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 drama, 戱曲 ] : 연기(演技)를 위하여 쓰인 문학작품.
희곡이라는 말을 흔히 각본(脚本)이라는 말과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며, 또 양자를 하나의 뜻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나 엄밀하게는 희곡과 각본이 구별되어야 한다. 연극과 관계가 있는 점에서는 희곡이나 각본이 마찬가지이나, 연극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연기자가 주체가 되는 미모스(mimos)라는 연극에서 연기자를 위해 작가가 만드는 콤퍼지션이 바로 각본이다. 드라마는 어떤 문학작품을 예상하는 연극으로 그 문학작품이 곧 희곡이다. 드라마 역시 배우가 창조하는 예술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독자적으로 이것을 창조할 수 없기 때문에 극작가와 협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희곡을 흔히 드라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희곡 [drama, 戱曲] (두산백과)
1. 『오이디푸스 왕』
죄지은 자를 찾아 응징하겠다는 자신만만한 오이디푸스왕을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가 만류한다. 더 이상 진실을 알려 하지 말라는 그녀의 간청을 뒤로하고, 오이디푸스왕은 무서운 운명에 한 발짝 더 다가선다.
오이디푸스 오, 제우스여, 저에게 무슨 일을 계획하신 겁니까!
이오카스테 당신 속을 짓누르는 그 일은 무엇인가요, 오이디푸스여?
오이디푸스 아직 내게 묻지 마시오. 그보다 라이오스에 대해 말해 보시오, 그가 어떤 체격이었는지,
젊은 힘이 얼마나 절정에 다다라 있었는지를.
이오카스테 피부가 거무스름하고, 머리에 막 흰 터럭이 섞여 나기 시작했으며, 생김새는 당신과 많이
다르지 않았지요. (67쪽)
이미 알고 있는, 모두 다 알고 있는 내용의 이야기를 읽는다. 완벽한 비극의 모범(출판사 책소개의 표현), 이야기가 뿜어대는 놀라운 마력,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운명, 무기력한 인간의 절망, 죽을 때까지 계속될 참회의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옆에서 말하는 듯, 처절하게 들린다.
2. 『유령퇴장』, 『EXIT GHOST』
필립 로스의 작품은 2쪽 읽은 『Nemesis』를 포함해 모두 10권 남짓 읽었는데, 그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다. 식탁에 올려놓고, 짬짬히 읽고, 기분이 날 때는 소리 내어 읽고, 혼자서 큭큭하고 웃는다. 아이들은 “엄마, 왜 그래?“ 표정은 짓지만, 묻지는 않는다. 묻지 말라 달라. 말할 수 없으니 묻지 말아 달라.
‘네이선 주커먼’은 로스의 작가적 분신으로 1979년 『유령작가』때부터 직접적인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했는데, 이후 30여 년간 총 9편의 작품에 등장했다. 필립 로스는 이 9편을 묶어 ‘주커먼 시리즈’라 명명했다고 한다.
지난 11년간 버크셔 산골에 은둔하며 살았던 일흔 한 살의 유대인 작가 네이선 주커먼은 요실금 치료를 위해 뉴욕에 오게 된다. 우연히, 뉴욕의 아파트와 조용한 시골집을 1년간 교환하기 원한다는 광고를 보고, 집을 교환하기 원하는 부부를 찾아간다.(출판사 책소개) 그 곳에서 작가 지망생인 젊은 여인 제이미를 보고 첫눈에 매혹된 주커먼은 그녀와의 ‘가상 대화’를 희곡 형태로 쓰기 시작한다.
내가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 내가 그의 작품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수시로 꺼내 읽는 이유는 그의 문장 속에서 찾을 수 있다.
SHE What interests you so much about me?
HE Your youth and your beauty. The speed with which we've entered into communication.
The erotic environment you create out of words. (134쪽)
바로 이거다. 이게 바로 내가 주커먼을 사랑하는 이유다.
3. [프로듀사]
올해 상반기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이 드라마는 내 진정 애정하는 김수현이 출연한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서 (물론, 텔레비전이 없어서는 아니지만) 본방은 볼 수 없고, 몇 장면만 챙겨보았다. 아래는 김수현이 ‘당연하지’ 게임을 하며 공효진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 명장면의 대사들이다.
김수현 : 너, 라고 해도 됩니까?
공효진 : 아, 뭐, 게임인데 어때. 해, 해.
차태현 : 그럼, 그럼.
김수현 : 예진이 너.
공효진 : (뒷목 잡으며) 예진이 너래.
김수현 :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예쁜 거 알지?
차태현 : 취했냐? 어?
공효진 : 당연하지! 너도 좀 띨띨해 보이지만 볼수록 귀여운 거 알지?
김수현 : 당연하지!
차태현 : 아, 뭐하는 거야.
김수현 : 너, 화낼 때가 더 매력적인 거 알지?
공효진 : 하하하, 당연하지! 으하하하하.
차태현 : 어이구, 웃기고 앉아 있네, 진짜.
공효진 : 내가 너 이래서 좋아하는 거 알지?
김수현 : 당연하지!
차태현 : 야, 얘 뭐래냐 진짜. 클났네.
김수현 : 준모 선배보다 더?
공효진 : ... 어... 당연하지!
문학사적 유의미와는 별개로, 세 작품 중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전해졌을 게 분명한 이 드라마는, ‘대본이 50%’라는 항간의 이야기가 맞는 말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거기에 이번처럼 배우들의 찰진 연기와 훈훈한 외모까지 가세할 경우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앞으로도 이 세대에 ‘드라마’처럼 많이 읽히고, ‘드라마’처럼 많이 보여지고, ‘드라마’처럼 회자될 만한, ‘드라마’를 이길 만한 강력한 문학적 도구가 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분간 ‘희곡’은 ‘드라마’의 형태로 승승장구하지 않을까 싶다.
그건 그렇고. 내 핸드폰에서는 김수현이 승승장구다.
나도 모르겠다. 김수현 사진, 대방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