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린스키 빈민운동’ 힐러리·오바마 이념의 뿌리
입력: 2007년 03월 26일 18:38:23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일리노이)은 공히 솔 알린스키(Saul Alinsky)의 사상적 세례를 받았다.

워싱턴포스트가 25일 ‘클린턴과 오바마 공통의 이념적 시금석’이라는 제목으로 집중 소개한 기사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신문은 짧게는 20년(오바마), 길게는 40년(힐러리) 전의 인연이지만 현재까지도 두 사람의 정치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물이 알린스키라고 분석했다.

먼저 두 사람 모두 알린스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빈민운동 참여를 제안받았다. 전형적인 리버럴(자유주의자)이었던 힐러리는 웨슬리 여대 학생회장 시절이던 1968년 알린스키로부터 직접 제안을 받았다. 힐러리는 제안을 거부했다. 오바마는 알린스키 사후인 1985년 그의 이론을 좇는 단체로부터 같은 제안을 받았다. 컬럼비아대 졸업생 오바마는 박봉(연 1만3000달러)을 무릅쓰고 시카고 흑인 공동체 운동에 참여했다.

빈민을 조직화해 투쟁을 통해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알린스키의 가치에서 벗어나 제도권 정치에 몸을 담은 힐러리나 오바마이지만, 공히 알린스키의 세례를 받은 것만은 분명하다. 힐러리는 백악관 안주인이 된 직후인 1993년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는 알린스키가 옳았다”면서 정부의 빈민구제 프로그램이 당사자 개개인이 아닌 관료계급만 살지운다는 점을 비판한 바 있다. 오바마 역시 “시카고 흑인운동이 생애에서 가장 훌륭한 교육의 기회였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현재 알린스키와 관련한 미국 언론의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다. 급진적 좌파로 오인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실제 힐러리는 알린스키를 주제로 한 졸업논문으로 인해 클린턴 정부 시절 보수진영으로부터 집중적 비판을 받았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알린스키와 힐러리, 오바마의 관계가 대두되는 것도 보수파에 의한 이념공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두 사람의 대선 전략에서도 알린스키의 유산이 드러난다. 공허한 이상에 기울기보다 대중 개개인에 접근하려는 알린스키의 조직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합집산과 타협을 통해 정치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찾으려는 ‘이상적 현실주의자’의 면모 역시 ‘알린스키적’이다. 차이가 있다면 오바마는 ‘행동’을, 힐러리는 ‘이론’을 알린스키로부터 배웠다는 점이다.

오바마를 지도했던 시카고의 조직운동가 그레고리 갈루조는 “(차이는 있지만) 두 후보 모두 알린스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두 후보 중 한 사람을 백악관에 입성시킴으로써 우리는 보통 사람들에게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김진호특파원〉

-알린스키-

알린스키는(1909~1972)는 마피아가 설치던 1930년대 시카고 도시 빈민운동에 투신했던 급진적 좌파 사회학자이다. 특히 지역사회 조직화에 주력했다. 이론과 실천 부분에서 1960년대 좌파 운동권의 정신적인 대부 역할을 했다. 미국의 선거정치 시스템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안된다며 수동적이고 비효율적인 주류 리버럴을 비난했다. 도그마와 폭력 시위에 반대하고 버스노선과 공공주택 등의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 ‘래디컬에 대한 기상나팔’ ‘래디컬을 위한 법칙들’ 등의 저서를 남겼다. 업턴 싱클레어의 소설 ‘더 정글’에서 그의 노동운동이 묘사됐고, 최근까지 미국 팝 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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