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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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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은 상호 교환적이다. 자신을 좋아하는 상대에 더 마음이 가고 자신을 미워하는 상대를 싫어하기 쉬운 것이다. 사람의 믿음도 마찬가지다. 상대에 대한 신뢰는 서로 믿고 있을 때는 깨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지만 세상에 완전한 것이 있던가. 믿음은 의심의 싹이 트는 순간 균열을 보이고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상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사랑스러워 보이던 것조차 의심스러워 보이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런 의심들이 단순한 의심으로 끝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다. 이 책 <4월의 물고기>는 겉을 보나 속을 보나 연애소설이다. 단지 추리 소설의 향이 살짝 가미되어 있다. 세 건의 살인사건이 등장하고 그 살인은 꽤 간격이 있는 편이다. 모든 이야기의 시초는 과거인데 두 연인이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지금 전부 터져나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의심의 싹이 된다. 두 번의 아픔을 겪은 요가강사 서인은 쉽사리 사랑을 믿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인터뷰에 사진기자로 따라온 선우에게만은 첫 눈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선우 역시 그녀를 피사체 이상의 존재로 대하고 그녀의 집에서 운영하는 펜션으로 재차 찾아온다. 서인의 집이 아니지만 집인 곳에서, 그녀가 내려오면 묶는다는 방에서 묶으며 그녀의 흔적을 읽는다. 그는 그녀의 연락처를 얻어내고 사진을 전해준다는 핑계로 인연을 이어간다. 두 사람이 사랑을 시작하면서 서인의 소설쓰기는 멈춰버린다. 현실이 더 소설 같아서인지 더 이상 글이 써지질 않았던 것이다.

자신의 모든 신경을 선우에게만 집중하고 있는 서인이었다. 그런데 선우가 점점 변해간다. 사랑을 하고 일정 기간이 되면 변해가는 것이 당연한데도 선우에 있어서는 그 폭이 너무 넓다. 과연 이 사람이 처음에 만나서 사랑했던 사람이 맞나 싶은 것이다. 서인도 처음 만나서 사랑을 하고 함께 즐거이 먹던 회조차 비릿해서 싫어질 정도로 그에게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게다가 간간이 '악의 꽃'이란 익명으로 선우와 함께 하면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글귀를 보내오는 자도 거슬리고 있었다.

두 연인의 틈바구니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고 선우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되면서 이미 자라고 있던 의심은 두 사람의 사이를 벌리기만 한다. 두 연인은 서로의 마음을 계속 확인하려고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어긋나간다. 사실 사람의 마음은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돌조차 닳아 가는데 열정적 사랑이 후에 우애적 사랑으로 바뀌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 것이다. 그렇게 치면 선우와 서인의 사랑은 뒤틀려 있었다. 둘은 서로에게 지나치게 집착했고 모든 비밀은 아주 오래전 과거에 있었다.

'4월의 물고기'라니 제목조차도 낯설었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연애 소설에 추리의 느낌이 더해진 것도 신선한 시도이지만 그로 인해서 이입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다. 두 연인의 마음은 일결 깨끗한 듯 보이지만 한 쪽으로는 많이 뒤틀려 있어서 이입하기도 공감하기도 어려운 면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속도감을 더해가고 낯선 제목 '4월의 물고기'에 대한 호기심도 풀 수 있어서 읽는 맛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좀 더 추리할 부분이 많았으면,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지만 일종의 기괴한 사랑이야기라 객관적 시선으로 쓰게 웃으면서 보는 것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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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초콜릿이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남자는 초콜릿이다 - 정박미경의 B급 연애 탈출기
정박미경 지음, 문홍진 그림 / 레드박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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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연애도 습관, 연애를 하지 않는 것도 습관이라고 한다. 세상은 연애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것 같다. 대학시절 누구보다도 연애에 적극적인 친구는 오히려 오래된 애인이 있는 쪽이었다. 소개팅을 하자고 말이 나오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자기도 끼워달라고 말했고 조건을 이것저것 따지고 들었다. 기가 막혀서 너는 애인이 있지 않느냐, 혹시 헤어질 생각이냐고 물으면 걔랑 결혼할 생각이지만 그래도 만나볼 수는 있는 게 아니냐고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있는 한 사람은 끊임없이 교류를 하면서 살아간다. 연애도 그런 큰 흐름 중에 하나다. 종족번식을 위해 뇌에서 시킨 것이든 아니든 사람은 자기의 취향에 맞는 이성에게 호감을 발산한다. 그런데 사람사이의 관계가 그렇듯 연애관게조차도 일종의 권력관계가 된다. 흔히 더 사랑을 하는 쪽이 약자라고는 하지만 은근히 그 끝에 도달하면 저울추는 일정방향으로 쏠리고 만다. 인간의 오래된 관계 유지책이니만큼 사회와 문화의 영향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연애의 끝이 결혼이라고 믿는 순진한 시대는 사라지고 자유연애시대가 남았다. 말이 좋아 자유연애지 무한경쟁 혹은 가장 약삭빠른 사람만 이득을 얻는 시대가 된 것도 같다. 이 책 <남자는 초콜릿이다>는 여성의 입장에서 본 연애관계도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인가도 했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소설은 아니고 여성학자가 들려주는 B급 연애 7종 세트라고 한다. 사실 B급 연애라는 말도 이해를 못했으므로 무슨 말인가 했다. 쉽게 말하면 연애에 지치고 치이면서도 계속 연애를 하면서 살아가는 여성 7명의 지질한 연애 경험담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배울 점을 찾는 식이라고나 할까. 일종의 반면교사라서 여성에게는 흥미의 대상이 될지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남성에게는 그리 흥밋거리가 될 것 같지 않다. 통칭 B급 연애의 주범인 남성들이라면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매도당한다면서 짜증을 부릴 테고 해당되지 않는 남자라면 내 일 아니라며 상관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허나 사람사이의 거리를 0으로 줄이는 연애관계에서조차 몸은 몰라도 마음의 거리는 0이 아니고 같은 집단의 입김과 사회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건 흥미롭기는 하다.

그 안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여성들은 여러 모로 몸부림을 친다. 자유연애를 아무렇게나 성관계를 하는 것인 줄 알았다고 후회하기도 하고 나쁜 남자가 정말 나쁘면 연애는 와장창 부서지기 십상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7편의 경험담 속에서 유일하게 악녀라고 불릴 만한 초인이라는 여성만 연애관계의 승리자로 남았다는 것만 보아도 연애도 역시 권력관계이며 그 권력을 교묘히 조정할 줄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서글퍼진다.

어느 권력관계나 그렇듯이 연애관계도 힘이 있는 자들이 쓴 공식으로 가득하다. 같이 노는 여성은 어때도 괜찮지만 '내 여자'는 어떠면 안 된다는 불합리한 룰부터 이별에 대처하는 비겁한 자세까지 이 안에 담긴 이야기는 B급 연애 경험담이니 만큼 비겁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고 이별을 고할 때는 상대가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을 사람들은 쉽게 잊어버린다. 6편의 이야기 속에서 여성들을 떠나가 버린 남자들이 그랬고 초인이라는 여성이 그랬다. 이들의 공통점은 연애전쟁에서 승리자로 남은 자들이라는 것이다. 그것만 봐도 연애 공식의 저울추가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다시 사랑하는 것을 겁내지 않는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대담한 시선이라 꽤 감탄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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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배회자 우먼스 머더 클럽
제임스 패터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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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명가수가 미국에서 고소되면서 징벌적 배상금이란 개념에 관심이 갔다. 가장 놀랐던 것은 소송의 규모랄까. 배상금의 규모도 그렇지만 OJ 심슨의 경우처럼 변호사로 드림팀을 이루는 경우 아무리 부자라도 파산하는 건 순식간이겠다 싶을 때가 많다. 흔히 미국을 소송대국이라고 부른다. 억소리 나는 규모도 그렇지만 사소한 일에도 재판으로 번지는 일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오죽하면 교통사고를 따라다니는 변호사까지 있을까.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임스 패터슨의 신작 <한밤의 배회자>에서는 세 가지 사건이 얽히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중 하나가 병원에서 일어난 의료과실 건이 거대한 소송으로 번진 이야기다. 샌프란시스코 시립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기 시작한다. 아무리 인력난이라고 하지만 다리가 부러진 사람이 그 다음날 죽어서 나오니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을 만 했다. 분노한 유가족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야심찬 변호사 모린이 끼어들자 그 일은 언론이 주목하는 거대한 소송으로 변한다.

물론 처음에 이 사건은 경찰 부서장인 린지가 크게 흥미를 가질 만한 일은 아니었다. 기자인 신디는 취재를 하기 위해서 법원에 갔지만 강력계인 린지가 개입할 만한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친구인 변호사 유키가 휘말리면서 사건의 모양새가 조금씩 일그러진다. 린지, 유키, 유키의 어머니 게이코가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게이코가 뇌졸중을 일으킨다. 그런데 게이코를 옮긴 병원이 하필 샌프란시스코 시립병원이었고 담당의 역시 소송에 휘말린 의사 데니스 가르자였다.

다행히 게이코는 금세 회복되는 듯해서 유키는 안심하고 관심 있는 소송을 참관하기 위해 법원에 있었다. 그녀가 관심을 가졌던 사건은 샌프란시스코 병원에 의료과실의 책임을 물게 해달라는 바로 그 소송이었는데 유키는 변호사 모린의 모두 진술에 흔들린다. 자신의 어머니도 그 병원에 입원해 있고 하필 그 가르자가 담당의이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키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을 옮기려 하지만 게이코는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문제는 그 불안이 이유 있는 것이었다는 점이었다.

제임스 패터슨의 다른 책 <첫 번째 희생자>를 읽을 때도 느낀 점이지만 패터슨의 글을 읽다보면 쉽사리 영상이 떠오른다. 화면이 장면장면 전환되듯 감각적으로 흘러가는 글을 따라가다 보면 같이 흥분하기도 하고 의외의 사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 <한밤의 배회자>에서는 교살당한 젊은 여성을 전시해두는 연쇄살인범, 거대한 의료소송, 소송 도중에도 병원에서 계속하여 살해당하는 사람들까지 세 가지 사건이 교차하고 있다.

그 흐름은 따로 또 같이 흘러서 마지막 부분에 모아져 큰 물줄기를 이룬다. 의외로 허망한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어떤 부분은 대충 짐작을 하고 읽으면서 '그럴 줄 알았다' 싶었는가 하면 어떤 부분은 전혀 예상을 못한 터라 놀라게 되기도 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시리즈의 특성상 형사, 검시관, 기자,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네 명의 여성이 친분을 유지하고 사건을 풀어나가기 위해 힘쓴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치면 우먼스 머더 클럽 시리즈가 드라마로, 게임으로 만들어진 것도 그 재미를 감안하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번 <한밤의 배회자>도 그런 기대를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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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아카데미>, <새드일루전>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새드 일루전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2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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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19분>을 읽으면서 고등학생으로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그리 다르지 않다. 달라진 점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그때에 비해서 포장하고 숨기는 기술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어느 나라든 그렇겠지만 미국은 유난히 인기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이 층을 형성한다. 빌 게이츠가 지금 너희들이 괴롭히는 아이가 후에 너희들의 상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는데도 상황은 변하질 않는 것 같다.

부유하거나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인기와 권력을 형성하고 확인하기 위해 약해보이는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점찍는 것이다. 우스운 것은 뱀파이어 사회를 보여주는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1권에서 주인공 로즈와 리사는 2년 만에 도망쳤던 학교로 귀환한다. 그런데 이전에 인기 그룹이었던 로즈와 리사는 이제 권력을 잃고 공격을 당하는 쪽이 되었다. 미아라는 모로이 여학생이 둘을 괴롭힘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전 권에서 로즈는 리사를 보호하는 동시에 학교 내 위치를 지켜야 했고 미아와의 추한 싸움까지 벌여야 했다. 예전에 린제이 로한이 나왔던 하이틴 영화를 보는 것 같달까. 자신의 인기와 평판을 지키기 위해 싸움도 불사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책에서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뱀파이어와 그들을 수호하는 하프 뱀파이어다. 하지만 아직 어린 17세의 소년, 소녀들이라 서로를 조롱하고 싸우는 일은 다반사다.

이번 2권에서는 1권과 마찬가지로 학교 내 알력관계가 확실한 편이었다. 주인공 로즈가 엄마와의 훈련에서 다친 멍 자국을 보고 미아는 조롱하기에 바쁘고 로즈는 미아에게 반박하려 이를 간다. 뱀파이어판 성장소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안온한 기운은 사악한 뱀파이어로 분류되는 스트리고이와 인간이 손을 잡고 살아있는 뱀파이어 모로이들을 죽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에도 계속된다.

계속하여 긴장할 수는 없듯이 로즈는 충격적 사건현장을 보게 된 이후에도 모로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가게 된 스키장에서 반항심을 보인다. 사춘기 소녀에게 내심 마음에 두고 있는 스승 디미트리를 빼앗길 위험에 처했다는 것은 스트레스 요인이었던 것이다. 로즈는 매력적이지만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모로이 왕족 에이드리안을 만나기도 하고 목숨을 위협해오는 스트리고이의 손길을 피하기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로즈가 말했듯이 열일곱의 나이는 쉽게 지나가지 않았고 사건은 급물살을 타고 만다. 1권을 읽어서 살아있는 뱀파이어 모로이, 하프 뱀파이어 댐퍼의 수호관계라든지, 악으로 표현되는 죽은 뱀파이어 스트리고이라는 설정에 익숙해졌다. 그래서일까 1권보다 2권의 이야기가 훨씬 더 안정적이었고 몇 배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 집중해서 읽은 탓에 로즈의 감정이 흔들릴 때 같이 감정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하프 뱀파이어 소녀가 겪게 되는 우정, 사랑, 성장과 위협에서 오는 긴장과 박진감까지 읽으면 읽을수록 이야기가 진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음 권이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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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아카데미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1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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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뱀파이어를 말할 때 그들은 죽은 자들이다. 영화에서처럼 신을 모독해서 저주를 받은 첫 뱀파이어는 다를 지도 모르지만 그들이 뱀파이어가 되는 과정은 다른 뱀파이어에게 물려서 숨이 멎기 전에 뱀파이어의 피를 마시는 거라고 한다. 인간에서 흡혈귀로 변하는 것이 보통인 것이다. 그들은 죽은 자들이여서 그런 지도 모르지만 관에서 자고 야행성이며 햇빛을 보면 타버리는 등의 제약조건이 걸려 있다. 마늘과 십자가는 나오는 이야기마다 약간씩 다르기는 하다.

그런데 살아있는 뱀파이어의 이야기라니 묘한 생각이 들었다. 혼혈 뱀파이어를 다룬 이야기의 경우에 임신부가 뱀파이어에게 물리고 그 과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살아있다는 식으로 전개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 책 <뱀파이어 아카데미>의 뱀파이어는 말 그대로 다른 종인 살아있는 뱀파이어다. 그들은 흡혈귀라는 특성대로 피를 마시기는 하지만 햇빛에 노출된다고 해서 한 줌 재로 변해버리는 것도 아니고 평범하게 울고 웃으며 살아간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은 살아있는 뱀파이어, 죽은 뱀파이어와 하프 뱀파이어까지 세 종류로 구분된다. 2권에서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1권에서는 인간은 그 틈바구니에 들어가지 않는다. 모로이라는 살아있는 뱀파이어는 왕족이라는 고풍스러운 체제를 가지고 있고 수호인에게 보호를 받는다. 그 이유는 모로이와 인간의 혼혈인 댐퍼, 하프 뱀파이어는 모로이를 제외하고는 아이를 갖지 못한다. 댐퍼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종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로이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반면 죽은 뱀파이어이자 일반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뱀파이어인 형태인 스트리고이는 인간보다 모로이의 피를 먹이로 삼고 있었다. 모로이가 인간의 피를 지나치게 빨아서 죽거나 모로이가 자신이 가진 윤리의식과 마법력을 포기하고 태어나는 스트리고이는 자신의 불멸을 위해서 모로이의 피가 필요했던 것이다. 죽은 뱀파이어가 골칫거리가 된 가운데 살아있는 뱀파이어가 자신들끼리 혹은 인간과 아이를 낳고 댐퍼와 수호인 관계를 형성한다니 기묘한 기분을 불러 일으켰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로즈는 댐퍼고, 모로이 공주이자 소꿉친구인 리사를 보호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들은 2년 전 아카데미에서 도망쳐서 인간 사회에 숨어들었었다. 알 수 없는 위협이 그들에게 닥쳐왔기 때문이며 그것은 리사가 가진 능력과 연관이 있었다. 이제 로즈는 학교 내 평판과 자신이 보호해야 하는 리사의 안전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야 했다. 그 가운데 2년간 밀린 과정을 벌충해야 했고 훈련교관인 디미트리에게 끌리는 등 우여곡절이 많다.

사실 뱀파이어물은 <트와일라잇> 이전에도 이후에도 인기 있는 소재다. 사람들이 불멸을 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아있고 죽는 뱀파이어와 수호인 관계가 잔소리쟁이 엄마 닭과 병아리의 그것처럼 느껴져서 이 소설에서는 그런 매력이 많이 반감된 느낌이었다. 기존의 탐미대상이었던 뱀파이어는 스트리고이라는 낯선 이름의 괴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뱀파이어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호인을 육성하는 아카데미, 같은 수호인이자 스승인 디미트리를 사랑하게 되어 일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주인공까지 흥밋거리는 많았다. 마지막 반전은 조금 약했지만 독특한 설정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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