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색 샤라쿠
김재희 지음 / 레드박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안그래도 우리 아이가 어제 물어보고 왔는데, 샤라쿠라고 합니다."
"사루라요?"
"아니 샤라쿠요. 즐거움을 그린다는 뜻이래요."
"어휴, 저렇게 잘생긴데다 그림까지 잘 그리니,정말 딱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도수샤이 샤라쿠..일본 에도시절 1794년 5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단 10개월동안 활동하고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갔는지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인물,하지만 그가 남긴 140여점의 그림들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예술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그의 작품상의 특징이나 시대상으로 보면 그가 김홍도라는 설이 있다. 당시 정조는 일본 정벌을 하려 하였고 그가 첩자들을 일본에 보냈으며 김홍도가 대마도에 잠입하여 지도를 그려 정조에게 바친 점들이 그를 샤라쿠라고 믿게 만들고 있다.하지만 이 책은 샤라쿠를 '신가권.. 혜원 신윤복' 으로 가정하고 있다.당시 김홍도는 나이가 오십대정도이며 그는 연풍현감을 맡고 있었기에 그의 제자라고 사료되는 신윤복을 연풍현감으로 있던 김홍도가 첩자 훈련을 시켜 일본에 보낸 간자로 보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가권, 그는 김홍도의 임금인 정조앞에서 자신은 잘 그렸다 싶은 그림을 그렸지만 임금은 자신의 그림은 쳐다보지도 않고 김홍도만을 칭찬하자 자신의 그림을 임금앞에서 찢어 발기듯 한다.그런 그의 행동으로 인하여 그의 목숨은 김홍도의 손에 넘어가게 되는데 죽을것을 안 가권은 뒷골목에 들어가 행패를 부리듯 하여 기생 아취에게 넘겨지게 되는데 아취는 그를 김홍도에게 넘긴다.
당시 연풍현감으로 있던 김홍도는 부모를 잃었지만 일어도 잘하고 여러모로 똑똑한 영재라는 아이를 거두고 있었는데 가권의 곁에 영재를 두어 그를 보살피면서 일어를 가르치게 한다.모나면서도 자신에 차 우쭐하던 그의 성격은 김홍도의 수업을 받으면서 둥글어지게 되고 그림솜씨 또한 일취월장을 하여 스승을 능가하게 된다.첩자로서의 마지막 단계까지 거뜬히 통과한 가권은 마침 정조의 일본 정벌에 필요한 에도 지도를 그리기 위하여 영재와 함께 대마도를 거쳐 일본으로 밀항을 한다.
빈털털이처럼 둘은 행색이 초라해도 가권의 그림솜씨로 위기를 모면하며 에도에 이르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의 일에 도움이 되는 출판사이며 밑천을 장만하고 자신을 위장하기 안성맞춤인곳 쓰타야 사장을 만나 그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야쿠샤에를 그린다. 그가 그린 그림은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보여지지 않았던 독특한 그림이었으며 그가 그린 그림을 여러장 찍어낸 판화는 날개 돋힌 듯이 팔려 나가 그는 화가로 명성을 얻으며 살인사건과도 연결되게 된다.
한편 에도에서는 무시무시한 살인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었다. 그 살인사건에서 시체를 그리던 샤라쿠는 범인이 야차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만났던 인물이며 그가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을 알아내기도 하고 일왕의 교서를 찾기 위하여 하시모토의 집에서 화사로 병풍을 그려주면서 그의 보물창고에서 일왕의 교서를 찾아내기도 한다.그러다 만난 우도,그는 끝까지 그를 지키려 하다가 목숨을 잃기도 한다.자신의 신분을 화사로 위장을 하면서 밤마다 에도 거리를 걸으며 완성한 에도지도,하지만 신분이 탄로나 에도지도가 빼앗길 위기에 처하지만 조선의 여자였지만 지금은 일본의 닌자가 된 오이란인 사유리,그녀덕에 에도지도를 구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그들의 꿈같던 하룻밤도 결국은 그녀가 마지막 죽음으로 일관하자 그는 그녀를 '미인도'로 남겨 놓는다
에도지도도 일본왕의 교서도 간자의 역할을 잘 이행하고 돌아오지만 교서는 진본이 아니고 원래 진본이 없었다는 말이 있기도 했지만 일본 정벌을 하려던 정조가 갑자기 의문사를 하였기에 모든것은 허사로 돌아가고 만다. 그러므로 샤라쿠도 다시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미완의 이야기다.신윤복 하면 춘화로 한시대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천재적인 화가이면서 당대 김홍도와 그들의 예술이 꽃 피울 수 있도록 뒷받침한 정조가 있었기에 이시대 문화코드가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어찌보면 '바람의 화원' 과는 다르면서도 그 책에서 감추어졌던 일부분을 논해 놓은듯 하고 암튼 지금까지 전해지는 뚜렷한 기록이 전무후무하기에 이런 좋은 작품들이 탄생되어지지 않았나 싶다.
역사의 기록이 좀더 남아 있다면 소설도 좀더 확실한 결말이 있었을텐데 역사에 남은 그들의 기록처럼 소설은 미완처럼 끝이나서 조금은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샤라쿠라는 인물이 김홍도이건 신윤복이건 우리 조상인것은 분명한듯 한데 일본인들이 그 사실을 인정한다면 자신들의 역사 뿌리가 흔들리니 자신들의 역사로 확실하게 인정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어제는 EBS에서 조선의 위대한 화인 -신윤복 편을 방송했다. 그가 남긴 작품들을 다시 재조명하니 춘화가 아닌 현실을 신랄하게 비꼬면서도 위트가 넘치고 명암이 뚜렷하여 작품에 빠져들게 하면서 김홍도 그림에서는 없는 배경이 등장하는 그의 그림을 보며 어쩌면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사의 화가들보다도 더 천재적이면서도 위대할지 모르는데 사실이 감추어지고 왜곡되어 진것은 아닌지 아쉽기만 했다.덤으로 이런 류의 작품을 많이 만났으면 하는 독자로서의 바램이다.우리 역사와 역사적 인물들도 문화코드로 멋지게 성공 할 수 있음을 더 많은 작가들이 탐구하고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림은 단순히 보이는 그대로를 그리는 게 아니네.사의 즉 그 대상이 나타내는 뜻을 살펴 그리는 것일세.'
'사물을 보는 눈을 익히게. 사람의 내면을 보게.그러면 자네의 그림은 따로 연습하지 않아도 뜻을 이루게 될 것이야." - 58p
'도공들은 유약을 바른 도자기가 불의 오묘한 조화로 구워지는 것을 보고 불의 기운으로 도자기를 만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네.그렇다면 화공들은 물의 기운으로 그림을 그리는 셈이지. 그렇지 않은가?' -66p
'선배의 그림을 임모하는 것은 단순히 그림 기술을 익히라는 뜻만은 아니네.화원이 가져야 할 자질을 기르기 위함이지.선배의 그림중에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어긋나는 붓질이 있더라도 그 부분을 그대로 그려낼 만한 마음의 여유와 인품,관용? 되는 것은 아니야.수많은 여행과 독서 경험을 통해 마음이 풍부해지고 너그러워지면 붓은 저절로 따라붙는 걸세.' -68
'그의 마음은 빈 벼루처럼 늘 허전했다.그런 가권의 마음에 단원이 물을 붓고 먹을 갈아 채워준 것이다.' -70p
'넌 그림을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그림이 무엇이라고 배웠지? 진정한 그림이란 대상의 참을 그리는 거다.초상화라는 것도 그저 닮게 그리는 것으로 족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의 정신까지 그려내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거야.' -21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