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1 - 하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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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유럽 전역을 강타한 ’밀레니엄’ 열풍에 작가가 3부를 마치고 책의 출간을 앞두고 심장마비로 급사 한 후 인세를 놓고 32년을 동지이자 반려자로 살아온 부인 에바 가브리엘손은 법적 혼인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직계가족과 법적투쟁중이라 더 회자되는 책이기도 하며 그는 스웨덴의 무명기자 출신으로 츨간후 방대한 스케일과 뛰어난 작품성에 스웨덴 전체가 격동하였다하니 사후 그에게 쏟아진 찬사도 확인해 보고 싶고 ’일요일 저녁엔 밀레니엄을 읽지 마라’ 가 확실한지 밀레니엄을 펼쳐 들었다.
 
먼저 프롤로그에서는 11월 1일 헨리크 반예르의 생일날 매년 그에게 해외에서 배달되는 압화액자 생일선물, 아무런 단서도 없는 ’압화사건’은 30년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헨리크와 퇴직 형사를 당황케 했다. 호주의 황무지나 고원지대에서 무성한 덤불의 형태로 자라는 식물 렙토스페르뭄 루비네테 스웨덴은 좀처럼 재배되지 않는 희귀종.
 
밀레니엄이라는 잡지의 편집주간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우연히 만난 고교 친구로 부터 비공식적으로 전해들은 베네르스트룀의 이야기를 잡지에 실었다가 명예훼손죄로 고발이 들어가 벌금과 유죄판결을 받고는 밀레니엄 잡지에서 물러나야만 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밀레니엄은 그가 애인인 에리카과 함께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는 잡지사인데 튼튼하던 잡지사도 미카엘 사건때문에 위기에 봉착하여 어쩔수없이 미카엘이 밀레니엄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만다. 분명히 베네르스트룀의 잘못을 알고 있지만 한발 물러나는 미카엘,한편 그가 물러남과 동시에 드라간 아르만스키 보안업체에서 리스베트라는 비밀에 쌓인 젊은 여성 해커가 그의 뒷조사를 하여 디르크 프로데에게 넘긴다.
 
사면초가에 닥친 미카엘에게 프로데는 헨리크 반예르라는 ’반예르’ 그룹의 은퇴한 전직 회장에게서 부름을 받는다. 베네르스크룀사건때문에 얼마동안 휴식기처럼 시간이 주어진 그는 반신반의하며 헤데스타드로 떠난다.헨리크는 자신의 가문의 자서전을 써줄것을 제의하며 겉으론 자서전이지만 실직적으로 그를 고용한 이유는 36년전에 실종된 ’하리에트’라는 형의 손녀딸을 찾아 달라며 그녀가 실종된날 헤데스타드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하여 자세하게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밤차를 타고 헤데스타드를 떠나려던 미카엘은 헨리크의 제의를 받아 들이고 헤데스타드에 남아 40여년동안 헨리크가 놓지 못하고 매달렸던 실종사건을 검토하기 시작한다.
 
우선 그가 머물 ’손님의 집’ 주변에 있는 헨리크가의 주변 인물들과 마을사람들을 익히고 섬의 지형을 익히며 사건을 제3자의 안목으로 들여다 본다. 그동안 고고학박사처럼 꼼꼼하게 사건을 기록하고 보관해 온 헨리크의 무수한 자료들을 검토하며 그는 회의에 빠지기도 하지만 점점 이 사건에 말려 들어가듯 한다. 한편 미카엘이 물러난 밀레니엄은 베네르스크룀의 영향으로 광고가 하나둘 빠져나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헨리크는 그런 밀레니엄을 살리기 위하여 에리카와 공동이사장직에 오르며 잡지는 다시 활기를 띠게 되지만 에리카는 예전과 같지 않는 태도로 변한다.
 
벽에 부딪힌것처럼 아무것도 찾지 못하던 미카엘에게 작은 구멍처럼 사진속에서 의문점들을 찾아내고 그의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여 물색하던중에 그를 조사한 의문의 해커 리스베트를 소개받는다. 그녀는 말괄양이 삐삐를 떠오르게 할 인물로 그녀의 사생활은 알려지지 않았고 외모는 피어싱에 문신들이 거리감을 주지만 사진기와 같은 기억력에 누구도 따라 올수 없는 컴퓨터 해킹기술로 미카엘을 도와주기도 하고 그녀 스스로 미카엘에게 빠져든다. 둘은 나이차이가 많이 났지만 서로를 이해하며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며 미카엘이 원하는 정보를 세세히 제공해준다.
 
’하리에트 실종사건’은 사진속에 단서가 숨어 있었다. 그 단서들을 쫓으며 동분서주하는 미카엘과 리스베트,하지만 헤데뷔엔 누군가 그들이 하리에트 실종사건의 실마리를 풀었다는 것을 알고는 그들이 묵던 집에 자주 오는 고양이를 죽여 현관앞에 놓기도 하고 그의 목숨을 노리는 총이 발사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미카엘은 범인이 바로 주위에 있는 것을 감지하지만 헨리크가 심장발작을 일으켜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밀레니엄은 점점 판매부수도 늘고 장기구독자도 늘고 광고도 늘어가지만 누군가 몰래 정보를 빼돌리는 첩자가 사무실에 있는 듯하여 연극에 들어간다. 문을 닫을것이라는 한사람을 빼놓고 편집자와 모두가 하나가 되어 연극을 하고 하리에트 실종사건의 실마리를 어려움이 따르지만 실타래를 모두 푼 미카엘은 작전에 들어가며서 서서히 들어나는 헨리크 가문의 얼룩진 과거속에 숨겨진 커다란 비밀,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연쇄살인사건이 하권에 등장하며 소설은 반전을 거듭하듯 가속도가 붙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이래서 일요일저녁엔 이 책을 읽지 말라고 했나보다. 상권은 그냥 읽었는데 하권은 도통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하루종일 밀레니엄과 씨름하듯 하다가 오전중에 다 읽어 버렸다.속이 시원하게...
 
밀레니엄이라는 잡지사 이야기와 헨리크 가문의 하리에트 실종사건이 겹치고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이야기를 엮어 나가듯 소설은 탄탄한 짜임새로 이루어져있다.하지만 초반부에나 드문드문 복선을 깔아 놓아 독자가 생각하게 만든다. 미카엘이라는 인물보다는 밀레니엄은 리스베트가 주인물이라 할 수 있다.그녀는 제대로된 교육도 받지 못하고 그녀의 가정도 세세히 나오지 않지만 요양원에 있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동생이름이 언뜻나오지만 그녀의 사생활은 비밀에 붙여지듯 한다.하지만 그녀는 여자 맥가이버처럼 못하는것이 없다. 컴퓨터 해킹에 널리 퍼져있는 친구들마져 대단한 실력을 갖춘 친구들이며 소설속을 홍길동처럼 왔가갔다하며 박진감을 주기도 한다. 이 소설은 그녀가 있어 더욱 재미와 짜릿함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체구도 작고 가슴도 절벽이며 나이도 25세보다는 십대로 보기 일쑤이다.
미카엘마져 그녀에게 꼼짝못하게 하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매력이 그녀에겐 숨겨져 있다. 2부에서는 그녀가 더욱 도도라진다 하니 기대가 된다.
 
어른들의 ’해리포터’라고 하였는데 작가가 살아 있다면 정말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켰을것 같다. 3부까지 나온다 해도 소설은 한부씩 이야기가 마감되니 다행이기도 하고 얼른 다음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기자 작가라 그런지 잡지사 일들이며 구성이며 모든 것들이 치밀하게 잘 정돈되어 있고 읽는데 지루하지 않아 재미있게 읽었다. 책표지만 봐도 뭔가 섬뜩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것만 같은 소녀의 그림은 눈을 자극한다.단숨에 밀레니엄 1부를 읽어 내려갔듯 2부도 정말 기대가 된다.거기에 서평이벤트로 무료로 읽었으니 더욱 값지게 자리할 책이다. 가을바람과 함께 추리소설에 한번 빠져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마지막 더위를 날리듯...
 

법정에서 본 미카엘블롬크비스트의 기묘한 행동은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그리고 그녀는 한번 시작한 것은 중단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에겐 비밀이 있어.문제는 어떤 비밀을 발견하느냐는 거지. ’  -165p
 
그자는 성경을 너무 읽다가 미쳐버린 정신병자 아니에요.단지 여자들을 증오하는 쌔고 쌘 쓰레기일 뿐이죠.  -99p(하권)
 
 
사실은 너처럼 유능커인 데다 수상쩍은 무리들과 어울리기도 하지.또 전화 한 통으로 스물네 시간 내에 런던에다 도청팀을 뚝딱 만들어내기도 하고,하지만 뭘 하든 결과만큼은 놀라울 정도거든!
 
네겐 카메라 같은 기억력이 있는 거야. -251p(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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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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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그와 한국의 작가 공지영이 공동 집필한 '사랑후에 오는 것들'의 블루편 남자 이야기. 준고의 이야기를 다른 것이다. 준고는 가난한 집의 아들로 아버지는 첼리스트이지만 가난하고 벌이가 시원찮아 그가 아르바이트로 대학교 학비를 마련하고 아버지의 생활비까지 대듯 한다. 잘 나가는 피아니스트인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한번도 그런적이 없고 엄마를 만난지도 사년이 넘었다.
 
그는 칸나라는 첫사랑과 헤어진 후 일방적인 그녀의 이별에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벚꽃이 만개한 이노카시라 공원에 갔다가 첫사랑과의 헤어짐도 잠시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베니를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해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그녀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그녀를 지켜보다가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인형을 지나던 아이들이 떨어 뜨리게 되어 인형을 주워 주면서 둘은 가까워지게 된다.
 
늘 아르바이트로 허덕이는 그에게 홍이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듯 밝고 맑게 다가온다.둘은 동거에 들어가고 준고와 결혼을 생각한 홍이가 한국의 부모에게 그들의 동거사실을 말하면서 외국남자하고는 결혼 할 수 없다는 엄마의 반대에 달마다 오던 생활비가 끊어지자 준고는 두어개의 아르바이트를 더 하게 된다. 주말에 일하는 곳에서 여자의 화장품이라도 묻혀 오면 그를 감시하듯 하는 홍이,처음 사랑과는 다르게 외로움에 빠진 그녀는 날마다 호수를 달리기를 하지만 긴 시간들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기도 하고 그와는 다르게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그녀이기에 어려움을 몰르기에 그의 주머니 사정과는 다르게 비싼것을 조르기도 한다.그러다 근처 빵집에 아르바이트를 나가게 되고 첫 월급으로 그에게 한국식 불고기도 사주지만 가난한 그들은 자전거를 타고 먼 거리를 가기도 한다.
 
아버지의 집을 방문하여 처음으로 여자를 데려가 아버지에게 소개도 시켜주고 홍이가 맘에 든 아버지는 그녀의 음식이 맛이 없어도 맛있게 먹어 주며 그의 아들과 잘 되길 바란다. 한편 거리에 붙은 피아니스트인 엄마의 포스터를 보고 독주회에 찾아 가지만 용기가 없는 그와는 다르게 밝은 홍이가 나서서 엄마를 보고 오기도 한다.
 
일본에 있는 홍이 아버지의 연인이나 마찬가지인 여인의 찻집에 찾아가 근처 대나무밭에서 긴 입맞춤을 하기도 하고 방 가운데에 있는 작은 가리개를 건너 둘은 한이불에서 자기도 한다. 그런 홍이가 둘만의 외식이 있던날 준고가 나가던 잡지사 사무실의 간판급 작가가 운명하여 밤을 새듯 사무실에 남아 남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전화도 없이 늦자 그 일로 둘은 싸우게 되고 홍이는 짐을 싸 한국으로 돌아가고 만다. 홍이가 떠난 후 그는 하던 알바도 모두 그만두고 홍이 아버지의 연인의 찻집에 가서 잠깐 일을 보아주다가 홍이와의 사랑을 소설로 쓸 것을 결심한다.
 
그가 소설을 쓰는 동안 옆에서 힘이 되어준 옛날의 애인인 칸나,그녀는 책을 내기로 한 곳의 편집장이라 그에게 다시 집착을 하듯 달라 붙고 준고는 소설을 필명으로 썼지만 그 소설을 한국의 홍이가 혹시나 읽고 자신의 맘을 알아 주기를 바란다.그러던차에 한국의 내일출판사에서 그의 책을 출판하게 되어 한국방문을 하게 되었는데 공항에 마중나온 통역사가 바로 '베니'였던 것이다.
 
첫만남에서 말도 못하고 그녀의 감정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가 그녀가 홍이인것을 확신하고 다가가려는 순간에 칸나가 그를 흔들지만 그의 마음은 변함없이 홍이에게로 향한다. 변한듯 하면서도 변하지 않은 그녀 홍이,가까운 거리에 있는 그녀를 만나기 위하여 칠년이 걸린 것이다. 출판사 회식자리에서 그녀가 그의 생일을 알아차리고 오징어볶음밥을 식당에 주문해 주었을때 그녀의 맘을 알아차리지만 그녀에게 다가갈 기회를 주지 않는 홍이.칸나와 함께 들른 바에서 칸나가 그의 애인인줄 알고 돌아섰다는 것을 알고는 그녀를 찾아 뒤쫒아 나가보지마 그녀는 없다. 그가 산다는 분당의 호수가 있는 아파트를 찾아가 무작정 기다려 그녀를 우연히 만나지만 맘도 전하지 못하고 돌아서 오고 한국을 떠나기전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전하기 위하여 다시 작정하고 그녀를 찾아간 준고,그녀는 그때와 다름없이 호수주변을 열심히 달리고 있다.준고역시 그녀가 떠나고 이노카시라 공원을 매일 달리며 그녀와 보조를 맞추려 노력한 덕분에 그녀를 따라 잡아 그의 마음을 전하고 그들은 다시 사랑을 확인한다.
 
'나 그쪽을 처음 봤을때 깜짝 놀랐어요.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슴이 덜컥했어요. 왠지 그쪽을 잘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래된 빙하의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단면을 보고 있는 것처럼.'   ㅡ23p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같은 입장에 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상대방의 마음을 제멋대로 거짓으로 꾸미는 게 보통이에요.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것 같습니다.'     ㅡ240p
 
'이 칠년 동안의 마음을 믿게 하려면 달릴 수밖에 없다.매일 십오 킬로미터를 달렸다. 그동안 나는 이 호숫가를 네 바퀴 돌정도의 힘을 길렀다.' ' 그때부터 달렸어.' "그때부터?' '너와 헤어지고 나서 내내. 네 마음에 다가가려고 계속 달렸어.'    ㅡ2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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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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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와 같은 구조와 글쓰기 방법이라고 해야하나 이 소설은 핑크책은 우리나라 작가 공지영이 여자의 이야기를 쓰고 블루는 일본의 '냉정과 열정사이'의 블루작가인 '츠지 히토나리'가 쓴 공동집필한 책이다.그래서인지 약간은 일본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년여에 걸친 산고끝에 나온 것이라 하지만 너무 짜맞춘듯한 기분도 든다. 하지만 공지영만의 섬세함만도 읽다보면 잘 들어난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고 믿어요?...... 홍(베니)이는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가서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준고를 사랑하게 된다.그는 가난한 첼리스트인 아버지 때문에 자신이 벌어서 대학교를 다니고 때론 아버지의 생활비도 보태드리기에 아라바이트로 날마다 힘든 시간을 보낸다. 잘나가는 피아니스트 엄마가 있지만 엄마와는 만난지 4년이 넘었다. 벚꽃이 흩날리는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두사람,준고는 첫사랑 칸나와 헤어진 후이고 홍이는 외로움에 공원을 찾았다가 첫눈에 두사람은 가슴을 데이고 만다.홍이는 첫만남 이후 날마다 그를 기다리지만 그는 아르바이트로 바쁜 나날이어서 한달후에나 겨우 만나게 된다. 어색함에 준비한 문장들도 나 뒤로한채 닥종이 인형인 '휘파란 부는 소년'인형을 그에게 준다.
 
그들은 첫만남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진 둘은 동거에 들어가고 날마다 아르바이트로 바쁜 준고는 홍이의 외로움을 감지하지 못한채 자신의 일만으로도 허덕인다.준고를 기다리는 외로운 시간을 때우듯 날마다 호숫가를 달리기를 하던 그녀는 빵집에 아르바이트로 나가지만 문화적 차이로 아르바이트도 그만둔 홍이는 준고를 기다리다 어느날 둘은 외식을 하기로 하였는데 그날따라 준고가 일하던 잡지사의 간판급 작가가 심장마비로 운명하여 사무실을 지키느라 바쁜 준고는 그녀에게 전화 한통도 못하고 그 일로 인하여 둘은 싸우게 되고 홍은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국에 돌아온 홍은 분당의 호수가 보이는 곳에서 외환위기로 집안이 기울자 집을 개조하여 아버지가 차린 출판사에서 일을 하게 되고 그녀의 곁에는 어린시절부터 함께 자란 남자 '민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준고와 헤어지고 칠년후 어느날 아버지회사에서 일본인 작가의 책을 발간했는데 통역을 맡은 여자가 심한 다이어트로 쓰러지는 바람에 그녀가 대신하게 된다.공항으로 나간 그녀앞에 우연히 작가로 나타난 준고(윤오),사사에 히카리... 그것은 준노의 필명이었다.정말 우연히 만난 두사람은 얼어붙듯 하지만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고 말을 잊는다. 준고가 쓴 소설은 다름아닌 그녀와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이며 그녀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것이다.
 
칠년전 그를 잊은줄 알았는데 그에게 다가가는 그녀의 감정, 모두에게 숨기려고 했지만 동생 록이 그 둘의 사이를 눈치채고는 준고에게 솔직하게 다가가길 말하지만 그녀는 머뭇거린다. 그런 반면에 민준은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하려 결심을 하고 사사에의 싸인회가 있는날 그의 책에 싸인을 받으러 가서 그가 홍이의 애인임을 밝힌다. 사인회가 끝나고 회식을 하는 날이 마침 그의 생일임을 깨달은 그녀는 그녀가 좋아하는 크림색 장미를 한다발 준비하여 그에게 가지만 그의 곁에는 옛날 애인 칸나가 있다.그녀의 모습을 발견하고 뒤돌아 서는 그녀,민준에게도 사사에에게도 안녕을 고하듯 한다.
 
한국을 떠나기 전날,호텔의 그에게 전화를 걸어 잘가라는 전화를 하며 무너지듯 하는 그녀,다음날 그녀는 모든것을 떨쳐 버리듯 호숫가를 돌며 달리기를 하는데 사사에가 나타난다. '난 그때 너와 함께 달렸어야 했다.난 너에 대해 뭐든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가장 중요한 것을 알지 못했던 거야. 내가 생각이 모자랐어.미안해.내가 나빴다.... 내가 나빴어... 널 외롭게 해서.....' '아니야 우리가 나빴어..' 그들은 반추의 길을 돌아 다시 만났고 이제 더 사랑하는 일만 남겨 놓은 것이다.
 
'그가 아오키에서 사사에로 변해 있듯이 나도 변해 있었다.말괄량이 베니에서 이제는 최홍 기획실장으로,스물둘에서 스물아홉으로,변하지 않는 사랑을 믿느냐는 질문을 하던 여자에서 그런 말 같은건 꺼내지 않는 여자로,아니 변하지 않은것도 있다. 나는 회씨에 곱쓸머리에 옥니를 가진 여자였다. ㅡ25p
 
'네 방에 불을 켜듯 네 마음에 불을 하나 켜고 네 자신을 믿어봐.' ㅡ132p
 
'모든것이, 마치 태어나고 죽는 모든 것이 그렇듯, 예기치 않은 모든 사고와 만남과 사랑 혹은 한 인간의 성장이 그렇듯,모든 것이 그저 운명이라고 말씀 드릴 수밖에 없어요.'  ㅡ226p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 슬픈 귀가 열린다. 그 슬픈 귓속으로 베토벤의 선율이 밀려든다. 피아노는 아노카시라 공원의 빗소리처럼 내 큇바퀴를 두드린다. 「비창」이라는 곡이다. 한국인 친구는 이 곡의 제목이 싫다고 말했다  ㅡ55p
 
"그런데 지희야, 혹시 사람에겐 일생 동안 쏟을 수 있는 사랑의 양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닐까? 난 그걸 그 사람에게 다 쏟아 버린 것 같아……. 그리고 내 표정이 아무리 이상해져도 앞으로도 늘 이렇게 말해줘.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해 줘. 부탁이야!"  ㅡ119p
 
 
'너를 다시 만나서 좋았어. 이제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거 같아. 실은 공항에서 너와 처음 마주쳤을 때 너도 나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어. 네 눈빛만 봐도 그냥 아니까.'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눈가가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맨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괜찮다고 나에게 말하과 싶었다. 서른이 될 때까지, 진짜 아프리카를 찾을 때까지는 그냥 실컷 울게 해주고 싶었다.  ㅡ219p
 
 
한국판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는 듯 하다.그녀의 감성이 더해져 홍이라는 여자의 감성을 잘 들어냈지만 약간은 일본맛이 베어 나온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사랑후에 무엇이 올까.. 그리움 미움 보고픔 하지만 사랑이 다시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말해준다. 사랑후에 오는 것이 꼭 이별이 아닌 사랑이 올 수 있음을 아직 그들의 사랑이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떠나 홍이와 준고는 남자이며 여자이다. 이십대 초에 만나 사랑을 하고 삼십이 가까워져 다시 사랑을 재발견하는 어찌보면 아름다운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얕게 보면 통속적이며 짜맞춘것 같다는 느낌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리듯 그들이 만나는 장면부터 상상을 하며 읽다보니 금방 읽기도 했지만 재미있게 읽기도 했다. 홍이 그녀에게 감정이입을 하듯 하여 읽으면 여자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느낄 수 있다. 사랑후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하고 그를 다시 만남의 벅차오름이 느껴지기도 하는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라서 더 깊게 파고든 듯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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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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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3인 딸애가 사달라고 하여 산 책이다.그냥 지나치면서 다음에 구매를 하여 읽어야지 하다가 다른 책들에 의해 뒤로 밀려난 것을 방학을 맞은 딸덕분에 읽게 되었다.그녀의 개인사를 노출하듯 자전적인 소설이 된 '즐거운 나의 집'은 책을 손에서 놓고 난 후의 느낌이 '즐거운 나의 집'이다.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그녀와 세 아이들과 고양이 두마리와 부대끼다 보다 조금만 읽고 손에서 놔야지 했는데 금세 다 읽고 말았다.
 
읽는 내내 큰딸 위녕의 나이가 고3이라 그런지 한참 사춘기이고 우리집 딸들과 비슷한 점도 있기도 하니 더욱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다.그녀가 소설가이기 이전에 세 아이의 엄마이며 싱글맘으로 살아가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진 소설이다.비록 아빠의 부제를 느껴야 하지만 유명한 소설가를 둔 엄마의 자식들로 그들도 나름 사회의 편견과 부딪히며 열심히 살고 있음을, 그녀도 싱글맘으로 남편의 몫까지 열심히 살고 있음을 살짝 엿본듯 하여 미루어 두었던 그녀의 책들을 이참에 다 펼쳐 들었다.
 
이 책은 위녕,그녀의 큰딸의 눈으로 바라보듯 써 내려갔다.위녕은 새엄마와 아빠와 동생 위현과 살다가 B시로 와서 엄마와 피와 성이 다른 두 동생과 함께 살게 되면서의 이야기다.아빠와 새엄마사이의 갈등,작가인 엄마는 자유분방하다면 아빠는 자로 잰듯한 반듯함에 질식할것 같던 삶이 엄마의 집에 옮김으로 해서 자신,위녕으로 다시 태어나듯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
 
책만 읽으며 말 수가 적고 이제 사춘기가 시작되는 둘째 동생 둥빈,주말마다 아빠를 찾아가지만 얼마전부터 아빠의 소식이 뜸하더니 갑자기 날아온 소식,암이라 얼마 살지 못한다는 가슴 아픔.소년은 아빠의 죽음앞에 가슴에 맺힌 것들을 다 토해내지 못하고 사춘기를 맞아 엄마를 힘들게도 하지만 나 또한 사춘기의 두 딸을 키우다 보니 가만히 놔두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둥빈아빠의 죽음과 새끼고양이 코코의 죽음은 눈물나게 했다. 하지만 새로운 고양이 식구 밀키가 그 아픔의 자리를 메꾸며 다시 식구들은 건강한 웃음을 되찾기도 한다.
 
혼자 힘들어 하는 엄마에게 남자친구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하며 자신이 우여히 찾은 서점의 아저씨를 낙점하였는데 엄마의 새 애인이 서점의 아저씨라 어려움이 있을때마다 지원군처럼 아저씨의 힘을 빌지만 그도 아내와 두 아들을 잃은 아픔을 간직한 사람이란것을 알고는 더 가까와 지는 위녕과 엄마,엄마가 아저씨와 바다 여행을 떠나는 날 위녕은 그동안 아빠와 새엄마에게 맺힌 것들을 풀어 놓으려 아빠를 찾는데 폭발하듯 아빠에게 쏟아내다 보니 문득 새엄마를 이해하게 된 위녕,그 중에도 엄마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뻐꾸기,꿩'을 찾기도 하여 울다가 웃다가...
 
둥빈과 제제 위녕 그리고 작가 엄마가 부딪히지만 서로 한가족으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은 '사랑' 하나밖에 없는것 같다. 싱글맘도 사회의 한 형태이며 그녀와 아이들은 가족이기에 아빠의 부제라 해도 문제가 많은 다른 가족들에 비해 별반 이상할것이 없는 정말 '즐거운나의 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사춘기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하여 고3을 어찌 이겨낼까 했지만 자신과 엄마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교대로 지원을 하여 비록 엄마와는 떨어져 지내야 하지만 좀더 성숙해질 수 있는 위녕을 보노라니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엄마처럼 아빠와의 거리는 좀더 가까이 하지 못했지만 아빠도 한층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고 남들의 편견보다는 어느 가정 못지 않게 세아이와 함께 뭉쳐 오뚜기처럼 쓰러지면 일어나 자신있게 서는 그녀의 '즐거운 나의 집'은 정말 눈물을 자아내면서도 뭔가 새로운 힘을 안겨주는 것 같다.
 
유명한 작가와 그녀의 아이들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옆집 아니 우리 집에서도 일어나는 일들을 읽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따듯해지면서도 눈물 콧물을 자아내다가 웃음을 가득 안겨 준것 같아 책을 덮는 순간 행복했다. 그녀는 작가이기 이전에 세아이의 엄마이며 여자이고 그리고 우리 이웃이며 내 자신일지 모른다. 아이들의 성이 다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빠가 없어도 가족은 가족이다. 혼자이 힘으로 아빠의 몫까지 다 이루어내며 어느 아이 하나 모나지 않게 바른 길로 키운다는 것이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다.그러면서 어려움이 있을때 큰딸과 맥주한잔 하며 마음을 터 놓는 부분은 부럽기도 했다.아직 울집 딸들은 든든한 엄마의 지원군이 못되고 있는것 같아 '부럽다 부럽다'를 연발하며 읽어 나갔는데 아빠와 엄마의 두 가정에서 부유하듯 하던 위녕이었기에 더욱 엄마를 이해하고 두 동생을 받아 들이며 철이 든것 같기도 하다.위녕이라는 큰딸이 있기에 그녀에게 더 힘이 되고 '즐거운 나의 집'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작품은 사회의 편견과 색안경을 벗어 버려야 함을,아빠의 부제인 가족도 가족의 한 형태이고 '즐거운 나의 집'이 될 수 있으며 가족을 그냥 가족으로 보아 주었으면 하는 공지영표 소설인것 같다. 그녀가 작가이기 이전에 세 아이의 엄마이고 모성애가 있어서 가족이 지탱해 나갈 수 있고 더 강해진것 같다. 부딪혀서 안되면 즐기라고 하듯 그녀 또한 그녀의 시골집 마당에 돋아난 잡초처럼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듯 보이지만 강요하지 않음에 무언가 자신이 느끼게 하는 작가만의 뚜렷한 주관이 숨어 있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다. 엄마의 강요가 없기에 더욱 '즐거운 나의 집'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 존재 하나 하나에 소중함을 인식하고 사랑의 존재로 부각시켜 가족이,가정이 더욱 튼튼해지게 만든것 같아 가슴이 따듯해지는 책이다.그러면서 딸이 나를 바라 보았을때 과연 엄마라는 존재가 어떻게 비춰질지 한번 생각케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했듯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로 거듭나기 위하여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 겠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그건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거야' ㅡ 51p
 
사랑의 결핍은 그것이 다시 채워짐으로써도 치유되지만 누군가에게 사랑을 줌으로써도 치유된다고 했다. ㅡ158p
 
어떤 작가가 말했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 있다.” --- p.179

위녕,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아.세상에는 많은 서열이 있고 많은 점수가 있어. 네가 잘하는 것,그랫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은 것, 그걸 하면 돼... 대신 열심히,그리고 즐겁게....   ㅡ224p
 
엄마의 팔짱을 끼고 걸어오면서 나는 문득 가족이란 밤늦게 잠깐 집 앞으로 생맥주를 마시러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팔짱을 끼는 사람들, 그리고 편안히 각자의 방에서 잠이 드는 그런…… 사람들. --- p.272
 
사랑하는 딸, 너의 길을 가거라. 엄마는 여기 남아 있을게. 너의 스물은 엄마의 스물과 다르고 달라야 하겠지. 엄마의 기도를 믿고 앞으로 가거라. 고통이 너의 스승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네 앞에 있는 많은 시간의 결들을 촘촘히 살아내라. 그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너에게 금빛 열쇠를 줄게. 그것으로 세상을 열어라. 오직 너만의 세상을.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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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상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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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의 움베르토 에코 그의 이름만으로 구미가 당기는데 그의 나이 76세,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그의 백과사전식 지식이 총망라한 것과 같은 형식의 백과사전적이며 삽화가 첨가된 소설이라 읽는 종종 보는 재미가 있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처음엔 조금 딱딱한듯 하면서도 갸웃뚱 거리게 만드는 이야기로 밋밋한것 같지만 심장혈관 계통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후 역행성 기억 상실증을 앓으면서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하여 어린 시절을 보낸 솔라라에서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세상의 모든 백과사전적 기록들은 모두 기억하면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 얌보,밀라노의 손꼽히는 고서적 전문가 잠바티스타 보도니는 고혈압으로 인하여 쓰러졌다가 깨어나지만 자신에 대한 기억은 몽땅 잊은 상태이다.자신의 아내인 파올라나 고서점에서 함께 일하는 시발라에 대한 기억들이며 딸이나 손주들에 대한 기억들마져 모두 잃어버렸지만 자신의 이름대신 이름과 관련한 세계문학의 유명한 문장들이며 그가 토해내는 것들은 에코 자신의 지식을 말해주듯 백과사전을 펼쳐든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자신이 운영하는 고서점에 가서 시빌라를 보고는 무언가 아내가 모르는 둘만의 비밀이 있을듯하여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고 그런 그의 의문에 대답하듯 결혼을 앞두었다는 시빌라의 말을 듣고는 아내인 파올라의 권유로 어린시절을 보내었으며 할아버지의 집이 있는 솔라라로 여행을 떠난다.솔라라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하고 2차대전을 피하여 2년여 할아버지 집에서 살았는데 헌책방을 운영하던 할아버지의 온갖 수집품들이며 얌보의 어린시절의 물건들이 다락방이며 예배당에 잘 보관되어 있다.장난감, 판화, 만화, 동화, 통속 모험소설, 고전소설, 대중가요, 교과서, 파시스트들의 정치 선전 등 온갖것들을 망라하여 아말리아와 잔니의 도움을 받아가며 이탈리아의 가장 파란만장한 시대의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기억들은 '종이로된 기억'일뿐 자신이 느끼는 생생한 기억이 아닐뿐더라 무언가 '신비한 불꽃'이 일듯 하지만 얌보의 기억은 되살아나지 않는다.그러다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던 소녀 '릴라'가 있었다는 사실과 '벼랑골'이 스쳐 지나간다.벼랑골에서의 남다른 기억을 찾아내지만 자신이 좋아하던 소녀의 얼굴은 기억이 날듯 하면서도 가물가물 하다. 그러면서 잔니로 부터 들은 그녀의 이야기,그녀가 18살이 되던 해에 죽었다는 자신의 생애동안 찾던 여인이 영혼이 되었다는 것에 그 소식을 듣던 날 얌보가 쓰러졌다는,그러면서 더이상 솔라라에서 찾아낼것이 없다고 여기며 솔라라를 떠나기로 한 마지막 날 지성소를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세익스피어의 초상'. 그 놀라운 보물을 발견하고 엄청난 충격에 그는 잃어버린 기억들을 되찾지만 다시 코마상태에 빠져든다.
 
코마상태에서 자신이 모아 놓은 '안개'에 대한 자료들처럼 지난 기억들은 안개처럼 모호한 상태로 그의 삽화와 더불어 만화와 같은 형태로 이어진다.그토록 찾던 여인 '릴라'의 얼굴이 나타날듯 하지만... '그런데 계단 꼭대기로 옅은 잿빛이 퍼지더니 현관문을 가려 버린다.나는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이 건듯 불어오는 것을 느끼며 올려다본다. 왜 태양이 검게 변하고 있지?... 그가 찾고자한 기억은 모호한 상태로 끝을 맺는다.
 
에코는 자신의 백과사전과 같은 지식들과 수집품들을 그가 창조해낸 인물 '얌보'를 통하여 역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병을 통하여 지난날을 다시 되집어 나가듯 이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에 모두 쏟아낸듯 하다.이 소설은 그러니 에코 자신의 지난날을 보여주는 자서전적인 소설이다.하지만 너무 책에만 일관된 것들이 나오다보니 지루한 감도 있고 너무 나열식인 문제점도 있다.자신의 지난날 텍스트가 모두 책,그리고 책이다.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에 매료되었던 나는 겉표지의 '움베르토 에코의 최후의 걸작'이라 했지만 에코의 최후의 자서전처럼 그가 읽어 나갔고 그가 수집한 수집품들을 찾기 위하여 솔라라의 다락방과 예배당을 뒤진 기분이 들었다.부주제처럼 나왔던 '안개'속에 빠졌다 나온것처럼 뭔가 끝맺음이 깔끔하지 못한 에코를 본것 같아 조금 아쉽다.하편 중반부까지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마지막 삽화가 나오는 부분부터는 애매모호한 기분이 들었다.그가 제목을 만화책에서 따왔듯이 이 소설은 만화로 끝을 맺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또다른 '장미의 이름'을 기대했던 기대감이 사라졌다.하지만 소설을 읽어 나가며 그가 어린시절을 이렇게 방대하게 정리를 해 놓았는데 나의 어린시절은... 하면서 뒤돌아 보게 만들었다. 독자들에게 자신의 책을 읽어가며 자기자신에게 '신비한 불꽃'을 일으켜 보라는 충고처럼 책은 그렇게 다가왔다.그 불꽃을 찾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듯이...
 
 
'깊은 코마에 빠진 뇌는 활동의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 나는 생각하고 느끼고 기억하지만 외부에서 나를 관찰하는 사람들은 내 뇌가 화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 뇌는 과학의 현 수준에 맞춰 평평한 뇌전도를 보여 주고 있지만 과학이 인체에 신묘한 기능에 관해서 무엇을 알겠는가? 모니터에 나타나는 뇌파가 평평하다 해도 내장이나 발끝이나 고환으로 사고 작용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내 뇌가 활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 내면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 500p
 
마틴 이든은 <알게 된 순간에 앎을 끝냈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아직 마지막 순간에 다다르지 않았고 죽어 가는 사람들보다 유리하다. 나는 깨달음을 얻고 무언가를 알아 가고 있으며 그 사실을 의식하기까지 한다.나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일까? ㅡ 524p
 
이제까지 내가 추억하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대체로 안개와 연관되었던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안개 역시 내 삶이 한바탕의 꿈이었음을 말해 주는 징후였다. 삶이 한바탕의 꿈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ㅡ 683p
 
우리는 우리가 어떤 심술궂은 귀신에게 속아 허깨비를 보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음에도 마치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현실인 것처럼 행동한다.그래야 계속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ㅡ685p
 
로아나 여왕이 아니라면 내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겠는가? 나는 내가 다시 종이로 된 기억에 의지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만화 속의 로아나 여왕이 아니라 나 자신의 로아나 여왕을 생각하는 것이다.내 마음속의 로아나 여왕은 훨씬 숭고하다.그녀는 부활의 불꽃을 간수하고 있다.돌로 변해 버린 지가 아무리 오래된 시신이라도 이 신비한 불꽃이 닿으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ㅡ687p
 
이제 비로소 잔니가 했던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그의 말대로 나는 평생에 걸쳐 어떤 여자와 만나든 릴라의 얼굴을 찾고자 했장면을 연기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렸다.그 장면이 나에게 영원히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아마도 그 때문에 첫 번째 사고가 일어났을 것이다. ㅡ 679p
 
 
이 책이 에코의 마지막 책이 아니길 바란다.전작들처럼 그의 유머와 해박한 지식이 잘 들어난 다음 작품이 곧 나와주길 바랄뿐이다.이 책을 읽다보니 오래전에 읽었던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그 작품들에서 에코의 진면목을 다시 만나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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