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여러분 반올림 14
이상운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학생인 두 딸을 두고 있기에 날마다 녀석들과 싸움아닌 싸움으로 시끄러움이 그치지 않기에 제1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녀석들과 제2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나와 좀더 매끄러운 관계를 이어나가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이벤트에 신청을 하였는데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차에 책이 배달되어 왔다.우리집은 그러니까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여자가 셋이다.
 
나 또한 사춘기 시절엔 당차고 반항적이며 내 고집을 많이 부렸지만 지금의 아이들처럼 막무가내는 아니었다.가정형편에 어느 정도 편승하며 부모의 말을 어기면서도 받아 들였는데 요즘의 아이들은 도무지 부모보다는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워 모든것을 자신의 잣대로 저울질을 하니 감당이 안된다.거기에 학교에서 배울 공부를 학원에서 미리 선행을 하기에 학교는 건성이고 학원공부에 더 치중을 하는가하면 미디어의 발달과 부모의 치맛바람에 휘날려 다니느라 더욱 날카롭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주관이 뚜렷하고 거세다.그러니 구세대와 신세대의 만남엔 마찰음이 통과의례처럼 되었다.
 
몸집이 커지니 당연히 생각도 커졌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듯 반항을 한다.아직 이성이 완전하게 자리하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판단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부모를 바라보기에 이해의 폭이 좁기도 하지만 그런 반면에 밟으면 깨지기 쉬운 살얼음과 같기도 하다.자신의 잘못을 지적하여 잘 설명해주면 눈물을 보이는 여린 병아리처럼 마음을 아프게도 한다.그런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잠자는 시간도 없이 공부와 수행에 매달리며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쁘게 살고 있지만 그 존재들이 제일 잊혀져 가고 있는것 같다. 그런 반면에서 청소년 문학이라는 점에서 제일 반갑고 높게 점수를 주고 싶다.하지만 약간은 동떨어진듯한 이야기가 있는 듯 하기도 하여 반감이 들기도 했다. 자신의 용돈으로 할머니의 마늘을 몽땅 산다는 것은 약간은 비약이지만 어처구니가 없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약기에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마음아파 하는 혜리를 잘 감싸주는 현서를 만날때는 가슴이 따듯해졌다. 요즘 이혼은 흔한 이야기며 그로 인한 가정의 파괴로 아이들이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친구를 나몰라라 하지 않고 감싸주는 마음 따듯한 현서를 만나니 그게 바로 중학생 인것 같으면서 이성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아직은 정확하게 몰라 친구로 있는 그 상태가 웃음짓게 만든다. 또 한 친구,조금은 엉뚱하면서도 친구중에 감초처럼 행동하는 준호,친구들 중에는 그런 친구가 꼭 한명씩은 있다.그런 친구가 나중에 더 기억에 많이 남는데 작가에게도 그런 친구가 기억에 남았던것 같다.여기에 등장하는 중학생들은 지금의 아이들이 걷고 있는 수행이나 공부라는 무거운 주제가 아닌 그저 일상적인 면을 보는 것 같은 일상적인 언어들로 그들을 표현해 내려 하여 무거움은 없고 <젊은 느티나무>나 <어린왕자>를 생각나게 했다. 내가 자라던 시절에는 하이틴 소설이 참 많이 유행했던 것 같다.지금은 아이들이 책을 읽을 시간도 부족하지만 그런류의 소설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성장기를 거치는가 하는데 갑자기 아이들은 커버리는 것 같다.제일 감성적이며 사춘기 시절의 독서가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데 책을 가까이 하지 않지만 대입이나 고입에 시달려야 하기에 다이제스트 식으로 훑고 지나야 하는 아이들에게 중학생 눈높이에 맞는 책이라는 점에서 우선 딸들에게 읽히고 싶다.책이 배달되고 막내인 중2 딸이 먼저 읽기는 했지만 뭔가 읽은 후의 소감은 자신들의 언어를 많이 사용했지만 약간은 동떨어진듯한 갭을 발견한 모양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좀더 많은 것을 기대했지만 책은 그들의 눈높이로 그들을 바라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서로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하기에 단절이 오고 어긋남이 오는데 그들의 눈높이로 바라보고 대화를 한다면 내가 지나온 길인 그 시절의 아이들을 좀더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짐을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2008년 5월 5일 우리문단의 큰 별인 박경리선생님이 작고하고 고인이 남긴 유고시들 39편이 한데 묶여 시집으로 나온것이다.제목에서 처럼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했듯이 작가는 욕심없이 한평생을 살아온것 처럼 마지막 길에도 훌훌 털고 가신듯 하다.팔십평생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농부처럼 땅을 일구며 원고지와 만년필을 벗하여 지낸 겸허하게 보낸 그의 생이 우러러 보인다.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을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 산다는 것 중에서 -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옛날의 그 집 중에서 -
 
 
 기차를 타고
혹은 배를 타고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보다 은밀하게 내면으로 내면으로
촘촘하고 섬세했으며
다양하고 풍성했다
 
- 여행 중에서 -
 
 
벼개에 머리 얹고 곰곰이 생각하니
그것 다 바느질이 아니었던가
개미 쳇바퀴 돌 듯
한 땀 한 땀 기워 나간 흔적들이
글줄로 남은 게 아니었을까
 
-바느질 중에서 -
 
차분하게 자신의 삶을 정리하듯 써 내려간 시들이 가슴에 깊게 박힌다. 외할머니 어머니 천성등 자신을 뒤돌아 보는 시들에 자신이 살아온 팔십평생을 고스란히 담아 버리고 비운것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이 짠 하다. 팔십평생 글을 쓰며 여행도 글 속에서 하고 자신의 삶을 바느질 하듯 글로 다 풀어 놓은 우리문단의 큰 별,위대한 작가 박경리 선생님의 마지막 시편들이 작가의 뒷모습을 비추어주듯 고운 바느질로 이렇게 우리앞에 나와 더욱 기쁘기도 하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프며 내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고 싶을때 언제 어디서나 들여다봐야 할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색 샤라쿠
김재희 지음 / 레드박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안그래도 우리 아이가 어제 물어보고 왔는데, 샤라쿠라고 합니다."
"사루라요?"
"아니 샤라쿠요. 즐거움을 그린다는 뜻이래요."
"어휴, 저렇게 잘생긴데다 그림까지 잘 그리니,정말 딱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도수샤이 샤라쿠..일본 에도시절 1794년 5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단 10개월동안 활동하고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갔는지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인물,하지만 그가 남긴 140여점의 그림들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예술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그의 작품상의 특징이나 시대상으로 보면 그가 김홍도라는 설이 있다. 당시 정조는 일본 정벌을 하려 하였고 그가 첩자들을 일본에 보냈으며 김홍도가 대마도에 잠입하여 지도를 그려 정조에게 바친 점들이 그를 샤라쿠라고 믿게 만들고 있다.하지만 이 책은 샤라쿠를 '신가권.. 혜원 신윤복' 으로 가정하고 있다.당시 김홍도는 나이가 오십대정도이며 그는 연풍현감을 맡고 있었기에 그의 제자라고 사료되는 신윤복을 연풍현감으로 있던 김홍도가 첩자 훈련을 시켜 일본에 보낸 간자로 보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가권, 그는 김홍도의 임금인 정조앞에서 자신은 잘 그렸다 싶은 그림을 그렸지만 임금은 자신의 그림은 쳐다보지도 않고 김홍도만을 칭찬하자 자신의 그림을 임금앞에서 찢어 발기듯 한다.그런 그의 행동으로 인하여 그의 목숨은 김홍도의 손에 넘어가게 되는데 죽을것을 안 가권은 뒷골목에 들어가 행패를 부리듯 하여 기생 아취에게 넘겨지게 되는데 아취는 그를 김홍도에게 넘긴다.
 
당시 연풍현감으로 있던 김홍도는 부모를 잃었지만 일어도 잘하고 여러모로 똑똑한 영재라는 아이를 거두고 있었는데 가권의 곁에 영재를 두어 그를 보살피면서 일어를 가르치게 한다.모나면서도 자신에 차 우쭐하던 그의 성격은 김홍도의 수업을 받으면서 둥글어지게 되고 그림솜씨 또한 일취월장을 하여 스승을 능가하게 된다.첩자로서의 마지막 단계까지 거뜬히 통과한 가권은 마침 정조의 일본 정벌에 필요한 에도 지도를 그리기 위하여 영재와 함께 대마도를 거쳐 일본으로 밀항을 한다.
 
빈털털이처럼 둘은 행색이 초라해도 가권의 그림솜씨로 위기를 모면하며 에도에 이르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의 일에 도움이 되는 출판사이며 밑천을 장만하고 자신을 위장하기 안성맞춤인곳 쓰타야 사장을 만나 그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야쿠샤에를 그린다. 그가 그린 그림은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보여지지 않았던 독특한 그림이었으며 그가 그린 그림을 여러장 찍어낸 판화는 날개 돋힌 듯이 팔려 나가 그는 화가로 명성을 얻으며 살인사건과도 연결되게 된다.
 
한편 에도에서는 무시무시한 살인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었다. 그 살인사건에서 시체를 그리던 샤라쿠는 범인이 야차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만났던 인물이며 그가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을 알아내기도 하고 일왕의 교서를 찾기 위하여 하시모토의 집에서 화사로 병풍을 그려주면서 그의 보물창고에서 일왕의 교서를 찾아내기도 한다.그러다 만난 우도,그는 끝까지 그를 지키려 하다가 목숨을 잃기도 한다.자신의 신분을 화사로 위장을 하면서 밤마다 에도 거리를 걸으며 완성한 에도지도,하지만 신분이 탄로나 에도지도가 빼앗길 위기에 처하지만 조선의 여자였지만 지금은 일본의 닌자가 된 오이란인 사유리,그녀덕에 에도지도를 구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그들의 꿈같던 하룻밤도 결국은 그녀가 마지막 죽음으로 일관하자 그는 그녀를 '미인도'로 남겨 놓는다
 
에도지도도 일본왕의 교서도 간자의 역할을 잘 이행하고 돌아오지만 교서는 진본이 아니고 원래 진본이 없었다는 말이 있기도 했지만 일본 정벌을 하려던 정조가 갑자기 의문사를 하였기에 모든것은 허사로 돌아가고 만다. 그러므로 샤라쿠도 다시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미완의 이야기다.신윤복 하면 춘화로 한시대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천재적인 화가이면서 당대 김홍도와 그들의 예술이 꽃 피울 수 있도록 뒷받침한 정조가 있었기에 이시대 문화코드가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어찌보면 '바람의 화원' 과는 다르면서도 그 책에서 감추어졌던 일부분을 논해 놓은듯 하고 암튼 지금까지 전해지는 뚜렷한 기록이 전무후무하기에 이런 좋은 작품들이 탄생되어지지 않았나 싶다.
 
역사의 기록이 좀더 남아 있다면 소설도 좀더 확실한 결말이 있었을텐데 역사에 남은 그들의 기록처럼 소설은 미완처럼 끝이나서 조금은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샤라쿠라는 인물이 김홍도이건 신윤복이건 우리 조상인것은 분명한듯 한데 일본인들이 그 사실을 인정한다면 자신들의 역사 뿌리가 흔들리니 자신들의 역사로 확실하게 인정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어제는 EBS에서 조선의 위대한 화인 -신윤복 편을 방송했다. 그가 남긴 작품들을 다시 재조명하니 춘화가 아닌 현실을 신랄하게 비꼬면서도 위트가 넘치고 명암이 뚜렷하여 작품에 빠져들게 하면서 김홍도 그림에서는 없는 배경이 등장하는 그의 그림을 보며 어쩌면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사의 화가들보다도 더 천재적이면서도 위대할지 모르는데 사실이 감추어지고 왜곡되어 진것은 아닌지 아쉽기만 했다.덤으로 이런 류의 작품을 많이 만났으면 하는 독자로서의 바램이다.우리 역사와 역사적 인물들도 문화코드로 멋지게 성공 할 수 있음을 더 많은 작가들이 탐구하고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림은 단순히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는 게 아니네.사의 즉 그 대상이 나타내는 뜻을 살펴 그리는 것일세.'
'사물을 보는 눈을 익히게. 사람의 내면을 보게.그러면 자네의 그림은 따로 연습하지 않아도 뜻을 이루게 될 것이야." - 58p
 
'도공들은 유약을 바른 도자기가 불의 오묘한 조화로 구워지는 것을 보고 불의 기운으로 도자기를 만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네.그렇다면 화공들은 물의 기운으로 그림을 그리는 셈이지. 그렇지 않은가?' -66p
 
'선배의 그림을 임모하는 것은 단순히 그림 기술을 익히라는 뜻만은 아니네.화원이 가져야 할 자질을 기르기 위함이지.선배의 그림중에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어긋나는 붓질이 있더라도 그 부분을 그대로 그려낼 만한 마음의 여유와 인품,관용? 되는 것은 아니야.수많은 여행과 독서 경험을 통해 마음이 풍부해지고 너그러워지면 붓은 저절로 따라붙는 걸세.' -68
 
'그의 마음은 빈 벼루처럼 늘 허전했다.그런 가권의 마음에 단원이 물을 붓고 먹을 갈아 채워준 것이다.' -70p
 
'넌 그림을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그림이 무엇이라고 배웠지? 진정한 그림이란 대상의 참을 그리는 거다.초상화라는 것도 그저 닮게 그리는 것으로 족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의 정신까지 그려내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거야.' -21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부도둑 -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삼씨도 삼밭에 떨어지면 인삼이 되지만 척박한 산에 떨어지면 산삼이 된다는 거 명심해 두어라..'
그랬다 작가는 인삼보다는 산삼의 길을 한평생 걸어온 공부도둑이다.자신이 살아온 칠십평생을 점검하는 계기로 평생 앎과 숨박꼭질하며 살아온 생애를 정리하듯 쓴 글이지만 어찌보면 딱딱하기도 하다.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로 30년의 생을 살아오신 분이시라 그런지 이과계열이라면 흥미롭겠지만 문과계열이나 공부에 뜻이 없다면 생각만큼 흥미롭게 읽기 어렵다.
 
책은 자신이 어떻게 해서 태어나게 되었는지 부터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명당자리에 묻히신 선친의 묘 밑에 허묘, 그곳에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데 허묘덕분인가 할아버지가 공부를 못하게 해도 스스로 야생의 공부를 한 덕에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도 중학교를 편입하듯 들어가 최우수 상을 받으며 졸업을 하고 남들은 인문계고를 가는데 자신은 물리가 좋아 공고를 가는,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동떨어졌다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 공부하듯 하여 서울대 물리학과를 들어간 작가,한마디로 말하면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었으니 대단하다고 하겠지만 부모님이 주신 무언가가 반은 작용하지 않았을까...
 
학문의 길은 험하고도 멀고 자신과의 스스로의 싸움이라고 하고 평생을 하여야 한다고 하지만 이렇듯 자신이 원하는 부분에서 평생을 바쳐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아온듯 하다.공부를 못하게 하신 할아버지,할아버지에게 '공부'는 또 하나의 안경처럼 공부는 하든 하지 않든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는데 마치 멋쟁이들이 민짜 안경을 쓰고 다니듯이 공부했다는 놈들이 공연히 졸업장이나 꿰어차고 다닌다고 보듯 할아버지는 작가의 공부의 길을 막았다.그런 할아버지 덕에 야생의 공부를 택하게 되었고 그가 공부로 승부를 낼 수 있었다. '남이 장에 가니 나도 간다'는 식의 공부 길이 아니라 '아무도 장에 안 가도 옆에서 아무리 장에 가는 것을 막아도 나는 장벽을 뚫고라도 간다'는 식으로 공부 길을 일찍부터 걷게 되어 그의 길을 갈 수 있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학문 그 자체는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요즈음은 가히 경쟁만능 시대라 할 만큼 모든 것을 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막연하다.그러나 이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학문의 세계에서는 더구나 그렇다. 학문은 기여이고 협동이지 결코 경쟁이 아니다.경쟁이라는 것은 함께 취할 수 없는 소수의 목표를 놓고 서로 취하겠다고 다툴때 나타나는 것인데 학문의 목표는 결코 한두 사람이 취한면 없어지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274p
 
그가 공부하기에 좋은 장소로 세 곳을 꼽았다. 책상머리와 산책길 그리고 들길이나 등산길이라 했다. 그리고 학문은 일생을 두고 오르는 등산길이라 했다.그는 일생을 한 산을 바라보며 등산을 하였고 이루었기에 이런 조언도 남길 수 있으리라. 아무리 자식에게 부모의 욕심으로 공부의 길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그런다고 부모의 욕심만큼 따라주는것도 아니고 그 길로만 매진하는 말 잘 듣는 자식도 드물 것이다. 내가 공부한 방법이 왕도는 아니듯이 그것이 모두 자식에게 통용되는것도 아니다. 개인차가 있기에 스스로에게 맞는 맞춤공부법이 있겠지만 작가는 '야생공부법'을 강조하고 있다.스스로 깨우쳐야 계란에서 병아리가 나오듯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평생을 되돌아보며 회고한듯 하다.하지만 그 길은 멀고도 멀다.
 
자신을 배우는 사람으로 말했듯이 그는 공부꾼이며 학문도둑이라 했다.늘 배우는 자세야 말로 공부의 첫 자세인것 같은데 무언가 늘 쫒기듯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선 그것 또한 쉽지 않다. 내 자식에게 내 평생을 이런 멋진 책 한권으로 갈무리하여 남겨 줄 유산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부터라도 그런 유산을 만들고 싶어졌다.작지만 소중한 내자산을 척박한 대지에 삼씨를 뿌리듯 이제부터 노력해 봐야할 듯 하다. 자식앞에 떳떳한 부모의 거울이 되기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비와 엉겅퀴 1
박경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봄에 보랏빛 꽃이 피는 엉겅퀴 말이야.풀인데 어찌나 가시가 모진지 찔리기만 하면 며칠씩이나 손가락이 아려.그게 엉겅퀴야? 응. 그런데 말이야 그게 뚝 부러진 것을 봤을때 그때도 난 엉겅퀴라는 것이 밉고 싫었어.그 질기고 뻣뻣하게 말라버린 꼴이 말이야. 무슨 소릴해? 질기고 강한 건 싫단 그 말이지. 질기고 강하지 않음 낙오한다.
 
질기고 강한 엉겅퀴 어쩌면 희련의 이복 언니 희정은 엉겅퀴인지도 모르겠다.희련과 희정은 육이오때 부모님을 잃고 희정은 전쟁통에 숨어 있다가 날아온 파편에 맞아 오른팔이 없고 얼굴에 상처까지 있다.거기에 희련과는 나이차도 십년이 넘고 이복자매라 엉겅퀴에 달라 붙은 진드기처럼 그녀를 못살게 한다. 그들은 부모님이 남겨 주신 집에서 희련이 양장일을 하여 돈을 벌면 희정은 그 돈으로 계를 들었다.희련은 장기수라는 무명화가와 결혼을 하였지만 불감증같은 그녀의 단점때문에 결혼생활을 원만히 하지 못하고 이혼을 하여 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하지마 그녀는 여리디 여리면서도 불같은 성격을 소유하고 있다.
 
희련의 친구인 인애는 정양구라는 남편을 두고 있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정신병이 있었다.혈통이 정신병이 있어 그의 오빠인 강은식은 결혼을 하지 않고 일본에서 사업을 하며 혼자 지낸다.그들의 곁에는 인숙이라는 후배가 있는데 희련과 희정의 옆에서 흡혈귀처럼 그들의 돈과 모든것을 빨아 먹듯 하며 산다.그녀는 희정의 돈을 최일석과 연관을 지어 놓아 희련을 그의 정부로 넘기려 한다. 하지만 희련은 은애오빠인 강은식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어느날 백화점에 딸의 옷을 사러 갔던 은애는 남편이 젊은 아가씨 남미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집안 혈통이 그러하듯 정신병이 도지고 만다. 희련은 그녀의 남편인 정양구를 찾아가 그녀가 이상함을 말하고 그녀를 돌보게 하지만 그는 남미의 아파트에서 그녀와 함께 지낸다.그런 어느날 남미가 외국인 사장을 따라 바닷가에 놀러 간다고 하자 그와는 끝난것을 알고 아내에게 돌아오지만 아내는 이미 정신병이 발발해 있어 그녀의 오빠와 함께 그녀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갑사로 내려보낸다.
 
한편 희련과 이혼한 장기수는 그녀의 주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맴돈다. 그러면서도 재혼을 하기 위하여 저울질을 해 보지만 맘에 드는 여자가 없다.그런 그는 그가 놓친 희련이 강은식에게 가는 것도 못보아줄것 같아 훼방을 놓는다. 여린 감성을 가진 여자 희련은 장기수가 내두르는 칼날에 베이듯 상처를 입는데 인숙과 최일석 그리고 그녀의 정부인 김마담까지 그녀를 짖밟아 놓아 그녀는 미친 은애보다 더 미칠듯 그녀의 영혼은 흔들린다.
 
갑사로 병간을 떠났던 은애는 다행히 맑은 정신이 되어 돌아오지만 희련은 언니 희정이 계를 한것이 잘못되어 집까지 넘어가게 되었다.인숙이 쳐 놓은 그물에 걸리듯 최일석이 그녀의 집문서를 쥐게 된 것이다. 강은식과의 사랑도 이루어지지 않아 혼란스런 그녀에게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부모님의 유산인 집을 팔아야 하니 그녀는 자포자기하듯 한다.희정은 희련에게 날이 퍼렇게 선 칼처럼 덤벼들던 서슬이 풀리고 기가 죽어 지내고 집은 우여곡절끝에 그들의 양장점에 드나들던 이여사에게 넘기기로 한다.하지만 은식과의 깨진 사랑의 상처가 컸던 희련은 빚청산을 하고 남은 통장의 돈과 작은 아파트를 은애에게 맡기고는 죽고 만다.한편 정양구에게까지 버림받은 남미는 암에 걸려 그녀 또한 신변을 비관 자살하게 된다.
 
소설은 어찌보면 엉겅퀴처럼 질긴 사람들만 살아 남는다는 것처럼 연약한 영혼을 가진 희련이나 남미는 죽음으로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은애는 정신병자로 부유하는 여인들의 삶이 가슴 아프게 한다. 하지만 엉겅퀴에 달라 붙은 진딧물처럼 남을 악용하여 잘살아가고 있는 장기수와 인숙은 신혼여행을 가고 강은식 또한 사랑의 도피처럼 일본으로 떠나니 남겨진 자들이 져야 하는 짐의 무게는 얼마이기에 희련이 죽어야 할까...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 늪에 빠져 들어가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14p 이 문구처럼 이 소설은 읽으면 읽을수록 늪에 빠지는 기분이다.아니 희련이 늪에 빠져 가는 것 같아 구해내고 싶지만 그녀는 너무 세상 물정도 모르고 정신이 연약하여 상처입기에 딱 맞으니 어찌 해보지도 못하겠다.그런 그녀에게 독한면도 있어 김마당과 싸울때는 자신의 이를 스스로 부러뜨리는 악함도 보여주지만 그것은 어쩌면 늪에 빠진 자신의 삶을 더이상 헤어나지 못할것 같아 스스로를 죽이는것 같은 암시를 받았다.
 
'희련은 죽은 게 아니예요! 죽인 거예요. 한 사람이 그앨 죽였나요? 여러 사람이 덤벼들어서 죽였지.오빠도 살인자의 한 사람이에요.내가 내가 다시 보는가! 죄인들이야! 범죄자들이에요!'
"아무도 죽이진 않았어.살 수 없으니까 죽은 거요. 살 힘이 없어서 죽었지.그렇지.살아가려면 살아남으려면 죄인이 돼야 하는 거요. 강하다는 것은 남을 먹는 일이며....진실을 외면해야 하는 일이며 아니 죄의식을 갖지 말아야 하는 일인지도 몰라.'   -304p
 
'자동차는 꾸역꾸역 밀려가고 건물은 차츰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사람은 많아질 뿐이다. 약한 사람은 이 거대한 운행 속에서 함께 돌아갈 생각이면 제가 저지른 죄악을 쉬이 잊어야.그렇지 않으면 시곗바늘은 멎는다. 한번 멎으면 그 시간뿐만 아니라 시간마다 착오가 난다.앞 아 한대가 멎으면 수백 수천의 차량이 멎어야 하는 것처럼.오늘은 그런 시대다.잊어야지.죽은 사람도 잊고 자기 죄도 잊어야지.'    - 305p
 
질기고 강한,살아남으려면 죄인이 되듯 질긴 사람들은 상처를 입어도 살아 남지만 나비처럼 날개를 퍼득여야 순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여린 삶은 날개짓을 멈추면 죽고 만다. 퍼득퍼득 안간힘을 쓰며 악인들 속에서 살아 남으려 날개짓을 하던 희련은 악인들에게 날개를 짖밟혀 퍼득일 날개마져 잃었기에 죽어간것 같다. 작가의 작품은 여인들의 삶의 그려나간 소설들이 주를 이룬다. 악과 선 중에서 악이 살아 남은 것은 육이오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질긴 엉겅퀴같은 생명력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