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부도둑 -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삼씨도 삼밭에 떨어지면 인삼이 되지만 척박한 산에 떨어지면 산삼이 된다는 거 명심해 두어라..'
그랬다 작가는 인삼보다는 산삼의 길을 한평생 걸어온 공부도둑이다.자신이 살아온 칠십평생을 점검하는 계기로 평생 앎과 숨박꼭질하며 살아온 생애를 정리하듯 쓴 글이지만 어찌보면 딱딱하기도 하다.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로 30년의 생을 살아오신 분이시라 그런지 이과계열이라면 흥미롭겠지만 문과계열이나 공부에 뜻이 없다면 생각만큼 흥미롭게 읽기 어렵다.
책은 자신이 어떻게 해서 태어나게 되었는지 부터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명당자리에 묻히신 선친의 묘 밑에 허묘, 그곳에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데 허묘덕분인가 할아버지가 공부를 못하게 해도 스스로 야생의 공부를 한 덕에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도 중학교를 편입하듯 들어가 최우수 상을 받으며 졸업을 하고 남들은 인문계고를 가는데 자신은 물리가 좋아 공고를 가는,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동떨어졌다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 공부하듯 하여 서울대 물리학과를 들어간 작가,한마디로 말하면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었으니 대단하다고 하겠지만 부모님이 주신 무언가가 반은 작용하지 않았을까...
학문의 길은 험하고도 멀고 자신과의 스스로의 싸움이라고 하고 평생을 하여야 한다고 하지만 이렇듯 자신이 원하는 부분에서 평생을 바쳐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아온듯 하다.공부를 못하게 하신 할아버지,할아버지에게 '공부'는 또 하나의 안경처럼 공부는 하든 하지 않든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는데 마치 멋쟁이들이 민짜 안경을 쓰고 다니듯이 공부했다는 놈들이 공연히 졸업장이나 꿰어차고 다닌다고 보듯 할아버지는 작가의 공부의 길을 막았다.그런 할아버지 덕에 야생의 공부를 택하게 되었고 그가 공부로 승부를 낼 수 있었다. '남이 장에 가니 나도 간다'는 식의 공부 길이 아니라 '아무도 장에 안 가도 옆에서 아무리 장에 가는 것을 막아도 나는 장벽을 뚫고라도 간다'는 식으로 공부 길을 일찍부터 걷게 되어 그의 길을 갈 수 있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학문 그 자체는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요즈음은 가히 경쟁만능 시대라 할 만큼 모든 것을 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막연하다.그러나 이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학문의 세계에서는 더구나 그렇다. 학문은 기여이고 협동이지 결코 경쟁이 아니다.경쟁이라는 것은 함께 취할 수 없는 소수의 목표를 놓고 서로 취하겠다고 다툴때 나타나는 것인데 학문의 목표는 결코 한두 사람이 취한면 없어지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274p
그가 공부하기에 좋은 장소로 세 곳을 꼽았다. 책상머리와 산책길 그리고 들길이나 등산길이라 했다. 그리고 학문은 일생을 두고 오르는 등산길이라 했다.그는 일생을 한 산을 바라보며 등산을 하였고 이루었기에 이런 조언도 남길 수 있으리라. 아무리 자식에게 부모의 욕심으로 공부의 길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그런다고 부모의 욕심만큼 따라주는것도 아니고 그 길로만 매진하는 말 잘 듣는 자식도 드물 것이다. 내가 공부한 방법이 왕도는 아니듯이 그것이 모두 자식에게 통용되는것도 아니다. 개인차가 있기에 스스로에게 맞는 맞춤공부법이 있겠지만 작가는 '야생공부법'을 강조하고 있다.스스로 깨우쳐야 계란에서 병아리가 나오듯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평생을 되돌아보며 회고한듯 하다.하지만 그 길은 멀고도 멀다.
자신을 배우는 사람으로 말했듯이 그는 공부꾼이며 학문도둑이라 했다.늘 배우는 자세야 말로 공부의 첫 자세인것 같은데 무언가 늘 쫒기듯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선 그것 또한 쉽지 않다. 내 자식에게 내 평생을 이런 멋진 책 한권으로 갈무리하여 남겨 줄 유산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부터라도 그런 유산을 만들고 싶어졌다.작지만 소중한 내자산을 척박한 대지에 삼씨를 뿌리듯 이제부터 노력해 봐야할 듯 하다. 자식앞에 떳떳한 부모의 거울이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