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중에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부터 집에 돌아오면서까지 씨발씨발 거리는 때가 두세 차례 있다. 그렇다. 예비군 훈련 하는 날. 이렇게 한지도 벌써 6년째. 실질적인 훈련은 올해가 끝이고, 내년부터는 소속만 예비군이라고 하는데, 난 훈련하지 않고 소속만 되어 있어도 스트레스 받는다. 내가 왜 '예비군'에 소속되어야 하는 건데? 군대 2년 2개월에, 실질적인 예비군 훈련 6년, 그리고 소속 4년이던가. 이 나라에서 태어난 신체 건강한 남자는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이 짓을 해야 한다. 2년 2개월, 이 세상에 나는 없다, 라고 생각하고 - 이런 생각을 하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들고 무서운 건지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 산 걸로 끝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이라니.  

  때리지 않는다고 폭력이 아닌 것은 아니다. 군복을 입어야 하는 생각, 군복을 입고 집을 나서는 것, 군 부대를 눈으로 보는 것, 내려서 그 입구를 통과하는 것, "예비군들 복장 착용하고 여기로 집합합니다" 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것, 그리고 탄띠와 수통 차고, 총 들고, 하이바 쓰고, 사열 종대로 줄 서야 하는 것, 왼발 왼발 하는 구령에 맞춰 모두가 하나되어 발맞추어 앞으로 가야 하는 것, 정신 교육 시간에 미국이 어쩌고, 북한이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 총 들고 전진 앞으로! 외치며 산을 기어 올라야 하는 것, 기타 등등 너무나 많다. 내겐 이 모든 것이 너무 큰 고통이다. 이걸 연중 두세번 경험해야 한다니.  

  오늘이 그 날이다. 동사무소에서 진행하는 훈련을 받았으면 인근 학교 운동장에 간다고 하는데, 내게 연락도 안 하고 무단불참이라고 했었지. 그래서 오늘 두 시간 걸려 산 속으로 갔다. 동네에서 받으면 저런 구령 안 붙여도 되고, 사열 종대 줄 맞춰 서지 않아도 되는데, 행정상의 잘못으로 내가 이 경험을 하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그들은 알기나 할까. 웬 미친놈이 받으라면 그냥 받을 것이지 연락 못 받았다고 전화해서 항의를 해,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테지. 지난번에 항의했더니 이번에는 나를 특별히 잘 챙겨주었다. 팩스도 보내서 확인서 받고, 엽서도 등기로 보내고, 전화도 하고, 문자도 하고. 그런데 여전히 메일은 안 오더라.

  휴 힘들다. 이 더운 날 띠엄띠엄 내리는 비 맞으며 산 속에서 훈련하는 것도 힘들고, 비 그치고 땡볕 아래서 산 오르는 것도 힘들고, 모든 게 힘들다. 내 몸이 힘든 건 아주 미약하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을 경험하기 위해 내 정신의 스위치를 꺼야 하는 것이 더 힘들다. 스위치를 끌래야 끌 수가 없기 때문에. 여기 와 있는 동안은, 나를 잃어버린 느낌이다. 그래, 군대에 있을 때도 그랬다. 이런 비슷한 말을 했더니,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너를 버리는 게 당연하다고. 그게 뭔지나 그들은 알기나 했을까, 이해나 했을까. 부대 면회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에혀, 또 이렇게 국가 폭력의 하루를 견뎌냈다. 이제 한 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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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0-06-15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들에게 너희가 가기싫은 군대에 안가도 되고 예비군 훈련 안받아도 되려면 통일해야한다라고 말하지만, 지금은 학생들 맘에 절실하지 않겠지요...

2010-06-15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06-15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했어요. 남은 한 번 잘 버티고요. 담백한 노래라도 들으면서 휴식을 취하세요. 더운 날 고생한 것보다 정신적 외상이 더 안타깝네요.

글샘 2010-06-15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업 하는데, 요란한 왱~~~ 미친 싸이렌 소리... 이것도 국가 폭력이죠.
그래도 요즘엔 책상 밑에 기어들어가란 말 안해서 다행입니다. ㅠㅜ
가만히 있어도, 참기 힘든 요즘입니다.
천안함 거짓말 들통나는데도, 계속 4대강으로 밀어붙이고,
월드컵으로 도배하려는 속셈이 빤히 보여요.

연봉 95만원 김정우, 142억원 메시... 쓰바... 똑같이 뛰고... 정말 국가 폭력이죠.

보석 2010-06-16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카스피 2010-06-1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예비군 훈련이라 어느분들은 휴가간다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예전보다 훈련이 힘들어 졌다고 하던데 고생 많으셨겠어요^^

다락방 2010-06-16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거기(?)에 없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