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에는 광화문 광장에 다녀왔다.

 

 

 

교보문고에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책을 한 권씩 골라서 한껏 들뜬 아이들 손을 잡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사물놀이패의 공연도 있었고, 여기저기서 두런두런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도 들렸다. 지하로 통하는 통로에 앉아 바람을 쐬는 사람들도 있었고, 노란 리본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언뜻, 삭발의 사람들도 여럿 눈에 띄였다. 삐죽삐죽 새 머리카락이 솟아나고 있었다. 두려운 마음, 존경의 마음, 애달픈 마음이 들었다.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고 시행령 폐기 서명을 하고, 노란 풍선을 받아들었다. 뒤를 돌아본다.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다는 행위가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그들은 자식을 잃었다. 봄볕처럼 화사한 아이들, 낳고 기르고 먹이고 재웠던 아이들을 잃었다. 뭐라고 위로할 수 있겠는가. 무슨 도움, 어떤 도움이 가능하겠는가.

1년이 지났다. 같이 울고, 같이 발을 굴렀지만, 밥 먹는게 미안하고, 숨 쉬는게 미안했지만, 그런 시간은 그렇게 지나쳐 갔다. 1년이 지났고, 내게는 새로운 기쁨이, 새로운 슬픔이, 새로운 희망이, 그리고 새로운 걱정이 생겨났다.

하지만, 광화문 광장은, 세월호 희생자들의 부모들에게는 아직도 4월 16일이다. 오지 말았어야 할 그날, 4월 16일.

4월 16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4월 16일을 맞는다.

미안하다,고 쓴다.

얘들아, 미안하다.

미안하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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