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결국 오세훈이 한명숙을 0.6%차로 이겼군요. 그런데, 왜 이 상황에 노회찬이 욕을 먹어야 하는지?! 진보신당 게시판이나 인터넷 아고라 등을 돌아다니다보면, 노회찬 욕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노회찬이 무슨 죄임? 민주당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진보신당 당원들까지도 노회찬을 욕하는 것 같은데 도무지 이 사람들을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네요. 아마도, 오세훈과 한명숙의 표 차가 0.6%이고, 노회찬의 득표율이 3.3%이라는 데 이유가 있겠지요. 노회찬이 사퇴하고, 한명숙에게 밀어줬더라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을 거 아니냐, 하는 의미겠지요.
그런데, 생각 좀 해봅시다. 노회찬이 한명숙과, 진보신당이 민주당과 같다면 왜 후보를 따로 냅니까. 물론, 압니다. 이번에 반MB 연대 해보자고, 정권 제대로 심판해보자고, 국민참여당이나 민주당이나 진보신당이나 민노당 등 범야권이 결집해 후보를 대부분 단일화했다는 것을요. 모르지 않습니다. 정권 심판 좋습니다. MB 심판해야죠. 그런데, 그건 정당과 후보들 간에 합의가 되고, 그들을 지지하는 지지자들까지도 합의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진보신당은 민주당과 차별화된 정치를 해보겠다고 후보를 따로 냈고, 소수지만 이들에겐 지지자가 있습니다.
심상정이 사퇴했습니다. 외부 압력 때문이 아니라고 하지만, 많은 이들이 심상정에게 양보하라고 요구했죠. 타의가 아닌 자의라고 하지만, 그 자의는 순수한 자의는 아니었습니다. 진보 정치 해보겠다고 후보로 나왔는데, 그들과 다른 민주당과 단일화하라고 요구한다면 이건 분명한 폭력입니다. 노회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명숙이 아쉽게 안 된 건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모자란 0.6%의 표를 노회찬에게 요구하는 건, 단일화 하지 않았다고 노회찬을 욕하는 건 당신들의 과도한 욕심입니다.
서울과 경기도가 화룡점정을 찍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강남 3구의 무서운 투표율도 자기의 이익에 기반한 것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자기의 이익보다는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 택하길 바라지만, 이 역시 강남 3구 오세훈 지지자들에 대한 제 욕심입니다. 그들은 제 이익에 기반해서 오세훈을 찍었고, 다른 구의 낮은 투표율은 그들의 무관심으로 당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겁니다. 오세훈이 됐다고 하나 서울시민 네 명 중 한 명의 지지로 된 것이고, 다른 한 명은 한명숙의 지지자입니다. 그리고 투표 하지 않은 다른 둘은 누가 뭘 해도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향후 자신이 몸으로 체험하게 될 정책들로 인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사람들이죠.
오세훈이 이겼다고 하나 사실상 이긴 게 아닙니다. 결과만 놓고 보지는 맙시다. 한명숙이 오세훈과 아침 여덟시까지도 결과를 알 수 없는 박빙의 승부를 겨루었고, 노회찬이 진보신당 평균의 지지율을 얻었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 노회찬이 단일화를 하지 않아서 한명숙이 패했지 않냐는 시각은, 여기까지 열심히 달린 노회찬과 그의 지지자들을 무시하는 행태입니다. 오세훈이 패했다면 그의 지지자들이 자유선진당 게시판에 가서 지상욱을 욕할까요.
저는 진보신당 당원이면서 한명숙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노회찬을 지지하고 싶었지만 MB심판에 대한 욕심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고민, 또 고민 끝에 그런 선택을 했습니다. 진보신당과 노회찬에겐 참으로 미안합니다. 언제까지 진보신당과 민노당이 당신들이 싫어하는 자를 심판하기 위해 불쏘시개로 사용되어야 합니까. 이들은 진보정치를 해보겠다고 당을 만들었고, 오랫동안 지지자를 모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광역 비례대표 결과 진보신당과 민노당 둘 다 3.6%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의 지지자가 각각 다르듯,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의 지지자도 각각 다릅니다. 거대 정당을 위해 작은 정당들이 희생만 할 수는 없습니다.
노회찬을 욕하지 맙시다. 오히려 (당원들의 경우) 노회찬을 지지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해합시다. 그리고 그가 결승선까지 달려온 것에 대해 수고했다 말 한마디라도 해줍시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아쉽지만 받아들입시다. 오세훈과 한나라당은 이겨도 이긴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