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시간의 딸 동서 미스터리 북스 48
조세핀 테이 지음, 문용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구성이 독특한 책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은 글랜트. 범인을 뒤쫓던 중 맨홀에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 바람에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다행히 그 범인은 잡혀서 형을 살고 있고 글랜트 경감도 생명이 위험한 것은 아니고 다리가 다 나으면 퇴원할 수 있다. 그래도 몸은 답답하고 마음은 화가 나는 게 당연한 이 주인공이 병실에 걸린 리처드 3세의 초상화를 본 것을 계기로 추리를 시작한다.

무슨 추리냐고?

어린 왕자들을 죽이고 왕위를 뺏은 극악무도한 이 왕의 역사가 실제로는 다를 수도 있다는 의심을 가지고 실제로 왕자들을 살해한 자는 리처드 3세가 아닐수도 있다는 의혹에서 출발한 추리.

 

여기서부터는 약간의 상식이 필요한데, 리처드 3세는 우리 식으로 하자면, 우리 역사의 세조(수양대군)와 닮았다. 그러니까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조카를 죽였는데, 우리 역사에서 세조가 왕위에 올라서 한 업적과는 별개로 조카를 살해까지 한 것이 잔인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나마 세조는 오래라도 살아서 여러 업적을 세울 시간이 주어졌고, 그러다보니 약간은 그의 잔인함이 희석(?)되었다는 느낌은 드는데, 리처드 3세는 재위기간이 2년밖에 되지 않아서 아마도 잔인함이 더 부각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물론 나는 역사에 대해 문외한이니 잘은 모르겠으니 이 정도로 하고...

 

아무튼 이렇게 잔인한 왕이, 알고 보면 그렇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추리하는 내용인데, 그럼 어떻게 추리를 하느냐? 병실에 누워 있는 상태에서 지인들의 도움을 받는다. 지인들이 가져다주는 여러 서적들을 바탕으로 추론해 나가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무슨 뻘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신기한게 소설을 읽다 보면 점점 스며들어가는 매력이 있다. 글랜트 경감의 시리즈가 여러 권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 시리즈 중에서도 이 소설은 아마 독특한 추리 소설일 것이고, 그리고 추리 소설 전체로 놓고 봤을 때도 형식이 아주 독특하고, 또 재미있다.

 

리처드 3세에 대해서 찾아봤더니, 놀랍게도 2012년도에 유실된 것으로 알려져 내려오던 유해를 고고학자가 찾아내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DNA 검사를 거쳐 리처드 3세로 판명된 이 유골은 우여곡절을 거쳐 재장례가 이루어졌으며, 그 이야기와 함께 여러 가지 아름다운 후일담도 함께 있다. , 그리고 저자의 생각처럼 리처드 3세가 그 정도로 나쁘지는 않았다는 사람들도 소수 있지만,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는 아마 리처드 3세가 왕자들을 죽인 범인이 맞을 것이라고.

 

이 책은 리처드 3세에 대한 진리는 시간의 딸 뿐 아니라 로버트 바의 건망증 있는 사람들도 함께 실려 있다. 매번 느끼는 건데 동서미스터리북스의 편집은 참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이 더 재미있었는데, 찾아보니 이 작품 또한 로버트 바 작가의 유제니 발몽 시리즈 중 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가는 셜록 홈즈의 코난 도일 작가와 절친이자 세계 최초의 셜로키언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홈즈의 패러디 소설도 썼다고 한다. 다른 소설은 잘 모르겠으나 이 건망증 있는 사람들(출판사에 따라 건망증 클럽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듯)은 엘러리 퀸을 비롯한 전문가 열한 명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미스터리 단편 열두 편 중 한 편으로 선정되었으며, 에도가와 란포가 선정한 단편 베스트 10에도 들어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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