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사랑과 우정을 갈구했지만 계속 거절당했다. 그런데 이것이 부당하지 않은가? 인류가 내게 죄를 지었는데, 나만 유일한 범죄자라는 멍에를 써야 하는가? 인류가 내게 죄를 었는데, 나만 유일한 범죄자라는 멍에를 써야 하는가? 어째서 당신은 자기 친구를 경멸하며 문간에서 몰아낸 펠릭스를 미워하지 않는가? 어째서 자기 아이를 구해준 은인을 죽이려 했던 시골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가? 아니, 사람들은 덕스럽고 없는 존재들이겠지! 불행하고 버려진 내가 추물이니, 당연히 면박당하고 발길에 차이고 짓밟혀 마땅하겠지. 심지어 지금도 이런 불의를 생각하면 피가 끓어오른다. (302)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에 대한 기이한 열정으로 괴물을 만들었다. 괴물은 자신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창조자의 의도대로 만들어졌다. 흉측한 외모 때문에 그를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여자들은 혼절하고 남자들은 물러서고 아이들은 도망치려 한다. 그의 창조자마저 그를 유기해 버렸고 모든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아 괴물은 세계에 홀로 남겨졌다. 그는 시골 오두막집 식구들의 삶을 엿보며 그들과 친구가 되기를 원했고, 인간의 미덕을 향한 열망에 사로잡혔다.(173) 그들이라면 흉측한 모습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다. 앞을 보지 하는 노인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친절한 그들의 이웃이 되는 자애를 갈망했다. 하지만, 괴물을 오두막집 식구들은 공포와 경악을 감추지 했다. 그의 외모 때문이었다. 



서로 다른 외모와 외양 자체는 해가 되지 않는다. 조선인의 눈에 비친 서양인들은파란 눈의 도깨비였고, 서양인들에게 조선인은더러운 야만인이었다. 얼굴 중앙에 높이 솟아난 , 몸을 뒤덮는 검고 두터운 털이 이상해 보인 것처럼, 찢어놓은 듯한 눈이나 밑에 장난처럼 흩날리는 줌의 턱수염 역시 이상한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외양을 갖고 있다는 , 서로 다르게 생겼다는 , 서로 다르다는 , 자체로는 이상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다음이다. 






보부아르는 근대의 인간 중심주의가 주체와 타자의 구분에 의해 작동하는 현실임을 간파했다. 인간 개념이 실제로는 백인 남성을 의미한다는 사실과 이들에 의해 세계가 구성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백인 중산층 남성이 아닌 여성과 흑인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the one)과는 다른 존재, 타자(the others)였다. (37) 








서구인이 동양인의 외양을 의아해 하는 , 동양인이 서구인의 외모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서구인이, 중에서도백인 중산층 남성 인간의 표준으로 확정되었다는 있다. 고정된 표준이 존재할 , 기준이 매우 협소할 , 기준 밖의 존재, 표준 이외의 인간은비정상으로 취급된다. 



괴물이 자신의 비참한 상태를 벗어날 있을까. 그는 인간이 또박또박 끊어지는 소리를 사용해 서로의 경험과 감정을 소통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어 인간의 언어를 배웠다.(148) 『실낙원』과플루타르코스 영웅전』 그리고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다.(171) 마음 속에 요동치는 전혀 새로운 심상과 감정에 황홀해 했다. 밤마다 펠릭스(오두막집 주인의 아들) 연장을 들고 나가 오두막집 식구들이 며칠 동안 쓰고도 남을 만큼의 땔감을 해오기도 했다.(148) 하지만 그는 축사에서 나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오랜 시간 고민한다. 




무수한 계획을 마음속에서 떠올려보았지만, 결국 눈이 노인이 혼자 집에 있을 들어가기로 했다. 예전에 나를 보았던 사람들이 경악한 주된 이유는 바로 부자연스럽게 흉측한 외모 때문이라는 파악할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 (177) 




거칠긴 해도 우악스럽지 않은 자신의 목소리를 이용해 오두막집 식구들에게 접근하려던 괴물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전의 경우와 같이, 명의 여자는 기절하고, 명은 친구를 돌보지도 못한 오두막 밖으로 뛰쳐 나가버렸다. 괴물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해를 가하는 것으로 오해한 펠릭스만이 초인적인 힘으로 그에게 맞서 괴물로부터 자신의 아버지를 떼어내고 지팡이로 그를 심하게 내리쳤다.(181) 




안락한 가정을 동경하면서도 번도 가족에 정착하지 못했고, 보수적인 19세기 사회에서 전형적인 여성의 역할을 중시하면서도 비범한 지성과 작가로서의 야망 때문에 거기서 만족하지 못했으며, 그렇다고 전적으로 남성들의 세계에 투신할 수도 없었던 셸리에게 타자로서의 자아인식, 그리고 무소속의 불안감은 삶의 조건이었다. (옮긴이의 , 310)     




타자로서의 자아 인식, 무소속의 불안감은 작품 전체를 통해 괴물의 고백을 통해 전해진다. 그는 인간의 언어를 배우고, 인간의 문화에 익숙해졌으며, 인간 누구에게든 받아들여지길 원했다.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그들의 친구가 되고 싶어했다. 그들을 도와주고자 했다. 하지만, 그의 바램은 수포로 돌아가고, 괴물은 자신의 존재를 인식했던 때부터 감는 순간까지 철저히 혼자였다. 목소리로 존재할 있었던, 목소리로 받아들여졌던 괴물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순간, 그는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타자에 대한 배척과 홀로 남겨짐에 따르는 고독이 그를 사로잡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흉측한 외모가 그의 존재를 가늠했다. 그가 선택하지 않은 조건이 그를 규정했다. 차이가 차별을 확증하는 순간, 그는 괴물이 되었다. 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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