
개인적으로 프레드릭 배크만 소설들의 애독자로서 이번에 출간될 신작인 『베어타운』 또한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이여도 몰입도 높은 재미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 결국 보여주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다.
요즘 뉴스에서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사건, 사고들과 잘도 들이맞는다.
예로부터 집단주의, 권위적인 사회가 지금까지 이어져오면서 우리는 딱히 반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순응하며 살아오고 있다.
베어타운 내에서 벌어진 사건, 피해자는 분명 마야이다.
이건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사실인데 소수를 제외한 그 외 모두가 'NO'를 외치니 마야는 가해자 아닌 가해자가 되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것,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것, 지금 우리 사회에 딱 들어맞지 않는가?
지금 TV에 나오는 뉴스 타이틀만 다를 뿐이지, 이 내용으로 이루어진 뉴스는 지금도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는 공동체 의식이 강해 그 울타리에서 벗어나면 곧장 외톨이, 즉 왕따가 되는 것이기에 모두가 'YES'라고 외치는데 그 가운데서 'NO'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분명 성폭행당한 사실이 맞는데 '그거 사실이 아니래.'라고 집단적으로 옹호하게 되면 결국 홀로 진실만을 주장하는 피해자만 바보되는 것이다.
예로서 (나는 보질못해 영화제목은 잘 모르겠지만) 집단적으로 성폭행당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피해자인 여자는 아직도 지옥을 헤엄치고 다닐텐데 가해자인 남자들은 아무 일 없었던 듯 잘 산다고 한다.
단역배우 두 자매 자살 사건, 장자연 사건도 마찬가지다.
베어타운 내용 중 이런 내용이 있다.
말은 하찮은 것이다. 다들 얘기하길 말로 일부러 상처를 주려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다들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경찰들은 그 말을 입에 달고 산다. …… 그들은 여자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말허리를 자르고 그녀가 어떻게 했는지 질문을 퍼붓는다. 그녀가 앞장서서 계단을 올라갔는지 아니면 뒤따라갔는지. 자발적으로 침대에 누웠는지 아니면 강요에 의한 것이었는지. …… 충분히 열심히 저항했는지. 왜 곧바로 멍 사진을 찍어놓지 않았는지. 왜 다른 학생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파티장에서 도망쳤는지.
피해자들 중 일부는 왜 신고를 하지 않거나 한참이 지나고서야 신고를 하는 것일까?
답은 뭐겠는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범인을 잡는다는 것은 그 사건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끔찍한 기억을 다시금 떠올려야 한다.
예전에 법학공부를 할 때, 사례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한 남자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받았었다.
이유는 여자가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싫어'라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두렵고 무섭고 수치스러운 모든 감정들을 떠안고 살아가는 진정한 피해자들을.
베어타운에서는 케빈이 마야에게 벌인 성폭행 사건이 가장 크지만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말과 행동들이 지금 이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좀 그랬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할까?
피해자가 가해자가 둔갑하게 만드는 (나쁜 쪽으로 방향을 이끄는) 집단·권위주의적인 성격을 버리는 게 일단 그 한 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