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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초콜릿이다 - 정박미경의 B급 연애 탈출기
정박미경 지음, 문홍진 그림 / 레드박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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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연애도 습관, 연애를 하지 않는 것도 습관이라고 한다. 세상은 연애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것 같다. 대학시절 누구보다도 연애에 적극적인 친구는 오히려 오래된 애인이 있는 쪽이었다. 소개팅을 하자고 말이 나오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자기도 끼워달라고 말했고 조건을 이것저것 따지고 들었다. 기가 막혀서 너는 애인이 있지 않느냐, 혹시 헤어질 생각이냐고 물으면 걔랑 결혼할 생각이지만 그래도 만나볼 수는 있는 게 아니냐고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있는 한 사람은 끊임없이 교류를 하면서 살아간다. 연애도 그런 큰 흐름 중에 하나다. 종족번식을 위해 뇌에서 시킨 것이든 아니든 사람은 자기의 취향에 맞는 이성에게 호감을 발산한다. 그런데 사람사이의 관계가 그렇듯 연애관게조차도 일종의 권력관계가 된다. 흔히 더 사랑을 하는 쪽이 약자라고는 하지만 은근히 그 끝에 도달하면 저울추는 일정방향으로 쏠리고 만다. 인간의 오래된 관계 유지책이니만큼 사회와 문화의 영향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연애의 끝이 결혼이라고 믿는 순진한 시대는 사라지고 자유연애시대가 남았다. 말이 좋아 자유연애지 무한경쟁 혹은 가장 약삭빠른 사람만 이득을 얻는 시대가 된 것도 같다. 이 책 <남자는 초콜릿이다>는 여성의 입장에서 본 연애관계도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인가도 했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소설은 아니고 여성학자가 들려주는 B급 연애 7종 세트라고 한다. 사실 B급 연애라는 말도 이해를 못했으므로 무슨 말인가 했다. 쉽게 말하면 연애에 지치고 치이면서도 계속 연애를 하면서 살아가는 여성 7명의 지질한 연애 경험담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배울 점을 찾는 식이라고나 할까. 일종의 반면교사라서 여성에게는 흥미의 대상이 될지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남성에게는 그리 흥밋거리가 될 것 같지 않다. 통칭 B급 연애의 주범인 남성들이라면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매도당한다면서 짜증을 부릴 테고 해당되지 않는 남자라면 내 일 아니라며 상관하고 싶지 않을 테니까. 허나 사람사이의 거리를 0으로 줄이는 연애관계에서조차 몸은 몰라도 마음의 거리는 0이 아니고 같은 집단의 입김과 사회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건 흥미롭기는 하다.

그 안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여성들은 여러 모로 몸부림을 친다. 자유연애를 아무렇게나 성관계를 하는 것인 줄 알았다고 후회하기도 하고 나쁜 남자가 정말 나쁘면 연애는 와장창 부서지기 십상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7편의 경험담 속에서 유일하게 악녀라고 불릴 만한 초인이라는 여성만 연애관계의 승리자로 남았다는 것만 보아도 연애도 역시 권력관계이며 그 권력을 교묘히 조정할 줄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서글퍼진다.

어느 권력관계나 그렇듯이 연애관계도 힘이 있는 자들이 쓴 공식으로 가득하다. 같이 노는 여성은 어때도 괜찮지만 '내 여자'는 어떠면 안 된다는 불합리한 룰부터 이별에 대처하는 비겁한 자세까지 이 안에 담긴 이야기는 B급 연애 경험담이니 만큼 비겁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고 이별을 고할 때는 상대가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을 사람들은 쉽게 잊어버린다. 6편의 이야기 속에서 여성들을 떠나가 버린 남자들이 그랬고 초인이라는 여성이 그랬다. 이들의 공통점은 연애전쟁에서 승리자로 남은 자들이라는 것이다. 그것만 봐도 연애 공식의 저울추가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다시 사랑하는 것을 겁내지 않는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대담한 시선이라 꽤 감탄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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