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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배회자 ㅣ 우먼스 머더 클럽
제임스 패터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53772104520090.jpg)
한때 유명가수가 미국에서 고소되면서 징벌적 배상금이란 개념에 관심이 갔다. 가장 놀랐던 것은 소송의 규모랄까. 배상금의 규모도 그렇지만 OJ 심슨의 경우처럼 변호사로 드림팀을 이루는 경우 아무리 부자라도 파산하는 건 순식간이겠다 싶을 때가 많다. 흔히 미국을 소송대국이라고 부른다. 억소리 나는 규모도 그렇지만 사소한 일에도 재판으로 번지는 일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오죽하면 교통사고를 따라다니는 변호사까지 있을까.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임스 패터슨의 신작 <한밤의 배회자>에서는 세 가지 사건이 얽히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중 하나가 병원에서 일어난 의료과실 건이 거대한 소송으로 번진 이야기다. 샌프란시스코 시립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기 시작한다. 아무리 인력난이라고 하지만 다리가 부러진 사람이 그 다음날 죽어서 나오니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을 만 했다. 분노한 유가족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야심찬 변호사 모린이 끼어들자 그 일은 언론이 주목하는 거대한 소송으로 변한다.
물론 처음에 이 사건은 경찰 부서장인 린지가 크게 흥미를 가질 만한 일은 아니었다. 기자인 신디는 취재를 하기 위해서 법원에 갔지만 강력계인 린지가 개입할 만한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친구인 변호사 유키가 휘말리면서 사건의 모양새가 조금씩 일그러진다. 린지, 유키, 유키의 어머니 게이코가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게이코가 뇌졸중을 일으킨다. 그런데 게이코를 옮긴 병원이 하필 샌프란시스코 시립병원이었고 담당의 역시 소송에 휘말린 의사 데니스 가르자였다.
다행히 게이코는 금세 회복되는 듯해서 유키는 안심하고 관심 있는 소송을 참관하기 위해 법원에 있었다. 그녀가 관심을 가졌던 사건은 샌프란시스코 병원에 의료과실의 책임을 물게 해달라는 바로 그 소송이었는데 유키는 변호사 모린의 모두 진술에 흔들린다. 자신의 어머니도 그 병원에 입원해 있고 하필 그 가르자가 담당의이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키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을 옮기려 하지만 게이코는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문제는 그 불안이 이유 있는 것이었다는 점이었다.
제임스 패터슨의 다른 책 <첫 번째 희생자>를 읽을 때도 느낀 점이지만 패터슨의 글을 읽다보면 쉽사리 영상이 떠오른다. 화면이 장면장면 전환되듯 감각적으로 흘러가는 글을 따라가다 보면 같이 흥분하기도 하고 의외의 사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 <한밤의 배회자>에서는 교살당한 젊은 여성을 전시해두는 연쇄살인범, 거대한 의료소송, 소송 도중에도 병원에서 계속하여 살해당하는 사람들까지 세 가지 사건이 교차하고 있다.
그 흐름은 따로 또 같이 흘러서 마지막 부분에 모아져 큰 물줄기를 이룬다. 의외로 허망한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어떤 부분은 대충 짐작을 하고 읽으면서 '그럴 줄 알았다' 싶었는가 하면 어떤 부분은 전혀 예상을 못한 터라 놀라게 되기도 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시리즈의 특성상 형사, 검시관, 기자,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네 명의 여성이 친분을 유지하고 사건을 풀어나가기 위해 힘쓴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치면 우먼스 머더 클럽 시리즈가 드라마로, 게임으로 만들어진 것도 그 재미를 감안하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번 <한밤의 배회자>도 그런 기대를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