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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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공지영이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이야기로 책을 냈다는 얘길 듣고 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기 작가의 작품에서 고백했던 노동운동에 투신하려다 포기하고 다시 집에 들어갔다는 내용으로 비춰봤을 때 초기 작품들이 사회운동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뤘던데 비해 근래 사회문제보다는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들을 작품에 많이 담아내고 있기에 더욱 그랬다.

물론 그녀의 작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영화화 했을 때 무소와 유사한 이름의 자동차를 판매하던 쌍용자동차가 무쏘를 기증했던 일을 떠올려보면 이런 인연으로 쌍용자동차와 공지영작가가 만나리라곤 아무도 생각 못했겠지 싶다.


예전엔 이러한 뉴스를 보면 관심을 가지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조금은 고민했을텐데 요즘은 직접 내게 다가오지 않는 일은 남의 일이라고 흘려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책을 통해 사전의 전말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고 무엇인 옳은 방향인지 고민할 수 있게 해준 것은 이책의 미덕이다. 20년도 더 된 시절 학교에서 광주에 대한 비디오를 처음 접했을 때와 같은 생생한 느낌을 주고 많은 이들이 조금이나마 쌍용차 노동자들에 관심을 가지게 한건 공지영이라는 작가의 파워도 한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다만 아쉽다면 착한 사람들이 나쁜 몇몇으로부터 찢밟히고 두들겨맞고 쫓겨나고 목숨까지 놓는 불쌍한 처지로 몰렸다는 수준에서만 이야기가 머문 건 아닌가 싶다. 함께 살자는 작가의 마지막 제언이 공허한 외침으로 남지 않으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세상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적시해야 하지 않았을까?


26년의 그사람이 그렇게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26년간 떵떵거리고 살아올 수 있었던 건 그들의 행위를 단죄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그들이 악행을 저지를 수 있게 만든 구조가 지금도 계속 유지돼 와서 이듯이 지금도 쌍용차에서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구조를 바꿔놓지 않는다면 단순히 함께 하자는 구호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커다란 화두와 고민이 없더라도 이책을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쌍용차 노동자에게 작은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지금의 통증을 잊게 하는 것보다 다시 이땅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할지 근본적인 치유의 방법은 무엇일지 기대했던 건 내 욕심이 과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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