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타니아 슐리의 ‘작가 선정’에 대한 설명은 의외로 간단하다. 18세기에 활동했던 작가부터 현재 활동 중인 작가까지, 마흔 명 좀 덜 되는 작가들, 이중 대부분은 영어로 작품을 쓴 영미권 작가들이며 몇몇은 프랑스 출신의 작가들이다. 가장 큰 공통점은 이 작가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것이다.
작품을 한 권도 읽어보지 않은 작가에게는 호기심이 생기지 않아 아무래도 알고 있는 작가에 대한 글이 쉽게 읽힌다. 다행히 이 책은 ‘여성작가들이 글을 쓰는 공간’을 보여줘야 하기에 많은 사진이 포함되어 있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다른 것을 차치하고 외모만으로 제일 관심을 끄는 작가는 『뉴욕 리뷰 오브 북스』에서 “유머와 매력까지 갖춘 여자 도스토옙스키”라 평했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다.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빌러비드』의 토니 모리슨은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쓴다.
온실을 꾸밀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썼다는 애거사 크리스티는 부엌 식탁 혹은 자그마한 책상에서 70여 편의 장편소설을 썼다.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이 결혼했고 그리고 이혼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지 못 했고, 격려와 지원 없이, 더 정확히는 편견과 반대에 맞서 글을 쓰고 또 발표했다.
가장 마음을 끌었던 건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이야기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린드그렌은 열여덟 살이었던 1926년, 자신이 일하던 신문사 편집장의 아이를 갖게 된다. 그는 청혼했지만 린드그렌은 자기보다 서른 살 연상이던 이 남자의 청혼을 거절한다. 가족들을 욕되게 하지 않기 위해 스톡홀름으로 떠났고, 거기서 여비서로 일하는데 필요한 타자기와 속기 등을 배웠다. 아들을 낳았고, 다른 집에 아이를 맡기고는 3년간 아들을 보러 코펜하겐에 열네 번이나 다녀왔다. 거의 굶다시피 하며 기차 요금을 모았다. 열네 시간이 걸리는 야간열차의 삼등석 표를 얻기 위해서였다.
나중에 그녀는 스투레 린드그렌과 결혼해 딸 카린을 낳고 그후 거의 10년간은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병에 걸려 앓아 눕자, 붉은색 땋은 머리를 한 당당한 소녀의 이야기를 지어 딸에게 들려주었다. 1944년, 이번엔 그녀 자신이 다리를 다쳐 병상에 눕게 되어 예전에 딸에게 들려주었던 그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이 탄생한 것이다.(236쪽)
혀를 쭉 내민 장난기 어린 그녀의 모습은 삐삐가 할머니가 되었을 때의 모습이라 여겨져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쉽지 않은 삶, 계속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어린 시절의 이상을 그대로 간직했던 린드그렌 덕분에 실제 인물 같은 말괄량이 삐삐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이번엔 삐삐다. 말괄량이 삐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