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기들의 정기모임. 1년에 두번 여름(가족모임), 겨울(동기들만의 모임) 모임이 1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는데 이번에서야 처음 참석했다. 해외출장, 일정의 문제 등으로, 고향을 떠나와서 전공과는 다른 직업으로 밥벌이를 하다보니(환경공학이란 전공을 하다보니 대부분이 전공과 관련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과친구들과 같이 하는 자리를 만들 기회가 잘 생기지 않았다.


몇년전부턴 꼭 참석해서 친구들 얼굴도 보고 예전의 우정을 나누고 싶었는데 매번 모임 일정에 나도 뭔가 일이 생겼었다. 이번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매주말 서산에서 집에 가는 걸 포기하고 토요일 오전 서산에 살고 있는 친구와 만나서 모임 장소인 문경으로 출발했다.


입학 당시 27명이었던 남자동기들 중 지금도 모임의 회원으로 회비를 내며 유대를 잇고 있는 인원은 18명 그중 15명은 참석한다고 했었는데 당일에 급한 일이 생겨 못오는 친구들이 생겨 11명이서 문경에서 1박 2일을 보냈다.


모교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녀석부터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들이 모여 짧게는 지난 7월에 만났던 친구부터 나처럼 오랫동안 참석 못했던 경우 졸업하고 처음 얼굴보는 경우까지(물론 2~3년전에 만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몇몇의 경우에) 다들 20여년전 대학신입생때 만났던 모습으로 돌아가서 어울렸다. 그때는 풋풋했던 신입생이었으나 이젠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아저씨들이었지만 우리 느낌은 다시 그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속리산 문장대도 다녀오고, 팬션 앞마당에서 족구도 하고, 준비해온 음식과 부지런하고 손빠른 친구들이 음식을 만들어주는 수고로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살아온 얘기, 지금 살아가는 얘기들 나누느라 밤이 깊어가는 줄 몰랐다. 시간이 지나며 서로의 가치관이 달라져 대선이 주제로 떠오르면 서로의 다름도 알게 됐지만, 그래도 친구들의 우정이 서로를 걱정하고 잘 되기를 빌어주는 자리였다. 안타깝게도 세상을 달리한 여자 동기가 둘이나 있음을 듣곤 서로의 건강을 챙기며 다음 모임에서는 더 건강한 모습을 기원했다.


눈이 온 아침을 바라보며 서로의 삶의 현장으로 흩어지면서 또한번 동기들이 다 잘 지내고 다음에 더 반가운 모습으로 마주하길 기원하며 헤어졌다. 가까이 사는 친구들과는 해가 바뀌기 전에 다시 소줏잔을 기울일 기회를 만들어보자고 약속하며 돌아 오는길..."친구들아 반가웠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다들 건강하고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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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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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공지영이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이야기로 책을 냈다는 얘길 듣고 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기 작가의 작품에서 고백했던 노동운동에 투신하려다 포기하고 다시 집에 들어갔다는 내용으로 비춰봤을 때 초기 작품들이 사회운동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뤘던데 비해 근래 사회문제보다는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들을 작품에 많이 담아내고 있기에 더욱 그랬다.

물론 그녀의 작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영화화 했을 때 무소와 유사한 이름의 자동차를 판매하던 쌍용자동차가 무쏘를 기증했던 일을 떠올려보면 이런 인연으로 쌍용자동차와 공지영작가가 만나리라곤 아무도 생각 못했겠지 싶다.


예전엔 이러한 뉴스를 보면 관심을 가지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조금은 고민했을텐데 요즘은 직접 내게 다가오지 않는 일은 남의 일이라고 흘려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책을 통해 사전의 전말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고 무엇인 옳은 방향인지 고민할 수 있게 해준 것은 이책의 미덕이다. 20년도 더 된 시절 학교에서 광주에 대한 비디오를 처음 접했을 때와 같은 생생한 느낌을 주고 많은 이들이 조금이나마 쌍용차 노동자들에 관심을 가지게 한건 공지영이라는 작가의 파워도 한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다만 아쉽다면 착한 사람들이 나쁜 몇몇으로부터 찢밟히고 두들겨맞고 쫓겨나고 목숨까지 놓는 불쌍한 처지로 몰렸다는 수준에서만 이야기가 머문 건 아닌가 싶다. 함께 살자는 작가의 마지막 제언이 공허한 외침으로 남지 않으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세상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적시해야 하지 않았을까?


26년의 그사람이 그렇게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26년간 떵떵거리고 살아올 수 있었던 건 그들의 행위를 단죄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그들이 악행을 저지를 수 있게 만든 구조가 지금도 계속 유지돼 와서 이듯이 지금도 쌍용차에서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구조를 바꿔놓지 않는다면 단순히 함께 하자는 구호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커다란 화두와 고민이 없더라도 이책을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쌍용차 노동자에게 작은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지금의 통증을 잊게 하는 것보다 다시 이땅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할지 근본적인 치유의 방법은 무엇일지 기대했던 건 내 욕심이 과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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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장기출장 중인 상황에서 대통령선거일이 주중에 있어 집에 가서 투표를 하고 오기 어려운 상황이라 지난 토요일 부재자 투표 신청을 하고 왔다. 신청서에 간단한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제출하면 그걸로 끝.

지난 대통령선거일도 바빠서 출근했는데 그때는 서울에서 프로젝트여서 부재자 투표까지는 할 일이 없었는데.

그런데 정작 투표일 당일에 투표하러 갈지는 모르겠다.

한명의 후보가 사퇴해서 양자대결로 선거는 가겠지만 Big3 당시에도 난 지지할 후보를 찾지 못했으니.


당선 가능성을 차치하고라도 뭔가 내가 한표를 던질 수 있는 정책을 가지고 일관되게 일 하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 한. 투표는 당선자에게만 하라고 있는 법은 아니니까. 소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 정치의 지향점을 소개하고 알릴 수 있는 후보만 있다면 난 기꺼이 한표를 던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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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7 02:28   수정 | 삭제 |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근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관련 뉴스가 들려온다. 이번엔 또 무슨 이유로 누구의 잘못으로 서로의 목숨을 뺐고 뺐기는지 알 수 없지만 그곳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떠오르는 두 장면이 있다.

몇년전 이스라엘 출장중 팔레스타인 자치구 내에 있는 베들레헴으로 가다 검문소 주변 장벽에서 만난 장면.

다섯손가락마다 불교, 이슬람, 유대교, 기독교 등의 상징과 함께 종교를 넘어서는 우애와 사랑을 그린 곳이 종교, 인종 갈등의 한 복판에 있다.

종교와 인종에 대한 편견없는, 서로에 대한 적의감을 떨쳐낼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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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탄생 - 고대 그리스 로마 문학 문학의 광장 1
시오노 나나미 외 25명 지음, 이목 옮김, 강대진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4년에 가까운 동안 700명여명의 저자가 참여한 프로젝트의 첫번째 산출물.

시오노 나나미의 이름이 전면에 나와서 1권 전체에서 큰 역할을 하나보다 했는데 시오노 나나미가 맡은 부분은 그녀의 전공인 카이사르 이야기 하나. 1권에서 다루고 있는 26편중 단 한편만.


기원전 8세기 서양문학의 시작인 호메로스의 이야기부터 고대 그리스의 비극들과 로마의 문인들의 대표작까지. 서양의 문학이 어디에 기원을 두고 있는지 자세히 다루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다양한 자료의 사진과 그림까지 독자가 쉽게 그리스 로마의 문학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책이 앞으로 열아홉권씩이나 더 있다니. 15권까지는 서양 문학 중심이고 나머지 5권은 중국, 일본, 인도/중동/아프리카 문학에 할애하는 그 방대함도 대단하다. 우리나라 문학에 대해 다루지 않는 부분이 아쉽고 기분 나쁘긴 한데, 왜 우리는 이런 프로젝트를 못하는 걸까 하고 아쉽고 부러운 부분도 있다.


서양문학이나 세계문학사를 정리하지 못하더라도 공무도하가부터 현대까지 우리문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소개하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그결과를 누릴 수 있다면 독자로서 더 바랄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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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2-11-2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오노 나나미할매의 모든 책을 소장하고 완독하려는 저 같은 독자에겐 이런 책이 참으로 난감합니다. 시오노나나미의 책에 끼워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saint236 2012-11-21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 25명이군요. 외 25명....^^;

antitheme 2012-11-2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저도 시오노 나나미, 무라카미 하루키가 참여한 프로젝트래서 한권씩 맡았겠거니
하고 구입한 거였는데...
saint236님 전체 시리즈 대비로는 700명 중에 한명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