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그때 나는 고작 열 살이었다.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촌스러운 포스터는 유치하기보다 되려 정겹다. 영화는 안봤어도 지금 애들도 '백투더퓨쳐2'라는 영화 제목은 다 안다. 나도 이 영화 오늘 처음 봤지만 워낙 유명한 영화였고, 애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던 '제목'이었기에 마치 전에 본 것 같은 느낌이다. 나의 기억력이 어디까지를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부실한 기억력에 의존해 검색해본다면 이 영화 안봤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적에 애들은 그렇게 놀았다. 입에 가래를 잔뜩 머금고 친구 얼굴을 향해 빽.투더.퓨쳐.투우우우. 투우 하는 소리와 함께 입안에 머물던 그 가래가 뿜어져나온다. 아 더러워. 나는 이런 놀이 별로 취미없었지만(정말이다) 내 친구들은 서로에게 침을 팍팍 튀기며 이러고 놀았다. 그 어떤 영화제목보다도 백투더퓨쳐투는 다섯 음절안에 가장 가래를 많이 끌어모을 수 있는 단어였다. 퉤퉤.

  더러운 이야기는 그만하고, <백투더퓨쳐투>는 타임머신에 의한 시간여행을 다루고 있다. 전편에서 마티 맥플라이를 열연한 마이클 폭스는 2편에서는 마티 맥플라이와 그의 아들 마티 주너어 역까지 소화해낸다. 시간여행에 관한 영화니 따로 분장을 하지 않아도 아버지와 아들을 모두 연기할 수 있다. 미래에 마티 주니어가 사고를 치고 감옥에 들어가고, 또 그의 딸도 사고를 치고 감옥에 가고, 연쇄작용으로 결국 마티 맥플라이의 집안이 아예 쑥대밭이 되어버린다는걸 알아버린 마티는 브라운 박사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사고가 일어나는 그날로 뛰어넘어간다. 그러나 미래의 늙은 비프가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몰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뒤바꿨으니 이를 어쩌랴.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역사는 둘로 나뉘어졌다. 원래 존재했던 시간의 띠와 과거 어느 한 시점에서 뒤바꿔버려 생겨난 같은 시간대의 또다른 역사가 존재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마티와 브라운 박사는 물론 고쳐진 그날로 돌아가 다시 역사를 돌려놓는다.

  타임머신이 정말 발명돼 나의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리고 내 미래를 지금의 내가 원하는대로 바꿔놓을 수 있다면 어떨까. 만일 그것이 정말로 가능하다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를 자신이 원하는 미래로 바꿔놓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영화 속에서 비프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돌려놓았을 때 바뀐 것은 비프의 미래만이 아니요, 그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다. 단 한 사람의 과거 어느 한 시점에서의 '사소한 조작'으로 인해 10년, 20년 후의 미래는 엄청난 변화를 맞이한다. 겨우, 고작, 스포츠연감 하나를 건냈을 뿐인데. 그러니 이것이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를 조작해 미래를 만들어낼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나의 사소한 조작은 나의 미래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미래를 변화시킬 것이니 모든 이들이 자신의 삶에 아무리 사소한 '조작'을 가한다 할지라도 그들이 원하는 삶은 이뤄지지 않는다.

  어릴적 타임머신이 있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나의 부실한 기억력에 의존해볼 때 그런 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있지 않았을까. 나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요, 나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판사가 되고 싶어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요, 이런 장래희망은 정말 '아무나'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누구나' 한번쯤 꿈꿔본 미래가 아닌가. 타임머신도 이와 같지 않을까. 어릴 때 한번쯤 생각 해본 그 공상을 다시 한번 해본다.

  타임머신이 정말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나만이 사용할 수 있다면 뭘 하고 싶어? 음. 아마도 영화 속의 마티처럼 한 20년 뒤쯤의 나의 미래로 건너가 어떤 모습일지를 보고서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과거로 돌아와 고쳐놓겠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인연이 어긋났다면 이 또한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와 그녀와의 사랑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고쳐놓을 것이고, 지금의 내가 과거를 돌아봤을 때 후회되는, 아쉬운, 고치고 싶은, 나의 과거를 돌려볼 수 있겠지. 학창시절 들입다 공부만 해단 사람들은 날라리처럼 놀아보고도 싶을 것이고, 거꾸로 학창시절 맨날 먹고 자고 싸고 자고 사고치고 먹고 자고 싸고 자고 사고치고 했던 사람들은 아 그때 좀 더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하고 후회하며 모범생인 자신을 만들어볼 수도 있겠지. 그치만, 이건 어디까지나 공상. '정말 타임머신이 있다면'하고 공상하는 시간에, 정말 타임머신을 만들 기술을 발명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편이 좀 더 현실적일터다.

   시간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고, 시간의 띠는 여전히 지속되어 나아가고 있다. 타임머신을 통해 과거의 어느 한 시점에 사소한 변화를 줌으로써 미래를 바꿀 수가 있다면, 지금 내 모습에 변화를 줌으로써 나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이미 지나간 과거는 어쩔 수 없다해도 2007년 1월 10일 오후 열시 이십오분의 나는 나에게 사소한 변화를 줄 수 있으니까. 지금 나에게 가하는 변화가 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너무나 도덕교과서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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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7-01-10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작 3살이였죠...^^; 백투더 퓨처... 어릴때 정말 재미있게 봤었던 것 같은데... 지금 봐도 재미있더군요.

2007-01-11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1-11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늘사초님 / 하핫. 뭐 저랑 별로 차이 안나시는군요! (정말?) 지금보면 유치하지만 당시엔 굉장히 뛰어난 영상을 선보인 영화였어요. 아이디어도 그렇고. 전 당시엔 1편만 보고 2,3편은 못본거 같은데.
속삭이신님 / ㅎㅎㅎ 맞아. 겁쟁이라고 하면 일이 꼬여요. 화나서. 3편 예고까지 봤는데 서부로 가서 박사님 만나고 또 거기서 한바탕 총싸움하던데.
 



  엄정화와 다니엘 혜니라는 꽤 어울릴법한 한쌍. 하지만 지금까지의 그녀와 그의 이미지는 알거 다 아는, 그리고 좀 밝히는 그녀와 자상하고 잘생긴, 하지만 순수하고 순진할 것만 같은 그로 대중들에게 각인되어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들은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출한다. 그러나 어색하지 않다. 알거 다 알기는 개뿔 연애는 고사하고 데이트 신청하면 퇴짜맞는 노쳐녀와 순수한 척 순진한 척 하지만 연애에 있어서 별로 고민하지 않아도 알아서 작업들어오는 돈많고 잘생긴 남자의 대결.

  <미스터 로빈 꼬시기>는 <키아누리브스 꼬시기>를 원작으로 삼고 있으나, 원작의 내용과는 별개로 소재만을 가져온 채 새롭게 각색한 영화라고 한다. (원작을 안봤으니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같은지는 몰라) 로맨틱 코미디에 속하고 대개의 로맨틱 코미디의 유치한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뻔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만 재밌고 유쾌하기에 용서가 되는 영화다.

 

* 엄정화는 저렇게 짧은 단발머리했을 때가 이쁘다. 귀엽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해주는 여자.
  

  모든 것을 주는 것이 사랑이니라, 그런데 이상하다. 자꾸만 진다. 3전 전패. 직업은 M&A 애널리스트. 목표는 저 남자 내 남자 만들기. 그녀는 외관상 잘 꾸미고 매력적이고 일 잘하는 전형적인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사랑'을 만나면 풍덩 빠져버리는 연애초보자. <결혼은 미친짓이다> <싱글즈>는 잊어! 기존의 엄정화의 이미지가 너무나 그와 같은 쪽으로 머리 속에 남기있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순진함이 의심스럽다. 그래서 그런가. 연애 초보자로서의 말과 행동들이 내숭같아 보인다.

  외국계 M&A 회사의 젊은 CEO이자 그를 본 모든 여자들이 그를  내 남자 삼고 싶어하는 자타공인 퍼펙트 가이. 얼굴 잘 생겨, 돈 많다, 사회적 지위 높아, 몸도 좋아, 매너도 있고, 뭐 하나 빠지는게 없다. 하지만 그를 좋아하는 모든 여자들은 맛만 보고 그를 가질 순 없다. 그에게 사랑은 곧 게임일지니. 사랑은 게임이고 도박이니 지는 게임엔 배팅하지 않으며 무조건 이기는 게임만 한다. 그리고 꼭 내가 이긴다. 어느 여자가 그를 이길 수 있으랴. 그러나 이런 완벽남에게도 구멍은 있다.



* 아 이거 너무 좋잖아. 야심한 시각 적당히 어두우 조명하며, 약간(?) 야한 빠알간 원피스에, 확 껴안것도 아니고 살며시 감싸쥔 남자의 손하며, 당황하지만 분위기상 왠지 뽀뽀해야할 것만 같은 이런 장면. 좋다.




* 좋은 장면 하나 더. 다가설 듯 다가설 듯 하지만 끝까지 다가서지 않지만, 이미 니들은 침대에 있는걸.

  원작 소설로부터 소재만 따왔건 전부 다 따왔건 그걸 떠나서, 이 영화는 마치 만화를 보는 듯 하다. 일단 캐릭터 설정과 영화 줄거리와 아름답지만 유치한 뻔한 결말들 하며 모든 것이 안봐도 뻔히 보이는 로맨틱 코미디 만화다. 원래 허술해보이고 덤벙거리는 여자에게는 잘생기고 능력있는 남자가 빠지게 되는 함정이 있다. 그가 그동안 겪어온 이기는 게임의 상대녀들과는 다른 무엇이 있단 말. 게임은 다음 패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덤벙 어리버리녀는 행동패턴이 일정하지 않아 다음 패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게임이 안되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또다른 특징. 완벽남에게도 헛점은 있다. 대개는 현재의 완벽함이 과거의 어떤 상처와 아픔으로부터 나온 자기방어기재라거나 하는 그런 것들. 영화 속 로빈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으니 이런 아픈 과거는 민준의 동정심과 모성본능을 자극하여 더 사랑하게 만들고, 자신의 아픈 과거를 알아버린 그녀에게 로빈은 과거를 털어놓으며 아름다운 밤을 보내고. 뭐 이런거.

  <러브 액츄얼리>의 새로움과 <노팅힐>의 따뜻함을 조합해 아름다운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상우 감독의 말대로 이 영화를 대략 두 영화의 어느 중간쯤, 혹은 두 영화의 조합의 공식을 따르는 듯 하다. 만화같은 설정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따뜻한 감성을 자아내고, 또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에서 보여지는 경쾌하고 단순한 사랑방식과는 다른 '진짜 사랑'(?)의 의미를 생각케 만든다. 

  영화가 여자들에게 주는 교훈. 하나. 오직 그를 위한 천사표가 되라. 둘. 남자의 본성, 보호본능을 자극하라. 셋. 다른거 다 필요엄써 섹시한게 최고야. 넷. 일단 마시고 보자. 벌컥벌컥. 아 취한다. 단, 뭐든 쉬운 것이 없다. 그리고 다소간의 위험성 감수.

  *
  이 영화의 관객은 대다수가 여자였다고. 남녀커플보다는 여여커플이 월등히 많았단다. 왜냐면 자기 남자친구나 남편과 왔다가 저 잘생기고 멋있는 다니엘 혜니를 보고 싸우면 어떡해. 아 멋있다. 멋있긴 뭐가 멋있어. 멋있잖아. 흥. 그래서 쟤가 좋다는거야.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

  다니엘 혜니가 시사회 무대에 나섰던 날. 내가 아는 어떤 여자는 무대앞으로 자연스럽게 손을 뻗고는 한동안 가만있었다고. 좋겠다 다니엘 혜니. 인기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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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7-01-06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의 원작은 <키아누 리브스 꼬시기>라는 로맨스 소설로 알고 있는데요..^^;;;


프레이야 2007-01-06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정말 원작으로 이런 책이? ...

LAYLA 2007-01-06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녀는 괴로워와 헷갈리신거 같네요 ^^

릴케 현상 2007-01-07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세월 다 갔네요^^

마태우스 2007-01-07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봐야지 하다가...흑... 제가 엄정화 연기 좋아하거든요. 요즘은 순간을 놓치면 보기가 힘들다니깐요...

마태우스 2007-01-07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평 해주시니 더더욱 안타깝다는...

마늘빵 2007-01-07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날개님 / 그거였어요? 어 그럼 만화를 소재로 한건 뭐지. 왜 그렇게 들었지. -_- 근거없는 소문에 따르기보다 '만화'를 '소설'로 바꿔야겠군요.
배혜경님 / 그러게 말이에요. ^^ 그런것두 있구나.
라일라님 / 아 미녀는 괴로워인가. -_- 아 정말.
산책님 / ^^ 머 그냥 볼 만 합니다. 좀 유치하지만.
마태우스님 / 엄정화 때문에 봤어요. 저도. 혜니는 얼굴과 몸만 있지 연기력은 아니잖아요. 여자들은 혜니의 몸과 얼굴을 보기 위해 본다지만.
 



  영화 포스터 정말 잘 만들었다. 영화의 장 장면을 캡쳐해놓은 것이기도 하지만, 이 포스터 한 장이 영화의 모든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다고 봐도 좋다. 근두운 탄 손오공도 아니고 구름 위를 두둥실 떠나니는 천쪼가리와 단추로 만든 망아지 인형하며, 그 위에 탄 바람에 휘날리는 두 남녀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사랑은 왜 꿈처럼 되지 않았을까요?" 사랑에 관한 꿈과 현실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한 남자가 어머니의 말에 따라 취직하기 위해 파리로 돌아오고, 옆집에 이사온 자신의 이름과도 비슷한 스테파니라는 한 여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전개된다.

  스테판은 꿈과 현실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에게 있어 잠이란 것, 그리고 꿈이란 것은 지금의 나의 현실의 울분과 자신감 부족과 상상의 산물을 마음껏 재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나의 머리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적어도 스테판이 잠을 자고 있는 사이 그의 머리 속에선 참으로 다양한 생각들이 뭉글뭉글 피어나는 듯 하다. 인간의 뇌 구조를 대뇌와 소뇌 혹은 좌뇌와 우뇌로 나누지 않고 온갖 키워드의 집합으로 본다면, 스테판의 머리 속엔 '회사가기 싫다' '내가 달력 디자이너로 성공할 경우 수상소감을 뭐라고 하지' '내일 스테파니에겐 어떤 선물을 줄까' '사실은 스테파니보다는 조이가 얼굴은 더 이쁜데' '아까 스테파니에게 키스했던 것이 현실이었을까' 등등이 떠돌아다니고 있을 터.

* 하늘에서 두둥실도 모자라 이제는 배에 숲을 꾸미고 셀로판 바다위를 두둥실.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인생은 어쩌면 행복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평소 눈을 뜨고 자는 나는 검은 눈동자가 왔다리갔다리 한다는 곁에 있는 누군가의 발언에 따르면 꿈을 꾸는 듯 한데 꿈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가끔 아주 가끔씩 깨어나기 직전에 아주 행복하고 황홀한 꿈을 꾸기도 하지만, 또 그것을 약간은 기억하기도 하지만, 아 그 단절의 아쉬움이란. 누구나 꿈 속에서는 바라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짝사랑하는 여자와 혹은 남자와 키스를 할 수도 있고, 가지고 싶은 값비싼 오디오를 가질수도, 자동차도 마음대로 몰 수 있고, 내가 사회적으로 이름을 떨쳐 많은 이들로부터 부러움과 칭송을 받을 수도 있다. 꿈과 현실의 구분이 어렵다면, 적어도 나는 현실 속에서도 꿈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는거 아냐? 물론 그 정반대도 가능하지만, 스테판에겐 꿈이 현실은 아니고 현실은 꿈이 될 수 있는 듯 하다. 그의 엉뚱하고 황당한 행동들은 이를 증명해준다. 결코 누구도 현실 속에서 그만큼 엉뚱하고 황당하기란 어려우므로.

* 너네 지금 뭐하는거니. 응 이거 텔레파시 장치인데. 재밌어 해봐. 너 지금 야한거 보고 있지? 어캐 알았어?

  전혀 창의적인 일을 하지 않는 직장에서 나를 달달 볶는 그 배불뚝이 아저씨를 커다란 손으로 뭉개버릴 수도 있고, 별로 매력적이진 않지만 직장에 있는 그 여자상사와 사장실에서 욕탕을 설치하고 안에서 섹스를 할 수도 있고, 나를 무시한 사장놈을 창문으로 내다버려 거리의 청소부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아 스테파니. 스테파니. 스테파니를 빼먹을 순 없지. 나의 사랑. 나의 사랑. 오 나의 사랑. 스테파니. 그녀를 기쁘게 하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 텔레파시 장치를 만들어, 1초 타임머신 장치를 만들어 그녀를 기쁘게 해줄테야. 아 그녀가 간직하고 있는 그 망아지. 그걸 달리게 할 수 있다면, 그녀가 돌아와 그걸 보고 즐거워한다면 그녀는 날 사랑하게 될거야. 하지만 어쩌니. 꿈속에서는 그렇게 잘 되던 것이 현실로 돌아오면 왜 이 지경인지. 나는 안돼, 안돼. 좌절. 우울. ORZ. 흙흙. 그녀를 향한 나의 사랑은 나에 대한 그녀의 좌절로 환원되고 사라은 실패했네. 에헤라디야.

   이 영화는 누구나 경험해 본 첫사랑의 느낌을 전해준다. 아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첫눈에 팍 필이 꽂혀버렸는데 어떻게 고백하지, 고백하면 그 다음은 어쩌지, 이런 멍청이 나의 고백을 받아주기나 할까. 아 너무 설레여 잠도 안와. 누가 내게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전수해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영화 속 스테판의 온갖 유치찬란하고 엉뚱한 생각과 행동들은 내가 그때 저질렀던 그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하기 위해 몇날며칠을 편지를 썼다지웠다 썼다지웠다 아 글씨가 못생겨서 다시 쓰고 편지를 어떻게 전해주지, 학원에서 아무도 없을 때 전해줘야할텐데. 아 근데 그런 때가 거의 없잖아. 전해주고는 어쩌지. 용기있게 말도 건네 아니면 달랑 주고 빠져 등등의 이런 생각들. 나의 경험이다.

   영화 속 스테판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귀엽고 깜찍하고 그런 엉뚱한 생각과 행동을 저질러놓고 매번 후회하는 그이지만 그 시도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수면의 과학>은 처음 사랑에 빠진 그와 그녀들을 위한 영화이다. 그때 당신이 했던, 행동하고 후회했던 그것들이 당신만 그런것이 아니었단 사실을 일깨워주는 영화다. 공감공감.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정말 신선하고 유쾌한 상영시간 내내 실실 웃고 쪼개다 나오는,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닌, 그런 영화이다.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기존의 편견은 버려.

   하나.

   이 영화는 감독 본인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불행히도 아직까지 그 최고의 영화라는 <이터널 선샤인>을 보지 못했지만, 감독 개인의 프로필을 살며시 들여다보면, 그는 원래 밴드의 드러머였고, 이보다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더 유명해졌으며, 그의 뮤직비디오는 최초로 밴드의 연주 모습이 나오지 않는 유치뽕짝찬란한 초딩용 애니메이션과 같은 느낌을 주는 뮤직비디오였다고. 그러나 많은 밴드들이 그에게 뮤직비디오를 의뢰했고 그러다보니 직업이 뮤직비디오 감독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이로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무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영화에 재현시키기에 이른다. 그의 영화는 <이터널 선샤인>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대중에게 알려진 작품은 없지만 각각의 영화들이 감독의 상상력의 산물임을 증명해준다. 2008년에 개봉할 영화 <시간과 공간의 지배자>에서는 이번 영화의 주연이었던 스테판 역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열연할 것이라 전해진다.

2008 <시간과 공간의 지배자> _루디 루커 소설 원작
2007 <비 카인드 리와인드> _잭 블랙, 미아 패로 주연
2006 <수면의 과학> _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샬롯 갱스부르 주연
2005 <블록 파티>_샤펠, 모스 데프, 카니에 웨스트 등 뮤지션들
2004 <이터널 선샤인>아카데미 각본상 _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주연
2003 <감독의 작품: 미셸 공드리>DVD 출시
2001 <휴먼 네이쳐> _팀 로빈스, 패트리샤 아퀘트 주연

  둘. 여자들이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과 같은 남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캐릭터는 아닌데, 내가 볼 땐 너무 귀엽고 깜찍해서 볼따구라도 꼬집어주고 싶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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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1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짱꿀라 2007-01-01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리뷰를 읽으니 보고만 싶어지네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01-01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감독은 뮤직비디오가 굉장히 유명하다네요. 보고 싶은 영환데 볼 수 있을런지-:)

마늘빵 2007-01-01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이 영화 재밌습니다. 유쾌하고 시종일관 웃음짓다 나오는데 마냥 웃기기만 하는 영화도 아니에요.
산타님 / ^^ 네 기회되면 한번 보세요. 후회하시지 않을 겁니다.
마음을 데려가는 인님 / 네 뮤직비디오로 굉장히 유명해졌다가 이제 영화 좀 건드려볼까 하고 이쪽으로 오게 됐다고 하네요. 자신의 무한한 상상력을 영화로 실현시켜보기 위해.

백년고독 2007-02-25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보았는데 재미있더라고요. ㅎㅎㅎ 왜 이런 영화가 좋을까요 ^^

마늘빵 2007-02-25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습니다. 씨네큐브 영화는 실망시킨 적이 없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고 보더라도 무조건 일단 보고 봐요. 이런 영화관이 씨네큐브 밖에 없는게 안타깝습니다. 舊 허리우드와 現 스폰지하우스도 괜찮지만, 영화 고르는 안목은 씨네큐브가 훨 나은거 같아요. 시설도 그렇고.

독주가 2007-09-29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드리의 <휴먼네이처> 무척 재미있답니다..제가 몸에 털이 많아서인지 여주인공에게 확~~마음이 가더라구요.확실히 이 감독, 심각한 것을 안 심각하게 만드는 데 재주가 뛰어난 듯.

마늘빵 2007-09-29 09:05   좋아요 0 | URL
아 그 영화는 못봤어요. 음... 근데 저도 신체적 환경이 님과 비슷하겠군요. ㅋㅋ 공드리 좋아합니다. <이터널 선샤인>을 특히나...
 



  이 영화 기억하시나요? 아 이 촌스러운 영화 포스터하곤. 1998년에 나온 작품인데 고작 기껏해야 이제 8년지났구만 딱 나 스무살 때 나온 영화. 8년 이란 시간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거 같은데, 내 나이 스무살과 스물여덟살, 어리버리 꾸질꾸질하던 대학 신입생과 직장인 2년차, 한 겨울에 스킨 로션도 바르지 않던 놈과 에센스까지 꼬박꼬박 바르고도 별 티도 안나는 놈. 8년 이란 시간은 바로 이런 차이. 그리고 저 촌스러운 포스터와 8년전의 이성재와 심은하의 모습이란. 8년 참 무섭고나.



* 심은하 맞아?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심은하의 이미지와 너무나도 다른 천방지축 덜렁이 춘희.

  스무살에 저 영화 무지 재밌게, 또 감동적으로 봤더랬다. 그래서 아마도 작년이지 인터넷 쇼핑하다가 <미술관 옆 동물원> 디비디 나왔다는 소리 듣고 바로 질러버렸던게. 그리고 사놓고는 안봤더랬지. 갑자기 보고 싶어져서 꺼냈다. 스무살에 봤을 때의 재밌음과 감동은 이제 재밌음과 유치함으로 바뀌었다. 그때는 이 영화가 왜 이리 마음을 울렸던지.

  스물 여섯 되도록 좋아하는 남자 앞에 가서 나 너 좋아해, 이런 말 조차 못하는 춘희와 이미 다른 여자가 들어와 살고 있는 옛 애인의 집에 뻔뻔하게 들어와 사는 스물 일곱의 군인 철수. 어쩜 이름도 이렇게 딱 자기 모습대로야. 촌스럽고 꾸미지도 않고 너무나 솔직한 면모만 보여주는 춘희와 뻔뻔하고 마구 들이대는 무대뽀 철수. 그리고 이름은 귀엽고 이쁘지만 도도하고 냉정한 철수의 옛 애인 다혜. 아 이 영화의 가장 미스 캐스팅 다혜. 송선미다. 지금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하는 송선미의 연기는 아주 맛깔난 주연급 조연이지만, 흐흐 이 영화에서의 송선미는 정말이지 너무 딱딱하고 어색한 연기에 어울리지 않는 짧은 단발머리에 조신한 척 하는 캐릭터. 아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송선미는 철수의 옛 애인이기도 하지만 춘희의 소설 속 여자이기도.

  영화 <집으로>의 이정향 감독의 첫 작품이었다. 정확히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이정향 감독이 시나리오에 당선됐고, 그것을 영화화하는데 본인이 영화감독을 하겠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고. 진실 혹은 거짓. 영화는 남녀의 기본적인 사랑 패턴을 밟아간다. 사랑하지만 육체를 허락할 수 없는 여자, 육체없이는 사랑도 불가능하다는 남자. 좋아하지만 다가섬이 너무 힘든 여자, 좋아하면 상대가 날 좋아하지 않아도 들이미는 남자. 전형적인 여자와 남자의 사랑방식 아닌가. '전형적인'이 아니고 '전통적인'이라고 해야하나.

  영화는 많은 사랑에 관한 명대사를 남겼다. 

"사랑이란 게 처음부터 풍덩 빠져 버리는 건 줄만 알았지. 이렇게 서서히 물들어 가는 것인 줄은 몰랐어."
"넌 결국 그녀를 사랑했다기 보단 사랑에 빠진 네 감정을 사랑했던 거지" 
"넌 남을 배려해서가 아냐 단지 자신이 상처 받을까봐 그게 두려워서 일부러 안타까운 짝사랑을 하는 척 즐기고있어"
"넌 사랑을 언제나 머리속으로만 해. 그게 다라고 여기고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으니까 언제나 그 모양인거야 "


  철수  "넌 너 이외의 사람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살아가는지 생각해본 적 있어?"
  춘희 "요즘 사람들의 사랑은 같은 음악을 들어도 각자 이어폰을 끼고 듣는 것 같아.
             왠지 뭔가 자기가 갖고 있는걸 다 내주지 않는..."

 
   그래. 스무살에 이 영화가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은, 내가 철수와 춘희와 대화 속의 어느 누군가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육체없이 정신으로 가능하다 생각했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그녀를 놓아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진짜 사랑일 수도 있을거라 믿었으며, 사랑은 친구처럼 왔다 서서히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믿었던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린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주위에서 맴맴 돌다 그녀가 눈치챘는지 어쨌는지 모르고, 혼자 또 아 날 좋아하지 않는건가, 생각하며 쉽게 포기하곤 했던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린다.

  이정향 감독은 사랑을 머리로만 가능하다고 믿는, 또 섹스를 통해서만 사랑이 가능하다고 믿는, 양쪽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쪽 뺨을 보여줌으로써 제 모습을 찾도록 해준다. 천방지축 날뛰고 맛난 음식 앞에서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머리는 감지도 않고 제대로 씻지도 않는 춘희의 일상적인 모습에서, 너무나 솔직한 모습에서, 철수는 사랑을 느끼고, 내가 너보다 이 침대에서 더 많이 잤어, 섹스가 어쩌구저쩌구 대놓고 이야기하는 철수의 노골적이지만, 때로는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 건네는 그런 모습에서 춘희는 철수에게 사랑을 느낀다.

  사랑에 정답은 없다. 사랑은 불현듯 갑작스레 내 마음 속에 자리잡기도, 주변에서 오래동안 함께 지내던 털털한 이성친구의 모습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정신이고 육체고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나중이고, 또 무엇이 필수이고, 무엇이 필수가 아닌지 그런 논쟁은 무의미하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의 사랑이 가능한 법. 단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나만의 사랑법으로 상대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미술관을 가려고 하는 여자, 동물원을 가려고 하는 남자, 둘은 서로 싸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미술관을 가려했던 여자는 그를 만나기 위해 동물원으로, 동물원에 가려고 했던 남자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미술관에 와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서로가 서로의 영역으로 살며시 발을 한짝 들여놨을 때 사랑은 불현듯 다가온다.  시일이 또 한참 지난 뒤에 꺼내어 다시 보고픈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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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11-18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 기억하고 말고요. 저도 보고 싶을 것 같아서 DVD까지 갖추고 있답니다. ^^;
이 영화 덕에 로라 피지(Laura Fygi)가 유명해졌고, 서영은도 이 영화에 삽입된 노래를 불렀죠. 이성재 이 영화에서 참 좋았는데...

마늘빵 2006-11-18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두 디비디 있어요! ^^ 엇 로라 피지는 전 모르는데. -_- 검색해봐야지.

독주가 2007-09-29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은하와 동물원을 무지 좋아하는 저게, 무척이나 고마웠던 영화. 전 송선미와 안성기씨의 이야기가 더 좋더군요.
 

 

    화제의 책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영화판. 책과 영화를 모두 읽고 본 주변인들에 따르면 -나를 포함하여 - 모두가 일제히 책보다 영화를 외친다. 원작 소설을 쓴 로렌 와이스버거는 좀 서운해하겠지만.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면 둘다 즐길 수 있지만,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으면 재미 하나도 없다. 나도 1권만 봤다. 그러나 영화가 개봉되기 이전에 이미 번역되어 출판사와 번역자는 이미 한 몫 잡았을 것이다. 영화가 화제가 되면서 더더욱 팔려 나갔을 것이고, 나중에 입소문에 따라 책보다는 영화더라 이런 말이 퍼지면서 주춤하지 않았을까 하는 나만의 생각.



  원작 소설은 저자 로렌 와이스버거의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77년생으로 나보다 기껏해야 두 살 밖에 많지 않은 아직 젊디 젊은 이 여자는 미국의 코넬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99년말부터 '보그'지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의 어시스턴트로 일했다고 한다. 패션과는 전혀 상관없는 학문을 전공하고, 유명패션지의 편집장 어시스턴트라니. 그녀의 짧은 이색 경력이 두뇌를 자극했나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 이 책을 읽고, 또 영화를 본 영화 속 메릴 스트립의 실제 모델인 안나 윈투어는 과연 이 작품을 접하고 어땠을까. 영화 속의 메릴 스트립이라면 마치 관심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속으로는 웃고 있을테지.

   영화는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시골뜨기 촌녀의 신데렐라 되기로 볼 수도 있고, 또 샤넬, 돌체, 아르마니 등등의 명품들을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 눈요기로 만족할 수도 있다. 일종의 패션쇼. 이 영화 개봉 이후 아마도 영화에 등장했던 각종 옷과 신발, 가방의 명품회사들은 간접광고의 효과를 톡톡히 봤을게다. 어떤 쇼핑몰에서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등장했던 옷가지들을 캡쳐사진으로 편집해 친절하게도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여기에 쏠리다 보니 이에 대해 해설해주고 쇼핑몰 홍보도 하고 아이디어 잘 짰지.



 

 

 

 

 

 

 

 



* 야 이 아줌마 카리스마봐라. 그냥 저러고 가만히만 있어도 광채가 난다. 오른쪽엔 촌녀에서 쌈빡녀로 변신한 앤 해서웨이. 이쁘다. 옷의 힘인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사람들의 패션을 비롯한 외양새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이다. 사람들이 가꾸기에 관심이 있는 만큼 패션을 다룬 이 영화를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온갖 명품들을 다 선보인다. 영화는 온통 간접광고의 장이다. 간접광고라고 하기도 뭣하게 아예 대놓고 보여준다. 이건 프라다, 저건 돌체, 저건 샤넬 등등 명품 이름을 몰라서 쓰지도 못하겠다. 보여줘도 뭔지 잘 모르는게 내 솔직한 고백이지만 보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는 말 못한다. 솔직히 남자 건 별로 나오지도 않는데 왜 이리 눈이 즐거울고. 외양 꾸미기에 관심있고, 패션에 민감한 여성들이 보기에 딱 인 영화. 영화비 8,000원이 아깝지 않을테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엔 여성패션지 몇개를 쭉 훑어본 것과 같을테니깐.

   p.s. 앤 해서웨이와 메릴 스트립의 연기도 매우 볼만했다. 단 젊고 아리따운 해서웨이의 연기가 메릴 스트립의 카리스마에 눌려 빛을 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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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아이 2006-11-17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욕'을 배경으로 한 패션 영화니깐 사람들이 보는 거겠죠?
딴나라 패션 영화라면 볼 생각도 안 할 거 같아요...저만의 생각일까요? ^^;;

비로그인 2006-11-17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흰 코트! 영화 내도록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 옷이었어요! 하지만 저런 네크라인은 아무나 쉬이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서 마음만 꼴깍.

마늘빵 2006-11-17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친아이님 / ^^ 네. 그야 말할 것도 없죠. 뉴욕이니깐 가능하죠. 일본패션, 독일패션 이럼 안보죠. -_-
쥬드님 / 아 저도 옷 바뀔 때마다 눈이 샤샤샥 돌아가요. 정말 이쁘더라구요. 남자옷 패션영화 이런건 없나. 저 이 영화보면서 막 꾸미고 싶어졌어요. 그러나 영화 끝나구 지름신 막 내리려할 때 통장잔고를 확인하고는 눈 깔았습니다.

비연 2006-11-1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릴 스트립은 정말 명배우다 란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배우더군요.
다른 사람이 했더라면...그런 카리스마를 내뿜을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하늘바람 2006-11-18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저는 둘다 아직 안 보아서요

비로그인 2006-11-18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선택을 잘하셨네요!! ㅎㅎ 앤 해서웨이는 꼭 마네킹같아요~ 참 예뻐요..ㅠㅜ

이리스 2006-11-1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책이 훨씬 더 재미있었는데. 영화는 지루해서 보다가 졸았음. 옷나올때만 빼고.

마늘빵 2006-11-18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그래? 난 책 영 밍숭맹숭하던데.

이리스 2006-11-1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보면서 말 그대로 '포복절도' 했었음. 그러면서 머리로 그려놨던 영상이 실제 영화에서 보니 기대치에 훨씬 못미쳐서 그랬던 듯. 너무 쉽게 인정 받는 듯이 보이는 것도 별로였고 볶이는 과정이 축소된데다가 남자 친구와의 갈등 과정, 친한 친구와의 관계도 다 축소되어 버리고 앤틱 제품 찾아 헤매는 모습도 없었고 실제 일에 대한 내용이 반 정도로 잘라지니 재미가 반감되었나봐. 메릴 스트립에게 박수를 쳐줄만큼 연기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봐도 '0' 사이즈의 몸매는 아니라서 낭패. (헐리웃에서 과연 저 나이대에 '0' 사이즈을 입을 수 있는 배우를 찾기는 힘들었을거라 생각하지만.)

마늘빵 2006-11-1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난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가 -_- 메릴스트립의 카리스마와 이쁘게 잘 늙은 외모도 좋았구, 앤 해서웨이의 촌녀에서 명품녀의 변신도 볼만했지. 누가 나 저렇게 안꾸며주나. 한번 받아보고 싶다 뭐 이런거. -_-

해적오리 2006-11-18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고 싶은데..에공 .. 요즘 시간이 별루 안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