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토르소맨>을 리뷰해주세요.
꿈꾸는 토르소맨 - 팔다리 없는 운명에 맞서 승리한 소년 레슬러 이야기
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최석순 감수 / 글담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팔과 다리가 없는 사람이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동정한다. 동정하지 않는 사람조차 그가 평범하다는 말에는 거의 동의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보통 사람에 가까운 일상을 영위하고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이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도 그런 식의 감정적 동요를 보이지도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단지 팔 다리가 다소 짧을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책 '꿈꾸는 토르소맨'은 단지 팔 다리가 짧을 뿐인 평범한 청년의 이야기다. 더스틴은 다섯 살 때 병에 걸려 사지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토르소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별명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가 사지가 없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고 아그리파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을 가진 사람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별명은 말 그대로의 의미였고 더스틴은 나름대로 별명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는 평범하지만 특별하고 강인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집안의 막내였고 식구들은 전부 그를 안타까워했다. 장난꾸러기로 여기저리 뛰어다니던 어린 소년이 갑자기 불편한 몸을 지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그의 어리광을 전부 받아줬었다. 어느 시점까지는 그랬다. 다른 아이에게 정말 못되게 굴자 그의 어머니는 선택을 한다. 언제까지 그의 어리광을 받아준다면 아이를 망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아버지 역시도 자신은 팔 다리가 없지 않느냐고 말하는 아들에게 혼자가 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또한 더스틴의 성품도 독립적이었고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이 그는 비디오게임을 좋아했었다. 다른 사람들이 게임을 대신해줄 수는 없었다. 어른이 될 수록 그가 혼자 해야만 하는 일은 늘어날 터였다.

물론 사춘기 시절에 방황도 했었다. 다른 사람들과 많이 다른 자신을 발견할 때 심난하기도 했을 것이다. 허나 그는 혼자가 아니었고 운동을 잘하는 형이 레슬링을 배우기 시작하자 그도 흥미를 갖는다. 한 달 후 더스틴도 레슬링부에 들어가고 어느새 그것은 그의 모든 것이 되었다. 자신의 열정을 발휘할 곳을 찾은 것이다. 레슬링을 정말 열심히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성적도 어느 수준을 유지하게 되었다. 초반의 전적은 형편없었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학교 대표에까지 선정되었다.

레슬링이 체급 별로 하는 경기라는 점도 그에게 강점이 되었다. 먹는 것을 좋아해서 경기할 때마다 감량하느라 힘들기는 했지만 레슬링을 정말 사랑하는 더스틴에게 아주 어려운 부분은 아니었다. 레슬링부의 다른 아이들은 더스틴을 불편해 했었지만 항상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귀감이 되었다. 자신을 신기하게 보는 사람들에게 선뜻 손을 내미는 쾌활한 성품도 그에게 도움이 되었다. 이제 그는 인기인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성친구도 있고 앞으로의 미래가 그의 앞에 펼쳐져 있다.

그가 처한 상황은 누가 봐도 어려운 것이었다. 더스틴은 사지가 있는 삶을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사지가 없는 삶 쪽을 상상할 수 없다. 그가 겪은 것이 어떤 것이었을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상상해 보는 척 할 뿐이다. 그런데 더스틴은 너무 밝고 유쾌하고 강해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그는 자신이나 친구들이 말하듯 평범한 청년이다.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불평하지도 않고 할 수 없다는 변명도 하지 않는 특별함이 숨어 있다. 그래서 더 더스틴이 커 보이고 오히려 자신에게 없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 찌르는 듯 한 통증을 느낀다. 정말로 아름다운 토르소가 있다면 그것은 꿈꾸는 토르소맨 더스틴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한 청년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게 하는 흔치 않은 책입니다. 더스틴이 아니라 자신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구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특별한 자신이 오히려 좋다는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가 생각났습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누구나
이 책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 같군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팔다리가 있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없어요. 누군가 저에게 다시 팔다리가 있는 삶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저는 싫다고 할 거예요. 팔다리가 없어도 저는 이미 모든 일상생활을 불편 없이 누릴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팔다리가 있으면 더 불편할 것 같아요. 아마 굉장히 낯설어할 것 같은데요. 저는 지금이 행복해요. 존재하는 것, 그 자체에 감사해요."
(P226)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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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추적자'에서 매혹적인 활약을 선보였던 잭 리처가 돌아왔다. 전직 군수사관이며 이제는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자 잭 리처가 시카고에 나타난다. 시작은 이미 다른 곳에서 이뤄졌다. 아무 관계없어 보이던 두 사건과 목발을 짚고 있던 한 아가씨가 연결되어 있었다. 전작에서는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을 지나갔기 때문에 누명을 썼고 그로 인해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면 이번엔 호의에 의한 것이었다. 강인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여자가 있었고 그 여성이 세탁소를 나서고 있었다. 두 사람은 눈이 마주치고 잭 리처는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세탁물을 받아들고 목발을 들어준 것이다.

짧은 시간의 호의, 우연한 사고가 없었다면 그저 그런 인연으로 지나갔을 일이었다. 하지만 일이 꼬였다. 정체모를 사내 둘이 두 사람에게 총을 겨눈다. '추적자'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작부터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알 수 없는 방랑자가 경찰이 그를 체포하려는 와중에 두려워하지도 않으면서 간단히 그들을 해치울 방법을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도 같았다. 잭 리처는 계획은 있으되 어설픈 2인조를 간단히 해치울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옆의 아가씨가 목발을 짚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2인조는 간단히 해치울 수 있겠지만 유탄에 사람들이 맞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납치된다.

총을 겨누고 있는 2인조 외에도 능글거리는 웃음을 짓는 운전사를 포함한 3명으로 이뤄진 납치단이었다. 대상은 분명 잭 리처가 아니었다. 그는 방랑자였고 그 자신도 그곳에 있을지 미리 예상할 수 없었다. 시카고였을 수도 있고 멤피스 였을수도 있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잭과 여자는 승용차로 납치된 후 트럭 뒤에 짐짝처럼 실린다. 그 때 도망칠 수도 있었다. 여자를 두고서라면 그랬다. 여자는 이미 다리를 심하게 다친 상태여서 목발이 없으니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목발을 짚고 이동하는 것도 그리 빠르지 않았으리라. 잭은 일단 선택을 보류한다. 다만 여자를 두고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납치상태를 유지한다. 아직은 방관자였다.

어둠 속에 갇힌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을 교환한다. 유일한 가족조차 죽음을 맞았기에 아무도 찾을 사람이 없는 잭 리처와 FBI 신참 요원인 홀리 존슨이었다. 그런데 묘한 점이 있었다. 홀리가 뭔가 숨기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왜 납치되었는지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잭 역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계속 이동한다. 잭은 어둠 속에서 계속 생각한다. 그리고 기회를 기다린다. 그는 선택을 해야 했다. 3인조는 아마추어였고 그의 실력이라면 능히 해치울 수 있었다. 하지만 홀리는 다쳤고 움직임이 불편하니 자칫 잘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녀를 두고 가지 않겠다고 선택한 것은 그녀가 도움을 청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훈련된 수사관이었고 계속하여 잭이 혼자라도 도망칠 것을 권한다. 그녀의 입장에서 그는 불행하게 말려든 민간인이었던 것이다. 사실 불운했던 것은 납치범 쪽인데도 말이다. 긴 시간이 흐르자 불행한 사고가 발생한다. 이제 잭 리처는 선택한다. 그들은 방관자를 적으로 돌렸다. 작은 기회라도 생긴다면 그들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터였다. 분노가 잭 리처의 전신을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규칙을 지키는 사내였다.

뒷 표지에 탈주자에 대한 평으로 이런 말이 실려 있었다. '잭 리처는 위험한 여행길에 오른 여성이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동반자'라는 것이다. 그 문구를 보자마자 환호했다. 실제로 잭 리처가 함께 한다면 어디든 안전하겠다 싶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피를 보겠지만 그 대상은 잭 리처도 그 동반자도 아닐 것이 분명했다. 단지 아쉬웠던 부분은 지난 번보다 규모가 더 커지면서 잭 리처가 이야기 전체를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잭 리처는 여전히 잭 리처였지만 영화 '테이큰'의 주인공에서 미국 드라마 '24'의 주인공으로 변화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전작의 여주인공은 조력자의 느낌이 강했지만 이번 여주인공은 단순히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훈련된 요원이며 강인하기는 하지만 다리가 불편해서 빠르게 움직이기는커녕 운신하기도 어려웠다. 잭 리처에게 부담만 갈 존재로 느껴지면서도 그녀의 강인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다칠까봐 걱정이 되니 읽으면서 불안함에 시달렸다. 잭 리처의 강인함이 큰 배에 탄 것 같은 안정감을 준다면 홀리의 강인함은 호감은 가되 불안했다. 그래서 감정이입은 '추적자'보다는 덜 했다. 허나 충분히 멋졌다. 잭 리처가 돌아왔으니까 말이다. 다시 떠나갈 방랑자의 짧은 이야기지만 충분히 매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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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는 나를 만드는 셀프심리학 - 내가 꿈꾸는 대로 나를 이끌어주는 마음의 기술
다카하타 요시히데 지음, 정은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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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나라의 영화가 외국영화제를 장식하고 수상까지 했을 때 크게 감탄했었다. 하지만 정작 가장 감탄했었던 부분은 영화가 아니라 그 영화를 찍은 감독의 태도였다.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레드카펫 위에서 허리를 쭉 펴고 배짱있게 웃어보였기 때문이다. 그 때 그의 모습은 당당함 그 자체였다. 그리 큰 키가 아닌데도 그의 자신감이 그 사람을 더 크게 보이게 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았다.

자신감은 사람에게 중요한 요소이지만 겉으로 바로 드러나는 부분이 아니라 간과되기 쉽다. 하지만 덩치가 좋은 사람이라도 작아보일 수 있고 덩치가 왜소한 사람이라도 커보일 수 있다. 자신감이 있느냐와 없느냐의 차이가 암암리에 드러나는 것이다. 같은 일에 임해도 자신감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결과는 천양지차다. 면접만 해도 그렇다. 같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신감에 따라서 그 사람에게 받는 첫인상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자신감이 그 사람을 크게 만든다면 자신감이 없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악영향으로 드러난다. 인상부터 능력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잘되는 나를 만드는 셀프심리학'은 유용했다. 자신감이라는 것이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불러 일으켜야 할 지 난감할 때가 많고 자신감이 없는 상태에서 그것을 돋우려 해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이 움직여 허사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책은 다섯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승리를 부르는 7가지 습관, 활력을 유지하는 7가지 습관, 벽을 뛰어넘는 7가지 습관, 긴장을 푸는 7가지 습관, 자신감을 회복하는 7가지 습관이었다. 시작은 운동선수들이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는데에 있었지만 일반인에게도 유용해보였다.

유명한 운동선수들은 몇 만이 되는 군중 앞에서도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심지어 그들의 앞에는 쟁쟁한 실력을 품은 라이벌들이 버티고 있다. 기가 죽을 만한 상황인데도 최고의 실력을 선보이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마음 트레이닝'이라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한 상대를 만나면 위축되기 쉽다. 그럴 때 상대의 갓난 아기일 때를 떠올려보라고 한다. 완성된 형태의 강한 경쟁자가 아니라 같은 사람에 불과한 무력한 시기를 상상해보라는 것이다. 상대가 강해보이는 것은 선입견이 작용하기 때문인데 그 선입견을 버리고 상대를 바라볼 수 있다면 승리의 첫 걸음을 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많은 경우 운이 큰 작용을 하는 것은 비슷한 수준의 경쟁자가 경쟁구도를 형성하기 때문인데 모든 것을 운에 맡긴다면 50%의 확률이지만 99%를 노력하고 1%를 운에 맡긴다면 장기적으로 승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운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하고 작은 성공이라도 기록하는 성공일기를 작성하는 것을 통해 긍정적 이미지를 쌓아가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면 뇌가 반응하고 그 뇌가 그런 상황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에게도 가능한 부정적인 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머릿속에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찰 때 그 생각을 억지로 지우면 오히려 사로잡히기 쉽다. 그렇기에 그 소리를 부정하지 말고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해설하는 해설자를 하나 만들어내라고 한다. 부정적 소리에 반응하는 자신과 부정적 소리, 그것을 해설하는 객관적 해설을 한꺼번에 공유함으로써 마음을 가다듬으라는 것이다. 억지로 억누르는 것보다 불안한 사실을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쪽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 인해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은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그 외에도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의식해서 말하는 기법 같은 긴장될 때 좋을 만한 것이 많았다. 거기에 읽다보니 점차 자신감이라는 보이지 않는 기운이 몸 안을 가득 채우는 기분이 들었다. 읽기 전의 자신이 바람이 빠진 풍선 같았다면 읽으면서 책의 항목을 하나하나 시험하면서 진행해나가자 자신감이라는 공기가 가득채워져서 어떤 일이라도 당당하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워낙 기분 좋게 읽어서 한 번 읽고 말 것이 아니라 옆에 두고 여러 번 다시 읽게 될 것 같다. 마음 트레이닝을 온전히 익힐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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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쉽게 읽는 지식총서 1
니콜레 랑어 지음, 윤진희 옮김 / 혜원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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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여러 모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학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학문이라는 것 자체가 호기심을 갖게 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형태가 있어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드러나는 것은 없기에 모호한 점이 많다. 그렇기에 더욱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게다가 사람의 마음이 그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리학을 알아 두면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

미국 드라마 '본즈'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온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브레넌이 심리학자 스윗츠에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을 배우려 한다. 당연히 쉽지 않은데 스윗츠는 그 방법을 읽을 수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식으로 답한다. 사실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고 해서 하늘을 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슈퍼맨이 되는 비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한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는 하다. 모든 사람은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 마음이 사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심리학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허나 어떤 학문이든 초반에 정수를 드러내는 경우는 없고 심리학 역시 관련도서를 처음 읽으려 들면 온갖 용어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런 심리학의 역사부터 개괄적인 내용을 설명해 둔 책이 바로 '심리학'이다. 개괄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깊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앞으로 심리학에 관한 도서를 읽을 때 이해를 도울 만한 내용은 모두 들어 있다. 기본적으로 심리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서 전개 자체는 고대부터 시작하고 있다. 지금에야 심리학이 의식과 행동에 관한 경험적인 학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에는 영혼의 학문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에 대해 품게 되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조차 심리학을 영혼에 대한 것으로 한정 짓던 시절에는 육체를 영혼의 도구로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영혼은 세 가지로 나뉘었다. 영양을 공급하는 식물적 영혼, 욕구와 감정을 조절하는 동물적 영혼, 논리의 능력을 나타내는 정신적 영혼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신적 영혼만이 사후에도 불멸로 남는다고 한다. 고대에는 이처럼 영혼에 주로 정신적 영혼에 집중해서 연구하는 학문이 심리학이었다. 허나 계몽시대에 들어서자 점차 신체와 정신의 상호작용에 대해 인정하게 되었다. 정신이 육체에 영향을 미치듯이 육체 역시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18세기 후반에 들어가자 정신의 개념은 자연 전체로 확대되었다. 그로 인해 동물심리학이나 발달심리학 등이 발전하였다. 이후 19세기가 되자 생리심리학처럼 신체적 과정과 연관이 있는 정신 기능에 대한 관찰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심리학은 학문으로써의 지위를 공고히 했지만 그 통일된 상에 대한 것은 계속 변화해 왔다. 통일된 상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초기에 영혼에 대한 학문으로 한정되었던 심리학이 이제는 행동과 경험에 관한 학문이 되었다. 개인적 능력에 국한되지 않고 집단에서의 행동에 대한 것도 연구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만 해도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라진다. 그런 와중에 사람의 마음에 한정되지 않는 심리학은 점차 넓어지고 그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이 등장하니 헷갈리는 부분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서 그만큼 흥미롭고 심리학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아놓은 이 책 '심리학'이 마음에 들었다. 개괄적인 부분이 많아서 아는 것은 다시 한 번 기억하기 좋았고 몰랐던 것은 앞으로의 이해를 위해 기억해두기 좋았다. 그런 와중에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범위가 어두운 밤에 촛불은 50미터 밖에서도 볼 수가 있다는 것처럼 소소하지만 흥미로운 지식을 덧붙여주고 있어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여느 학문이 그렇듯 심리학 역시 학문인지라 딱딱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런 이론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읽는 심리학은 그만큼 흥미롭다. 심리학의 역사를 통해 전체적 구성도를 살펴볼 수 있던 기회라는 점이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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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리뷰해주세요.
루머의 루머의 루머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5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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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실체가 없는 쪽이 더 무섭다. 현실주의자의 입장에서는 명확한 실체가 보이는 쪽이 공격하는 것이 더 무서울지도 모르지만 실체가 없는 것에게 공격받으면 대응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정체불명의 그림자가 따라오는 것과 그 그림자가 '치한'이라는 이름으로 묶였을 때의 기분은 다르다. 수사물의 초반부가 두려운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살인자가 누군지 알 수 없을 때는 온갖 것이 다 두렵지만 살인자가 40대 후반의 백인 남성이며 안으로 억눌린 사람이라는 분석이 나온 이후에는 두려움이 급감한다.

그나마 그런 살인자는 실체가 있지만 소문의 경우 계속 머리가 돋아나는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 가족오락관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서로 헤드폰을 쓴 상태에서 말을 전달하는 게임이 나왔었다. 네 사람 정도만 거쳤는데 그 말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왜곡된다. 루머라는 것도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당사자가 얼마나 악의를 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절대적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자신이 품은 선입견이나 빈약한 정보를 가지고 재구성해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그 이야기가 당사자에게 소리 없는 암살자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자신이 관련된 루머를 듣게 되었을 때는 이미 이야기는 멀리 퍼져나간 이후이고 평판은 바닥을 치고 있다.

없애려고 해도 머리가 계속 돋아나는 괴물과 같아서 없앨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다시 쓸 두 번째 기회를 기다릴 만한 마음의 강단이 있으면 모르지만 심약한 사람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만약 그렇게 되어 불행한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 루머에 관련된 사람은 전부 관계자라고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당사자의 목숨을 빼앗은 것은 아니지만 일조한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 '루머의 루머의 루머'에서는 자신에 대한 왜곡된 루머로 인해 자살한 소녀가 등장한다. 그녀의 이름은 해나 베이커, 이야기는 한 소년이 해나로부터 소포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죽은 자에게서 온 편지라는 말이 어감은 낭만적이지만 원치 않던 죽음을 선택한 자에게서 온 편지이니 그런 온건한 것일 리가 없었다. 예상대로 해나는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13명을 원망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관련된 자가 자신이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알아주길 바랐다. 그런데 문제의 소포를 받은 소년은 해나 베이커를 짝사랑한 클레이였다. 클레이의 입장에서는 단지 짝사랑만 했을 뿐인데 자신이 어떻게 해나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기분 나쁘다고 소포를 던져 버릴 수도 있었지만 편지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듣지 않는다면 그녀가 취해 놓은 조치로 인해서 그 테이프 7개는 세상에 공개된다는 것이었다. 테이프 한 면에 한 명씩 해나의 죽음에 일조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것을 공개했을 때 대부분 치명적 손상을 입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해나 자신이 그랬듯이 말이다. 소포를 받게 되는 사람의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끝까지 듣고 다음 해당자에게 보내야 했다. 클레이는 자신이 관련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도 싶었지만 자신에게 그 소포가 왔다는 것은 자신도 관련이 있다는 증거였다. 또한 죽었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굴복하고 만다. 그리고 테이프를 듣는다.

이제 이야기는 테이프로 들려오는 해나의 목소리와 그에 따라 그녀의 자취를 따라가는 클레이의 이야기로 나뉜다. 아직도 죽은 해나를 잊지 못하는 클레이는 끝내 모든 진실을 알게 되고 그 진실은 지나치게 가혹했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적절한 순간의 한 마디 말은 격려가 되어 힘이 되지만 최악의 순간의 부적절한 한 마디는 독이 되어 심장에 박힌다. 자신의 말에도 휘둘리지만 타인의 말에도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루머는 독약과도 같다. 쉽사리 제거할 수 없는 괴물이면서도 당사자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기 때문이다.

이 책이 더 끔찍하게 느껴졌던 것은 주인공 클레이는 해나를 그리워하고 슬퍼하며 분노하지만 테이프에서 등장하는 다른 소년은 자신이 그저 운이 없어서 들어갔다고 말한다. 조금의 반성도 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말이 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위력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같은 일이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누군가에게 한 한 마디의 말, 하나의 작은 행동이 어떤 여파를 가져올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결국 실체가 없는 악의가 가장 무섭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한 소녀가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를 독특한 형식을 빌려서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죽은 자의 목소리를 담은 테이프가 도착한다는 소재가 오싹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더군요. 어떻게 해도 그녀가 죽었다는 현실을 바꿀 수 없으니까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네요.
다만 만화 '백귀야행'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피소드가 있었지요. 한참 학교를 쉰 즈카사가 학교로 돌아가자 그 공백의 기간에 대한 추악한 루머에 시달리는 내용이었어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자신의 말이 담고 있는 힘을 간과한 누구나.
누구나 13인 중에 한 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우리랑 그 자식이랑 뭐가 다른데?"
"그 새끼는 피핑톰이야. 더러운 변태라고. 해나의 창문을 들여다봤잖아. 왜 그 새끼 창문을 깨면 안 되는데?"
"그러는 넌? 넌 무슨 짓을 했냐?"
잠시 마커스가 나를 쏘아봤다. 그러고는 눈을 깜박였다.
"아무 짓도 안 했어. 그냥 별일 아니야. 이 테이프에 나올 정도는 아니라고. 해나가 자살 핑곗거리로 삼았을 뿐이야."
(P135, 13인 중 한 명이지만 자신은 관계없다며 반성도 하지 않는 한 명의 말)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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