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냉정과 열정사이와 같은 구조와 글쓰기 방법이라고 해야하나 이 소설은 핑크책은 우리나라 작가 공지영이 여자의 이야기를 쓰고 블루는 일본의 '냉정과 열정사이'의 블루작가인 '츠지 히토나리'가 쓴 공동집필한 책이다.그래서인지 약간은 일본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년여에 걸친 산고끝에 나온 것이라 하지만 너무 짜맞춘듯한 기분도 든다. 하지만 공지영만의 섬세함만도 읽다보면 잘 들어난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고 믿어요?...... 홍(베니)이는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가서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준고를 사랑하게 된다.그는 가난한 첼리스트인 아버지 때문에 자신이 벌어서 대학교를 다니고 때론 아버지의 생활비도 보태드리기에 아라바이트로 날마다 힘든 시간을 보낸다. 잘나가는 피아니스트 엄마가 있지만 엄마와는 만난지 4년이 넘었다. 벚꽃이 흩날리는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두사람,준고는 첫사랑 칸나와 헤어진 후이고 홍이는 외로움에 공원을 찾았다가 첫눈에 두사람은 가슴을 데이고 만다.홍이는 첫만남 이후 날마다 그를 기다리지만 그는 아르바이트로 바쁜 나날이어서 한달후에나 겨우 만나게 된다. 어색함에 준비한 문장들도 나 뒤로한채 닥종이 인형인 '휘파란 부는 소년'인형을 그에게 준다.
 
그들은 첫만남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진 둘은 동거에 들어가고 날마다 아르바이트로 바쁜 준고는 홍이의 외로움을 감지하지 못한채 자신의 일만으로도 허덕인다.준고를 기다리는 외로운 시간을 때우듯 날마다 호숫가를 달리기를 하던 그녀는 빵집에 아르바이트로 나가지만 문화적 차이로 아르바이트도 그만둔 홍이는 준고를 기다리다 어느날 둘은 외식을 하기로 하였는데 그날따라 준고가 일하던 잡지사의 간판급 작가가 심장마비로 운명하여 사무실을 지키느라 바쁜 준고는 그녀에게 전화 한통도 못하고 그 일로 인하여 둘은 싸우게 되고 홍은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국에 돌아온 홍은 분당의 호수가 보이는 곳에서 외환위기로 집안이 기울자 집을 개조하여 아버지가 차린 출판사에서 일을 하게 되고 그녀의 곁에는 어린시절부터 함께 자란 남자 '민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준고와 헤어지고 칠년후 어느날 아버지회사에서 일본인 작가의 책을 발간했는데 통역을 맡은 여자가 심한 다이어트로 쓰러지는 바람에 그녀가 대신하게 된다.공항으로 나간 그녀앞에 우연히 작가로 나타난 준고(윤오),사사에 히카리... 그것은 준노의 필명이었다.정말 우연히 만난 두사람은 얼어붙듯 하지만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고 말을 잊는다. 준고가 쓴 소설은 다름아닌 그녀와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이며 그녀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것이다.
 
칠년전 그를 잊은줄 알았는데 그에게 다가가는 그녀의 감정, 모두에게 숨기려고 했지만 동생 록이 그 둘의 사이를 눈치채고는 준고에게 솔직하게 다가가길 말하지만 그녀는 머뭇거린다. 그런 반면에 민준은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하려 결심을 하고 사사에의 싸인회가 있는날 그의 책에 싸인을 받으러 가서 그가 홍이의 애인임을 밝힌다. 사인회가 끝나고 회식을 하는 날이 마침 그의 생일임을 깨달은 그녀는 그녀가 좋아하는 크림색 장미를 한다발 준비하여 그에게 가지만 그의 곁에는 옛날 애인 칸나가 있다.그녀의 모습을 발견하고 뒤돌아 서는 그녀,민준에게도 사사에에게도 안녕을 고하듯 한다.
 
한국을 떠나기 전날,호텔의 그에게 전화를 걸어 잘가라는 전화를 하며 무너지듯 하는 그녀,다음날 그녀는 모든것을 떨쳐 버리듯 호숫가를 돌며 달리기를 하는데 사사에가 나타난다. '난 그때 너와 함께 달렸어야 했다.난 너에 대해 뭐든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가장 중요한 것을 알지 못했던 거야. 내가 생각이 모자랐어.미안해.내가 나빴다.... 내가 나빴어... 널 외롭게 해서.....' '아니야 우리가 나빴어..' 그들은 반추의 길을 돌아 다시 만났고 이제 더 사랑하는 일만 남겨 놓은 것이다.
 
'그가 아오키에서 사사에로 변해 있듯이 나도 변해 있었다.말괄량이 베니에서 이제는 최홍 기획실장으로,스물둘에서 스물아홉으로,변하지 않는 사랑을 믿느냐는 질문을 하던 여자에서 그런 말 같은건 꺼내지 않는 여자로,아니 변하지 않은것도 있다. 나는 회씨에 곱쓸머리에 옥니를 가진 여자였다. ㅡ25p
 
'네 방에 불을 켜듯 네 마음에 불을 하나 켜고 네 자신을 믿어봐.' ㅡ132p
 
'모든것이, 마치 태어나고 죽는 모든 것이 그렇듯, 예기치 않은 모든 사고와 만남과 사랑 혹은 한 인간의 성장이 그렇듯,모든 것이 그저 운명이라고 말씀 드릴 수밖에 없어요.'  ㅡ226p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 슬픈 귀가 열린다. 그 슬픈 귓속으로 베토벤의 선율이 밀려든다. 피아노는 아노카시라 공원의 빗소리처럼 내 큇바퀴를 두드린다. 「비창」이라는 곡이다. 한국인 친구는 이 곡의 제목이 싫다고 말했다  ㅡ55p
 
"그런데 지희야, 혹시 사람에겐 일생 동안 쏟을 수 있는 사랑의 양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닐까? 난 그걸 그 사람에게 다 쏟아 버린 것 같아……. 그리고 내 표정이 아무리 이상해져도 앞으로도 늘 이렇게 말해줘.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해 줘. 부탁이야!"  ㅡ119p
 
 
'너를 다시 만나서 좋았어. 이제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거 같아. 실은 공항에서 너와 처음 마주쳤을 때 너도 나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어. 네 눈빛만 봐도 그냥 아니까.'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눈가가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맨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괜찮다고 나에게 말하과 싶었다. 서른이 될 때까지, 진짜 아프리카를 찾을 때까지는 그냥 실컷 울게 해주고 싶었다.  ㅡ219p
 
 
한국판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는 듯 하다.그녀의 감성이 더해져 홍이라는 여자의 감성을 잘 들어냈지만 약간은 일본맛이 베어 나온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사랑후에 무엇이 올까.. 그리움 미움 보고픔 하지만 사랑이 다시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말해준다. 사랑후에 오는 것이 꼭 이별이 아닌 사랑이 올 수 있음을 아직 그들의 사랑이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떠나 홍이와 준고는 남자이며 여자이다. 이십대 초에 만나 사랑을 하고 삼십이 가까워져 다시 사랑을 재발견하는 어찌보면 아름다운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얕게 보면 통속적이며 짜맞춘것 같다는 느낌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리듯 그들이 만나는 장면부터 상상을 하며 읽다보니 금방 읽기도 했지만 재미있게 읽기도 했다. 홍이 그녀에게 감정이입을 하듯 하여 읽으면 여자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느낄 수 있다. 사랑후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하고 그를 다시 만남의 벅차오름이 느껴지기도 하는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라서 더 깊게 파고든 듯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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