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편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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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카슨은 노벨상 때문에 읽었다. 간만에 집에 온 아롱이가 엄마, 앤 카슨 알아요? 해서 몰라, 했더니. 몰라요? 누군데? 이번에 노벨 문학상 받은... 아. 그래? 하나도 안 읽었네. 대화가 이렇게 마무리되고 나서 밀리의 서재 들어가 보니 앤 카슨의 소설이 올라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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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소설이 남자, 아주 잘생긴 남자에게 미친 그저 그런 여자의 이야기로 읽힌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괜찮겠다. 소설은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본인의 느낌대로 읽으면 되니깐. 나는, 이런 장면에서 막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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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험이 한 번도 없었고, 기억할 만한 연인이 한 명도 없고, 아쉬운 추억이 하나도 없는데. 나는 그랬다. 나는 이 이야기를 아름다움에 대한 항복으로 읽었다. 거부하고 싶지만, 부정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항복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다. 신의를 저버리는 사랑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돌아오는 그를 다시 받아주고픈 마음에 동조하며 읽었다. 슬프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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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문장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였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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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와 피해로 단순하게 나누어 생각하고 싶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나는 자주 그런 식의 사고에 빠지는 사람이기는 하다. 앤 카슨은 이 소설의 주인공을 페르세포네에, 남편을 하데스에, 그리고 그와의 사랑을 반대하는 엄마를 데메테르로 그려낸다. 저자가 이탤릭체에 더해 볼드체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여기다. "어떻게 강제로 먹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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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 연결되는 절벽에 아름다운 꽃을 심어 페르세포네를 유혹한 사람은 하데스고, 페르세포네가 그 꽃을 잡는 순간 지하의 문을 열어 페르세포네를 납치한 사람도 하데스이다. 지하 세계의 음식인 석류를 먹게 함으로써 페르세포네가 지상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길을 막아버린 것도 하데스이다. 하지만, '하데스가 주어 석류를 먹었다'는 내용을 담은 『그리스 신화』가 있는가 하면,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의 정원을 거닐다 '스스로 석류를 먹었다'라고 표현한 『변신 이야기』도 있다. 저자는 후자 쪽에 더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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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활한 그가 속여 강제로 그걸(석류) 먹게 했어요.라는 페르세포네의 말 뒤에 저자의 물음이 놓여있으니 그렇다. 어떻게 강제로 먹게 했을까? 굳이 따지자면, 나도 후자 쪽이다. 이유식을 먹는 아이도, 입맛에 안 맞으면 혀를 굴러 음식을 뱉어낸다. 페르세포네는 스스로 석류를 먹었고, '나'는 그의 아름다움에 속아 스스로 굴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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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메두사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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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펀딩할 때 구입해 두었는데, 북카트 밑에 깔려 있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정갈한 마음에 쌓인 책들 다 밀어내고 간신히 꺼내보니, 이런 예쁜 엽서가 보인다. 내 아이디 나온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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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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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있는 강의에서 사마천의 『사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인간 종이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란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하고, 권력의 중심부에서는 그러한 인간의 희로애락이, 질투와 충의와 사랑과 탐욕이 훨씬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캡처한 건 이렇게 두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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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아버지와 못된 새어머니와 효자 설정으로 우리에겐 심청이가 있는데, 중국에는 순(주의사항: 순이 아님)이 있었고. 알 속의 주몽을 깍듯하게 대했던 말과 소, 새들은 중국 주의 시조 후직에게도 그렇게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고 한다. 읽는 재미에 더해 보는 재미도 있어 7권까지 신나게 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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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라틴 아메리카의 혈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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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지만, 엄마 말씀으로는 내가 졸라서 아빠와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 다녀왔다고 했다. 두 무더기가 넘는 책을 사 왔는데 다른 책들은 기억이 안 나고, 위인전 4권은 또렷한데, 안창호, 안중근, 김정호였다. 나머지 1인도 남자였는데, 그 사람만 기억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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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새 책으로 사 준 전집은 두 질인데, 하나는 20권짜리 과학 전집이고 다른 하나는 가정의 필수품, 70년대의 가정용 인공지능 브리태니커 전집이다. 과학 전집은 1권 <물질의 세계>부터 시작해 생물학이 주를 이루고, 20권에 미래 과학 기술까지를 망라하는 구성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획기적인 것이 세상에, '만화'였다. 동생과 내가 특히 좋아했던 건 13권이었던 <세계 7대 불가사의>였다. 첫 번째 꼭지가 이스터 석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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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내가 보기에도 이집트에 대한 부분은 불가사의라고 보기에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피라미드 발굴 과정에서 벌어졌던 불운한 사건을 불가사의라고 해석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 관심이 생겨 여러 번 읽었던 대목은 잉카, 아스텍, 마야 문명의 흥망성쇠와 멸망에 관한 부분이었다. 그 땅의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던 백인의 관점에서 하는 말, 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린 나는 아무것도 몰랐으니, 마츄피츄의 사진을 뚫어질 듯 쳐다보면서는 같은 질문을 쏟아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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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첫 번째 질문, (1) 수적으로 우세였던 선주민들은 수백 명의 유럽인들에게 왜 그렇게 쉽게 정복당했던가. 이 부분은 『총, 균, 쇠』와 『사피엔스』에 자세히 나온다. 백인이 가져온 천연두, 파상풍, 폐 질환, 장 질환, 성병, 트라코마, 티푸스, 한센병, 황열병에 의해 원주민들은 무기력하게 죽어갔다. 백인과의 조우 초기에 선주민들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해서는 그들의 신화 때문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 외지인들이 "사슴들"을 데리고 왔는데, 사슴들이 그들을 "지붕처럼 높이" 태우고 있었다. 사방에서 몰려온 외지인들은 몸 전체가 갑옷으로 감싸여 있어서 "그들의 얼굴만 보인다. 얼굴이 석회처럼 하얗다. 그들의 머리카락은 노란색이었는데, 물론 일부는 검은색이었다. 기다란 수염이 ・・・・・・ ." 목테수마 황제는 케찰코아틀 신이 돌아왔다고 믿었다. ... 케찰코아틀 신은 동쪽에서 와서 동쪽으로 떠났었다. 그 신은 백인이고 수염이 많았다. 잉카의 양성 신인 우이라코차(Huiracocha)도 백인이고 수염이 많았다. 그리고 동쪽은 마야의 영웅적인 선조들의 출생지였다. (4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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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 "39) 이런 놀랄 만한 일치는 원주민 종교의 신들이 실제로 콜럼버스보다 훨씬 이전에 이 땅에 도착했다는 가설에 힘을 부여했다." 그렇다면, 그 신화는 신화라기보다는 실제 인디오들의 경험이 구전되었을 확률이 높다. 전설 속 얼굴이 하얗고 수염이 많은 케찰코아틀 신이 자애롭고 온화했던데 비해, 그들이 케찰코아틀의 현신이라 믿었던 스페인, 포르투갈의 군인들은 금에 눈이 먼 탐욕스러운 인간들이었다는 데에 선주민들의 불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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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게, 조상들의 내분과 무능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침략당했지만 침략하지 않았다고 자랑하기도 하지만, 그건 우리 민족이 특별히 평화를 사랑해서가 아니다. 약했기 때문에, 무력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침략할 수 없었을 뿐이다. 남미 대륙에서 선주민들에 대한 유럽인들의 악행은 너무나 치밀하고 잔혹해서, 수전 손택의 이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The white race is the cancer of human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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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uth is that Mozart, Pascal, Boolean Algebra, Shakespeare, parliamentary government, baroque churches, Newton, the emancipation of women, Kant, Marx, and Balanchine ballets don't redeem what this particular civilization has wrought upon the world. The white race is the cancer of human history; it is the white race and it alone—its ideologies and inventions—which eradicates autonomous civilizations wherever it spreads, which has upset the ecological balance of the planet, which now threatens the very existence of life it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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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모차르트, 파스칼, 불 대수, 셰익스피어, 의회 민주주의, 바로크 양식의 교회, 뉴턴, 여성 해방, 칸트, 마르크스, 그리고 발란신의 발레 작품들이 이 특정 문명이 세계에 저지른 일을 상쇄해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백인종은 인류 역사의 암이다. 백인종, 오직 백인종만이 그 이념과 발명품을 통해 자신이 퍼져 나가는 곳마다 자율적인 문명들을 말살하고, 지구의 생태적 균형을 무너뜨렸으며, 이제는 생명 그 자체의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다. (수전 손택, 1967년 겨울호 《Partisan Review》 57쪽, 「What's Happening in America」, 챗지피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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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뒷세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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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책인데 밀리의 서재로 읽고 있어서 내게는 한없이 얇은 당신이다. 책을 안 가지고 외출했을 때만 가끔씩 꺼내 읽어서 영 진도가 안 나가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16퍼센트 정도 읽었다. 앞부분의 주요 테마는 횡격막인데, 횡격막 토크는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지라 앞부분에 번역가가 따로 정리해 둔 부분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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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예는, 호메로스의 인간이 '횡격막'으로 느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현대인은 사고와 인지 활동의 중심을 뇌에서 찾지만, 호메로스의 세계에서 횡격막은 단순한 가슴과 배 부분을 나누고 호흡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리적, 해부학적 기관이 아니라 감정과 사고, 판단과 숙고, 그리고 관심과 배려, 호감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기능한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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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집에 있는 천병희 번역과 김현 번역의 이 책을 비교해 보자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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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간 어색한 듯한 김현 번역에 점수를 주고 싶은데, 직독직해 느낌의 김현 번역이 시적인 의미에 더해, 뒷부분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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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략가, 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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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자연이 아닐 때도 있지만, 현상의 관찰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시도가 대놓고 작위적이면 감동이 덜할 수밖에 없다. 눈치 빠른 독자가 아니고, 눈 밝은 독자도 아니지만, 일말의 전개가 교훈으로 갈무리될 때는 거부감을 느낀다. 이 책에서는 자연 관찰 그 자체에서 얻어 가는, 얻어 갈 수밖에 없는 지혜가 돋보인다. 다른 식물은 어떻고, 잡초는 어떻고. 잡초의 꽃가루를 전해주는 곤충은 어떠하고, 꽃등에는 어떠하고 꿀벌은 어떠하고. 끈질진 생명력과 결국 살아내려는 식물과 잡초, 곤충의 결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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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잡초는 다르다. 잡초는 조건이 나쁠 때도 최대한 활약해서 씨앗을 생산하지만 조건이 좋을 때도 최대한 성과를 내서 씨앗을 많이 생산한다. 자기 자원을 씨앗 생산에 얼마나 분배하느냐 하는 지표를 '번식 분배율'이라고 하는데, 잡초는 개체 크기에 상관없이 번식 분배율이 가장 알맞다. 조건이 나쁘면 나쁜 대로, 조건이 좋으면 좋은 대로 최선을 다해 최대한의 씨앗을 남기는 것이야말로 잡초의 강점이다. (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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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부분은 여기다. 사람에 의해 재배되는 채소나 화단의 꽃들은 조건이 열악하면 꽃을 피우지 않는다. 하늘 높은 줄 오르고 치솟는 집값과 낮은 출생률과의 연관성을 기억하지도 말자. 꽃을 피울 수 없다. 씨앗을 만들 수 없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라면? 거름을 너무 많이 주면 줄기나 잎만 무성해지고 중요한 꽃을 피우지 않는다. 영양분이 풍부한데 왜 꽃을 피우지 않는 거지? 왜 씨앗 만들기를 하지 않지? 저자의 표현을 그대로 따르자면, 식물은 그 중요한 씨앗 만들기를 '잊어버린 듯' 하다. 할 일을 하지 않는다. 잡초는 아니다. 잡초는 좋은 환경에서도 나쁜 환경에서도 일정한 번식 분배율을 유지한다. 잡초는 다르다. 잡초는 전략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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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e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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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인데 소설처럼 읽고 있다. 나는 미셸이 아니고, 남편은 오바마가 아닌데. 나는 미셸이고, 남편이 오바마가 되는 이 신기한 일들. 미셸이 잘 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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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고단함은 아무리 하소연해도 끝이 없다. 퇴근하고 와서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차례로 씻기고, 밥을 차리고, 밥을 먹이고. 그리고 남편과 같이 저녁을 먹기 위해 밥을 먹지 않고 기다리는 마음. 이런 날이 한 달, 두 달, 그리고 세 달 이어질 때, 그 상황을 그냥 감내할 사람이 있을까. 친정과 시댁, 양쪽으로부터 육아 도움을 받았음에도 딱 18개월 워킹맘으로 살았던 내 생각에는 완전 엑스다.

And yet, in his curious and round about way, he seemed destined for exactly this moment. I knew because of I'd seen up close how his mind churned nonstop. Over years, I'd watched him inhale books, newspapers, and ideas, sparking to life anytime he spoke with someone who offered a shard of new experience or knowledge. (2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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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문은 여기에 있다. 내 남자가 유독 훌륭한 남자일 때, 내 선택은 어떠해야 하는가. 내 남편의 유능함이 나의 포기를 요구할 경우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 남편의 탁월함이 나의 희생을 요구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페미니즘 고전에서 반복되는 그 지긋지긋한 양보와 희생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왜, 내가 양보해야 하는가. 왜 포기하는 사람이 나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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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이 유능한 변호사였던 건 확실하다. 만약 미셸이 하버드 법학대학 종신교수였어도, 아니, 하버드 대학 총장이었어도 마찬가지다. 오바마의 아내라면, 아내로서의 일을 해내야만 한다. 행복한 가족 단상이 필요한 미국 대선에서 알콩달콩 스위트홈의 모습을 전시하기 위해 오바마의 아내라면 자신의 직업적 성취를 포기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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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지구 전체의 운명을 바꾸었던가. 오바마가 미국의 역사를 바꾸었던가. 오바마가 미국 내 흑백 갈등 문제를 해결했던가. 그렇지 않다. 『오, 윌리엄』에서 윌리엄의 말처럼, 선택지는 생각보다 더 좁고, 결정의 상당 부분은 이미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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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순간의 결정은 어디까지나 미셸의 결정이다. 다락방님이 페이퍼에서 썼던 것처럼 '가족의 결정 사항'이라는 건, 결국 미셸의 선택이었고, 미셸은 더 큰 정치 무대에 나서고자 하는 오바마를 지지하기로 한다. 오바마와 미셸의 결정의 이면에, 나는 이 부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이런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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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spoke so often and so passionately of healing our country's divisions, appealing to a set of higher ideals he believed were innate in most people. But I'd seen enough of the divisions to temper my own hopes. Barack was a Black man in America, after all. I didn't really think he would win. (226p)

버락은 우리나라의 분열을 치유하는 일에 대해 자주, 그리고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속에 본래 자리 잡고 있다고 믿었던 더 높은 이상에 호소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사회의 분열을 충분히 경험하고 목격해 왔기에 내 희망을 어느 정도 절제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버락은 미국에 사는 흑인 남성이었다. 나는 그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으리라고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2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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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은 가까이에서 본 그가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인지를 알았기에, 더 중요하게는 그를 사랑했기에 그의 결정을 응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흑인인 그가 미국에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믿음이 없었지만, 응원해 주었고, 확신이 없었지만 지지해 주었다. 오바마는 달랐던 것 같다. 오바마 자서전을 읽었으나 끝까지 읽지 않은 나여서, 이 부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오바마가 가졌던 확신은 무엇일까. 오바마가 품었던 희망은 어디에서 온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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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라틴 아메리카의 열린 혈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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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지만 내용이 궁금해서 구입해버린 이 책을 읽기 전, 사전만남 아니고 읽기 전 사전질문. (1) 수적으로 우세였던 인디오는 수백 명의 유럽인들에게 왜 그렇게 쉽게 정복당했던가. (『총, 균, 쇠』, 『사피엔스』에 나옴) (2) 유럽의 남미 지배가 그렇게 오랜 시간 공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3) 남미인들은 어떻게 지배자의 신을 자신의 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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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여성의 역사』는 선물 받았고, 손열음 <모차르트 : 피아노 소나타 전곡>이랑 『라틴 아메리카의 열린 혈맥』은 내적립금내산이다. 항상 꼭 필요한 것만 사야지 결심하는데, 너무 야무진 결심이었나, 책탑이 안 되고 다 스탠딩이다.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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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6-10-11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잡초는 늘 정원에서 골치 아픈 존재지만 반가울 때가 있어요 추운 겨울 지나 아직 봄이라 말하긴 애매한 때 황량한 땅에 초록초록 잡초, 특히 질경이가 나와요 그때는 그 초록이 참 반가워요 그래서 남겨두면...어느새 질경이밭이 되어버리죠 그러면 반가움은 이제 싸악 사라지고 다 뽑아버리겠다아아 하면서 눈에 불을 켜죠ㅋㅋㅋㅋ잡초책을 읽으셔서 잡초 잡담 한번 해봤습니다😆

단발머리 2026-10-13 18:33   좋아요 0 | URL
초록초록 잡초가 초록은 이쁜데 ㅋㅋㅋㅋㅋㅋ 질경이밭이 되면 아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잡초 잡담이 이렇게 즐거운지 몰랐어요. 저는 물론 글자로만 아는 잡초이지만, 망고님과 잡초 이야기를 나누니 잡초가 더 가깝게 느껴지네요.

독서괭 2026-10-12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셸 글 정말 잘 쓰죠! 저도 비슷하게 읽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오바마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지 말지 두고 미셸이 고민하다가 결국 지지하기로 하는 데까지 읽었습니다. 얼마나 속이 복잡했을지…. 상상이 잘 안 돼요. 미셸이 오바마의 여러 면을 이해할 수 없다고 표현하는 거 보면 재밌더라고요. 저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므로 ㅋㅋㅋ 오바마가 쓴 책이 잘 팔려서 인세가 많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에 대해서 잭과 콩나무의 잭에 비교하는 것도 웃기고요 ㅋㅋ

단발머리 2026-10-13 18:52   좋아요 1 | URL
네, 미셸 진짜 잘 써요~~ 저는 오바마 자서전도 반은 아니고 3분의 1 정도 읽었는데요. 미셸 글이 훨씬 더 좋아요. 저는, 독서괭님이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 부분을, 저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서 ㅋㅋㅋㅋㅋㅋㅋ참 좋네요.
이 책 중간중간에 오바마의 하와이완 특유의 느긋함이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잘 안 팔려도 잘 팔릴거라는 그 믿음과 확신. 결국 나중에 잭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6-10-13 1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책이 있다면, 탑을 쌓지 않고 스탠딩어도 참 예쁩니다. ㅎㅎ

맞아요, 미셸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녀가 오바마의 아내인것이죠. 그리고 읽다 보니 그런 부분 나오더라고요.

<우리는 버락에게 주어지는 호화로운 혜택을 나눠 받은 수혜자에 불과했다. 우리가 중요한 존재인 것은 우리가 행복해야 버락이 행복하기 때문이었고, 우리가 보호받는 것은 만약 우리가 안전하지 않다면 버락이 맑은 정신으로 나라를 이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백악관은 단 한 사람의 안녕, 효율, 힘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운영되는 곳이고, 그 한 사람은 물론 대통령이다.> -전자책 p 1204/1677

저는 미셸이 자기의 위치를 냉철하게 보았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왜 중요하냐면, 이 나라 대통령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내가 안전해야 그가 대통령 일을 수행할 수 있다, 하는 것이요. 이 부분 읽으면서 미셸이 참 미셸 답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요.

오뒷세이아 저도 읽으려고 생각중인데, 그러려니 일리아스 먼저 읽자, 하면서 아직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어요. 비커밍을 빨리 끝내고 싶어서요.. 하하.

단발머리 2026-10-14 07:39   좋아요 0 | URL
저 아직은 이 부분은 도착하지 못했는데.... 아, 진짜 미셸 포스 장난 아니네요. 단 한 사람의 안녕, 효율, 힘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
이건 이 사람이 대통령이어서만은 아니고, 권력과 힘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을 때 옆에 사람이 느끼는 당연한 생각, 감정 같기는 해요. 미셸처럼 정확하게 포착하고 표현하는 게 어렵죠. 다락방님 표현처럼 참 미셸답네요. 그냥 딱, 미셸이에요.

저 오뒷세이아, 밀리의 서재로 읽고 있잖아요. 어제부터 앤 카슨 소설로 샤사삭 넘어가서ㅋㅋㅋㅋㅋㅋㅋㅋ앤 카슨 <남편의 아름다움> 특별하네요. 띠용~~~

다락방 2026-10-14 08:39   좋아요 0 | URL
저는 아주 오래전에 [남편의 아름다움] 되게 재미없게 읽은 기억이 있거든요? 그런데.. 특별한가요? 밀리의 서재에 있어요? 저도 한 번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단발머리 2026-10-14 08:48   좋아요 0 | URL
아~~ 그렇다면 그럴 수 있겠어요. 노벨문학상 작가책인데 생각보다 ㅋㅋㅋㅋㅋ생각보다 재미있고요. 재미없을거라는 예상을 넘어서요. 여름의 포도밭 겁나 뜨겁구요 ㅋㅋㅋ🍇

다락방 2026-10-14 09:17   좋아요 1 | URL
‘여름의 포도밭‘ 이런거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반적으로 페이크 리레이션쉽(fake-relationship)이라고 하면, 실제로는 연애 관계가 아니고 감정적 유대가 약한데, 겉으로만 연인처럼 행동하는 관계를 말한다. 서로의 관계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는 연인으로 소개하지 않는 경우를 가리킨다고 한다. 하지만, 로맨스 소설에서 fake-relationship이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연인인 척'하는 관계를 말한다. 남녀 주인공들은 자매의 결혼식에 데려온 파트너 역할을 위해서 혹은 헤어진 사이임을 주위에 알릴 수 없어서 여전히 연인'처럼'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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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에서 수행성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설명되는 반복성은 fake-relationship 가운데 있는 두 연인의 행동과 유사점이 있다. 젠더의 수행처럼, 연인인 척 행동하기가 반복된다는 것도 그렇지만, 역할극 속 행동들이 자유롭게 선택한 결정이 아니라는 게, 내가 보기에는 중요한 지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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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ke-relationship에 들어가면서 연인처럼 보이기 위해 올리브는 애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커피 타임'을 제안한다. 수요일 오전 10시, 스타벅스에서의 만남이 바로 그것인데, 연인인 척하기 위해 시작한 이 심드렁한 수요일 데이트가 점점 변해가기 시작한다. (이 부분은 영화가 아니라 책에 나온 부분이다) 먼저, 올리브는 애덤이 잘생긴 사람이라는 걸 새롭게 알게 된다. 애덤의 준수함은 숨겨지는 종류의 준수함은 아니지만, 아무튼 올리브는 알지 못했다. 애덤 칼슨이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올리브는 '가짜 수요일 데이트'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질문을 애덤에게 던진다. "좋아하는 색이 뭐예요?" 올리브의 생각은 그렇다.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면, 서로 사귀는 사이라면, 좋아하는 색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그 사실이 올리브에게는 중요한 것 같다. 애덤을 당황시킨 이 색깔 질문이 상당히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올리브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묻지 않았지만 대답하자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은 하늘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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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올리브의 관점에서 펼쳐지고, 이탤릭체의 글씨는 올리브의 속마음 토크이기 때문에, 독자는 아무래도 올리브의 시선에서 사건을 관찰하게 된다. 소설 맨 끝에서야, 애덤이 3년 전부터, 그러니까 대학원 입학 인터뷰를 위해 학교를 방문했던 올리브를 처음 만난 그날부터 그녀를 좋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지만,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그걸 알 리가 없다. 실제로, 이미, 상당히 올리브를 좋아하고 있는 애덤의 질문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애덤은 캐나다에서 자란 올리브가 왜 미국 대학에 진학했는지 묻고(이유: 전액 장학금), 고향에 자주 가는지, 졸업하면 그곳으로 돌아갈지를 묻는다. 그녀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이 연결되어 있는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가짜 수요일 데이트'가 진행될수록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더 많이 서로의 삶 속으로 초대된다.

​

반면에, 올리브의 베프 안의 강요로 이루어지는 행동들은 올리브의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fake-relationship의 수행 중에 강제된 행동들이다. 몇 톤은 나갈 법한 트럭을 밀어서 옮긴 애덤에게 키스를 해준다거나, 학과 체육대회에서 애덤에게 선크림을 발라준다거나 하는 행동들이 그렇다. 올리브는 남자친구에게 할 법한 행동들을 애덤에게 해줄 것을 강요받는다. 두 사람은 외면적으로 연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 특별히 신체적인 접촉은 두 사람 사이에 친밀감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

손예진-지창욱-나나 주연의 <스캔들> 말고 이미숙-배용준-전도연 주연의 <스캔들>에 배용준의 이런 대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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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심인 척했을 뿐인데

척하다 보니

결국 진심이 되어 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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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을 사랑하는 척 연기하던 배용준은 전도연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나나를 사랑하는 척 연기하던 지창욱은 나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애덤을 좋아하는 척 연기하던 올리브는 애덤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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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6-10-04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설정 나오면 재밌게 보거든요? 설레이기도 하고ㅋㅋ 근데 과연 실제 상황이라면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저는 처음부터 설레이는 관계가 아니라면 아무리 척해야 하는 상황에서 척을 한다한들 그 관계가 연인으로 깊어지지 않을 것 같거든요. 처음부터 친구였으면 계속 친구인거고 계속 옆에 있었더니 정분이 나더라 이런 상황은 제 성향과 경험상 일어나지 않더라고요ㅋㅋㅋㅋ그러니까 척을 해도 애초에 아무 감정이 없진 않았을 거다 라는 뭐 그런 생각.

단발머리 2026-10-04 19:59   좋아요 1 | URL
이런 설정이 유행이긴 하나봐요. 제가 즐겨 읽는 로맨스 소설에서는 더욱 그러기는 한데요.

저는 처음부터 설레이는 관계가 아니라면 아무리 척해야 하는 상황에서 척을 한다한들 그 관계가 연인으로 깊어지지 않을 것 같거든요.

저, 망고님 이 문장 읽는데, 너무 올곧으시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저도 그런 스타일이라서 아주 딱 알겠는 것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계속 있다가 정분 나는거는 사실 반칙이죠. 원래 감정이 있었는데, 아닌 척 했다가 나중에는 맞는 걸로 ㅋㅋㅋㅋㅋㅋ그런 생각입니다 : )

다락방 2026-10-05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애초에 그 ‘척하는‘ 계기 자체가 상대에게 호감이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가 어떤 사정으로든 가짜 연애를 하게 되었을때, 그것을 내가 정말 너무 싫어하는 사람과 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느 정도 좋아하는 마음, 호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척하다가 진짜가 되어버리는 거고요. 싫은 사람, 꼴보기도 싫은 사람에게 애초에 제안 같은 것을 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덤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올리브에게 제안하죠. 지창욱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나에게 척하고, 배용준은 전도연에게 척합니다. 모든 척하는 관계가 다 진심이 되어버리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애초에 마음이 없었다면 척하는 것조차 시작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거죠.

하여간, 사랑의 가설 얘기는 재미있어요. 이렇게 풀어도 저렇게 풀어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6-10-05 16:29   좋아요 0 | URL
우아 ㅋㅋㅋ 저 놀랐던게. 다락방님이랑 망고님 댓글이 완전 같은 맥락인데, 저도 그렇게 느끼거든요. 페이크이지만 일단 그 전제가 어느 정도 좋아하는 마음, 호감일 수 밖에 없다고요. 나중에 올리브도 여러 번 속마음 토크에서 이야기하잖아요. 애덤이 성격 나쁜 거 다 알고, 폭군 같고, 재수없게 군다는 거 다 알지만.... 실제로 페이크 연애 중에 사건도 있었구요. 나하고 있을 때는 잘하려고 한다. nice. 나한테는 나이스. 나한테는 착한 남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창욱은 나나에게 돌진하고 배용준은 전도연에게 돌진하고 애덤은 올리브에게 돌진하죠ㅋㅋㅋㅋㅋㅋ 애덤과 올리브의 관계에서 제가 좋아하는 지점은 애덤이 가짜 연애를 제안한건 맞지만 시작은 올리브였고(이 시작이 좀 이상하긴 해요. 급키스라니...) 그 관계를 끝낸것도 올리브(이 지점은 영화에서 잘 표현해내지 못했구요)라는 점이었어요. 올리브의 주도성에, 저는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야 맙니다. 사랑의 가설 좋아요! 하하하! 애덤이 도와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

독서괭 2026-10-12 12:20   좋아요 2 | URL
저도 백퍼 동의!! ㅋㅋㅋ 그나저나 사랑의 가설은 정말 인기인가봐요. 영화가 나와서 더 그런가? 서점 갈 때마다 눈에 잘 띄는 곳에서 발견해요ㅎㅎ 빨리 읽어야 할텐데.. 그나저나 로맨스에 주디스 버틀러 가져오는 단발님 지성 어쩔거야~🫶🏻

책읽는나무 2026-10-05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캔들 영화도 예전에 영화관에서 봤었는데…그닥 감명깊단 생각은 안 했었거든요. 근데 이번 스캔들 넷플 드라마 한다기에 응? 하면서 보다가 영화 수위에 쫌 놀랐고…영화 결말이나 등장인물들의 해석이 조금씩 다른 차이가 있더군요. 근데 배용준이나 지창욱은 전도연과 나나를 처음 본 순간 첫눈에 반한 건 똑같았던 것 같아요. 절대 척한 게 아녔을 겁니다. 이미숙이나 손예진 마음 상하게 할까봐 계속 척한 거겠죠. 소설도 이런 맥락인 것 같군요. 물론 이미숙이나 손예진같이 눈치볼 사람은 없겠지만요. 다들 알고보면 첫눈에 반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단발 님이 좋아하는 색은 하늘색!ㅋㅋㅋㅋ 저는 물건마다 좋아하는 색이 다른 것 같아 선뜻 좋아하는 색을 바로 입밖으로 내뱉기가 쉽지 않던데..(생각해보니 모든 면에서 최애를 말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긴합니다. 늘 이것도 좋아보이고 저것도 좋아보여서.^^) 그래서 하늘색 좋아하시는 단발 님이 좀 부럽네요.^^

단발머리 2026-10-05 21:29   좋아요 1 | URL
아~~ 그러셨군요. 저는 이전의 스캔들은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전도연씨가 너무 연기를 잘하는 거예요. 특히 나중에 배용준이 변심한 것처럼 했을 때 충격받는 모습이 너무 예쁘더라구요. 그 와중에도 이쁨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책나무님 말씀이 맞네요. 배용준이나 지창욱은 전도연과 나나를 처음 본 순간 첫눈에 반한 거요. 그래놓고서 이미숙과 손예진에게 내기를 제안한 거였네요. 아이고, 그러고 보니 나쁜 놈, 아니 나쁜 놈들이네요. 이런...

저는 하늘색, 핑크색, 연보라색, 파란색 ㅋㅋㅋㅋ 아무튼 그 계열을 좋아합니다. 물건마다 좋아하는 색이 달라 고민되신다면 책나무님은 애덤파입니다 ㅋㅋㅋㅋㅋ 올리브도 처음에는 그런줄 알았는데, 나중에서야 깨닫거든요. 그 질문이 얼마나 어려운 질문인지를요.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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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말하고 싶은 건 번역이다. 일본어에서 한국어로의 번역이라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번역가의 솜씨 덕분일 테다. 한글로 된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술술 읽힌다. 소설 속 사건을 끌고 가는 의문은 한 가지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이 문장은, 괴테가 한 말이 맞을까. 학자적 양심으로 성실하게 그 답을 찾아가는 도이치. 소설은 도이치의 뒤를 따라가며 답을 찾으려 하지만, 그가 찾은 실체는 사실과 거짓, 확신과 오해 속에 혼연일체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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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당신이 왜 베버 씨 사이트를 보고 있어?"

어리둥절해진 도이치는 잠시 침묵한 끝에 상황을 이해했다. 베버는 아키코가 좋아하는 유튜버라는 것을. 그리고 생각했다. 자신의 명언 찾기는 결코 의미 없는 짓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반드시 이어져 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무언가로부터 생겨났고, 우리는 아직 살아 있으니까.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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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극찬이 많았던 건, 소설 속 스즈키 유이가 인용한 작품들에 대한 찬탄으로 들린다. 어? 네가 이걸 알아? 이게 이거야?를 넘어서서 자신이 읽어왔던, 자신이 사랑하는 그 어떤 '작품'에 대한 애정과 외경심이 이 작품과 겹쳐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정지돈의 <창백한 말>과의 어떤 유사점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계속 그 단편이 생각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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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둔갑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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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3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은 이 책이다. 수학 시간인데 책 읽는 묘기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국어 잘해야 수학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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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세고 제 맘대로인 서 첨지는 손톱 발톱 깎다가 만난 쥐가(일단 쥐를 만났는데 왜, 안 쫓아냄?) 손톱, 발톱을 잘 받아 먹는 것을 보고(아니 그걸, 쥐한테 왜 주나), 손톱 발톱 깎을 때마다 쥐랑 조우했는데, 그렇게 서 첨지 손톱 발톱 먹고 자란 쥐는, 측간 가면서 벗어놓은 서 첨지의 옷을 입고 서 첨쥐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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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의 저주. 서 첨지와 가짜 서 첨쥐가 대면하는데, 가족들로서는 육안으로 두 사람 중 누가 진짜인지를 판별할 수 없다. 집안의 농기구 수를 묻는 것도 어려워 죽겠는데, 마누라는 한술 더 뜬다.

​

'장독간에 장독들은 어찌 되오?

마누라 물음에 진짜 첨지 황당하고 답답하여

붉으락푸르락 이마 주름만 꿈틀거리는데

가짜는 희희낙락 잘도 주워섬기는구나.

'큰 장독이 일곱인데

간장독이 둘이요, 도니장 독이 둘이요,

고추장 독이 하나요, 나머지는 김칫독이요,

작은 항아리는 뚜껑이 깨진 것까지 다섯이니,

모두 열둘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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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에는 이 동화의 교훈을 이렇게 적고 있다. '가장이되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역할을 해내지 못한 가장에 대한 비판이며, 가부장제도에 억눌려 있던 사람들의 재치가 이야기 속에 묻어나고 있다.' 만약, 그 해석이 맞다면 서 첨지가 깊은 산속 스님에게 전달(?) 받은 고양이를 데려와 서 첨쥐를 물리친 건 백래시로 보아야 하나.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서 첨지가 부인과 자녀들에게 퍼붓는 저주의 말은 또 어떠한가. 아무래도 그 해석에는 동의하지 못할 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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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히려, 서 첨쥐를 인공지능으로 읽었다. 나를 대신하는 척, 나인 척, 하는 이 묘령의 존재가 정보의 양과 접근성, 그리고 활용성을 무기로 '나'인 척할 때, 누가 나를, 나로 믿어줄 것인가 하는 걱정. 우리 집에는 장독대가 없고, 장독들도 없지만(김치냉장고는 있음), 신용카드 이용내역과 네이버 검색어, 시청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내'가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가지고 있고, 가지고 있지 못한지는 10분 안에 확연히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동화에서는 깊은 산속 암자의 스님이 키우던 고양이가 답이었다. 우리에게는 답이 있는가. 우리에게도 답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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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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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읽기가 지지부진할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오더블에서 오디오북을 산다. 오더블 무료 한 달 이용에서 결제로 넘어가 여러 권을 사고, 멤버십 해지하고, 다시 오더블 멤버십 신청하고, 오디오북 몇 권 사고 서너달 뒤 멤버십 해지가 반복되는데, 이번에도 진도가 지지부진해서 오디오북을 샀다. 좋은 점은 미셸 본인이 읽어준다는 점인데, 딕션도 좋고 발음도 듣기에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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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는 비빔밥 먹으면서 오디오북을 들으며 눈으로는 책을 읽었다. (책 속에서) 오바마는 멋진 사람 같다. 하와이에서 자란 사람이라고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하와이에서 온 사람다운 느긋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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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 voice climbed in intensity as he got to the end of his pitch. He wasn't a preacher, but he was definitely preaching something a vision. He was making a bid for our investment. The choice, as he saw it, was this: You give up or you work for change. "What's better for us?" Barack called to the people gathered in the room. "Do we settle for the world as it is, or do we work for the world as it should be?"(1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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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삶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그쪽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 오바마에게서, 정치, 혹은 역사의 운명이, 결국 한 사람으로 집약되어 나타나는 모습이 엿보인다. 인간 사회의 발전 과정 속에서, 획기적이고 커다란 변화는 여러 사람들의 힘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 맞겠지만, 그 힘과 에너지는 종국에는 한 사람에게로 모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노무현과 이재명이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미국 사회에서 흑백 갈등이 옅어졌다거나,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일본에 한없이 우호적인 오바마 때문에 남북 관계가 기한 없는 교착 상태에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오바마가 상징하는 것, 그의 존재 자체가 보여주는 가능성은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한 지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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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미셸 검색하다 보니, 예전에 보았던 오바마 퇴임 연설 영상이 뜬다. 오바마는 미셸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희생한 것에 대해 언급하는데, 연설하는 오바마와 미셸 옆의 큰딸, 그 옆에 사람들이 기립하고 박수를 치며 눈물을 흘리는데 반해 세상에나ㅋㅋㅋㅋㅋㅋ 미셸은 그대로 자리에 앉아서는 가볍게 미소만 짓고 있다. 아하하 ㅋㅋㅋㅋㅋㅋㅋ미셸은 이런 사람인 것이다. 그런 찬사와 기립 박수를 받을만한 사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바마 찍은 사람들은 다들 고마워해야겠다. 오바마를 공공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통 큰 미셸이 양보해 주었다. 희생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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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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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재미난 책은 이 책이다. 예전에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이라고 나왔을 때,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두께에 압도당해 앞부분 읽다가 반납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개정판 나와서 살까 말까 하는데 앞의 띠지가 황정은 작가의 말이었다. "철학책을 읽다가 내릴 정거장을 놓친 건 처음이다" 책 읽다가 정거장을 놓치는 건 얼마나 흔한 일이던가. 지난주에도 간만에 멀리 나갔다가 한참을 돌아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철학책을 읽다가'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듯싶기는 한데. 하여 좋아하는 작가의 말을 믿고 이 책을 구입하기에 이르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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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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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를로퐁티의 살아낸 사상에 대한 신념과 아이리스 머독의 "거주하는 철학"에서 얻은 영감과, 내 발자취를 되짚으며 느낀 기묘한 감정에 이끌려 나는 실존주의와 현상학의 이야기를 철학과 전기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탐색해 보고 싶다. 철학과 전기를 조합하는 것은(이를 완전히 거부했던 하이데거를 제외하곤) 실존주의자들과 현상학자들이 매력을 느꼈던 방식이기에 더욱 같은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나는 철학이 삶이라는 형태로 빚어질 때 더욱 흥미로워진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개인적 경험 또한 철학적으로 고찰한다면 더욱 흥미로울 거라고 생각한다.(55쪽)

​

철학과 전기를 조합하는 방식에서 당연히 떠오르는 한 사람은, 역시나 마리 루티다. 마리 루티만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페미니즘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 개인적 배경과 함께 풀어가는 철학, 이론, 논리.

​









일부 페미니즘 학자들은 일부 인종· 민족 학자들처럼 개인적이고 일화적인 집필 방식을 끈질기게 고집했지만, 포스트휴머니즘 이론에선 자서전체는 한심할 정도로 순진한 의미 창출 양식으로 소외됐다. 개인적인 경험은 소위 '고급 이론high theory' 영역에서는 유효한 토대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이 바뀌고 있다. 개인적인 것이 이론 집필의 정당한 요소로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남근선망과 내안의 나쁜 감정들』, 39쪽)

​


​

100년 만에 거실 책상 위를 치웠다. 사놓고 책장에 꽂지 못한 새 책들, 바디워시, 머리띠, 밀크티, 작은 가방, 모자, 전등까지 이런저런 살림들이 가득 차 있었는데, 일단 여기저기에 집어넣어 반을 비웠다. 일전에 건수하님이 형광펜도 보여달라 하셨는데, 요즘에는 이쪽(?) 형광펜을 많이 쓰고 있다. 예전에는 스타빌로 형광펜을 많이 쓰기도 했지만, 아무튼 제일 애용하는 건 역시나 연필이다.

​

커피엔 (항상) 간식이 필요하고, 줄은 연필로 그어야 제맛이다.



Keep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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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10-05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커밍 오더블 샀는데.. 하.. 쩝.. 샀다고요. 사기만 했습니다. 완독 한 달 뒤로 미뤄지니 또 읽기를 게을리 하게 되네요. 발등에 불떨어져야만 읽는 것인가. 하여간 다시 열심히 읽어야겠지요.
단발머리 님, 사진 속의 컵 너무 예쁘네요!

저 살구 철학자 책 구판으로 가지고 있는데(심지어 원서도 있다능.. 이 얘긴 전에도 했죠? ㅋㅋ) 재미있다고 하시니 너무 좋습니다. 읽을 의욕이 생겼지만, 언제 읽을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언제 보아도 참으로 정갈하고 깔끔한 단발머리 님의 독서풍경 입니다.

** 그런데, 쥐한테 손톱 발톱은 왜 먹인대요? 으.. 너무 싫어.............

단발머리 2026-10-05 21:16   좋아요 0 | URL
저는 오더블 없으면 못 읽었을 거 같아요. 계획 다시 세우고 열심히 읽어야 하는데 ㅠㅠㅠ 암튼 오늘 30쪽은 읽은 거 같아요.
오더블 사랑합니다. 소듕해요~~~
사진 속 컵은 버틀러 컵입니다. 버틀러 책 [비폭력의 힘] 사면서 받은 사은품입니다. 책은 아직도~ 지만 제게는 컵이 남았네요^^

칵테일 책 읽다가 너무 괜찮아서요. 저도 원서 폭풍 검색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쪽수를 더할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요. 저는 원서는 포기하고 일단 이 책을 재미있게 읽어보려고 합니다.

프레임 안의 깔끔함이지만, 다락방님 정갈하다고 하셨으니깐 ㅋㅋㅋㅋㅋㅋㅋ 그 정갈함은 즉시 접수합니다!

2026-10-07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10-09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6-10-12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머 비커밍 오더블 미셸이 직접 읽나요?? 갑자기 듣고 싶어졌어요!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싶은데 버튼 어디갔나요 ㅠㅠㅠㅠ 진짜 이거 언제 돌려놓을거냐 알라딘~~

단발머리 2026-10-16 21:18   좋아요 1 | URL
비커밍 미셸이 읽어줘요. 얼마나 야무지게 또렷하게 읽어주는지 말이에요. 진짜 강추합니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게 하고, 연결해서 책정보 보게 해주는 서비스.... 어뜩할거냐고요.
왜 이러냐고요, 알라딘!!
 
여자에 관하여 ㅣ 수전 손택 더 텍스트
수전 손택 지음, 김하현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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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묻지 않지만 혼자 고백하는 추석 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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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탑을 보자면, 누워있는 책들은 구입한 아이들이고, 서 있는 파랑이는 선물 받은 책이다. 구입한 책 중 벌써 2권이나 읽었으니 현재로서는 50%의 높은 완독률을. (자랑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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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번 추석에 읽으려고 찜콩해둔 책은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아니면 『영어는 누구의 언어인가』였다. 연휴 직전에 도착한 『The Love Hypothesis』도 아름다운 외모 덕분에 물망에 오르고 있었는데 실제로 읽은 책은 손택의 책이다. 추석장 보러 나가는 길에 에코백에 넣어가지고 나갔는데, 짬을 내어 읽은 문장이 쉽고 내용은 한없이 무거워서 정성을 다해 읽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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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는 제3세계>는 1972년 7월에 <파르티잔 리뷰>에 게재하기 위해 작성한 글이다. 정치 문학 계간지 <리브레>의 편집자들이 손택, 시몬 드 보부아르, 로사나 로산다 의원 등 5명의 여성에게 보낸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한 글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혁명적 사회주의의 관점을 진지하게 고려하거나 최소한 토론 거리로 삼을 거라는 가정하에 글을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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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은 여성의 진정한 해방을 위해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관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업 세계를 조직하는 성 고정 관념을 해체하는 것'(78쪽)이라 주장한다. 남성에게만 허락되었던 다양한 직군에 참여하는 여성의 숫자를 증대시킴으로 성차별적인 직업 체계를 해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의 존재가 더 이상 눈에 띄는 예외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 최초의 여성 장관 후보자,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언론 기사는 사람들의 주위를 끄는 데는 성공했겠지만, 여전히 여성 국회의원 수는 남성 국회의원 수에 비해 현격하게 적은 상태다. 나로서는, 연두색 지선버스가 아닌 파란색 간선버스의 운전자가 여성임을 확인했을 때 놀랐던 것 같다. 운전자 중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비슷해졌지만, 버스를 운전하는, 이렇게 힘든(?) 일은 남성에게만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시는 기사님을 보고, 놀랐던 나를 놀라워하는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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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리티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섹스는 여성을 해방하지 않는다.(69쪽) 섹스는, 여성을 해방하지 않는다. 해방시킬 수 없다. 순간으로, 찰나의 순간으로 인간은 살 수 없다. 인간에게는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 찰나로 이루어진 순간이 존재한다. 섹스가, 섹슈얼리티의 규범이 여성을, 여성의 신체를 억압하는 이때에, 자유와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속이는 이때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손택이 말하는 진정한 여성 해방, 여성의 성해방은 어떻게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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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해방하는 유일한 성 윤리는 현재 최고 지위를 차지한 생식기 중심적 이성애에 도전하는 성 윤리다. 억압 없는 사회, 여성이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 남성과 진짜 동등한 사회는 양성적인 사회일 수밖에 없다.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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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강제적 이성애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과 남성이 진짜 동등한 양성적인 사회로의 추구가 필요하다. 결론이 흥미롭다. 손택은, 그런 사회에서 섹슈얼리티는 지금보다 덜 중요해질 것이라 전망한다. 다른 즐거움 때문에 성적인 관계를 병적으로 갈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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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까지는 미친 호르몬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을 것이지만,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닐 테고, 전 세계 방송과 연예, 심지어 정치의 영역에서도 '섹슈얼리티'는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이다. 나 역시 이런 현상이 병적이라는데 동의하지만(내가 헤이즐우드 하드커버 산 것도 병증이기는 하다), 상상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생식기 중심적 이성애가 어떻게 대체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답을 찾을 수 없다. 지금 생각으로는, 고미숙 선생님의 『청년백수를 위한 길 위의 인문학』의 우정 담론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나 자신을 전부 보여주는 우정이, '운명'이라 여겨지는(강요되는)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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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났다. 잠깐 물건 챙기러 집에 들렀던 때를 제외하고는 9개월 만에 첫째 아이가 집에 왔다. 2박 3일 일정으로 주 1회 방문하는 둘째 아이도 같이 왔다. 시댁과 친정의 할머니, 할아버지 방문 일정을 조정하는 데만도 한참 시간이 걸렸다. 첫째에게는 당근 김밥을, 둘째에게는 동서가 고이 재서 보내준 LA갈비를 먹였다. 이런 순간, 이런 시간이 내게 왔구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면, 이 순간이 순간이 아닌 '한 시대'가 될 수 있음을, 이미 도래했음을 기억하려 했다. 더 이상 징징거리지 말고, 오두방정 떨지 말고, 빈둥지 증후군 유사 증세 '호소'를 멈출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후진 없이, 빽도 없이. 앞으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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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을 기다리는 지금의 내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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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9-28 0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월요일이 왔습니다, 단발머리 님.
덕분에 손택의 생각을 알고 가네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에 동의합니다. 우리는 더 자주,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여성을 보아야 하고, 그래서 ‘오오, 여자네~‘하는 감탄을 더이상 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남자들이 그걸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경무용론 같은거 주장하면서요. 여성이 무언가 잘못했다면, 그것을 대표화 시키는거죠. 물론, 잘못한 것도 아닌데 잘못했다고 말하면서요. 아 너무 소름 끼치는 일이에요. 우리는 더 자주, 여러 직군에서 보여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직군에서 여성은 보여야 해요.

그리고 저 영어.. 책 뭐죠? 하.. 미쳐버려. 영어 책만 보면 일단 사고 보는 저를 어떡하죠? 일단 검색 들어갑니다.
그리고 살구... 책은.. 구판으로, 제가 아주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으며, 그거 아세요? 저 영어로도 갖고 있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발 저를 혼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추석 일상을 좀 써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6-09-28 19:49   좋아요 0 | URL
저도 글 쓰기 전에는 여경 이야기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버스 기사님에게 홀릭해버려 그 이야기를 빼먹었네요. 다락방님의 댓글까지 더해져서 제 글이 더 명료해졌어요. 세상의 모든 직군에서, 여성이 보여야 합니다. ‘최초‘라거나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 다수로서요.

저 영어책, 최근에도 기사에 인용되고 그러더라구요. 영어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왜, 우리는 영어를... ‘ 이런 질문이 바탕인거 같고, ‘원어민‘에 대한 허상을 깨드린다고 나와 있더라구요. 영어로 쓰였습니다, 이 책은ㅋㅋㅋㅋㅋ 한국인지만 워낙 세계적인 분이시라 영어로 쓰고, 한국어로 번역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6-09-28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궁금합니다....
당근김밥에는 당근만 들어가나요? 당근이 엄청 많이 들어가고 나머지도 다 들어가나요?
자식이 9개월만에 집에 오면.... 섭섭한가요? (울 엄마 마음 좀 헤아려보려고요;;;)

단발머리 2026-09-28 19:54   좋아요 0 | URL
당근김밥은 제가 붙인 이름이니까요. 당근이 주로 들어갑니다. 많이 ㅋㅋㅋㅋㅋㅋ 올리브유로 볶아서 고소하게요.
단무지와 크래미까지 들어가니깐 당근만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시금치와 우엉은 자꾸 반사하기 때문에 ㅋㅋㅋㅋㅋㅋㅋㅋ

자식이 9개월만에 집에 오면... 섭섭하지요. 맛있는 메론이 선물로 들어와서 이번에 꼭 먹이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먹이지 못했고, 오늘 아침에 냉장고에 남아있는 메론을 보며 다시 한 번 자식 생각... 저는 잘해주지 못한 엄마라 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잠자냥님의 어머님도 비슷한 마음 아니실까 싶어요. 잘 살고 있을 걸 알지만 그래도 궁금하고 걱정되고요.
걱정의 최고봉은 역시나 자식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