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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었다고? 아냐 아냐! ㅣ 과학과 친해지는 책 2
벼릿줄 지음, 조위라 그림 / 창비 / 2006년 12월
평점 :
우리나라엔 훌륭한 발효식품이 많다. 물론 다른 나라들에도 치즈를 비롯해 다양한 발효식품들이 있겠지만 이책을 보며 여지껏 미쳐 알지 못했던 우리 발효식품들의 다양한 내용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난 이책에서 소개된 발효식품 중 된장과 김치정도만 즐기지 나머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다. 하긴 고향이 부산에서는 젓국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가자미식해는 이름조차 생소한 음식이고 새우젓을 별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긴 하지만.
내가 학교을 다니던 때만 해도 혼분식이 장려되고 우리의 전통 음식들보다는 피자나 햄버거 같은 외국의 패스트푸드들이 소개되며 유행처럼 번져가던 때였고 내 식성이 비교적 면이나 밀가루 종류를 좋아하는 터여서 발효식품을 접하기는 쉽지가 않았다. 책에서도 소개한 것처럼 청국장의 냄새에 도망가는 아이들처럼 된장찌게의 처친 듯한 맛을 피하기 위해 마가린이랑 된장찌게랑 같이 밥을 비벼 먹는 방법 등을 통해 겨우 겨우 우리 음식들과 친분(?)을 다지기도 했다. 그나마 김치 종류들은 좋아해서 잘먹는다고나 할까.. 20년도 더 지난 옛날이지만 당시에도 벌써 김치를 입에 대지도 못하겠다는 친구들이 있었으니.
그런데 나이를 한살 두살 먹어가며 입맛도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예전엔 그다지 찾지 않던 된장찌게나 청국장찌게가 먹고 싶을 때가 생기고 안먹는다고 불편한 건 아니지만 외국 출장 등의 이유로 장기간 우리 음식을 접하지 못하다 집에 돌아와서 된장찌게를 먹으면 느끼는 그 개운한 느낌. 나이를 먹어서 느끼는 느낌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내또래들이 이런 훌륭한 우리 발효식품을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들이 없는 점은 걱정이다. 얼마전 사회를 놀라게 했던 중국산 김치들의 폐해를 생각한다면 사먹는 편리함도 이해가 되지만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집에서 만들어진 우리 음식이 진정 우리 발효음식과 어울리는 생산방식일 것이다. 영득이 엄마처럼 당장의 이윤보다는 먹는 이들의 건강과 우리 음식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음식이 우리 발효음식의 우수함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만이 제대로된 발효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
처음엔 발효시키는 미생물의 이름들에 어려워 하던 아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학습과 재미를 함께하는 책의 구성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