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샘물 세 모금 ㅣ 창비아동문고 226
최진영 지음, 김용철 그림 / 창비 / 2006년 7월
평점 :
준우는 두 달쯤 전 쓰러져 많이 편찮으신 왕할머니(증조할머니) 병문안을 나섰다. 아기 때 엄마가 돌아가셔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같이 보내고 막둥이로 사랑을 독차지 했던 준우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할머니의 병환은 이가 옮아 머리를 짧게 깎은 것보다 더 준우를 우울하게 했지만 왕할머니는 참빗을 꺼내 준우의 이를 잡아주시며 참빗과 도깨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왕할머니(증조할머니)의 참빗에 숨어 지내던 도깨비 돌쇠를 만나 왕할머니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준우가 모험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생각났다. 하지만 항상 바쁜 토끼도 카드 여왕도 없지만 도깨비 돌쇠와 함께 여행하며 준우가 만난 친구들은 내게 더 가깝게 느껴졌다.
참빗에 숨어지내며 오랜 시간동안 왕할머니와 동고동락했던 도깨비 돌쇠 그리고 돌쇠를 따라간 도깨비들의 모임에서 만나게 된 아기 도깨비 우정이는 왕할머니를 생각하는 준우의 효심에 감격해서 그를 도와 젊어지는 샘물을 찾아 나서는 모험을 떠난다. 젊어지는 샘물을 찾아 떠나는 여정 속에서 만난 구미호 사랑이, 젊어지는 샘물을 지키는 영물인 이무기 그리고 그와중에 만나게 되는 쪽박귀신, 몽달귀신 등 만나게 되는 하나하나가 우리 사전적 설명의 대상에서 벗어나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캐릭터로 다가왔다. 이들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냈던 우리 문화를 다시 한번 돌이켜 보고 그것들이 가지고 전해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따뜻한 심성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자연은 그 섭리를 거역하지 않는 선에게 준우에게 젊어지는 샘물 세 모금을 허락한다. 준우는 그 이상의 욕심을 잠시 부려보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왕할머니에게 돌아와 병을 낫게 해드린다.
그런데 왜 세 모금 이었을까? 왕할머니는 세모금중 한모금은 자신을 위해 드시지만 나머지는 가족과 이웃을 위해 집을 지키듯이 서 있는 감나무와 마을 흐르는 시내에 뿌려주길 원하신다. 혼자만의 욕심을 챙기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고 그이상은 가족과 이웃에게 나눠주시는 지혜를 보여주신다. 자그마한 것을 얻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사는 우리의 모습에 경종을 울려주는 모습이시다.
준우네 가족에게 왕할머니가 계셔 가족들간의 사랑과 우애를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시 듯이 우리 사는 주변에도 이러한 어르신이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첫머리에 도깨비와 참빗을 연결시키기 위해 준우가 씨름을 배우다 이가 옮아 머리를 자른 설정이나 새엄마와의 갈등과 해소과정은 조금만 더 잘 다루었으면 이야기를 더 풍성하고 훌륭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느낌이라 조금은 아쉽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을 다 날려버리고도 남을 준우와 돌쇠 그리고 우정이의 모험과 우정은 한편의 재미있는 민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그들 속에 내가 빠져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