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비주의/반소비주의 문제에 관심을 좀 가졌다.이 문제를 생각하다보니 결국 '대중문화/대중사회비판'까지 건드리게 된다. 대학 때 지하철에서 만난 예쁜 여학생 쫓아가다가 마는 정도로 공부했던 분야여서 더 애착이 간다....좀 웃기는데 대학 1학년때 맑스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문화이론부터 배웠다.그 선생님은 수업 첫 시간에  축구장 그려놓고 반 뚝 잘라서 알튀세르의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를 설명했다.학부에서 배우면 뭘 배웠겠냐..대충 그런 사람들이 있구나.집 서가에 꽂혀있던 세계사상사 전집에 나오는 호르크 하이머,아도르노,마르쿠제가 저 동네 사람들이구나 하는 정도 알았다.

그런데 요게 몇년지나고 살펴보니..소련도 넘어간지 좀 됐고 ..현실 사회주의는 여전히 방향타를 잃고 헤매이고...포스트모던을 필두로한  문화연구에 대한 관심들이 주변에서 높아진 듯 했다.때마침 <현실문화연구>,< 문화과학> 뭐 이런 책들이 예쁘게 나왔다.내가 좋아했던 잡지 <예감>도 그것보다 조금 빨랐거나 그맘때쯤 나왔다가 곧 없어졌을 것이다.

내 인생이 좀 딴따라 기질이 있었는데.. 꼴에 사회과학대 학생이고 하니 그 접점을 '대중문화'연구 쪽에서 찾아보는 것은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관심....그래봤자 지하철역에서 예쁜 여학생보고 두근 두근 말을 걸까 말까 하다 결국 여자 먼저 내리고...뒤에 '따라내릴 걸' 후회하는 수준이다.

이번이라고 뭐 다를게 있겠냐...또 말도 못걸고 돌아오겠지만...그냥 놀면 놀면 읽는게 최고로 재미있는 방식이다..... 책을 찾다보니 바람구두님의 리뷰나 페이퍼가 눈에 많이 띈다.독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어제 서점에서 김영사에서 만화로 만든 <하룻밤에 읽는 문화연구>인가 하는 책을 보고 화장실에서 봐야지 하면서 생각했는데...이미 그 만화책까지 리뷰를 쓰다니....

 

 

 

 

 

 

 

 

 

.........이거 다 읽는데도 1년은 걸릴 듯..........봐서...더 추천해주셔도 됩니다.

 ............추천한다고 다 볼 수는 없습니다만...참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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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7-03-31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발적으로 낚여서 왔는데... 추천해드릴 책이 없네요 ^^;;

antitheme 2007-03-31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화과학.. 제 책장에도 93년 가을호가 하나 남아있네요.

비로그인 2007-03-31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대략 접하셨다면야, 이 많은 책을 다 읽으실 필요 있나요. 더 추천받는 것도 중언부언격입니다. 르페브르의 현대세계의 일상성은 보드리야르의 이론 기반입니다. 소비의 사회와 유한계급론 두 권을 읽으시면 다른 책은 덤으로 딸려오신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나머지 책들도 골간은 이 두 책을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 없어서 하나만, 하신다면 소비의 사회 강추!

yoonta 2007-03-31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중문화와 소비사회와 관련된 책들중 한권 추천해드리면

 

 

 

 

이 책입니다. 기존의 소위 좌파가 가지고있던 상식을 많이 파괴하는 논점을

전개하는 책이더군요. 전반적으로 비판적으로 독해해야할 부분도 많지만 참조해야만할 부분도

많은 책이라고 봅니다. 특히 소비사회와 관련된 비판은 탁월한 것으로 보이더군요.


드팀전 2007-03-3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와..기뻐요.낚시가 될 줄이야 ^^
안티테마님><문화과학>...하여간 당시에는 무지 어려웠습니다.밑빠진 독에 물 붓다보니 그랬을테지만...물론 지금도 제 독에는 구멍이 뻥뻥뚫려있겠지만..
당시 그 팀들이 좀 무분별하게 외래연구를 소개하는데 집중한 경향도 있다고 하데요.
사라진님>서점에서 르베브르의 책을 펼쳐보고 들었다 놨다를 여러번 했습니다.^^
일단 사놓고 보면 좋으련만 그러면 부채가 쌓인 듯 하여....<소비의 사회>는 대학 때 한번 봤습니다.과 도서관(그래봐야 책장 하나 꼴랑이지만)에 있었어요.지금은 몇 줄로 요약할 정도의 정보 외엔 남은게 없네요.이 참에 다시 봐야겠어요.안그래도 과거에 봤던 몇 권의 책들도 다시 꺼내볼 요량입니다.전부 다시 읽지는 않더라도 부분 부분....감사합니다.

드팀전 2007-03-31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제가 댓글 다는 사이에..윤타님께서도 방문..ㄳ
네 그 책은 지난 주에 봤습니다.꽤 즐거운 책이었어요.저자들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말이죠.^^ 감사합니다.

드팀전 2007-04-0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뭐 숨어서 쓰시긴...음..첫문장은 숨겨주고...
독하게 맘 먹을 생각은 없는거 아시죠.이 분야에 관심은 있지만...시간은 한정돼어 있는데 여기만 쓰기는 힘들겠죠...^^ 이것저것 그때 그때보는데 조금더 관심을 갖고 본다는 정도죠.그리고..조금 빨리 말하셨다면...'애드버스터'는 오늘 도착했습니다...
네..얼핏 훑어봤는데 <페이퍼>지 같은 느낌도 들고..편집 스타일이 오히려 더 상업적인 스타일이던데요.글짜만 크고...요즘은 편안한 <오빠는 풍각쟁이야>를 보고 있어요.일단 번역투가 아니니 얼마나 편안한지..^^ 회사에 있는 정말 수준 미달의 자료실(투자에 인색한 동네...)에 그나마 다행으로 신나라에서 나온 <유성기로 듣는 가요>가 있어서 시청각하면서 즐기고 있답니다.이난영,고복수,진방남...^^
 

서점에 우연히 들렀다.오랜만에 간 서점은 고향집 찾아 온 듯 푸근했다.알라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전에 서점은 나의 놀이터였다.5-6년전 나는 오후에 출근해서 새벽 1시쯤 퇴근 하는 일을 했다.대략 2-3시쯤 자더라도 10시쯤이면 일어나게 된다.아침 겸 점심을 먹고 출근시간 까지 몇 시간의 여유가 있다.전부 일하는 시간이니 딱히 놀 사람도 없고 혼자 돌아다니는게 유일한 즐거움이 된다.시내와 대학가를 중심으로 돌아다녔다.당연히 서점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시간 보내기 가장 좋은 장소 중에 하나였으므로...

서점가면 좋은 점이 책의 내용 일부를 염탐할 수 있다는 것이다.몇 장 펴 보면서 책에 쓰이는 용어들의 수준을 살펴볼 수 있다.(내 수준에 너무 어렵겠군..아니면 이건 너무 안이하게 쓰여졋군..하고 판단내릴 수 있다.) 눈으로 직접 만나는 책의 부피감 또한 느낄 수 있다.두툼하게 잡히는 책의 무게감을 느껴보면 책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과 그 시간 동안의 지루함을 동시에 생각할 수 있어서 훨씬 실제적이다.

예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매번 순번에서 밀리는 책들을 서점에서 살펴봤다.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방대한 분량에 위축된다.(기회비용에 대해 생각하게된다.이 방대한 걸 읽느라 1달을 쓰느니 더 다양한 책을 보는게 어떠하냐고 자꾸 머리 왼쪽에서 흰색 도널드가 꽥꽥거린다.)

다음으로 내 지식 용량으로는 과부하가 걸릴 듯 하여 두려움을 준다.에라 모르겠다.그게 별거냐..게폼잡으며 읽다가 읽으면서 고전하고 읽고나서 결국 한 두 줄 기억에 세긴 무공훈장외에 남은게 없는 패잔병이 될까봐 미리 쪼는거다.경험적으로 그런 적도 많다.

그 외에.....새로 나오는 책들에게 현혹되어 흐지부지 밀리는 경우가 있다.매주 매달 좋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다보니 한번 밀리면 계속 떨밀려가서 대마도 앞바다까지 간다.

1.2.3 번의 이유는 독립적이지 않다.비중의 차이를 두고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거기에 '내가 무슨 학자도 아니고 학자연 해봐야 별것 없는데..' 라는 '대중적'인 생각도 한 몫한다.그게 4번이라면 4번이겠다.

아래에 있는 책들이 1.2.3.4 번의 종합적 이유로 보관함에 장기 방치되어 있는..또는 될 녀석들이다.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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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 2007-03-3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가지 중복되는 게 있군요 ^^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랑 아도르노의 말러, 트랜스크리틱은 글쎄 일단 보관함에 있긴한데 그다지 땡기지는 않구요. 그나저나 아케이드 프로젝트 보급판은 왜 절판된건지 ㅠㅠ 양장본은 너무 비싸던데,,,

기인 2007-03-30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황금가지는 분량의 압박이죠 ^^ 제국은 그렇게 쉽지많은 않은 텍스트인데 ㅎㅎ

몽당연필 2007-03-30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이 중에서 제가 갖고 있는건 한 권도 없네요.

바라 2007-03-30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제국이라는 유령이 출간됐군요. 저번에 서강정치철학연구회에서 곧 나온다는 얘기만 들었는데...안그래도 요새 제국 끙끙대면서 보고 있는데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분량과 가격으로는 아케이드 프로젝트가 대왕이군요;;

드팀전 2007-03-30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3.4 번의 종합적 압박이라고 보는게^^..
특히..분량의 압박은 아케이드..뜨왕.

마늘빵 2007-03-30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한나아렌트 마음먹고 다 읽어보고픈데 마음뿐입니다. 전체주의의 기원은 사다놨고, 그보다 앞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고픈데.

기인 2007-04-0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바람구두님 그런게 아니라, (많은) 학부친구들이 제국을 너무 쉽게 읽는 것 같아서요 ㅋㅋ 사실 이 제국-제국주의-(그리고) 논쟁이 너무 골 아픈지라 ㅎㅎ
 

알린스키 빈민운동’ 힐러리·오바마 이념의 뿌리
입력: 2007년 03월 26일 18:38:23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일리노이)은 공히 솔 알린스키(Saul Alinsky)의 사상적 세례를 받았다.

워싱턴포스트가 25일 ‘클린턴과 오바마 공통의 이념적 시금석’이라는 제목으로 집중 소개한 기사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신문은 짧게는 20년(오바마), 길게는 40년(힐러리) 전의 인연이지만 현재까지도 두 사람의 정치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물이 알린스키라고 분석했다.

먼저 두 사람 모두 알린스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빈민운동 참여를 제안받았다. 전형적인 리버럴(자유주의자)이었던 힐러리는 웨슬리 여대 학생회장 시절이던 1968년 알린스키로부터 직접 제안을 받았다. 힐러리는 제안을 거부했다. 오바마는 알린스키 사후인 1985년 그의 이론을 좇는 단체로부터 같은 제안을 받았다. 컬럼비아대 졸업생 오바마는 박봉(연 1만3000달러)을 무릅쓰고 시카고 흑인 공동체 운동에 참여했다.

빈민을 조직화해 투쟁을 통해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알린스키의 가치에서 벗어나 제도권 정치에 몸을 담은 힐러리나 오바마이지만, 공히 알린스키의 세례를 받은 것만은 분명하다. 힐러리는 백악관 안주인이 된 직후인 1993년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는 알린스키가 옳았다”면서 정부의 빈민구제 프로그램이 당사자 개개인이 아닌 관료계급만 살지운다는 점을 비판한 바 있다. 오바마 역시 “시카고 흑인운동이 생애에서 가장 훌륭한 교육의 기회였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현재 알린스키와 관련한 미국 언론의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다. 급진적 좌파로 오인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실제 힐러리는 알린스키를 주제로 한 졸업논문으로 인해 클린턴 정부 시절 보수진영으로부터 집중적 비판을 받았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알린스키와 힐러리, 오바마의 관계가 대두되는 것도 보수파에 의한 이념공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두 사람의 대선 전략에서도 알린스키의 유산이 드러난다. 공허한 이상에 기울기보다 대중 개개인에 접근하려는 알린스키의 조직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합집산과 타협을 통해 정치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찾으려는 ‘이상적 현실주의자’의 면모 역시 ‘알린스키적’이다. 차이가 있다면 오바마는 ‘행동’을, 힐러리는 ‘이론’을 알린스키로부터 배웠다는 점이다.

오바마를 지도했던 시카고의 조직운동가 그레고리 갈루조는 “(차이는 있지만) 두 후보 모두 알린스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두 후보 중 한 사람을 백악관에 입성시킴으로써 우리는 보통 사람들에게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김진호특파원〉

-알린스키-

알린스키는(1909~1972)는 마피아가 설치던 1930년대 시카고 도시 빈민운동에 투신했던 급진적 좌파 사회학자이다. 특히 지역사회 조직화에 주력했다. 이론과 실천 부분에서 1960년대 좌파 운동권의 정신적인 대부 역할을 했다. 미국의 선거정치 시스템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안된다며 수동적이고 비효율적인 주류 리버럴을 비난했다. 도그마와 폭력 시위에 반대하고 버스노선과 공공주택 등의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 ‘래디컬에 대한 기상나팔’ ‘래디컬을 위한 법칙들’ 등의 저서를 남겼다. 업턴 싱클레어의 소설 ‘더 정글’에서 그의 노동운동이 묘사됐고, 최근까지 미국 팝 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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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관 가는 일은 노숙자가 청와대가는 일 만큼이나 힘들다.기술의 발전이 영화를 거실로 가져다 주지 않았다면 아기 클 때까지 영화감상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비디오가 영상을 개인적인 공간으로 끌어왔다면 DVD는 더 나은 화질과 소리를 안방으로 들여왔다.고급 홈시어터가 있다면 유사영화관의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집에 소형 5.1채널 시스템이 있지만 요즘은 사용불가다.작지만 TV소리 보단 크기 때문에 아기 재우며 영화를 볼 때 그걸 쓸 수는 없다.결국 TV 모니터의 소리만 아주 작게 켜고 TV앞에 붙어서 영화 <묵공>을 봤다.그나마 외국 영화는 자막이 있어서 다행이다.지난 번에 영화 <타짜>를 볼 때는 볼륨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무지 애썻는데 이번에는 그럴 필요는 없었다.

영화 <묵공>의 주인공은 '유덕화'와 '묵가'의 사상이다.

먼저 유덕화....지난번 국제 영화제때 한번 멀리서 본 적이 있었다.나이가 들어도 멋있으려면 살이 쪄서는 안되는구나를 생각하게 했다.유덕화는 나이가 들 수록 멋있어진다.영화 <천장지구>와 <열혈남아>에 나왔던 젊은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멋있다.눈은 깊어졌으며 얼굴에 생긴 주름사이로 연륜이 보태지기 시작했다.이런 배우들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영화에서 혈혈단신으로 양성을 지키기 위해 온 묵자의 역할을 했다.청빈함과 활동성을 확보한 혁리의 의상은 그의 카리스마와 더불어 인상적이었다.그냥 너덜 너덜하게 입은것 같지만 아주 치밀하게 계산된 내츄럴 트랜드 의상이었다.(이건 함께 영화를 본 와이프의 견해다.)

영화는 춘추전국 시대의 '이상'과 '현실'에 대한 담론을 이야기한다.왕은 '묵가'의 아나키즘적 사상이 국가 내에 퍼지는 것을 경계한다.'묵가'의 사상은 '이상적'이어서 현실을 꾸려가는데 적합하지 못하다고 말한다.그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수성'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묵가는 일종 춘추전국 시대의 '코뮌'이었다.제자백가의 사상이 다 그렇겠지만 묵가 역시 춘추전국시대의 현실에 대한 고민에 토대를 두고 나온 사상이다..하루가 멀다고 이어지는 전쟁,패권이 바뀌고 그 때마다 늘어나는 주검,피폐한 민중들의 삶......

제자백가라는 것 역시 따지고 보면 패권을 잡기위한 정치체제의 필요에 의해 양성된 것이다.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무수한 '00군' 들은 다들 식솔로 이러한 정치참모들을 끌어모았다.공자도 맹자도 자신의 철학을 팔러 다녔다.묵가는 역시 지독한 현실에 대한 타개책으로 모색된 것이다.

대학 때 묵가에 대해 배우며 '혁명적'이라는 생각을 했다.혁리는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혁리는 묵가의 사상을 압축적으로 말한다.혁리의 입을 통해 '비공'과 '겸애'라는 말이 나온다..더 깊은 함의가 있겠지만 요즘말로 하면 '반전평화주의'와 '평등사상'이다. 또한 묵가는 '검소'함을 무척 강조했다고 한다.요즘 말로 하면 '반소비주의' 정도를 갖다 붙일 수도 있을 법하다.

묵가는 기계 제작에도 깊은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영화 <묵공>에도 많이 나오는 '수성'을 위해서 '방성'도구들을 만들었다는 것은 묵가의 철학과 현실의 매개를 찾는 실천적 요소로 읽힐 수 있다..

묵가는 또한 강력한 조직력으로 유명하다.전쟁에서 패해서 집단자살했다는 것은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거의 종교적이었다.물론 이것은 묵가를 탄압하고 지적 헤게모니를 잡은 유가들의 정치적 이유때문에 확대해석된 부분이 있을 지도 모른다.또한 당시 시대적 한계였겠지만 도술이나 미신같은 것들에 의존하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묵공>에서 혁리는 묵가의 의견에 반하여 양성으로 왔다.혁리를 '좌파 자유주의자'로 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묵가의 교리를 따르지만 조직 전체의 의견보다 개인의 선택을 우선시한 그의 입장은 재미있는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영화<묵공>에서 감독이 연애라는 통속적인 스토리 라인을 만든 것은 정말이지 안타깝다.철학적인 주제를 상업영화의 틀안에서 만들어내었지만 그것을 가지고는 안전핀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나보다.하지만 그건 기우이며 사족이다.세계관의 힘이 영화를 잘 이끌어오다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이 그즈음이다.

영화는 결국 아무런 승자도 없음을 이야기한다.전쟁은 아무에게도 승리를 가져다 주지 않았다.항장군의 죽음은 힘의 논리가 갖는 순간적 승리의 덧없음에 대한 감독의 주장이다.혁리의 상대역인 항장군의 캐릭터가 좀 더 치밀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말이다.차라리 연애스토리를 버리고 항장군의 캐릭터를 조금 더 입체적이고 논리적으로 만들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어설픈 연애담에 공감하기보다는 상대적인 가치관의 대립이 더 큰 흡입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혁리가 전쟁 고아들을 데리고 떠나는 장면은 진부한 설정이다.그렇지만 묵가의 현재성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묵가의 '비공'과 '겸애'는 제국의 깃발아래 신음하는 세계에 여전히 현실적인 유효성을 갖는다.혁리가 양성을 지키기 위해 동원한 것은 '지도층의 희생과 민중들의 협력'이었다.

결국 관점은 '세계관'이다.세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그리고 어떤 대안을 찾느냐의 문제...그리고 현실의 권력관계 속에서 어떤 전술들이 택하느냐의 문제이다.

혁리의 수성은 실패했다.혁리의 실패일까? 아니면 시대의 실패일까? 여우같은 군주는 과연 성공한 사람일까?아니면 춘추전국 시대를 통일한 진이 성공한 것일까?

혁리의 실패는 묵가에서 이미 예견한 것을  재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신영복의 <강의> 중 묵가를 설명하는 짧은 글이 있다.

"초나라가 송나라를 공격하는 것을 저지하였고 초나라가 정나라를 공격하는 것을 막았다.또한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하는 것을 막았다.묵자가 송나라를 지날때 비가 내려서 마을 여각에서 비를 피하려고 하였다.그러나 문지기가 그를 들이지 않았다.조용히 일을 처리한 사람의 공로는 알아주지 않고 드러내고 싸운 사람은 알아준다"

....그게 그런 것이다....가장 혐오해야될 사람들이 그게 그런 것인지 알고 그 사악한 머리를 굴려 이득을 얻는자들이다.억울함....없다고야 하겠냐만은 신념을 다 한 자에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신념을 다하지도 못하고 머리를 굴려 살아남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만 의미가 있는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구절인데 이 상황에 딱어울리는 듯 하다.

"風來疎竹 風過而竹不留聲

"雁度寒潭 雁去而潭不留影 故君子事來而心始現事去而心隨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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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다. 오늘도 낮에 땡땡이 치고 비오는 바다를 구경하러 갈까? 점심 시간을 조금만 활용하면 빗방울 받아먹는 검푸른 바다를 만나고 올 수 있다.10년을 살았지만 이 곳은 아직 나의 도시가 아니다.그렇다고 유년시절의 기억이 남아있는 안양도 나의 도시가 아니다.그곳을 떠나온 시간이 그곳에 산 시간보다 길다.나의 청년기를 키워준 서울은 또 어떤가.밉지만 많은 기억과 생각을 만들어 준 곳.하지만 이젠 그곳에 적이 없다.

나는 아무데도 속하지 않는다.부산사람에게 나는 서울사람이고 서울 사람에게 나는 부산 사람이다.도시에 무슨 뿌리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있긴 하다.)...그 잔뿌리 조차 내게는 나의 것이 아니다.

그래도 한달음에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건 ....지금 살고 있는 도시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한 편의 시가 많은 걸 생각나게 한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의 <담쟁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고 난 이후에 해석이란 과정을 거친다.수용자의 경험,선호,이해력 등에 따라 한가지 작품은 수천만가지 형태로 재맥락화된다.도종환의 <담쟁이>를 인용한 몇 몇 사람들도 자기 위치에서 이 시를 해석했다.

열린우리당 전국여성대회인가에서 정동영 전 의장도 이 시를 낭송했고 한다.또 이번달 <객석>의 윤석화 발행인도 이 시를 인용했다.같은 시를 옮겼지만 정 전 의장과 윤 발행인은 다른 의미로 이 시를 사용한건 확실하다.전자에는 정치적 다짐같은게 있다면 후자에는 척박한 문화 시장에서 예술잡지를 경영하는 CEO의 문화적 사명감 같은게 느껴진다.

그런데 나는 윤석화 발행인이 <객석>을 맡은 이후 그 잡지를 보는게 늘 낯설다.왠지 나에게 맞지 않는 잡지를 보는것은 아닌가 하는 이질감 같은것이 느껴진다.마치 친손자 모임에 참석한 외손자같은 느낌이다.

나의 '객석유감'은 절대적으로 광고에 기인한다.윤석화 발행인이 <객석>을 인수한 후 변화는 잡지의 광고가 늘었다는 것이다.영업팀이 열심히 뛰어서 광고가 늘고 쓰러져가는 잡지를 정상화한 것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객석>에 실리는 광고는 보면 '해외명품' 광고들이 주를 이룬다.불가리,크리스찬 디올,샤넬..등등등.

예전이나 지금이나 클래식을 듣는 사람들은 좀 있는 사람들이 많다.단지 윤석화의 <객석>은 그걸 수면위로 드러내고 당당하게 선긋기 하는게 예전과의 차이일 뿐이다.윤석화의 <객석>은 명품광고를 유치하면서 '객석'을 고급화했다.최소한 광고지면의 차원에서는 말이다.그래서 요즘 <객석>을 펼치면 가끔 소수 부유층에게만 공급된다는 <노블리스>(병원같은데 가면 있다.)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음악을 좋아하고 연극을 좋아하는 부유하지 않지만 평범한 서민들은 그 잡지로 부터 배제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윤석화 발행인과 그녀의 마케팅팀은 <객석>의 주 고객을 부유층(또는 '상위층에 가까운 중산층'-있는 놈도 중산층 없는 놈도 중산층이라 믿으니까 이런 이상한 표현이 나온다.)에 가깝게 상향해서 설정한 것이 틀림없다.그 결과를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고급화된 <객석>은 문화예술의 저변을 스스로 축소시키는데 일조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쉽게 말해서 좀 관심있어서 이 잡지를 보다 가도 이거 기죽어서 보겠냐는 심정 말이다.음악을 듣고 연극을 보는 것이 수 십만원이 드는 것은 아니다.조금만 줄이면 충분히 즐길수 있다.그런데 <객석>을 읽다 보면 왠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디자이너 콜렉션을 입고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동작으로 예술을 감상하는 것 만이 '예술감상의 적자'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도종환의 <담쟁이>를 노블리스 잡지가 된 <객석>의 발행인이 인용한다.모두 힘을 내자는 단순한 의미로 읽었던 것을 내가 너무 오바해서  정치적 의미로 읽은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내가 읽고 가슴 훈훈해진 도종환의 <담쟁이>가 귀족들의 오페라 안경을 통해 읽히는게 영 찝찝하다.그래서 부질없는 잡설을 늘어놓는다.투덜 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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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5 12: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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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7-03-1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무슨 수입반인데 3만원이나..2장짜리인가 ^^ .. ..저도 요즘 음반 못듣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며칠 전에 사온 어떤 CD는 아직 비닐도 못뜯고 있습니다.이거 영....말이 아닙니다.
**님> 전 제 집에 가라앉아 있다고 주장하지요.^^ 거기가 서울이든 부산이든..
또 자유로운 것도 있어요.속하지 않는 자유로움.내가 어디 출신사람인지 저도 잘 모르는 자유로움같은거요.^^ ..요즘 세대는 점점 그래지나봐요.저만 아니라.

2007-03-16 0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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