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 이현우님의 20세기 러시아 문학 강의. 고리키에서 나보코프까지.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문학이 어떤 자리에 있었나를 러시아 역사와 함께 짚어본다.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관심 가는 작가는 예브게니 자먀틴이다. 혁명에 열광한 친볼셰비키였지만 혁명 이후에는 오히려 볼셰비키로부터 반동 작가로 찍혀 1920년대 말 이후 작가 활동을 전면 금지 당한 불운의 작가. (61)















자먀틴의 『우리들』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지 오웰의 1984와 함께 3대 안티유토피아 소설로 꼽힌다고 한다. (71) 『우리들』의 배경은 29세기 미래 사회이다. 조선 담당 기사이자 수학자인 D-503은 번호로만 존재하는데, 반란 세력의 일원인 여성 I-330과 만나 에로스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서 자기 속의 진짜 나가 깨어난다.



자기 안에 있는 어떤 동물, 여기서는 어떤 짐승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할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바로 영혼이에요. 여기서 영혼은 뭔가 고상하고 순결하고 순수한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지워져 버린 동물성입니다. 우리가 이성적 존재로서만 인간을 규정할 때, 이성의 승리를 외칠 때 떼버린 것, 곧 본능, 감정, 욕망 이런 것들이 귀환합니다. (81)



이제 눈 떠 버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 D-503I-330과 함께 반란에 참여하지만, 결국에 실패로 돌아가고, 목숨을 보전 받는 대신 수술을 통해 백치 상태가 된다. (83) 소설의 마지막은 그런 상태를 그리는 것으로 끝난다. “… 나는 우리가 승리하길 희망한다. 아니, 그보다 나는 우리가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 이성은 반드시 승리하기 때문이다.”



영혼이란 순수하고 고결한 그 어떤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지워져 버린 동물성을 뜻한다는 설명이 무척 신선하다. 이성의 지배를 벗어난, 감정의 변화에 솔직한 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이성의 승리를 확신하는 백치 상태의 D-503과 현실의 503은 서로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렇게 판단하는 는 무엇의 지배를 받는 누구?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따르면,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가 공산주의입니다. … 한편 사회주의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노동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입니다. 능력에 따라 일하는 것은 당연하죠. 능력 이상으로 일할 수는 없으니까요. 능력에 따라 일하고 일한 만큼 가져가는 것이 사회주의입니다. 필요한 만큼 가져간다고 하는 공산주의와는 그 점에서 구별되죠. 반면 자본주의는 어떤가요? 능력에 따라, 혹은 능력 이상으로 일하지만 일한 만큼 가져가지 못하는 사회입니다. 자본가가 노동을 착취하기에 노동자는 언제나 잉여노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관점에서는 그렇습니다. (53쪽)

나에게 소설이란 심미적 희열을, 다시 말해서 예술을 기준으로 삼는 특별한 심리상태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에만 존재 의미가 있다. (나보코프, 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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