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성 동서문화사 월드북 108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희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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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승리는 우연도 아니고 폭력적 혁명의 결과도 아니었다. 인류의 태초부터 남성은 생물학적 특권 때문에 자기들을 지배적 주체로 확립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런 특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106)

 

 

생물학적 특권 때문에 남자들은 남성보다 여성’, 혹은 남성과 여성’, 또는 여성과 남성의 사회가 아니라, ‘여성보다 우위에 있는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를 확립했다. 남성 우위의 사회는 현재에도 강건하다.

 

 

거의 모든 여자들 85% 이상 은 이 기간에 장애를 나타낸다. 출혈하기 전에 혈압이 오르고 그 다음에는 내린다. 맥박수와 체온이 때때로 오르고, 열이 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복부에 통증도 느낀다. 변비 다음에 설사가 따르는 경우도 자주 관찰할 수 있다. 또 간장비대·요폐·단백뇨의 증세도 자주 나타난다. 많은 여자들은 후점막의 충혈(인후통)을 보이고, 어떤 여자들은 청각·시각의 장애를 호소하기도 한다. 땀이 많이 나고, 월경 초에는 특유한냄새를 수반하는데, 이는 아주 지독하기도 하고 월경기간 내내 지속되는 수도 있다. ... 중추신경 계통이 침해되어 자주 두통이 일어나고, 자율신경계통은 과도한 반응을 나타낸다. (56)

 

 

여성은 남성과는 다르게 혹은 남성이 전혀 추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어린애를 낳을 준비를 하고, 빨간 주름의 붕괴 속에서 유산을 한다.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그 육체의 주인이지만, 여자의 육체는 그녀 자신과 별개의 것이다.(57) 암컷은 몸 전체가 모성의 노동에 적응하게 되어 있고, 모성에 지배된다. 암컷은 종의 먹이인 셈이다.(49)

 

여성이 한 달에 한 번씩 임신을 위한 준비와 임신 실패의 뒤처리를 감당하게 된 것은 여성 자신이 의도한 바는 아니다. 물론이다. 남성들이 바랐던 일도 아니다. 한 달 30일 중, 짧게는 5, 길게는 7일 동안 여성이 겪게 되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은 여성의 선택이 아니다. 물론이다. 이것 역시 남성이 여성에게 짐 지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성이 남성과는 다르게 생리라는 생물학적 조건 속에 처할 때, 남성에게서 일어나지 않는 일을 겪어낼 때, 이에 대한 해석은 여성에게 불리할 때가 많다. 이 일은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리 중이라는 이유로 죽어가는 여자들 ··· 네팔의 끔찍한 악습> (2017/07/13, SBS 뉴스)에 의하면, 2005년부터 공식적으로 불법이 되었음에도 네팔의 많은 여성들이 <차우파디>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고 한다. 차우파디는 힌두교의 오랜 관습으로, 생리 중인 여성이나 산모를 부정한 존재로 여기고 이들을 격리시키는 공간을 의미한다. 격리가 되면 우유를 마실 수도 없고, 평소 같은 식사를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생리 중인 여성이나 산모는 집 밖의 헛간이나 오두막에서 생활해야 한다. 야생동물, 뱀의 위협과 더위와 추위, 성폭행의 위험 속에서도 어린 소녀들, 젊은 여성들, 아이들의 엄마는 매달 생리할 때마다 헛간으로, 오두막으로 쫓겨 간다.

 

여성이 생리를 한다는 것은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여성의 선택이 아니었지만, 남성의 강요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성장할 때 겪게 되는 여러 과정의 하나, 매우 성가시고 불편한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생리 중인 여자는 불경하다는 생각, 생리하고 있는 여자가 집 안에 있으면 불행을 가져온다는 생각들이 여자들을 이런 위험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옳지 않은 생각, 잘못된 생각들이 사람들의 행동을 규제하고, 문화 또는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에 대한 학대를 정당화하고 있다.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었음에도 받게 되는 핍박과 고통.

먼 나라에서 오늘에도 일어나는 이 안타까운 일들은,

60년 전, 시몬 드 보부아르의 통찰이 정확히 가닿는 지점이다.

암컷. 종의 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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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7-2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책도 읽으셨습니까....
존경합니다, 단발머리님.
멋져요!

그런데 네팔에 저런 악습이 있다는 거 저는 몰랐어요. 하아-
여성을 향한 저런 악습은 대체 제가 모르는 곳에 얼마나 더 많이 있는걸까요..

단발머리 2017-07-25 10:39   좋아요 0 | URL
아직 읽고 있는 중이예요. 이제 막 200쪽을 넘겼습니다^^

저도 네팔의 이런 악습에 대해서는 기사를 보고야 처음 알았어요. ㅠㅠ
우리가 아는 세상과 우리가 모르는 세상의 간극이
생각보다 크고 넓은 것 같아요.
더 알게 될수록 더 많이 깨닫게 되는 나의 무지와 나의 무심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