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9분>을 읽으면서 고등학생으로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그리 다르지 않다. 달라진 점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그때에 비해서 포장하고 숨기는 기술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어느 나라든 그렇겠지만 미국은 유난히 인기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이 층을 형성한다. 빌 게이츠가 지금 너희들이 괴롭히는 아이가 후에 너희들의 상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는데도 상황은 변하질 않는 것 같다. 부유하거나 운동을 잘하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인기와 권력을 형성하고 확인하기 위해 약해보이는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점찍는 것이다. 우스운 것은 뱀파이어 사회를 보여주는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1권에서 주인공 로즈와 리사는 2년 만에 도망쳤던 학교로 귀환한다. 그런데 이전에 인기 그룹이었던 로즈와 리사는 이제 권력을 잃고 공격을 당하는 쪽이 되었다. 미아라는 모로이 여학생이 둘을 괴롭힘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전 권에서 로즈는 리사를 보호하는 동시에 학교 내 위치를 지켜야 했고 미아와의 추한 싸움까지 벌여야 했다. 예전에 린제이 로한이 나왔던 하이틴 영화를 보는 것 같달까. 자신의 인기와 평판을 지키기 위해 싸움도 불사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책에서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뱀파이어와 그들을 수호하는 하프 뱀파이어다. 하지만 아직 어린 17세의 소년, 소녀들이라 서로를 조롱하고 싸우는 일은 다반사다. 이번 2권에서는 1권과 마찬가지로 학교 내 알력관계가 확실한 편이었다. 주인공 로즈가 엄마와의 훈련에서 다친 멍 자국을 보고 미아는 조롱하기에 바쁘고 로즈는 미아에게 반박하려 이를 간다. 뱀파이어판 성장소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안온한 기운은 사악한 뱀파이어로 분류되는 스트리고이와 인간이 손을 잡고 살아있는 뱀파이어 모로이들을 죽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에도 계속된다. 계속하여 긴장할 수는 없듯이 로즈는 충격적 사건현장을 보게 된 이후에도 모로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가게 된 스키장에서 반항심을 보인다. 사춘기 소녀에게 내심 마음에 두고 있는 스승 디미트리를 빼앗길 위험에 처했다는 것은 스트레스 요인이었던 것이다. 로즈는 매력적이지만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모로이 왕족 에이드리안을 만나기도 하고 목숨을 위협해오는 스트리고이의 손길을 피하기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로즈가 말했듯이 열일곱의 나이는 쉽게 지나가지 않았고 사건은 급물살을 타고 만다. 1권을 읽어서 살아있는 뱀파이어 모로이, 하프 뱀파이어 댐퍼의 수호관계라든지, 악으로 표현되는 죽은 뱀파이어 스트리고이라는 설정에 익숙해졌다. 그래서일까 1권보다 2권의 이야기가 훨씬 더 안정적이었고 몇 배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 집중해서 읽은 탓에 로즈의 감정이 흔들릴 때 같이 감정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하프 뱀파이어 소녀가 겪게 되는 우정, 사랑, 성장과 위협에서 오는 긴장과 박진감까지 읽으면 읽을수록 이야기가 진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다음 권이 정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