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3 - 고난을 넘어서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장요가 조조에게 포위된 관우를 설득하는 장면)
"그대가 나에게 세 가지 이로운 점을 말했으니, 나도 세 가지 약조를 구할 것일세. 만일 승상께서 들어주신다면 지금 당장 갑옷을 벗고 항복하겠으나, 들어주지 않는다면 차라리 세 가지 죄를 범할지언정 죽음만이 있을 뿐이네."
"승상께서는 도량이 너그러우신데 어찌 받아들이지 않겠소이까. 세 가지 약조나 어서 말씀해보시오."
"첫째, 내가 유황숙과 함께 한나라 종묘사직을 바로 세우기로 맹세했으니, 이제 내가 항복하더라도 오직 한나라 황제께 하는 것이지 결코 조조에게 항복하는 것이 아니며, 둘째, 두 분 형수님께 유황숙의 봉록을 내려 부앙하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아무도 거처에 들이지 않을 것이며, 셋째, 유황숙이 어디 계신지 아는 날에는 천리라도 만리라도 가리지 않고 돌아갈 것이오.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승낙하지 않으면 맹세코 항복하지 않겠소. 그대는 어서 가서 승상의 회답을 받아오시오."-11-12쪽

(비가 유표의 처남 채모에게 쫓기는 장면)
"적로야, 적로야, 네 정녕 주인을 해치려느냐!"
그순간이었다. 적로마가 갑자기 몸을 꿈틀하더니 물 위로 몸을 솟구쳐 발끝으로 가볍게 수면을 걷어찼다. 세길이나 되는 거리를 단숨에 건너뛰어 순식간에 서쪽 기슭으로 나는 듯이 올라섰다. 물보라가 온통 하늘을 뒤덮어 사면이 안개낀 듯 자욱했다. 유현덕은 마치 구름과 안개 속을 지나온 듯한 황홀경에 빠져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241쪽

(단복(서서의 가명)이 유비의 적로마를 살펴보며 유비에게 말을 건네는 장면)
"그야 주인을 구한 일이지, 주인을 해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말은 결국에는 한 주인을 해치고 말 것입니다. 저에게 좋은 방법이 있으니 한번 그대로 해보시지요."
"그래 어찌하면 되겠소?"
"공이 마음속에 원수처럼 여기는 사람이 있거든 그 사람에게 이 말을 보내십시오. 먼저 그를 해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거두어 타시면 무사할 것이오."
유현덕은 그 말을 듣고 낯빛이 변했다.
"선생은 이곳에 오자마자 내게 바른 길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어찌하여 내 몸을 살리기 위해 남을 해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오? 나는 결단코 선생의 말을 따를 수 없소."
단복이 빙그레 웃으며 사죄한다. -259쪽

(단복이 조조의 계략에 빠져 유비를 버리고 조조에게 가며 제갈공명을 추천하는 장면)
"그 사람은 함부로 불러올 사람이 아닙니다. 사군께서 몸소 가셔서 청하십시오. 만약 이 사람만 얻는다면 주나라가 여망을 얻고, 한나라가 장량을 얻은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 사람을 선생과 비교하면 재덕이 어떻습니까?"
"어찌 저를 그런 분과 비하겠습니까? 제가 노둔한 말이라면 그는 기린이요, 제가 보잘것없는 까마귀라면 그는 봉황입니다. 그분은 항상 자기를 관중과 악의에 비하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관중이나 악의도 그를 따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는 참으로 경천위지하는 재주가 있으니, 천하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인물입니다."-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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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2 - 패권을 다투는 영웅들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소패성을 여포에게 빼앗긴 후) 장비가 칼을 뽑아 목을 찔러 죽으려 하자 유현덕이 달려들어 칼을 빼앗아 던지며 말한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형제는 손발과 같고, 처자는 의복과 같다 하였다. 의복이야 떨어지면 기워입을 수 있으나 손발은 한번 끊어지고 나면 다시 이을 도리가 없는 법. 우리 삼형제가 도원에서 형제의 의를 맺을 때에 비록 한날 한시에 태어나지는 못했을지언정 같이 죽기로 맹세한 일을 벌써 잊었더냐? 내 비록 성과 가족을 잃었다고 해서 어찌 형제를 죽게 하겠는가. 더구나 성은 본래 내 것이 아니요. 가족은 비록 잡혀 있다지만 여포가 반드시 해치지 않을 터이니 앞으로 구해낼 방도가 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네 어찌 한순간의 잘못으로 목숨까지 버리려 든단 말이냐?"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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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03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포는 한족이 아니고 중국인이 이른바 오랑캐라고 말하는 북적,남만,서융,동이중 아마 북적계열의 기마 민족출신이라고 하더군요.그래선지 삼국지에선 좀 나쁘게 묘사되고 있읍니다.

마늘빵 2009-11-04 09:1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읽으면서 그런 부분도 느꼈습니다. 여포도 큰 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한 인물인데 다른 성주(?)들과는 다르게 너무 일개 장부처럼 묘사를 하는 듯 하더군요. 그 밑에도 따르는 여러 장수들이 있는데.

하얀마녀 2009-11-04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황석영 삼국지를 갖고 있지만 지난 번 누구랑 같이 순방다닌다고 할 때 확 불싸질러버릴까 했었는데 게을러서 그러질 못했었는데 위장전입(?)이었다고 다시 나오는거 보고 마음을 바꾸긴 했지만 역시 게으름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삼국지는 읽으면 읽을 수록 얘들 허풍은 끝내준다는 생각이...

마늘빵 2009-11-05 00:26   좋아요 0 | URL
어릴 적 황병국 역으로 읽고, 이번이 아마 네 번째인가 그럴 겁니다. 읽을 때마다 재밌어요. 이제 등장인물들도 익숙해서 대략 얘가 나오면 이런 스토리가 이제 나온다는 것도 알고. 줄거리보다는 다른데를 눈여겨보게 되네요. 싸움에서 허풍은 끝내주죠. 그런 거 없음 근데 읽는 재미가 떨어져요. ^^
 
준비가 알차면 직업이 즐겁다 직업에 관한 고찰 2
탁석산 지음 / 창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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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은 남에게 보이려고 구색을 갖추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 지식 외에 자신이 진짜로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오래 하다 보면 교양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교양의 특징입니다. 교양이란 누구나 알아야 할 보편적인 지식의 수준이나 정도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교양이란 특정한 지식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교양인이라면 이것만은 꼭 알아야 한다."라는 말을 곧잘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교양이 무엇인지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이런 말이야말로 교양을 치장으로 취급한다는 증거입니다. -80쪽

교양은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단기에 속성 재배할 수 없습니다. 교양 있는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필요하고, 스스로 교양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교과목 외에 자신이 조금이라도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조금씩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교양이 생길 리 만무합니다. 인내심을 갖고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입니다. -82쪽

단행본에는 주로 소수의 견해가 소개됩니다. 대중매체가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생각되지만 억압되는 것들이 매우 근거 있게 소개됩니다. 많이 팔리지는 않지만 다양하고 깊이 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므로, 자신만의 생각을 형성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116쪽

머릿속이 섹시한 것이야말로 개성 있고 매력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머릿속이 섹시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게 끌리고 있는 것입니다. -117쪽

"생각과 믿음은 다른 모든 문제와 함께 너를 내리누르는, 아니 그것들보다 더 심각한 중요한 문제이다. 음식, 살고 있는 곳, 공기, 사회가 너를 변모시키고 규정한다고 너는 말하겠는가? 그렇다면 너를 더욱 그렇게 만드는 것은 너의 견해이다. 왜냐하면 너의 견해가 너로 하여금 네가 먹는 음식, 장소, 공기, 사회를 선택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니체, <유고>)-154-155쪽

사람이 평생 놀고먹을 수는 없으므로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일이 자신의 인생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사람이 일을 선택하고 사람이 일의 주인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인생의 주인이 됩니다. 그만큼 일은 인생에서 중요합니다. 한 사람의 생애를 평가할 때 얼마나 잘생겼는지, 얼마나 부자였는지, 얼마나 공부를 잘했는지를 말하지 않습니다. 결국 무슨 일을 했고 무엇을 남겼는가를 이야기합니다. 일을 통해 인생은 의미와 가치를 얻습니다.-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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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2009-10-30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준비에 만족하면 결과에 미련이 없던데요.

마늘빵 2009-10-30 09:09   좋아요 0 | URL
네, 준비에 만족하면 결과에 미련이 없지요. 넓게 적용하자면, 단순히 남들따라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토익토플 준비하는 것도 준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엄밀히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건 '준비'에 속하지는 않습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대학생들이 봐도 좋습니다.
 
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 직업에 관한 고찰 1
탁석산 지음 / 창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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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부모 앞에서는 부모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겁니다. 그래야 사는 게 편하거든요. (중략)
이보다 큰 문제는 부모가 자식에게 어렸을 때부터 은연중이든 공개적으로든 특정 직업을 주입한다는 것입니다. -49쪽

노숙자라고 해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도 일거리를 찾아 나섭니다. 카메라는 길거리에 버려진 파지를 주워 리어카에 싣고 팔러 다니는 노숙자를 따라다니며 그 모습을 담았습니다. 그는 하루에 2만 원 정도 벌어 그 돈으로 밥을 사 먹습니다. 자기가 번 돈으로 밥 사 먹는 것에 그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다른 노숙자들처럼 무료 급식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비록 벌이가 변변하지는 못해도 그것이 그의 자존심을 지켜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83쪽

직업이란 단순히 먹고살려고 돈을 버는 방편이 아니라, 인간다운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입니다.-84쪽

돈이 많아도 놀고먹으면 안 되지만, 돈도 없는 형편에 일하지 않는다면 생계뿐 아니라 심하면 목숨도 위협을 당하므로 더더욱 안 될 일입니다. 먹을 것도 사고, 집세도 내고, 옷도 사 입어야 살아갈 것 아닙니까. 매우 단순하고, 매우 강한 현실입니다. 단순할수록 강한 것이 세상 이치인 법이라, 먹고살기 위해 사람들은 무엇인가 일을 해야만 합니다. 그것도 자기 힘으로 일해서 먹고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88쪽

사람은 타인과 접촉하지 않고는 자신의 외모나 성격을 제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남과 접촉해야 합니다. 일이 그런 역할을 해 줍니다.-108쪽

자신이 원하는 것과 자신의 능력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고, 능력과 성취 사이에도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운이 엄연히 우리의 희망과 성취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직업을 택하든 실패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운이 따르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시작한다면, 실제로 실패했을 때 크게 좌절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137쪽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 그 말에는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하느냐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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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9-10-28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에 대한 철학적이면서도 현실적 사색을 담은 책이 한권 나왔음 좋겠어요. 알랭 드 보통 신간 보니 잠시 언급되긴 하더라만 뭐랄까 진짜 인생의 일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겐 너무 가벼운 이야기일 뿐인거 같아요.

마늘빵 2009-10-28 22:43   좋아요 0 | URL
보통 씨는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가까이 다가갔다 멀리 나왔다 하지만, 관찰자 시점을 벗어나지 못했죠. 그게 또 보통 씨 책의 컨셉이고.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면서 깊이 들어갔다 나오는 게. 순전히 탁석산을 좋아해서 나오자마자 읽었습니다. 철학적 접근이라기엔 가벼운데,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할 말만 끄집어내서 잘 정리했습니다.

BRINY 2009-10-2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보관함에 넣습니다.

마늘빵 2009-10-29 10:26   좋아요 0 | URL
2권도 있습니다. 오늘 출근길에 읽었는데, <준비가 알차면 직업이 즐겁다> 학생들에게 추천해주면 좋겠더라고요. 창비 직업 시리즈가 있는데, 금태섭 변호사도 인터뷰한 책이 있고. 수준은 딱 중고등학생입니다. 중학생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머큐리 2009-10-28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아프님...ㅎㅎ

마늘빵 2009-10-29 10:26   좋아요 0 | URL
^^

비연 2009-10-29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가와요. 아프님^^ 새글 발견하고 바로 들어왔습니당~~

마늘빵 2009-10-29 10:26   좋아요 0 | URL
^^
 
삼국지 1 - 도원에서 맺은 의리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7월
구판절판


어떤 이는 정의와 의리를 볼 것이며, 어떤 이는 권모와 술수를, 그리고 어떤 이는 경영과 처세를 읽을 것이다. 번역을 위해 <삼국지>를 찬찬히 다시 보면서 나는 읽을 때마다 자신이 처한 사정과 나이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전에는 유비 삼형제가 모두 죽어버리고 나면 신명도 없어지고 어쩐지 허전해져서 대충 읽어치우게 되었는데, 이제는 후반부로 갈수록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전해지던 것이다. 역시 <삼국지>를 읽는 맛은 가슴이 썰렁해지도록 밀려오는 사람의 일생이 덧없다는 회한과, 그에 비하면 역사는 자기의 흐름을 갖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든 옳고 그름을 판결하게 된다든가, 조금 주어진 생이지만 사람은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반성 등일 것이다.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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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10-29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부분을 읽으니
얼마전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자식에게 삼국지를 읽힐 일이 없게 됐으니 팔아도 되겠다 해서, 싼값에 처분한 것이.. 매우매우매우 후회되네요 -_-

10권까지 읽으며 주인공은 유비 삼형제가 아니었다는 걸 깨닫고 새삼 놀랐었는데 ^^

아프님, 방가방가-

마늘빵 2009-10-29 10:22   좋아요 0 | URL
작년 창비 행사 때 사놓고 이제 읽고 있어요. 일단 사두고 끌릴 때 읽자는 주의라서, 오래 묵혔죠. 이보다 더 오래 묵히고 있는 책들도 많고. 황석영 본으로 읽고 장정일이나 박태원 본으로 다시 읽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