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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나라 ㅣ 지혜의 시대
노회찬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평점 :
지난 여름 아침 뉴스를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그전 며칠동안 그와 관련된 좋지 않은 뉴스를 접했었지만 설마하는 생각에 큰 일이 아니겠거니 했는데 그가 우리의 곁을 떠났다.
그날밤 내일모레면 지천명의 나이인 친구녀석은 목놓아 꺼이꺼이 울고 싶은데 같이 울어줄 사람이 없어 슬프다는 글을 남겼다. 그외에도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를 떠나보내는 사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생각한게 그가 남긴 글들을, 책들을 읽으며 그를 기억하는 방법이었다.(그의 책들을 구매하면 작은 금액이라도 유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발상이었는데 그가 남긴 글들 중 많은 것들은 정식 출판된 책이 아닌 경우가 많았고 그나마 정식 출판된 책들 중에서도 절판이라 중고시장에서 구매한 것들이라 목적과 다른 결과를 가져온 경우가 더 많았다.)
민주노동당이 우리에게 크게 다가왔던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쓴 선대본 일지를 통해 세상에 나온 <힘내라 진달래>, 민주노동당을 해산하고 진보신당 시절 이땅에서 진보는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어떻게 정치해야 하는지를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들과 머리를 모아 하나의 책으로 묶은 <리얼 진보>, 이후 정의당 시절 유시민, 진중권과 함께 한 팟캐스트를 엮은 <생각해봤어?> 등 다양한 주제와 형태로 그의 글들은 남아있다.
그리고 그가 몸담았던 인민노련과 관련된 글들, 그리고 그와 함께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활동을 함께 했지만 그와 다른 길을 간 많은 이들의 모습과 그들의 글들도 들여다 봤다. 민중당 시절 선배그룹인 이재오, 김문수, 사회주의가 몰락하자 기성정치로 먼저 장을 옮긴 송영길, 뉴라이트의 선봉장이 되어 이명박 정권에서 국회의원이 된 신지호, 사민주의자로 전향해 버린 인민노련 시절부터 동지인 주대환, 진보신당의 노선을 포기하고 통진당으로 합류한 그를 떠나보내야 했던 그리고 그보다 먼저 생을 마감한 이재영, 최근 민주당으로 옮겨 진보정당에서 할 수 없었던 일들을 기성정당의 힘을 빌어 실현하려고 하고 있는 박용진, 박주민 등 그가 많은 이들을 떠나보냈듯이 이제 나도 그를 보낸다.
그가 이책에서도 고백했듯이 "해외에 나가서 정의당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진보정당이면서 왜 그렇게 보수적이냐는 물음을 듣기도 합니다. 자기네들의 중도정당과 비슷하다고 하기도 하지요. 그만큼 우리나라 진보정당도 나아갈 여지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P.91)고 한 것처럼 그는 많은 숙제를 남기고 남은 이들에게 부탁하며 떠났다.
'6411번 버스를 아시나요?'라는 그의 연설 내용처럼 이땅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거기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존재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을 위해 살아 온 그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봤다.
인민노련에서부터 이땅에 진보정당을 통해 어렵고 약한 이들을 대변하겠다는 40년 가까운 그의 삶의 괘적은 단지 그만의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의 삶에도 공과가 있지만 그것을 따지기 앞서 그가 이루려고 했던 이상과 가치는 남은 이들이 꿈꾸며 이땅에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