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프랜시스 S. 콜린스는 인류 최초로 31억 개의 유전자 서열을 해독한 세계적인 유전학자이다. 생명의 암호가 작동하는 완벽하고 정교한 질서속에서 과학자 중의 과학자 콜린스는 신의 언어를 발견했다.


신앙은 설명할 수 없다. 믿음은 객관적일 수 없다. 만난 사람. 직접적이고 인격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증거로, 살아있는 하나님을 만난 사람은, 하나님을 안다고, 하나님을 만났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지난 역사 속에서 종교의 폐해, 이기적인 종교 지도자들, 그들에 의한 거짓 메시지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나님과 인간, 하나님과 나 자신의 영혼에 대한 이해와 설명이다.


신앙을 가진 과학자로서, 과학적 근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신앙인으로서, 저자는 그가 발견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험실 속에서, 유전자 지도를 해독하면서 만나게 된 하나님에 대해 말한다. 또한 같은 톤으로, 이미 축적된 과학적 사실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신앙인에게 무조건 과학을 적대시하는 행동이야말로 하나님의 무한한 능력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냉정하게 지적한다.


우주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 중, 10초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다. 빅뱅 이전의 우주, 처음 10초 이전의 우주에 대해 과학자들은 알지 못 한다. 설명하지 못 한다. 이 우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과학자들도 대답할 수 없는 10초 이전의 일을 우리는 언제쯤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바로 이해할 수 있을까. 지구의 시작, 우주의 시작, 내가 아는 이 세계의 시작을.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무한에 가까운 고밀도에, 크기도 없는 순수한 에너지로 시작했다는 데 동의한다. ‘특이점이라 부르는 이 상황에서는 물리학 법칙들이 무너진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과학자들도 대폭발이 일어나던 그 첫 순간, 즉 처음 10초 동안 일어난 일을 해석하지 못한다(10초는 1초의 100만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0만 분의 1 10분의 1초다.) 그 뒤부터 오늘날의 관찰 가능한 우주가 탄생하기까지 일어났을 일들은 추측이 가능하다. 물질과 반물질 소멸, 안정된 원자핵 형성, 전자와 최초의 수소, 중수소, 헬륨 형성 등이 그것이다. (71)



저번주에 읽었던김상욱의 과학공부에서는 이 부분을 이렇게 설명했다.


빅뱅이론을 이야기하면 반드시 나오는 질문. 첫째,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요? 물론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공간이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조차도 없었다는 말이다. 솔직히 나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마 대부분의 물리학자들도 비슷할 거다. 둘째, 우주가 팽창한다면 어디로 팽창해가나요? 우주 바깥에 빈 공간이 있다는 말인가요? 이미 이야기했듯이 우주에는 바깥이 없다. 그냥 우주 전체가 팽창하는 거다. (35)



호킹 박사는 시간의 역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주가 왜 꼭 이런 식으로 시작되었어야 했는지, 우리 같은 인간을 탄생시키려는 신의 의도적인 행위로밖에는 달리 그 이유를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 (80쪽)



호킹의 말을 한 번 더 인용한다.


우주는 왜 재붕괴하는 모형과 영원히 팽창하는 모형을 가르는 팽창 임계점 근접한 곳에서 시작해 100억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임계점에서 팽창하고 있을까? 대폭발이 일어나고 1초 뒤의 팽창률이 1×10만 분의 1(10-)이라도 작았다면, 우주는 현재의 크기에 도달하기도 전에 다시 붕괴했을 것이다. (78)



저자가 자신이 얻게 된 과학적 지식과 개인적 경험을 통해 설득하려는 쪽은, 하나님 없는 우주를 전제로 설명할 수 없는 우주를 설명하려는 과학자들과 천지를 7일만에 창조한 신이 인간과 동물을 각각 개별적으로 창조했다고 믿는 신앙인들이다. 이번에는 그 신앙인 차례다.



우라늄, 칼륨, 스트론튬 세 가지 방사성원소는 천천히 붕괴해 납, 아르곤, 루비듐으로 변하는데, 이 세 쌍의 원소 중에 어느 한 쌍을 측정하면 어떤 암석이든 그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이 세 쌍으로 각각 지구의 나이를 측정해보면 놀랍게도 단지 1퍼센트의 오차로 45 5,000년이라는 일치된 결과가 나온다. (94)



다윈의 진화론은 임의로 일어나는 변종에 자연선택이 작용하고 우리는 그 자연선택 과정을 거쳐 동일한 조상에게서 진화해왔다는 이론이다. (130) 컴퓨터가 DNA 서열의 유사성만을 기초로 하여 그린 다양한 유기체의 생명계통도, 대단히 정확한 수준까지 밝혀진 인간과 생쥐의 게놈 비교, 공통된 조상에 대한 설득력 있는 증거인 원시반복요소(ARE)로 알려진 유전자 요소 연구 등은 다윈의 진화론의 주장과 상당수 일치한다.



신은 무력해진 원시반복요소를 적절한 자리에 배치해 우리를 혼란케 하고 오도하려 했다고 결론내리지 않는 한, 인간과 생쥐는 조상이 같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140)







저자는 무신론, 불가지론, 창조론, 지적설계론을 모두 거부한다. 저자는 신앙을 가진 과학자로서 유신론적 진화를 받아들인다. 미국에서 다윈의 대표적 옹호자였던 아사 그레이와 20세기에 진화론적 사고를 확립한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유신론적 진화론자였다. 약간씩 변형된 형태도 많지만 전형적인 유신론적 진화는 다음과 같은 전제를 기초로 한다.


1.     우주는 약 140억 년 전에 무에서 창조되었다.

2.     확률적으로 대단히 희박해보이지만, 우주의 여러 특성은 생명이 존재하기에 정확하게 조율되어 있다.

3.     지구상에 처음 생명이 탄생하게 된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 수 없지만, 일단 생명이 탄생한 뒤로는 대단히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와 자연선택으로 생물학적 다양성과 복잡성이 생겨났다.

4.     일단 진화가 시작되고부터는 특별히 초자연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5.     인간도 이 과정의 일부이며, 유인원과 조상을 공유한다.

6.     그러나 진화론적 설명을 뛰어넘어 영적 본성을 지향하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이다. 도덕법(옳고 그름에 대한 지식)이 존재하고 역사를 통틀어 모든 인간 사회에서 신을 추구한다는 사실이 그 예가 된다. (202)



이런 유신론적 진화는 과학이 자연계에 관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모든 사실과 양립 가능하며, 세계의 주요 일신교들과도 양립 가능하다.(203) 물론 유신론적 진화라는 관점 역시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다. 신앙이라는 도약, 믿음이라는 점프대를 통해서만이 인간은 신을 만날 수 있다.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에서 칼 세이건은 진화라는 개념이 없다면 동물이나 인간에 머무는 영혼의 존재를 믿을 수 있다. 역으로 진화를 믿으면 그 존재를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138)”고 말했다. 나 역시 영혼과 진화 중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믿어왔었다. 아니었다. 영혼도 진화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하나님을 닮은 영혼이 깃드는 장소로서의 육체가 진화라는 오랜 과정의 결과라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셨음을 믿음과 동시에, 내 몸 속의 세포들 역시 하나님의 지혜와 섭리 가운데 있었음을 믿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또한 진화의 놀라운 과정이 대강이라도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그것이 얼마나 놀랍고 신기한 일인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보기에 진화는 우연에 지배되는 듯하지만, 신의 관점으로 보면 그 결과는 하나하나가 전적으로 미리 정해진 것이다. 이처럼 신은 각각의 종이 창조되는 순간에 일일이 완벽하게 개입할 수 있지만, 시간 개념이 일차원적 수준에 머무는 우리가 보기에는 이 과정이 방향성도 없는 무차별적 과정으로 보이기 쉽다. (206)



오 그렇습니다. 주께서 내 속과 겉을 빚으시고

모태에서 나를 지으셨습니다.

내 몸과 영혼을 경이롭게 지으신 높으신 하나님,

숨 막히도록 멋지신 주께 감사드립니다!

그 솜씨 너무 놀라워, 내가 주님을 마음 깊이 경배합니다!

주께서는 나를 속속들이 아시며

내 몸속의 뼈 마디마디까지 아십니다.

주께서는 정확히 아십니다.

내가 어떻게 지어졌는지,

아무것도 아니던 내가

어떻게 이처럼 근사한 형상으로 빚어졌는지를.

책을 펼쳐 보시듯, 주께서는 내가 잉태되고 태어나기까지

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셨습니다.

내 생의 모든 시기가 주님 앞에 펼쳐졌습니다.

태어나 하루를 살기도 전에,

이미 내 삶의 모든 날들이 예비되어 있었습니다.

(시편 139 13-16) 



진화라는 지난한 과정 속, 신의 섭리와 간섭은 시편 기자의 노래 속에 아름답게 드러난다. 이 놀라운 진화의 결과가 바로 나이고, 나는 아직도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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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2-2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이지 편협한 독서를 하는데 단발머리님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다 읽으시는군요! 멋져요!! @.@
더 열심히 읽어야지, 불끈! 막 이런 마음이 됩니다. 후훗

단발머리 2017-02-23 12:1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아이고 부끄럽군요. 저는 아직 <싸울 기회>도 , <맨박스>도, <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도, <라이프오어데스>도 안 읽었는걸요. 다락방님의 독서 이력을 겁나게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다락방님이 멋지다~고 해주셔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가 요즘에 아주 쉬운 과학책을 몇 권 읽으면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겨서, 묻고 하는 도중에 어떤 사람이 그러더라구요. 개념이 막 생기려하면 그 분야 책을 연달아 읽는게 좋다고요.
그런데, 갑자기.... 그래... 페미니즘 책을 그렇게 읽어야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요즘에 페미니즘 책들이 많이 나와서 너무 좋기는 한데, 따라 읽기가 좀 버겁기는 해요.
또 우리 모두 알다시피.... 페미니즘 책들 읽다보면 화가 나고.. 그런 순간들이 많잖아요.
저는 원래 여러권을 동시에 읽기도 하고, 소설 읽고 나면 다른 분야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페미니즘에 대해서 조금 더 진지하게 읽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진짜 진지한 책 한 권 들면, 바로 좌절모드. 이 쪽이 아닌가봐~~~ 하게 돼요.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이 일들이 제일 먼저 제게 의미있는 일이지만,
제 글을 읽어주고 같이 생각하는 이웃님들, 그리고 격려해주시는 다락방님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오늘 아침에 저도 불끈!해 지네요. 우리 모두 불끈 불끈, 화이팅입니다. ^^

AgalmA 2017-02-23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종교를 신화와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세계와 나를 이해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으로.

단발머리 2017-02-24 15:38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같은 경우 신화와 종교는 전혀 다르지만요~~~ ㅎㅎ 금요일이네요. 금요일 밤에는 항상 스케쥴이 똑같지만 그래도 기다려지는 불금^^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