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금지 -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힘
요시다 다카요시 지음, 김소연 옮김 / 크리지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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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의 기억은 그 사람의 욕망에 좌우된다. 그렇기에 부정적 감정을 품은 기억은 좀 더 잘 떠오른다. 감정에 좌우되는 뇌에 입력된 기억이기에 그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고 자신이 기억하는 상황은 부정적인 면이 먼저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물의 긍정적인 면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비판적인 생각으로야 무조건적인 낙관주의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만은 같은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는 양부터과 틀리게 된다. 당시에도 그렇다면 후에 기억을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되새긴다면 그것은 더할 것이다.

결국 뇌는 그 사람이 품은 감정에 휘둘린다. 그래서 그렇게 자신감을 그리고 긍정의 힘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좌절금지란 말은 쉽지만 사람의 마음은 액체와도 같아서 넘치기도 하고 끓어오르기도 하고 우울하게 가라앉기도 한다. 마음에 휘둘리지 않고 좌절하지 않으려면 성공의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허나 그렇게 성공이 쉽다면 누가 고민을 하겠는가. 물론 큰 성공은 그렇다. 반면 작은 성공의 경우에는 다르다. 하루에 할 일 아니 더 작게 한 시간에 할 일을 나누라고 한다.

흔히 목표를 정하려고 하면 커다란 대목표만을 정해놓기 쉽다. 하지만 그래서야 그 목표를 향해 움직일 의욕도 생기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얼마만큼 목표에 다가섰는지 감도 잡히지 않으니 중도에 멈추기 쉽다. 그래서 목표를 잘게 쪼개라는 것이다. 먼저 정말 자신이 바라는 것, 자신의 욕망에 맞춘 대목표를 설정한다.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 속 깊은 곳의 열망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꿈을 합쳐서 씨앗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의욕도 더 생기기 마련이고 그것이 자신의 열망과 부합한다면 지속가능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후 1년 이내에 실현가능한 중간 목표를 정하고 매일의 시간단위로 쪼갠 작은 목표를 정하라는 것이다. 중간목표의 경우에 작은 목표를 실현해나가면서 어느 정도까지 실현했는지 그 수치를 확인하면 의욕에 더 불을 당길 수 있다고 한다. 1시간 내에 할 일을 40분 내에 성공한다는 식의 과제를 매 시간 부여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좀 더 열심히 하게 되니 의욕도 생기고 작은 성공을 쌓아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그 시간 안에 성공적으로 해내면 그것을 성공으로 기록하고 자신을 마구 칭찬하라고 한다. 이 때 자신을 칭찬하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면 주변에서 우려를 할 수 있으니 속으로 자신에 대한 칭찬을 하라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감정에 따라 좌우된다. 마음속으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하면 언젠가 능력의 감소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반면 칭찬을 계속한다면 자신감 있는 뇌, 실행하는 사람의 뇌, 성공의 경험을 축적한 뇌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같은 일을 실행했을 때 자신감 있고 성공의 경험이 가득한 사람이 좀 더 일을 잘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확실하다.

이 책이 제안하는 해답이 바로 그런 것이다. 일일이 마음에 휘말리지 말고 성공의 경험을 반복한 자신감 있는 자신을 만들라는 것이다. 그 제안이 더 설득력을 가졌던 것은 저자인 요시다 다카요시의 이력에 있었다. 그는 일본 최초로 NHK 아나운서, 중의원 의원 공설 제1비서, 의사, 자신의 이름을 건 방송 진행자, 배우 등 전혀 다른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이다. 더구나 학창시절에는 고급공무원 시험에도 합격했었다고 한다. 그것이 모두 목표를 쪼개고 성공을 반복한데에 있다는 것이다. 귀가 솔깃한 조언이었다.

이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적절히 관리하는 방법도 들어 있었는데 불필요한 시간이나 경력을 구조조정해나가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 번 살 뿐인 자신의 인생에서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자신이니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달리라는 조언도 좋았다. 그가 말한 대로 성공의 비밀은 의외로 간단할 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든지, 즉시 한다'라는 것 말이다. 생각만 해서야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자신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실천형 인간이 된다면 자신이 바라는 성공도 그리 멀리 있지 않을 것 같다. 좌절금지라는 말을 넘어서 성공을 향해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하는 책이었다. 이제 매일의 매시간이 성공을 위한 과제처럼 느껴질 것 같다. 중간 중간의 휴식도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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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리뷰해주세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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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이 거스를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많은 것이 희미해져간다. 세상이 무너져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사랑도 빛이 바래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젊음도 시들어간다. 그 시간이 가혹하게 느껴져서인지 아니면 인간의 힘으로 비틀 수 없는 시간의 절대성에 대한 감탄인지 시간은 많은 소설 속의 좋은 이야기 거리가 되어 왔다. 주로 시간 여행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 분위기는 과거의 여인과 사랑에 빠져 버려 시간여행을 모색하는 남자처럼 환상적인 것들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집에 실려 있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그에 못지않다. 씁쓸한 분위기가 섞여 있어서 몽환적인 분위기는 덜하지만 그 기묘한 상상력은 경계도 한계도 없다. 이야기의 주인공 벤자민 버튼은 단편의 제목대로 거꾸로 된 시간을 살게 되었다. 이야기를 쓰게 된 동기 자체는 마크 트웨인이 한 발언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삶에서 생의 최고 대목은 가장 처음에 오고 최악의 대목은 가장 끝에 온다는 뜻의 말이었다.

그래서 엉뚱하게도 노인으로 태어나 아이로 사라지는 인생을 살게 된 남자의 이야기가 탄생한 것이다. 표지에 쓰인 말대로라면 벤자민 버튼에게 운명은 처음에는 잔인했으나 나중에는 친절했을 것 같지만 실상은 별로 그렇지 않았다. 그는 노인으로 태어나서 병원의 직원들을 비롯해서 지역 유지인 아버지를 경악시킨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은 그래도 유연했다. 이미 어른의 키이고 말까지 하며 시가를 피기도 하는 아들이 창피하기는 했지만 아이를 포기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처한 재난에 어쩔 줄을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할아버지도 자신의 동갑내기 친구로 보이는 손자를 반길 수만은 없었지만 후에는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벤자민 버튼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일반적인 아이들처럼 굴 것을 강요하기는 한다. 그리고 벤자민 역시 그 기대를 어느 한도 정도까지는 응해준다. 몸 여기저기가 아파왔지만 부모가 안 되어 보였던 것 같다. 그는 몸만 노인인 것이 아니라 노인의 정신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여유를 가지고 사물을 대한다. 사람을 태하는 태도라고 다르지 않아서 아기임에도 아버지가 처한 난처한 상황을 이해한 것이었다.

자신에게 그리 어울리지 않지만 아버지의 요구에 최대한 부응해서 전혀 비슷해보이지 않는 동갑내기들과 어울려 장난을 하려 해보기도 한다. 그로 인해서 창문이 하나 깨지는데 이 일을 벤자민의 아버지는 상당히 뿌듯해 한다. 늙은 몸으로 아이의 역할을 다하려니 버거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지만 벤자민의 어린 시절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늙은 시절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를 시기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놀라운 점이 하나 발견된다. 시간이 갈 수록 벤자민의 몸은 젊어지고 활기가 더해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스무 살 즈음이 되자 오십 살 정도로 보였고 이제 아버지의 친구 같은 외모가 되었다. 그는 치기어린 젊음은 아니었지만 넉넉한 여유를 가진 활기를 얻었다. 그리고 그 때 아내를 처음 만난다. 이 결합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실상은 동갑내기라고 해도 좋았지만 벤자민의 외형을 보아서는 지나치게 나이차가 많은 한 쌍이었던 것이다. 이때까지 벤자민의 인생은 점차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한 때 아들을 수치스러워 하고 숨겼던 아버지는 이제 아들을 자랑스러워했고 예전에 다소 홀대했던 것을 미안해할 정도였다. 이때까지는 좋았다. 그는 적당히 젊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의 시간도 다른 사람이 것과 마찬가지로 멈추지 않고 그 사실은 이제 문제를 가져온다.

다른 사람과 다른 시간의 방향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결코 그 시간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단지 시간이 거꾸로 간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이야기 전개였던 것이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다른 사람과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른 시간여행자들의 변형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 외에도 피츠제럴드는 자신의 경계 없는 상상력을 마음껏 자랑하고 있다.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에서도 결코 알려지지 않았던 은밀한 부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산 전체가 다이아몬드라는 것이다. 이처럼 피츠제럴드의 이야기는 지나치게 말하면 과장이 심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낭만적 환상을 글로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소설에 있어서 상상력은 미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환상으로 탑을 올린 이야기는 보통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며 씁쓸함을 감고 끝이 난다. 생각해보면 환상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화려한 상상력으로 인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는 점이 좋았어요.
한 순간의 신기루랄까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과거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 '시간여행자의 사랑'이란 책이 생각나네요.
굳이 공통점이라면 시간이라는 소재밖에 없지만
환상적인 분위기가 좋았던 책이었어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한 순간의 환상을 달콤하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나도 더 이상은 몰라. 어쨌거나 우리 잠시 동안 그냥 사랑하자고. 한 일 년 쯤. 당신과 나 말이야. 그건 우리 모두가 시도해볼수 있는 신성한 취기의 일종이니까. 온 세상에는 오로지 다이아몬드들뿐이야, 다이아몬드들과 어쩌면 환멸이라는 초라한 선물. 난 그 마지막 건 가져봤으니까, 그걸 그냥 별스러울 것도 없는 흔한 일로 생각해버릴 거야."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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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표류기>를 리뷰해주세요.
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지음 / 수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은 참 빨리도 흘러가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남은 기억도 그리 많지 않다. 하루하루가 새롭고 즐거워서였는지 행복했었다는 기분만 남아 있을 뿐이다. 더 정확하게는 어린 시절에 멍해서 그랬던 것 같지만 그 때를 떠올려 봤을 때 부정적인 감정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 그 이후의 시간은 어떤 기억으로 어떤 감정으로 남게 될 지 두려운 기분도 든다. 공부만 한 학창 시절에 무슨 목적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생각에 빠지는 것은 레일 위를 거침없이 달렸는데 어느새 탈선해버린 기차마냥 멈춰버린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 주류고 또 아니냐를 사람들은 단정지어버리고 다른 사람의 삶을 자신의 척도로 잰다. 그게 어른의 세계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아직 무른 자신은 어른이 아니구나 하는 한탄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낀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일 뿐인데 왜 그리 쉽지 않은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며 다독거려주는 느낌을 주는 책이 있다.

'대한민국 표류기'라는 책이다. 저자는 허지웅이라는 기자로 얼마 전에도 영화 관련 기사에서 이름과 사진을 봤다. 관심사가 아닐 때는 눈에도 띄지 않다가 관심사가 되면 계속 눈에 보이듯이 이 책을 읽고 나니 갑자기 여기저기서 이 책의 저자의 이름이 보이는 기분이다. 추천사에서 보면 찌질한 아이돌 혹은 시대의 아이콘으로 표기되어 있는 이 인물이 풀어놓는 이야기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다. 남들은 탈출하고 싶은 곳으로 생각하는 고시원을 지상천국처럼 받아들이는 자세부터 또 군대이야기야 싶지만 듣고 나면 저런 군대생활도 있나 싶은 군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거기에 본의 아니게 사고에 휘말리게 된 배우의 이야기, 정치이야기, 영화이야기까지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이다.

여태까지 고시원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면 그 곳의 갑갑함이나 불이 났을 때 위험하다는 이야기 정도였는데 한 달 20만원으로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는 식으로 말을 풀어놓으니 순간 당황스러웠다. 사물을 보는 시선이 달랐던 것이다. 방음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꺼내놓길래 드디어 고시원에 대한 무용담을 풀어놓을 차례인가 했지만 그가 말하는 고시원은 사람 냄새나는 곳일 뿐이다. 거기에 말하는 사람은 모르지만 듣는 사람은 그리 달갑지 않은 군대생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이야기가 또 남다르다. 조교로 복무하면서 성병에 걸린 다른 군인의 성기를 면도해줄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치질에 걸려서 여자 친구 생리대를 써봤던 이야기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경험담을 풀어 놓기 때문이다.

처음 읽을 때는 돈을 벌어 위로 올라가는 것이 다가 아니고 자신의 반지하방에서 즐겁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에 평범한 20대 청년의 이야기구나 하고 지레짐작했었다. 그런데 모든 예상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기기묘묘한 경험담을 풀어 놓을 뿐만 아니라 여자 친구와의 헤어짐이 너무 마음 아파서 자살시도까지 했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살아남은 이후에는 자신에게 약을 판 사람에게 고맙다는 메일까지 보낸다. 이쯤 되자 더 이상 저자에게 일반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또 어머니를 생각하는 못난 자식의 모습을 보여서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다. 자신의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권장하면서도 어머니가 휘말려서 다쳤을까봐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만 사물을 들여다보는 관점이 조금 독특하고 날카로운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사랑에 울고 웃는 자신의 일상부터 정치이야기까지 이야기는 거침없는 물살을 탄다. 어떤 이야기는 흥미롭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저자가 정말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그가 록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순간부터였다. 현재의 주업이 영화기자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록키와 교차되는 스탤론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면이 있었다. 사실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아서 행복하기만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어린 시절에 록키의 책을 읽었던 것과 무관하지는 않았다.

그 때 록키의 저자가 스탤론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스탤론은 근육질의 액션배우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영화 록키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결과만 놓고 말하면 그 책은 굉장히 감동적이었고 한참이 지나 보게 된 영화도 감동적이었다. 그 이후 시리즈는 하나도 보지 않았지만 말이다. 록키 덕분에 스탤론은 알게 모르게 호감을 갖게 된 배우였다. 그런 배우의 인생을 영화와 교차해서 말해주니 그 때의 감동이 다시 되새겨지는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기고 기억을 퍼 올려서 감동하기도 하는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좋은 책은 많지만 동시에 모든 좋은 책이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기호에 의한 것이지만 말이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저자의 일상도 좋았지만 잊고 있었던 록키에 대한 기억을 다시 떠올려주게 한 것만으로도 이 책은 좋은 책 이상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흘러가듯 살아지는 인생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다독거리는 책이라 문득 '거위의 꿈'이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록키처럼 다시 달려보거나.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평범한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굳이 선두에 서지 않은 삶도 충분히 즐겁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는 점이 좋았어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가 떠오르네요.
형식은 다르지만 속에 느낌은 유사하군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고민많은 20대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아, 나는 정말 미치도록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제쯤 그럴 수 있을까. 언제쯤 나는 고개를 들고 거울을 보고 나를 세울 수 있을까. 언제쯤 나는, 나아질 수 있을까.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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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화가의 삶과 그림
시모나 바르톨레나 지음, 강성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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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영화에서 자주 소재로 등장하는 것 중에 하나가 시간여행이다. 물리학자들은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은 흥미를 끄는 소재거리임은 분명하다. 얼마 전에도 만약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할까 하는 것으로 친구와 잡담을 나눴다. 다음 주에 당첨될 복권번호를 보는 것부터 후회스러웠던 일을 바로잡는 것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마지막에 나온 것은 과거로 돌아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잔뜩 사가지고 오겠다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유명하다 못해서 그림 값이 사람을 잡아먹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가의 그림이 되었지만 고흐가 살아있었을 때에는 그는 거의 인정받지 못했다. 그가 가진 재능은 사후에나 인정받았던 것이다. 물론 과거로 가서 고흐의 그림을 사겠다는 것은 고흐의 그림을 좋아한 것도 있지만 헐값이었을 그림을 잔뜩 사서 큰 이득을 얻겠다는 속셈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흐의 그림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강렬한 색채 때문일 것 같다. 그가 그린 해바라기 그림은 그 색채에 압도된다. 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부터 고전주의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한 것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그 화가의 이름값보다 그 전시회에서 남았던 기억은 아름다운 색채와 그림에서 풍겨 나오는 압도감이었다. 암굴의 성모에 이르러서는 멍하니 그림 주위를 서성거렸다. 명화라고 불리는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그런 감정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색채, 구성을 제외하고도 그림 자체에서 압도적인 무언가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은 빛과 그림자의 마술 같은 순간을 잡아낸 화면, 강렬한 색채로 인해서 사람의 마음을 끄는 면이 있다. 인상주의라는 말 자체는 클로드 모네의 그림 '인상-해돋이'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비평가들이 기존의 신고전주의나 낭만주의를 따르지 않는 화가들의 화풍을 비아냥거리느라고 만든 말이라는 것이다. 그 대표주자 중 하나였던 모네의 그림을 비웃으면서 그와 비슷한 화풍을 가진 화가들을 인상주의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별 생각 없이 받아들인 말이 실은 마음에 드는 화가들을 비아냥거리는 말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 비평가는 비아냥거릴 생각이었는지도 몰라도 인상주의라는 말은 그들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것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 화가들의 그림은 인상적인 것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때야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그림조차도 고전이 되어 버렸다. 이 책 '인상주의 화가의 삶과 그림'에서는 수많은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을 다루고 있다. 인상주의를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부터 다양한 그림들이 눈을 현혹한다. 그것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운 편일 텐데 왜 인상주의가 나오게 되었는지부터 그 종말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만 인상주의 화가의 삶과 그림이라지만 인상주의 화가가 한 둘이 아닌 터라 한 사람에 대한 설명은 그리 길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 전체에 대한 이야기는 책 전체에 걸쳐져 있고 그와 관련된 그림이 적절하게 예시되어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편이었다. 흔히 예술은 창의력을 중요시 여기니까 새로운 변화를 잘 받아들일 것 같지만 마네가 그림을 내려던 시기에는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 같기는 하다. 어디에나 기득권은 있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일관된 구성, 신화의 이야기를 차용하는 비슷비슷한 소재, 사실대로 그리지 않고 미화된 신체와 부드러운 색감이 강요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화가가 성공하려면 살롱전에서 입상해야 하는데 그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입선하기 어려웠다고 하니 사실상 강요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방식에 반기를 들어 사실적인 소재를 차용하고 화려한 색감을 쓰고 모델의 신체를 있는 그대로 그리는 화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그들은 당시 그리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 정물화나 풍경화를 그렸으며 아틀리에에서 작업하는 방식이 아니라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빛과 그림자가 이뤄낸 마술적인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기존의 그림보다 붓질이 거칠게 표현되어 있었고 외곽선을 배제하기까지 하는 등 기존 그림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의 비난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난이 들끓는 곳에 열광적인 찬사가 있기 마련이었고 당대의 사상가들이 그 일단의 변혁을 일으키는 화가들을 옹호했다고 한다. 그 일단의 화가들이 흔히 인상주의 화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었으며 인상주의는 유행처럼 번져나갔다고 한다. 후에는 그림이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인상주의 화가들도 다양한 예술작품에서 그 소재를 얻기도 할 정도로 상호교류가 활발했었다는 것이다.

예술은 보통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 예술을 만들어내는 사람도 소비하는 사람도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당에 시대상을 배제한 예술을 고집했으니 인상주의가 유행하게 된 것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단순히 그림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림과 관련된 시대상을 읽어주는 책이라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어디였냐고 묻는다면 그 안에 실린 수많은 그림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원작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해도 명화에서 느껴지는 압도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에서 얻을 수 있는 19세기 후반의 미술여행, 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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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유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
멕 로소프 지음, 김희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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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국 드라마 '제리코'가 테러와 관련해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그 드라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정체불명의 위협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고립된다. 그런 경우 가장 위험한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을 죽이려는 알 수 없는 적일수도 있지만 식량문제였다. 전쟁이 터지면 생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전쟁터로 내몰린다. 그리고 예전이라면 모를까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급자족으로 먹고 살지 않는다. 자신의 시간과 노동력을 팔아서 그 대가를 얻고 화폐단위로 지급된 대가를 써서 먹을 것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터진다면 그 흐름은 단절된다. 당장 먹을 것이 없는 것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 '스탠드'에서도 흐름은 단절되었지만 전염병이 돌면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고 도처에 널린 가게에서 물건을 꺼내 올 수 있었으니 주인공들이 먹을 것으로 고통 받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기존의 인구수는 그다지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흐름이 끊기면 사람들은 식량난에 시달리게 된다. 이 책 '내가 사는 이유'에서도 주인공은 그런 일에 휘말린다. 전쟁이 터지고 식량난에 시달리는 것이다. 그런데 묘한 것이 그런 고통을 겪는 주인공이 거식증을 앓고 있는 15세 소녀란 점이다. 먹는 것을 거부한 소녀가 먹을 것을 찾기 어려운 세계에 떨어지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의 처음은 안온하게 시작되었다. 새어머니와의 불화로 갑작스레 이모와 살게 된 데이지는 공항에서 사촌 에드먼드를 만난다. 에드먼드는 차를 몰고 데이지를 데리러 왔다고 했다. 엄마가 바빠서 자신이 대신 왔다는 것이다. 익숙한 태도로 담배를 입에 무는 에드먼드를 보며 데이지는 아연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에드먼드는 14살이었던 것이다. 미국에서 영국으로 온 터라 자신이 모르는 문화차이가 있을 지도 몰라서 데이지는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팬 이모의 집에 도착하자 고즈넉한 집이 있었다. 온갖 동물들이 널려 있는 농장에 가까운 집이 말이다.

그렇게 데이지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에드먼드를 포함한 그 집 식구들은 좀 특이한 데가 있었다. 자유방임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팬 이모나 맏이인 오스버트는 그렇다고 해도 막내딸인 파이퍼는 숲 속의 요정 같았고 에드먼드와 쌍둥이인 아이작은 동물과의 소통에 더 능했으며 에드먼드는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읽는 것 같았다. 뉴욕에서 살던 신경질적인 소녀가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것이다. 그 곳에서는 아무도 데이지가 먹지 않는다는 것을 비난하지 않았고 그저 지켜봐주었다. 굳이 말하면 막내인 파이퍼를 포함해서 데이지를 애지중지하는 분위기였지만 말이다.

사촌인 에드먼드와의 기묘한 교감이 이루어지지만 전반적으로 데이지의 삶은 평온하게 흘러간다. 허나 팬 이모가 중요한 회의차 외국으로 잠시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국에 전쟁이 터진다. 돈이 있어서 식료품 가게에 가서 음식은 일단 사올 수 있었지만 아이들뿐인 집의 생활은 불안정한 것이었다. 갇혀버린 세계에서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평화를 지켜나간다. 즐겁지만 불안한 공기가 흥분을 타고 흐르는 세계였다. 그 세계가 깨어진 것은 어느 의사가 그들의 집에 방문한 이후부터였다. 아이들만 사는 집이란 이유로 군인들이 머무를 장소로 선택된 것이다.

이제 아이들은 서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막내 파이퍼와 행동을 같이 하게 된 데이지는 연인이 되어버린 에드먼드와 기약 없는 이별에 빠지게 된다.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 얼음판 위의 삶을 살게 된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평화를 찾기 위해 먼 길을 걷게 된다. 나라가 고립되고 정체불명의 적군이 침입한 세계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숨을 죽이고 읽었다. 처음 주인공이 거식증에 걸린 소녀가 그 소녀가 사촌과 사랑에 빠진다는 시점까지는 그저 평범한 연애소설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전쟁이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는다.

거식증에 걸린 소녀가 누군가의 보호나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신비한 힘을 품은 사촌들은 돕기 위해 성장해 나가는 것이 오히려 인상적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세계에서 먹지 않는 소녀가 진행시키는 이야기라는 점도 독특했다. 소녀는 살아남기 위해서 경계를 넘고 점차 성장해나간다. 그렇게 안정을 찾는 것만 같았던 이야기가 또 한 번의 뒤집힘을 보이는 것은 기대 이상이었다. 읽으면서 말 그대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고 읽은 후에 여운이 굉장히 길어서 몇 번이고 다시 책을 뒤적거렸다.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계속 생겼던 것이다. 독특한 설정, 매혹적인 필치가 인상적인 '내가 사는 이유'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도 매듭을 짓는 솜씨도 뛰어나서 당분간 이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내려놓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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