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지음 / 진실의힘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월호의 기록을 읽는다.

박수현 학생의 아버지 박종대 선생이 새벽마다 아들의 책상에 앉아 기록 더미와 씨름했다. 한겨레 21 정은주 기자가 세월호와 진실의 힘을 이어주었다. ‘세월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그리고 이 책이 나왔다. 2014416일 오전, 세월호에서 일어난 일, 침몰할 때까지 101분 동안 선장과 선원, 해경과 지휘부가 무슨 일을 했는지, 선장과 선원들을 안전하게 민첩하게 도주시킨 해경이 배에 갇혀 있는 승객들은 왜 못 구했는지를 정확히 밝혀진 사실에만 근거해 추적한다. 힘들게 만들어진 책이다. 아픈 기록이다. 세월호에 대한 기록이다.

안내방송. 배 안에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은 탈출을 방해한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이러한 안내방송은 매우 집요하고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9633초 안내방송 [음성]

선내 단원고 학생 여러분 및 승객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구명동의가 착용 가능하신 승객분들께서는 구명동의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구명동의가 착용 가능하신 승객 여러분께서는 구명동의를 착용해주시고, (안 들림)에 계신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91)

가만히 있으라. 절대 이동하지 말라. 현재 위치에서 이동하지 말라. 다시 한 번 말한다. 절대 이동하지 말라. 대기하라. 이런 방송이 계속해서 나온다. 안내 방송이 탈출 의지를 강하게 가로막았다. 가만히 있으라. 절대 이동하지 마라.

 

조타실 선원들이 도주하던 945, 강혜성은 바깥 상황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다시 한 번 승객들을 주저앉혔다.

현재 위치에서 안전하게 기다리시고 더 이상 밖으로 나오지 마시기 바랍니다. 현재 위치에서 안전하게 기다리시고 더 이상 밖으로 나오지 마시기 바랍니다. (138)

조타실의 선원들은 이미 배 밖으로 탈출한 상황에서도 승객들은 또 다시 안내방송에 발이 묶인다. 밖으로 나오지 마라. 기다리라. 조금 더 기다리라. 시간은 흐르고 배는 점점 더 기울어졌고 결국엔 침몰했다. 그들은 탈출할 수 없었다.

 

과연 승객들을 구할 수 있었을까?’, ‘476명이 탄 여객선이 갑자기 침몰하는 상황에서 해경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모든 의문은 결국 이 질문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제가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이것을 다 챙깁니까?”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의 항변은 현장의 해경들은 물론 해경 지휘부의 생각을 대변합니다. 기록팀은 객관적인 자세로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구할 수 있었다!” (6)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의 질문은 하나다. 구할 수 있었나? 과연 승객들을 구할 수 있었나? 기울어지는 배에서 승객들을 전부 구할 수 있었나? 그리고 697, 이 책이 내린 결론은 구할 수 있었다이다.

중요한 사실들이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앞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를 테면 상습 과적으로 사고 당시에도 세월호는 화물량만으로도 운항관리규정에서 정한 최대 화물 적재량인 1077톤을 배 이상 초과했다는 것(43), 화물에 대한 고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선반안전법 위반을 피해하기 위해 평형수를 조절했던 것, 이로 인해 빠른 침수가 일어났던 것, 원인을 알 수 없는 급격한 우회전과 초고속 선회가 이루어진 것, 1000명이상을 태울 수 있는 25인승 구명뗏목 44개중 단 2개만 펼쳐졌다는 것(133), 전화기의 0번을 누르면 선내 전체 방송이 가능했다는 것, 맞은편 방송 장비에는 빨간 버튼의 비상벨도 있었다는 것(135).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중요한 사실들이 너무 많아서, 그 모든 사실들이 하나로 얽혀 강하게 조여와 마음이 답답하다. 정말 구할 수 없었나,라는 질문에 이 책은 이렇게 답한다.

 

1장 선원이 구할 수 있었다.

선장은 퇴선방송을 지시하지 않았다. 현재 위치에서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이 반복되었다. 승객들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동영상과 선원들의 진술조서를 기초로 했을 때, 85256, 96, 7, 14, 26, 28, 29, 35, 37, 42, 45분에 안내 방송이 있었다.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기다리라는,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말고 대기하라는 내용이었다. 위급상황에서 선원들의 지시를 기다리고 따를 수밖에 없는 승객들에게 이처럼 반복적인 대기 방송은 탈출 의사를 포기하게 만드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작용했다. 탈출하려고 하다가 안내방송을 듣고 스스로 포기하거나 다른 승객들의 만류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563)

세월호 제일 아래층에 있던 세 사람을 포함해 기관부 선원 7명은 모두 살아남았다. 갑판부 선원들은 사고가 발생한 뒤 갑판으로 나가기 쉬운 5층 조타실에 모여 있다가 해경 구명보트로 도주했다. “경황이 없어서 승객을 대피하도록 조치하지 못 했다는 선장과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하면서 해경 구명보트에 몸을 실은 선원들은 모두 살았다. 그들만 살았다.

 

2장 해경도 구할 수 있었다

해경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934, 배는 약 50도 기울어져 있었다.(597) 세월호는 855분 제주 VTS에 구조를 요청했고 이후 사고 해역을 관할하는 진도 VTS95분부터 935분까지 30분간 교신했다. 세월호 선원들은 배가 기울어져서 계속 넘어가는데 승객들이 객실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옆에서 구조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때 해경 지휘부가 세월호와 직접 연락해 승객 퇴선 준비를 지시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해경 지휘부는 배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거나 기울어진 상태로 상당 시간 버틸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다.(599) 배 안에 승객 절반 이상이 갇혀 있다고 김경일(123정 정장)이 보고하는데도 침묵했다. 퇴선 명령을 하라고 지시하는 지휘부는 없었다.(602) 나중에 그들은 그것은 현장 상황을 잘 아는현장 지휘관의 일이라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해경은 제일 먼저 사고 현장에 도착한 123정의 방송 장비로 퇴선 방송을 할 수 있었다.(603) 해경이 123정 방송 장비로 퇴선하라고 방송했다면 세월호 갑판 출입문 가까이에 있는 승객들이 들었을 것이고, 객실과 복도에 있는 다른 승객에게 빠르게 전할 수 있었다. 휴대전화로 전파할 수도 있었다. 그 시각 승객들은 친구, 가족과 카카오톡을 주고받으며 해경의 구조를 기다렸다.(604)

승객의 퇴선을 유도하는 두 번째 방법은 해경이 세월호 선내에 진입해 승객들에게 퇴선하라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123정 대원 중 직접 구조 활동을 한 인원은 구명보트에 탄 2명에 불과했다. 123정은 직접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 구명보트만 왔다 갔다 했다.(607) 이에 대해, 법원은 123정이 헬기 항공구조사를 활용해 승객 퇴선을 유도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업무상 과실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며, 세월호 방송 장비로 승객 퇴선을 명령하지 않은 것도 무죄로 판단했다.(622)

 

3장 구할 수 있었다

가천대 초고층방재융합연구소 박형주 교수가 가천대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세월호에서 퇴선 명령이 이루어진 경우 배의 기울기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탈출 경로와 탈출 소요 시간을 예측했다.(625) 850분경 세월호는 좌현으로 약 30도 기울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교적 보행이 자유롭다고 보고 탈출 경로를 3층 좌현 갑판으로 한정했다. 아직 기울기가 작아 4층과 5층 갑판에서 바다로 바로 뛰어내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이러한 환경에서 승선원 476명이 모두 탈출하는데 55초가 걸렸다. 850분경 선장이 퇴선 명령을 하고 선원들이 임무를 다했다면 늦어도 855분경에는 전원이 해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626)

 

 

924, 둘라에이스호 문예식 선장은 세월호와의 교신에서 탈출 시키라”, “빨리하라고 소리쳤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이 시간, 476명이 모두 탈출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928초였다. 적어도 935분경에는 모든 승객이 탈출할 수 있었다. 945분경, 조타실 선원이 탈출했다. 해경이 선장과 선원들을 구한 직후 승객들을 퇴선시켰을 경우에도 거의 대부분의 승객을 구할 수 있었다.(627) 그 날, 그 바다에서, 승객들을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는 뜻이다.  

 

해경이 단 한 명이라도 세월호 안으로 들어가서 나오라고 방송만 했어도, 그 소리가 야 나오란다이렇게 전달돼 다 나왔을 거여.”

세월호에 달라붙어 승객을 구하다가 뱃머리가 세월호 후미 난간에 걸려 함께 빨려 들어갈 뻔한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며 25명의 목숨을 살린 피시헌터호 김현호 선장은 통탄했다.

둘라에이스호와 어업지도선들 외에 1030분경까지 50여 척의 어선이 현장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었다. 바다에 떠 있는 승객을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다. 공중에 떠 있는 3대의 헬기와 항공기 703호는 표류하는 승객을 추적할 수 있었다. 특히 헬기 511호와 512, 항공기 703호는 구명뗏목도 갖추고 있었다.

당시 해역 수온은 12.6도였다. 최악의 경우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바다에 떠 있기만 해도 최대 6시간까지 버틸 수 있었다.

구조할 시간도, 구조할 세력도, 부족하지 않았다. (629)

 

구조할 시간도, 구조할 세력도, 부족하지 않았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6-01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6-01 11:48   좋아요 2 | URL
저도 여러번 읽기를 중단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어떻게.... 여러 부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구멍이 생길 수 있었는지...
너무 안타깝고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힘내서.... 읽으시기 바래요.

다락방 2016-06-01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시사인 읽으면서 절망했고(강남역 살인사건 나왔거든요), 뉴스 읽으면서 절망했고(어느 젊은 노동자의 죽음이요) 단발머리님의 이 글 읽고 또 절망하게 되네요. 이 나라가 절망스러워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16-06-01 12:14   좋아요 1 | URL
우리 사회의 모든 절망적 사건에 `세월호`라고 이름 붙이는 이유를 이제서야 알것 같아요.
배가 침몰하는 순간에, 절실한 협력이 필요한 순간에,
정보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먼저 탈출하고....
방송을 계속하는 거예요. 기다리라고. 움직이지 말라고...

사회적 약자들, 여자, 19살의... 2주 교육 받고 투입된 고등학생은
배 맨 아래층에서 방송 들으며 대기했던 세월호의 희생자들과 같아요....
혼자 작업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아이를 보면서도,
보고 하지 않고 나갔다고, 그 아이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자식 잃은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는 나라가... 이 나라예요.
도대체... 아이들에게 뭐라고 가르쳐야 할지... 난 정말 모르겠어요.

건조기후 2016-06-01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월호 이후 나라가 점점 더 미쳐돌아가는 기분이에요. 그게 정말 무섭습니다. 세월호같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거 자체도 어이가 없지만.. 이후에 뭔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로 규제완화니 노동개혁이니 더욱 밀어붙이는 저 철갑같은 사이코패스 마인드가... 진심으로 무서워요.

단발머리 2016-06-01 13:30   좋아요 1 | URL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국민이 다 보는 앞에서....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갔는데도
사건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기는 커녕, 조직적으로 은폐되는 걸 보면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눈에 보이는 명확한 사건에 대해서도 이렇게 밖에 대응하지 못하는데, 더 복잡한 문제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평범한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어요. 브레이크가 없는 것 같아요.

수연 2016-06-02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솔직히 아직 읽지 못하겠어요.

단발머리 2016-06-10 09:23   좋아요 0 | URL
읽으면 혈압이 많이 올라갑니다.
그래도..... 읽어야 할듯요...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