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대개의 미래사회를 그린 영화들이 그렇듯 에디슨 시티 또한 범죄율 0%를 자랑하는 미국 최고의 살기 좋은 도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범죄를 미리 예상하는 집단이 있었더랬고, <이퀼리브리엄>에서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없애는 약을 주입함으로써 평화를 달성했고, <브이 포 벤데타>에서는 국가의 주도 하에 모든 역사와 사건이 조작되고, 이들의 공권력으로 시민들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랬다. 그 외에도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들이야 수도 없이 많지만, 또 앞서 언급한 어떤 영화는 평화로운 미래사회보다는 통제받는 미래사회에 촛점이 맞추어졌다고 하지만, 대개의 미래사회를 그린 영화들은 평화롭다. 오늘날과 같은 범죄가 난무(?)하는 사회는 예상할 수 없다.  



* 영화에서 가장 무자비한 요원으로 나왔다. 인정머리라곤 조금도 없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가지쳐야 한다는  사고방식. 심리적인 불안감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그가 저지른 행위의 결과로 인해 죽음을 맞는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느니.

  범죄율 0%의 사회를 평화로운 사회라고 볼 수 있을 때 '에디슨 시티'는 매우 평화롭다.  영화 <에디슨 시티>의 범죄율 0%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F.R.A.T는 워낙 영화 속에서 순식간에 지나갔던지라 무엇의 약자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비밀경찰조직과 같은 것이다.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이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극비다. 그들은 범죄가 일어나는 곳이면 어디든 출동하고, 어떤 방식을 사용하여 현장을 제압하는가 하는 것은 순전히 그들에게 달려있다. 야구방망이를 쓰고 싶다면 쓰는 거고, 총을 사용하고 싶다면 총을 사용하는거고, 그냥 주먹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주먹을 사용하는거다. 사건을 어떤 식으로 어떻게 해결하는가 하는 것은 현장에 출동한 비밀경찰 프랫 각각의 개인들에게 달려있다.

  어느날 프랫이 연루된 살인사건이 재판에 회부되고, 이 지역신문 신참기자 폴락은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낌새를 챈다. 신문사 편집장인 애쉬에게 도움을 청해보지만 애쉬는 공권력에 다가가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 그저 추측으로 일관한 기사는 기사가 아니라 소설이라며 정말 기사다운 기사를 쓰고 싶다면 취재를 하라고 한다. 현장을 발로 뛰며. 애쉬의 조언으로 현장 취재를 하던 폴락은 슬슬 잊혀지던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게 되고, 그 와중에 여자친구와 함께 길거리에서 딱 죽지 않을 만큼 폭행을 당한다. 주먹 몇 방에 이렇게 만들 수 있는건 그들 뿐이다. 여자친구는 혼수상태로, 자신은 위험을 피해 지역 검사의 버려진 시골집으로 가지만 역시 안전하지 않다.



* 헐리우드 최고 관록의 배우와 헐리우드 초짜 배우의 만남.  정말 화려한 출연진이다. 모건 프리먼. <쇼생크 탈출>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부터 <딥 임팩트> <하이크라임> <블루스 올마이티> <드림캐쳐> <더독>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이 배우가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건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였다. 주연이라 할 수는 없지만 주연 못지 않게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더랬다. 늙은 체육관장과 나이든 여자 복서와의 매개 역할이랄까. 두 배우도 멋있었지만 나에겐 모건 프리먼이 더 멋있게 보였다.

* 오른쪽엔 2000년 빌보드 선정 최고의 그룹이라던 '엔싱크'의 리드보컬 저스틴 팀버레이크. 그는 이후 솔로활동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혔지만, 여자친구인 카메론 디아즈의 영향으로(지금도 사귀고 있는지는 나도 의문) 영화계에도 눈독들이다가 <에디슨 시티>로 화려한 신고식을 마쳤다.  영화에선 뭐 저런 별 배우같지도 않은 (헐리우드 남자배우들은 잘생겨야한다는 편견은 버려) 애가 나왔담 했는데 그가 저스틴 팀버레이크라니. 근데 정말 볼품 없게 생겼다.

  진실은 캐면 캘수록 점점 커다란 몸체를 드러내고 진실을 캐는 폴락의 목숨은 더 위험해진다. 사건의 증인이 교도소에서 살해당했으니 이제 증거라고는 없다. 하지만 비밀경찰 프랫에 몸담은 이 중 그들의 행태에 동조하지 못하고 양심의 가책을 받는 이가 있었다. 폴락은 그와 비밀스럽게 접촉을 해 프랫을 쓰러뜨릴 자료를 받게 되지만 프랫은 이를 눈치채고 두 사람 모두 사지로 몰아넣기 시작한다. 신체 180센티 이상, 90킬로그램 이상, 모두 미혼에, 사격명중율 100%를 자랑하는 이들에게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기존의 영화 속에서, 언뜻 보기엔 평화로운 미래사회는 그 안에 항상 겉으로 보이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 있었다. <에디슨 시티>의 평화는 프랫이란 비밀경찰의 무자비함 때문이었으며, 사람들은 그들이 무서워서 피했던 것이지, 각각의 사람들의 자발적인 동의와 공감을 얻어 평화가 달성된 것이 아니었다. 평화는 자발적으로 달성될 수 없는 것일까. 한 사회와 국가를 비롯한 공동체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의와 공감을 얻어 달성된 평화는 유토피아일 것이다. 말 그대로 이상향일 것이다. 인간이 모두 악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인간은 원래 선하게 태어났는데 사회와 환경의 영향으로 악하게 변한 것일까. 성악설이든 성선설이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확실한 것은,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평화가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평화를 원한다고 하지만, 정말 그들은 순도 100%의 평화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원하고 원하지 않고의 차원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원에서 본다면 말이다.

  영화 <에디슨 시티>의 그 동일 이름의 도시 또한 평화로운 사회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범죄율 0%와 동의어로 사용했을 때의 평화이지 순도 100%의 평화는 아닐 것이다. 범죄는 없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프랫이란 비밀경찰을 두려워하며 벌벌떨고 프랫은 여자와 마약과 무기와 돈을 끼고 자신들이 하고싶은 대로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범죄율 0%는 달성되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거리의 폭력과 무자비한 살해는 남아있다. 단지 그것이 '범죄자'라 지칭된 이들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프랫'이란 국가공권력인 비밀경찰에 의해서 이루어질 뿐. 행위의 주체는 달라졌을지 모르나 행위의 현실은 변함이 없다. 이렇게 본다면 맨 처음 '범죄율 0%' 와 '평화'를 동일시 했던 명제는 깨져버린다. 진실된 의미의 평화는 사람들 개개인의 자발적 의지로부터 나와야 할테지만 이를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나 막연하고 희망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외관상의 평화를 위해 국가에 의해 또다른 폭력이 자행된다면 이는 또다른 불필요한 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폭력에 의한 폭력의 방지'를 통한 평화는 더 이상 평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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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1-28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스틴이 나온다는 것 자체만으로 관심대상에서 제외된 영화였던 기억이 납니다.
아쉽죠 모건 프리먼에 거기다가 케빈스페이시 까지 나왔는데...^^
하지만 무엇보다도..저 배우들 얼굴 4명 들이댄(?) 전형적인 포스터가 가장 거슬렸어요..^^

마늘빵 2007-01-28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입니다. 저스틴은 저도 눈에 거슬렸지만 - 그가 저스틴 이라는걸 모르고 본 동안에도 - 모건 프리먼을 보는 맛으로 즐겼습니다. 영화 스토리도 흥미롭습니다.
 



* 스포일러 경고

  "내 얘기를 들어줘"가 뭐냐. 너무 식상하잖아. 이 영화는 전형적인 전설의 고향 코드를 답습하고 있으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만 조선시대 외딴 산골마을이 현대적 도시와 바닷가 갯벌 마을로 둔갑했을 뿐. 굳이 범인을 예상하지 않고 봤기 때문에 - 범인이 누군지 짚어낼라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작업이니 웬만하면 하지 않는다 - 영화의 흐름에 몸을 맡겨 관람했지만 뻔히 들여다보였다.  '일반적인' 공포영화라면 어김없이 사건의 단초가 되는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아 이런 단어만 들어도 이제 다 보여) 그리고 사라진 한 소녀. 그럼 뻔한거잖아. 한 소녀가 원한을 품었고, 그녀를 괴롭힌 남자들(왜 항상 남자가 되어야 하지, 이제 여자로 바꿀 때도 됐는데)을 찾아다니며 복수를 하는거 아니겠어.



* 솔직히 송윤아 때문에 봤다. 나오는 영화마다 족족 별로 아니었지만 배우 송윤아를 좋아하기에. 그녀가 나왔던 영화 중 제일 나은 선택은 <사랑을 놓치다>이다. 다른 영화들은 영 꽝이다. 그녀의 연기가 영 꽝이라는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가 영 꽝이다. 요새 작품활동 안하는거 같은데 뭐하고 지내나 궁금하네. 

  죽은 세명의 피해자는 확인 결과 컴퓨터로 같은 메일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그렇담 수수께끼는 메일 안에 있을 것이고, 메일을 살펴보니 웬 이쁘장한 소녀의 홈페이지가 뜨더라. 근데 확인해보니 죽었더라. 그렇담 죽은 소녀가 이들에게 복수를 하는거네. 그녀가 살았던 강원도 바닷가 마을로 떠난 소영은 그곳에서 이상한 소문을 듣고, 사건을 슬슬 풀어나간다.

  돌아온 소영은 갑자기 첫번째 희생자의 집 마당에 묻어둔 검은개의 시체를 끄집어내어 배를 쑤시고 안에서 뭔가를 찾아낸다. 그리고 이 물건은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왜 소영이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나서 죽은 개의 배를 쑤시고 물건을 빼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행동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영화는 이런 식이다. 하나의 행동과 행동 사이에는 행동하기 위한 어떤 원인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 되는대로 가다가 사건의 중요한 증거를 잡아내는 식이다. 예상된 최종 희생자가 죽는 순간 이들이 도착한 것 하며, 이들이 왜 별 다른 이유도 없이, 그 먼 곳까지 동민을 찾아갔는지,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아무 것도 연결되지 않는다.



* 영 연기가 어설퍼. 이동욱. 그래도 2000년부터 꾸준히 한편씩 모습을 드러내고는 있는데 아직 멀었다 싶다. 벌써 7년째인데 이제 좀 나아질 때도 되지 않았을까. 아직 그에겐 작품 속 캐릭터 분석에 대한 시각이 부족한 듯 하다.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고민이야 말로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기초가 될텐데. 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배역을 맡았음에도 두드러지지 못했다. 화면만 가득 채웠지 화면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부족하다.

  감독은 신인이지만 이전에 단편영화나 기타 등등의 경력이 꽤 화려한 사람이던데 왜 이런 생각들을 못했을까.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보더라도 그냥 보이는 이런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문제들을 왜 해결하지 않고 영화를 그대로 내보냈을까. 함께 있는 스태프나 배우들에게 모니터링만 해봐도 보이는 이런 가벼운 문제들을. 그랬다면 뻔하디 뻔한 공포영화라 할지라도 그냥 그러려니 할텐데 하나의 완성된 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짜임새가 없다. 공포영화는 예상치 못한 장치가 많이 등장할수록 기발할수록 재밌어지는데 너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들 투성이였다. 관객과의 머리싸움에서 감독은 철저히 졌다. '전설의 고향'이 그리운 사람은 이 영화를 추천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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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랑 2007-01-2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 송윤아 주말 드라마 '누나' 라는데 얼굴 나오던데요 ^^;;;

마늘빵 2007-01-26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래요? 제가 드라마를 잘 안봐서. 요새 주몽만 보고 있는데;;; ^^
 

* 스포일러 경고

                                               - 1 - 

  이 영화는 실제 1997년 2월 28일 단 44분 동안 미국 LA 지역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영화로 제작한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영화를 본다면, 그저 심심풀이 시간죽이기용 화려한 액션영화에 지나지 않을테지만, 그것이 사실임을 깨우친 순간 더 이상 영화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실제 현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한다. 덜 축소하지도 않고, 더 과장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고 한다.



* 범인들이 몸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놓고 총격을 가한 것은 순전히 그들의 신체를 둘러싸고 있는 두겹의 방탄복 때문이었다. 영화 속에서 이들은 아무리 총을 맞아도 끄덕도 하지 않고 버텨낼 수 있었다.

  사건이 일어나기 2년전 범인들은 불법 무기 소지되로 불심 검문 중 체포되었고, 이들이 그보다 4년전쯤 발생한 은행 강도 사건의 용의자로 떠올랐으나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해, 그저 불법무기소지죄 6개월을 살고 풀려났다.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변호사 선임료를 낼 돈이 없다고 하자 압수했던 무기를 돌려줘 팔도록 했다는 것이다. 무기를 팔기는커녕 그들은 무기를 고스란히 돌려받고 2년 뒤 美 LA를 지옥으로 만들었다.

  사건의 주역인 래리와 에밀은 자동화기 AK소총을 들고 은행으로 침입 곧장 총을 난사한다. 밖에서 산책하다 현장을 목격한 시민은 경찰에 신고하고, 은행 안에 있던 사람들은 언제 죽을까 몰라 벌벌떨고 있다. 근처를 순찰하던 경찰이 은행으로 모이고, 도움을 요청, 시간이 흐르며 200여명의 LA 경찰들이 몰렸다. 날씨를 생중계하고 있던 하늘위의 헬리콥터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깨닫고 현장을  티비로 생중계하기 시작한다. 



* AK자동소총이다. 이 소총은 작은 몸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이를 능가하는 마땅한 화기가 없다고 한다. 구 소련에서 만든 것으로, 동구유럽을 비롯 여러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들은 이 화력을 배가시키기 위해 개조를 했고, 탄창도 70-100발 정도가 들어가는 둥근드럼통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야 난사할 수 있으니까.

  수많은 경찰이 은행 주변을 둘러쌌으나 은행강도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돈을 챙겨들고 나와 경찰들을 향해 AK를 난사한다. 고작 권총과 38구경 리볼버만을 가지고 있던 경찰은 그 숫자가 범인의 100배에 달하지만 그들을 제압하기엔 화기에서 기량이 떨어진다. 몸통은 물론이거니와 팔과 다리에까지 방탄조끼를 에워싼 범인은 - 게다가 그들은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실제 현장에선 하이바까지 걸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  순식간에 시민과 경찰 수십명에게 부상을 입힌다. 다행히 이날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엄밀히 범인 둘이 죽었다, AK자동소총을 개조하여 회전력을 높인 이들의 무기는 경찰차와 담장까지도 관통하며 화력을 과시했다. 



                                                - 2 -

 

   다큐형식의 이 영화를 보면서, 아 이런 일도 가능하구나 싶다. 우리가 영화에서 봐왔던 그런 장면들은 더 이상 영화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범인은 은행에 들어갈 때도, 경찰들이 잔뜩 몰려있는 상황에서 티비로 생중계 되는 시점에서도, 절대 동요하지 않고 아주 일상적인 행동을 취했다. 흐느적흐느적 걸어나와 경찰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다시 들어갔다 돈을 가지고 나와서 차에 싣고, 그리고 현장을 잽싸게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동네 산책하듯 걸어나갔다. 아 이게 어떻게 가능하느냐 말이다. 만약 범인들이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잽싸게 차에 올라타 현장을 빠져나갔다면 어땠을까. 여전히 헬리콥터가 뒤를 따르며 생중계를 할 것이고, 경찰차가 뒤를 쫓겠지만, 사건현장은 LA에서 미국의 다른 주까지 확대되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사망자가 속출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영화와 현실이 구분되지 않을 만큼의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미국에선 쉽게 총기를 소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영화에서 경찰은 권총과 리볼버만으로 대항할 수 없게 되자, 근거 총포상에 가서 온갖 화기를 다 구입해서 가지고 온다. 덕분에 총포상은 연매출을 하루에 다 달성했겠지만 신분이 확실하다면 누구나 총기를 소지할 수 있다는 규정은 그날의 공포의 44분을 만든 주인공이다. 자신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총기를 소지한다는 규정은 일견 설득력있지만 우발적인 사고와 계획적인 살인에 그만큼 쉽게 노출되어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말이 좋아 나와 내 가족을 보호하는 것이지, 이건 누구나 마음 먹으면 타인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칼이나 도끼를 드는 것보다 총알 한 발 발사하는 것이 더 결행하기도 쉽지 않겠는가. 내가 가까이에서 피 묻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한방이면 끝나는 건데. 한 가지 더. 이들이 불법무기를 소지한 죄로 6개월을 살고 나왔으나 변호사 선임료가 없다고 해서 압수했던 총기를 돌려주는 법원은 뭐하자는건지. 그건 '압수'이지 국가가 '빌린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 사건 이후 미국은 총기소지 규정을 엄격히 하기보다는 범인들에게 대항할 수 없었던 부실한 LA경찰서의 화기를 탓하며, 이들에게도 자동소총을 소지할 수 있도록 했다지. 그렇담 이제 아무 문제 없을까. 미국도 알 것이다. LA경찰서의 무기를 몇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음에 나타날 미래의 범인들은 이제 자동소총을 넘어선 무언가를 가지고 나올테니까. 그럼 그 다음엔 어떻게 할건데. 전장에서나 쓰이는 기관총을 들고 다닐 것인가.

    실제현장에서 한참 부실한 무기로 두 명의 범인에 대항하던 200여명의 경찰은 모두 각자가 그들의 임무에 충실했다. 사건 이후 한 경관의 인터뷰대로 단 한 사람도 현장에서 도망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공포가 엄습한 순간 이를 피하지 않았고 이에 맞섰으며 그들과 싸웠다. 시민과 언론은 이 점을 높이샀으며, 지나가는 개 보듯했던 경찰들에 대한 그들의 대우는 확실히 달라졌다. 편지, 꽃, 플랜카드 등이 경찰서로 도착했고,  LA 경찰은 한 순간 영웅이 되었다. 이 영화는 아마도 일반 은행 강도 사건과 다른 범인들의 특이성도 한 몫 했겠지만, 자랑스런 LA 경찰을 보여주기 위한 또다른 애국주의 영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경찰 홍보 영화로 지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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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경고

  전쟁 영화 좀 봤다 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면 꼭 반드시 떠올리는 영화가 있다. 너무나 흡사한 스토리 라인과 격전과정, <태양의 눈물>은 2001년 개봉한 <블랙호크다운>과 쌍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너무나도 비슷한 구조를 지닌다. 하지만 <블랙호크다운>이 개봉했을 당시 흥행성적이 박스오피스 1위로 8주간 지속되었던 반면, <태양의 눈물>은 첫주 2위에 올랐으나 이후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블랙호크다운>을 전편이라고 봤을 때, 후편인 <태양의 눈물>은 소말리아 대신 나이지리아를 택했을 뿐 스토리의 목적은 변함없다.



* 레나 켄트릭스 박사와 그녀의 환자들. 저 아프리카 사람들은 알까. 이 영화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한 장치로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영화 엔딩 크레딧에 이름 한번 올리지 못할 사람들이지만 저 사람들의 연기도 매우 좋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작사(정확히는 제작사와 미국방부)는 그들에게 무엇을 대가로 영화에 출연해달라 말했을까. 음식일까 아니면 의료품?

  레나 켄트릭스 박사를 구출해오는 것이 임무였고, 임무를 무사히 달성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나의 애원과 두고 온 마을의 참혹한 실상을 하늘에서 보게 된 워터스 대위는 헬기를 돌려 함께 먼 길을 걸어온, 그대로 내버려두면 반군에 의해 살육당하는 그들을 살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서기로 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는 나중에 판단하자,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더이상 저들을 두고 갈 순 없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카메룬 국경까지 우리는 함께간다.

  함께 먼 길 떠난 레나 일행 속에 누군가 첩자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반군의 추격군이 잠도 자지 않고 우리를 추격한단 말인가. 그들이 쫓는자 누구인가. 레나 박사를 구하기 위해 파견된 네이비씰은 이제 어느덧 나이지리아의 암살당한 대통령의 외아들을 보호해야 하는 임무를, 또 함께 가는 저 많은 사람들을 살려 국경을 통과해야 하는 임무를, 떠맡게 되었다. 위에서 명령한 것도 아닌데, 오히려 대령의 명령을 어겨가면서 워터스 대위는 그들의 유능하고 충실한 부하들을 이끌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기 위해 목숨을 던졌다.



* 오른쪽에 워터스 대위역의 브루스 윌리스. 그의 똥씹은 듯한 표정은 참으로 다양한 영화에 그의 얼굴을 들이밀게 한다. 개인적으로 브루스 윌리스에 대해서는 (어디서 기원했는지 모를)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출연하는 매 영화마다 그의 똥씹은 같은 표정을 보는건 이제 좀 질렸다. 그는 왜 한결같이 똥씹은 표정일까. 한 가지 표정으로 다양한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55년생인 그도 이제 나이 꽤나 먹었는데 아직도 몸을 던지는 액션연기가 가능하다니 대단하다.

  마지막으로 너희들의 의견을 듣고싶다. 나는 저들을 그냥 두고 갈 수 없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우리 전쟁이 아니라 생각하지만 대위님을 따르겠습니다. 저들을 두고 갈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짐짝 취급하기 싫습니다, 그들이 죽으면 저도 죽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살면 저도  삽니다, 아 이 눈물 겨운 현장이라.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면서 먼 이국 땅에서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버리다니. 

  정말, 영화 보는 내내 네이비씰 대원들의 그들에 대한 동정, 애정, 연민을 느낄 수 있었고, 심지어 눈물까지 흐른다. 무참히 도륙당하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과, 아이는 내던져져있고, 엄마는 반군에게 가슴을 도륙당한 채로 목숨만 붙어있다. 누구는 휘발유에 불태워지고, 누구는 질질 끌려다니며 강간당하고, 누구는 칼에 찔려 죽고, 누구는 반군 앞에 춤추며 죽어간다. 영화는 선악의 구도를 확실하게 감잡게 해준다. 무참히 주민들을 살해하는 반군은 악의 화신이요, 소수의 인원으로 그들을 처단해 주민을 구출하며 눈물 흘리는 미군은 정의의 사도다. 아 진짜 나도 영화 보면서 눈물 흘리지만 내 눈물이 역겹다.  

   영화를 볼 때 꼭 알고 봐야 할 것 하나는 2001년말 선보인 <블랙호크다운>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대 테러전을 수행하기 바로 직전에 개봉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2003년 초  <태양의 눈물>은 미국의 이라크 전을 앞두고 개봉되었다. 이 두 영화의 의미는 아프리카에서 행해지는 참혹한 전쟁의 실상을 알리고 핍박받는 그들을 구출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그들 국가에 대한 전쟁선포를 정당화하는데 있다. 두 영화 모두 미 국방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만들어진 영화이며, 아프리카에서 인민들을 이끌고 반군에 저항하는 스토리는 마치 미국이 정의의 사도인양 묘사되고 있다. 순수한 전쟁 영화로서 볼 영화는 절대 아니다. <태양의 눈물>은 2001년 당시 <블랙호크다운>으로 인해 대 테러전의 국민 지지율이 올라갔다고 판단, 이라크 전을 앞두고 다시 한번 같은 수법으로 지지율을 상승시키려는 미 부시정부의 전략이다. 

  미국은 자신들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영화를 통해 정당화시키고 있다. 남의 땅에서 내정간섭한다는 반론은 그냥 그렇게 넘긴다쳐도, 미군이 정말 그들이 주둔하며 전쟁을 치룬 그 국가들에서 영화와 같은 외딴 민족에 대한 동정심과 애정과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그들을 대하는지 의문이다. 영화 속 반군처럼 젊은 여자애들 강간하지 말고, 너희들 앞에서 춤추며 쇼하라고 하지 말고, 아무런 이유 없이 두건 씌워놓고 러시안룰렛 놀이 하지 말고,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아무렇게나 살해하지나 말아라. 한참 이라크 전쟁이 진행 중일 때 언론을 통해 사진으로 전해진 영국군과 미군이 행한 그 참담한 실상은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영화 속 반군의 모습은 그 사진의 영국군과 미군의 모습과 별로 다를 바 없던데.

 
p.s. 순수하게 즐기는 전쟁영화로 봤을 때 - 이 영화에 담긴 이러한 정치적 의도를 빼놓고 본다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 <태양의 눈물>은 <블랙호크다운>보다는 확실히 떨어진다. 사실감과 긴장도와 눈물 자아내는 극적장치면에서도. 그러나 두 영화 모두 '순수하게 즐기는' 전쟁영화로 봤을 때 합격점을 줄 만하다. <태양의 눈물>의 안톤후쿠아 감독과 브루스 윌리스 주연은 <블랙호크다운>의 리들리 스콧 감독과 이완 맥그리거, 에릭 바나 주연보다 캐스팅 면에서도 떨어지지만, 두 영화만을 놓고 비교하지 않고, 모든 전쟁영화를 통틀어 본다면 둘 모두 만족스럽다. 재밌는 사실 한 가지는, 한스 짐머라는 음악감독이 두 영화의 음악감독을 맡아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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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1-22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케이블 TV에서 몇차례 방영하더군요.
말씀처럼 선악의 구도와 결말이 뻔한 영화이므로 몰입이 좀 어려웠답니다.

 



  (이 영화를 조금이라도 즐겁게 보고픈 분들은 제목 빼고 다 잊어. 아예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지 말 것)



  "로맨스라고 하기엔 애틋함이 부족하고, 스릴러라고 하기엔 스릴이 부족하고" 

  감독은 미리 예상했던걸까? 관객들의 반응을. 영화 초반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레이첼은 잘 나갈 거리도 없는 남편과 대화를 나눈다. 그리곤 곧 팩스가 도착했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낸 남편의 글에 대한 화답이 온 것.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고, 스릴러라고 하기엔 스릴이 부족하고." 레이첼은 말한다. "스릴을 더 넣어서 다시써봐" 돌아오는 남편의 대꾸 "피를 더 넣으라고?" 

  이미 영화 초반의 두 사람의 대화는 아직 한참 남아있는 이 영화의 뒷부분을 미리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어지는 아이의 죽음과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레이첼, 그리고 그다지 아무렇지 않아보이는 그녀의 남편. 레이첼은 친구 샤론의 권유에 따라 그녀가 구해다준 어느 외딴 섬마을의 경관 뛰어난 하얀집을 얻게 된다. 이곳에서 글이라도 쓰면 죽은 아이도 잊고 책도 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 이 남자배우 꽤 멋있다. 스코틀랜드 태생 한스 매디슨이라고 하는데 <캐논 인버스> <아발론의 여인들> <데스워치> 에 나왔었다고. 내가 <캐논인버스>는 봤는데 기억이 안나네. 뭐 그렇지. 알고 봐야 아는거지, 모르고 보며 모르지. 그의 얼굴을 두고 올랜도 볼룸과 브래드피트를 닮았다고 하면 말 다했지.

  어떤 장르의 영화인지도 모르고 봤던지라 더욱 흥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다정한 남편과 아내의 대화에서, 그리고 비록 아이가 죽었지만, 외딴 섬마을로 들어와 지난 일을 잊으려는 그녀의 모습에서, 그곳에서 만난 등대지기 앵거스와의 만남, 그리고 절벽 아래 바위 사이로 툭툭 파도치는 소리와 해변을 거닐며 뛰어다니는 말들의 모습에서 '스릴'과 '공포'를 느끼지 못한 것은 비단 나 뿐이 아닐 것이다. 장르를 모르고 본 나는 기대이상의 로맨스와 스릴을 만끽했지만, 장르를 알고 본 사람들은 기대 이하였을 듯 하다.

  무언가에 대한 기대는 본디 그것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치보다 더 큰 만족감으로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엄밀히 '만족'이란 기대 이후의 상황에 대한 주관적인 꽉참과 비움의 느낌일 터지만, 기대는 이미 나의 사물에대한 만족감을 형성시킨 채 만들어진다. 로맨스를 기대했던 이도, 스릴러를 기대했던 이도 이 영화에선 어느 것에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로맨스도, 스릴러도 기대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로맨스에서도, 스릴러에서도 기대치 않은 만족감을 느꼈다. 무언가에 대한 기대감이란 그런 것이지.

  영화 개봉에 앞서 로맨스로도, 스릴러로도 홍보를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고, 두 가지 모두로 홍보를 하게 되면 결국 남는 것은 없다. 극장 개봉영화로서 부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태어난 불운의 영화라고 볼 수 있을 듯. 전혀 모르고 봤다면 괜찮지만, 이미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획득했으므로 영화에 대한 기대는 하지 말 것. 스토리, 배우, 감독 등 모든 면에서 당신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데미무어에 대한 열광적인 팬이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는 영화. 로맨스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고.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기대 이하 일 것이다"



p.s. 보너스 헐리우드 엿보기

 

* 데미무어. 62년생인 그녀는 78년생인(나보다 한살 밖에 안많아) 15살 어리다는 애쉬튼 커쳐와 2005년 9월 24일 결혼했다지. 벌써 시간이 횟수로 3년째 접어들었네. 62년생이면 40대 중반쯤 된거 같은데 나이먹고 나이먹은 티가 별로 안난다. 그러니 한참 연하남과 스캔들나고, 결혼까지 하지 않겠어. 배우로서도 아직 그녀는 한창이다.  



* 데미무어와 브루스 윌리스의 딸이라지. 루머 윌리스. 88년생으로 엄마 아빠와 같은 직업에 종사중이다. 헐리우드 영화배우로서 재밌는 사실은 그녀가, 그러니까 생물학적으로 아버지인 브루스 윌리스와 같은 영화 <호스티지>에 출연했다는 사실. <호스티지> 영화 봤지만 얘가 어디에 나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근데 또 재밌는건 지금의 아버지인 애쉬튼 커쳐는 78년생이니깐 얘랑 10살 차이라는거네. 뭐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 로맨스 좋지만 -_- 이건 좀... 근데 엄마닮았으면 이뻐야되는데 안이쁘다. 아빠 닮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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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1-22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비 무어가 많이 날씬해 졌군요.
사진이 좋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