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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마치 1 - 진옥섭의 예인명인
진옥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독일의 빔밴더스감독이 극영화가 아닌 음악 다큐멘터리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사회주의 혁명이전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쿠바 음악가들을 소개했다. 70~90대 연령의 연주자들이 사회주의 혁명이후 과거의 영화에서 추락해 거리나 3류 무대에서 겨우 생계를 유지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고 사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무용 평론가이자 두레극장의 극장장을 지낸 진옥섭이 한국의 노름마치들을 찾아가는 과정도 그와 흡사하다. 한때 춤으로 소리로 굿으로 세상을 평정했지만 산업화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서양의 문화가 들어오며 잊혀지고 천대받던 가끔씩 라디오에서 나오는 '잃어버린 소리를 찾아' 그때의 영화를 가슴속에 간직하고 사는 이들을 찾아나섰다.
진옥섭이 만남 풍류들 중 몇몇은 인간문화재나 무형문화재로 지정돼서 나름 스승과 선배들로부터 전수 받은 것을 후세에 당당히 물려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멸시와 손가락질을 피해 혼자서만 자신의 풍류를 품고 지내며 쓸쓸히 잊혀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당대에 한번쯤은 그들을 통해 접할 순 있어도 앞으로 5년 10년 후에는 잊혀지고 사려져 버려 찾을 수 없는 춤과 소리가 될지도 모르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작가의 말처럼 武, 舞, 巫, 無 속에서 다 하나가 되어 버린 탓일까?
서양의 클래식도 처음에는 종교적인 행사를 위한 수단이거나 귀족들의 소화와 수면을 돕기위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우리의 소리와 춤들도 민초들의 종교적 수단이거나 삶의 애환을 위로하는 수단이었다고 봤을 경우 그기원은 큰 차이가 없지만 여지껏 받아온 대접에선 차이가 난다. 그러한 간극을 하루아침에 메울 수는 없겠지만 좀 더 우리의 소리와 춤들에 관심을 갖고 정책적으로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갖는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 때 몇몇 친구들은 풍물을 한다고 방학 때면 부산에서 가까운 고성으로 전수 받으러 간다는 소리를 들었었고 학교 구석 한적한 곳에선 가끔씩 풍물패들이 연습하는 꽹가리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지만 학교를 졸업한 이후엔 가끔씩 TV를 통해 국악 한마당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내가 접할 수 있는 우리의 소리와 춤이었다. 한때 <서편제>로 우리 소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적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뜻있는 이들이나 그것을 찾고 복원하는데 노력을 기울였지 대중적인 관심을 끌지는 못했었다.
한순간의 이벤트가 아니라 뜻있는 사람들의 우리 것 찾기 노력이 빛을 발해 많은 이들이 우리의 소리와 몸짓을 접하고 느낄 기회가 많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