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은 스키를 타지 않는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49
패트리샤 모이스 지음, 진용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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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떠올렸던 것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Pirates of the Caribbean: Dead Men Tell No Tales 이다.

이 영화는 조니 뎁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중 하나로, 참고로 이 영화의 관객들이 매기는 한줄평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한줄 평 중 하나는 죽은 자는 말이 많았다 이다...

사실 이 표현은 관용어라고 하는데, 비밀을 아는 사람을 죽여버린다거나 죽은 사람은 말을 할 수 없으니 살아 있는 사람 마음대로 사건의 실체가 결정되어져 버린다는 뜻이라고.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인 죽은 사람은 스키를 타지 않는다 Dead Men Don't Ski 는 제목만 봐서 어느 정도 사건의 실체를 추리할 수 있게 만든다. 죽은 사람은 몰랐으면 좋을 사실을 알아버려서 죽은 것이고, 그렇다면 뭔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이 범인일 것이고. 이 제목을 감안하고 보면 사실 범인이 금방 추리되기도 한다.

스키장과 마약 밀수. 이 소설이 나온 1959년이라면 배경도 소재도 신선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시각으로는 오히려 고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티베트 경감 개인의 캐릭터가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것도 아쉬운 점.

 

혹시나 몰라 적어놓은 패트리시아 모이즈의 작품들

1. 죽은 사람은 스키를 타지 않는다(1959)

2. 가라앉은 선원(1960)

3. 죽음의 회의록(1962)

4. 살인 아 라 모드(Murder a la Mode, 1963)

5. 흐르는 별(Falling Star, 1964)

6. 허공으로 사라지다(Johnny Under Ground, 1965)

7. 환상 살인(Murder Fantastical, 1967)

8. 죽음과 상냥한 아저씨(Death and the Dutch Uncle, 1968)

9. 죽음의 선물(Who Saw Her Die, 1970)

10. 눈과 죄악의 계절(Season of Snows and Sins,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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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시간의 딸 동서 미스터리 북스 48
조세핀 테이 지음, 문용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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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이 독특한 책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은 글랜트. 범인을 뒤쫓던 중 맨홀에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 바람에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다행히 그 범인은 잡혀서 형을 살고 있고 글랜트 경감도 생명이 위험한 것은 아니고 다리가 다 나으면 퇴원할 수 있다. 그래도 몸은 답답하고 마음은 화가 나는 게 당연한 이 주인공이 병실에 걸린 리처드 3세의 초상화를 본 것을 계기로 추리를 시작한다.

무슨 추리냐고?

어린 왕자들을 죽이고 왕위를 뺏은 극악무도한 이 왕의 역사가 실제로는 다를 수도 있다는 의심을 가지고 실제로 왕자들을 살해한 자는 리처드 3세가 아닐수도 있다는 의혹에서 출발한 추리.

 

여기서부터는 약간의 상식이 필요한데, 리처드 3세는 우리 식으로 하자면, 우리 역사의 세조(수양대군)와 닮았다. 그러니까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조카를 죽였는데, 우리 역사에서 세조가 왕위에 올라서 한 업적과는 별개로 조카를 살해까지 한 것이 잔인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나마 세조는 오래라도 살아서 여러 업적을 세울 시간이 주어졌고, 그러다보니 약간은 그의 잔인함이 희석(?)되었다는 느낌은 드는데, 리처드 3세는 재위기간이 2년밖에 되지 않아서 아마도 잔인함이 더 부각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물론 나는 역사에 대해 문외한이니 잘은 모르겠으니 이 정도로 하고...

 

아무튼 이렇게 잔인한 왕이, 알고 보면 그렇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추리하는 내용인데, 그럼 어떻게 추리를 하느냐? 병실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 지인들의 도움을 받는다. 지인들이 가져다주는 여러 서적들을 바탕으로 추론해 나가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무슨 뻘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신기한게 소설을 읽다 보면 점점 스며들어가는 매력이 있다. 글랜트 경감의 시리즈가 여러 권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 시리즈 중에서도 이 소설은 아마 독특한 추리 소설일 것이고, 그리고 추리 소설 전체로 놓고 봤을 때도 형식이 아주 독특하고, 또 재미있다.

 

리처드 3세에 대해서 찾아봤더니, 놀랍게도 2012년도에 유실된 것으로 알려져 내려오던 유해를 고고학자가 찾아내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DNA 검사를 거쳐 리처드 3세로 판명된 이 유골은 우여곡절을 거쳐 재장례가 이루어졌으며, 그 이야기와 함께 여러 가지 아름다운 후일담도 함께 있다. , 그리고 저자의 생각처럼 리처드 3세가 그 정도로 나쁘지는 않았다는 사람들도 소수 있지만,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는 아마 리처드 3세가 왕자들을 죽인 범인이 맞을 것이라고.

 

이 책은 리처드 3세에 대한 진리는 시간의 딸 뿐 아니라 로버트 바의 건망증 있는 사람들도 함께 실려 있다. 매번 느끼는 건데 동서미스터리북스의 편집은 참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이 더 재미있었는데, 찾아보니 이 작품 또한 로버트 바 작가의 유제니 발몽 시리즈 중 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가는 셜록 홈즈의 코난 도일 작가와 절친이자 세계 최초의 셜로키언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홈즈의 패러디 소설도 썼다고 한다. 다른 소설은 잘 모르겠으나 이 건망증 있는 사람들(출판사에 따라 건망증 클럽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듯)은 엘러리 퀸을 비롯한 전문가 열한 명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미스터리 단편 열두 편 중 한 편으로 선정되었으며, 에도가와 란포가 선정한 단편 베스트 10에도 들어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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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할 때는 동서 미스터리 북스 47
제프리 허드슨 지음, 홍준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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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허드슨이 누군가 했더니 그 유명한 마이클 크라이튼이다. 마이클 크리이튼이라면 의사 출신 작가로 그의 수많은 작품이 영상화되었으며, 대표적인 작품에는 쥬라기 공원이 있다. 드라마 ER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고. 그래서인지 이 소설도 결말은 초반부터 대충 예상이 되었지만 그와 상관없이 전개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고, 무엇보다도 등장인물에게 마치 현미경을 갖다 댄 것처럼 촘촘하게 묘사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익숙한데도 재미있는, 아니 익숙해서 재미있는 그런 책.

 

210p

난 가끔 생각해요하고 그녀가 말했다. “저 사람들이 정치이야기 같은 건 하지 않을까 하고요. 의학 이야기뿐이거든요.”

나는 의사는 무정치적이라고 하던 아더의 말이 생각나서 빙긋 웃었다. 아더는 언제나 의사는 진정한 정치적 시야를 갖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를 생각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군대와 같은 거지.” 그는 언젠가 말했다. “정치적인 사고방식은 직업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거야.”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좀 과장해서 말한 것이지만, 아더의 말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더는 사람들에게 쇼크를 주고 초조하게 만들고 부추기기 위해 무슨 일이든 허풍스럽게 과장해서 말한다. 참으로 그다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한편 그가 진실과 허위, 진실과 과장을 구별짓는 가느다란 선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의견을 던져 누군가 그것을 집어든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피려는 것이다. 취해 있을 때면 특히 더 그렇다.

내가 아는 의사 가운데 술에 곤드레가 되는 것은 아더뿐이다. 다른 의사들은 상당한 양의 알코올을 마셔도 거의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한동안 말이 많아지고 떠들썩하다가는 곧 존다. 아더는 몹시 취했을 때면 특히 화를 잘 내며, 아무도 보이지 않는 듯 거침없이 행동한다.

나는 그의 이런 버릇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리하여 얼마 동안 그것을 병리적 명정(酩酊)의 한 종류이리라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다른 사람이 자제하려고 애쓸 때 마음껏 행동하고 싶어지는 자기탐닉의 한 종류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에게는 이 탐닉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어쩔 수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마음대로 행동할 구실로서 스스로 탐닉을 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확실히 그는 자신의 직업을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좋지 않게 생각하는 의사는 많다. 존즈는 연구에 붙잡혀 마음대로 돈을 벌 수가 없다고 싫어했고, 앤드류스는 비뇨기과가 그에게서 아내와 행복한 가정생활을 빼앗아갔다고 싫어했으며, 피부과의인 텔서는 환자가아니라 정신병자로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싫어했다. 이러한 의사들 가운데 누군가와 이야기해 보면 반드시 불만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들은 아더와는 다르다. 아더는 의사라는 직업 그 자체에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어떤 직업에나 그 자신과 동료를 경멸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아더는 극단적이었다. 그는 마치 자신을 업신여기고, 자신을 불행에 빠지게 하고, 화를 내고, 슬퍼하기 위해 의사세계에 들어온 것 같았다.

나는 이따금 그가 중절해 주는 것은 동료들이 자신을 싫어하게 만들고 불쾌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게 아닐까생각할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그는 취하지 않았을 때는 임신중절에 대해 지성적인 의견을 조리있게 편다. 그러나 취하면 감정과 태도와 자세와 자기만족을 이야기한다.

아더는 의학에 적의를 느끼고 있어, 취해 있다는 구실로 그 적의를 발산시키기 위해 술을 마시는지도 모른다. 그는 취하면 다른 의사들과 지나치게 심하다고 여길 만큼 크게 말다툼을 한다. 언젠가 그는 저니스 보고 그의 아내에게 중절을 해주었다고 말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저니스는 급소를 찔린 듯한 얼굴을 지었다. 저니스는 가톨릭 신자지만, 그의 아내는 그렇지 않다. 그리하여 아더는 화기애애했던 디너파티를 엉망으로 만들고 말았다.

나도 그 파티에 있었기 때문에 그 다음 일이 걱정되었다. 며칠 뒤 아더는 나에게 사과했다. 내가 곧 저니스에게 사과하라고 말하자 그는 사과했다. 이상하게도 저니스와 아더는 그로부터 아주 친한 친구가 되었으며, 저니스는 중절에 찬성하게 되었다. 아더가 그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어떤 식으로 설득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설득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누구보다도 아더를 잘 알고 있으므로 그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중대하게 생각한다. 그의 출생과 육체적 특징이 그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의사 중에는 중국인과 일본인이 많아 그들에 대한 우스갯소리도 많다. 그들의 에너지, 영리한 두뇌, 성공을 쫓는 열의에 대한 경계심이 담긴 농담이다. 유대인들이 듣고 있는 그런 종류의 우스갯소리이다. 아더는 중국계 미국인으로서 이 전통과 싸웠고, 또 보수적인 그의 가정과 싸웠다.

그는 반대방향으로 치달려 과격해져서 좌익에 가담했다. 그가 온갖 새로운 것을 자진해서 받아들이는 게 그 좋은 증거이다. 그는 보스턴의 산부인과의들 가운데 가장 근대적인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다.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곧 그것을 산다. 이 일에 대해서도 우스갯소리가 오갔다. ‘새로운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동양인이라고. 그러나 아더에게 있어서는 동기가 다르다. 아더는 전통과 습관과 인정받고 있는 방식과 맞서싸우는 것이다.

아더와 이야기하노라면 언제나 새로운 생각에 가득차 있는 듯이 여겨진다. 그는 파파니코로 염색의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냈다. 지금까지 해온 내진은 시간낭비이므로 그만두자는 것이다. 그는 배란을 나타내는 기초체온은 지금까지 발표된 것 이상으로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난산이라 하더라도 분만 때 겸자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만할 때 전신마취법을 그만두고 많은 양의 트랑키라이저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생각과 학설을 들으면 처음에는 감명을 받는다. 그러나 곧 그는 모든 기회에서 결점을 찾아내어 전통을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가 임신중절을 시작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동기를 따져물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경우 언제나 잠자코 있다. 동기는 그 일의 궁극적인 결과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올바른 동기를 가지고도 잘못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역사가 가르쳐주고 있다. 그런 경우 그는 패배한다. 그러나 잘못된 동기를 가지고 올바른 일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그는 영웅이 된다.

 

226p

어찌된 까닭인지 아는 학생시절과 퍼플 넬이 생각났다. 퍼플 넬은 78살 된 알콜 중독 환자였는데, 그녀가 우리의 해부용 시체가 된 것은 죽고 나서 1년이 지난 뒤였다. 우리는 그녀를 이라고 불렀다. 해부하기 쉽도록 우리는 여러 가지 취미가 좋지 않은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았다. 나는 차갑고 축축하게 젖은 고약한 냄새가 풍기는 살을 베다가 그리고 피부를 걷어올리다가 그대로 도망쳐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일이 기억난다. 넬과 관련된 일을 얼른 끝내고, 그녀를 잊고, 그녀의 냄새를 잊고, 죽은 뒤 오랜 시간이 지난 살의 촉감을 잊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랬다. 사람들은 차츰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고 말했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해부를 끝내고 모든 신경과 혈관을 하나하나 가르쳐줄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맨 처음 해부용 시체와의 쓰디쓴 경험을 맛본 뒤 나는 병리에 흥미를 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나는 해부를 좋아하게 되었고, 새로운 검시해부를 할 때마다 시체의 냄새와 모습을 마음에서 쫓아버리는 데 익숙해졌다. 그러나 검시해부는 다른 점이 있어 이상한 매력이 느껴진다. 검시해부에서는 막 죽어 병력(病歷)을 알 수 있는 사람을 다룬다. 인격이 없는 해부용 시체가 아니라 인생의 싸움을 겨루다 막 패한 사람을 다루는 것이다. 우리의 임무는 그가 왜 어떻게 패했는가를 찾아내어 같은 싸움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 자신을 돕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부만을 목적으로 하여 방부제를 써서 죽은 뒤 오래도록 보관해 둔 해부용 시체와는 크게 차이가 있다.- 이 단락은 220p에서 221p에 걸쳐 똑같이 등장하는데 아마 편집의 실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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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철리 여자 동서 미스터리 북스 46
로스 맥도날드 지음, 김수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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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위철리 여자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는 우습게도 머릿속에 읍면리를 이야기하는 그 리()가 떠올랐다. 그러니까 수유리나 미아리같은 그런 리가 떠올랐다는 말인데, 당연히 그런 뜻은 아니다. 위철리는 사람의 성()이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위철리라는 성을 가진 여자라는 뜻이 되겠다. 이런 제목을 왜 달았나 싶을 수 있다. 차라리 그냥 사람 이름으로 해도 될 일이다. 그런 소설도 많다. 레베카도 엠마도 이름이다. 왜 위철리라는 성을 가진 여자여야 했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약간 스포가 될 수 있지만 죽은 사람도 죽은 사람처럼 오인되는 사람도 엄밀히 말하면 위철리 가의 여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 의미가 소설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 소설의 반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읽어보면, 어쩌면 작가가 처음 소설을 구상하는 과정에서부터 이 포인트는 상당히 영향을 준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제목일 수밖에 없는데, 사람 심리가 간사한 것이 다 읽고 나면 되려 바로 그 부분 때문에 제목이 다소 김빠지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게 된다.

 

루 아처를 창조해낸 작가 로스 맥도널드는 해실 대밋이나 레이몬드 챈들러 등 다른 하드보일드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 작가에 대해 정보를 접하는 과정에서 언뜻 스쳐지나가듯 본 기억이 난다. 동서미스터리북스에서는 이 소설 뿐 아니라 로스 맥도널드의 소설 2개가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 작가의 문학사적 성취와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챈들러나 대밋보다는 소설의 재미가 덜했다...는 느낌이어서 빨리 다른 소설 2개를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큰 반전이라는 부분이 왠지 중반부부터는 짐작이 갔다는 이야기이다. , 혹시 이거 그런 쪽으로 이야기라 흘러가려나? 했는데 여지없이 그런쪽으로 흘러가는 느낌... 소설이 그렇게 진행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 소설만의 어떤 특별한 점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딱히 그렇지도 않았고.. 등장인물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느껴질 부분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러니까 주인공이 되었든 악당이 되었든, 답답하거나 개차반이거나 인간 말종이거나 찌질하거나 어떤 단점이 있더라도, 왠지 모르게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렇게 특징적이지는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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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버4/절단 동서 미스터리 북스 45
조이스 포터 지음, 황종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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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때 도버4, 그리고 절단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생각했다. 두 가지 이야기가 실린 것은 맞지만 처음 생각과는 달랐다. 도버4/절단 이라는 이야기는 조이스 포터라는 작가의 도버 시리즈 중 4번째 이야기이고, 그것과 별개로 라이오넬 화이트라는 작가의 어느 사형수의 파일이라는 소설이 함께 실려 있다. 독특함으로는 도버 시리즈가 인상 깊지만 짜임새로는 두 번째 소설이 더 나았던 것 같고. 일관성을 위해서는 도버 시리즈 하나를 같이 실어놓고 두 번째 소설은 따로 분리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조이스 포터의 도버 시리즈는 도버 경감이 등장하는 소설인데, 여기 나오는 주인공은 그야말로 비열하고 치졸하기 이를 데 없어 어떻게 경감까지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인물이다. 아내에게나 부하에게나 자기 내키는 대로 하는 이 사람이 순간적인 집중력과 추리로 어어하면서 결론에 도달하는 모습이 다른 추리 소설과 구별되는 재미이다.

 

소설을 창작하는 입장에서는 주인공, 특히 추리 소설의 경우 탐정의 캐릭터에 공을 많이 들일 것 같다. 히어로물의 특징은 주인공이 매력 있어야 한다. 홈즈도 마플도 푸아로도 뤼팡도 이야기만 들었을 때 머릿속에 바로 그려지는 그림이 있다. 담배를 물고 사냥 모자를 쓴 영국 신사, 자그마한 체구에 열심히 뜨개질을 하는 할머니, 콧수염을 비비적거리며 독특한 액센트로 이야기하는 벨기에인, 카사노바 같지만 신사적인 프랑스 남자...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냥 꽝이다. 어쩌면 창작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일부러 거꾸로 가려고 마음 먹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소설 밖에서 만나고 싶지는 않지만 소설로만 읽으면 그리 밉지는 않다. 어이없이 당할 때가 많아서 독자 입장에서는 많이 얄밉지는 않다.

 

우리나라에는 도버 시리즈 중 4번째만 번역된 것 같은데, 아마도 다른 소설은 이 소설보다 재미가 떨어져서인 것 같다. 그래도 다른 도버 시리즈와 함께 엮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라이오넬 화이트의 소설은 분리하고.

 

만약 그렇게 편집했다면 어느 사형수의 파일은 어디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알맞았을까?

 

동서미스터리북스 3권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제목의 책에는 하나, , 내 구두 버클을 채우고 라는 소설이 실려 있지만 그것은 동일한 작가인 크리스티의 소설이다.

동서미스터리북스 15권의 주홍색 연구라는 제목의 책에는 네 사람의 서명이라는 소설이 실려 있지만 그것은 동일한 작가인 도일의 소설이다.

 

동서미스터리북스 17권의 사나이의 목이라는 제목의 책에는 황색의 개 라는 소설이 실려 있지만 그것은 동일한 작가인 심농의 소설이다.

 

동서미스터리북스 22권의 바스커빌의 개라는 제목의 책에는 공포의 골짜기 라는 소설이 실려 있지만 그것은 동일한 작가인 도일의 소설이다.

 

동서미스터리북스 35권의 특별 요리라는 제목의 책은 스탠리 엘린이라는 작가의 단편을 모아놓은 책인데, 특이하게도 마지막 단편은 토머스 버크라는 다소 평범한 이름의 작가의 오터모올씨의 손이라는 제목의 소설이다. 그때도 이 단편만 다소 튄다고 느껴졌는데 왜 이렇게 편집을 했을까 궁금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렇게 애매하게 실을 단편들만 따로 모아서 차라리 편집하는게 나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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