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하건대, 그렇게 못생긴 아기는 여태 본 적이 없었다. 얼마나 못생겼는지 뭐라고 할말이 없었다. 내 입에서는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병이 있다거나 기형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 건 하나도 없었다. 그냥 못생겼을 뿐이었다. 엄청나게 큰 붉은 얼굴에 툭 튀어나온 눈, 널따란 이마와 비대한 입술, 목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없었고 살찐 턱은 서너 겹에 달했다. 턱의 주름은 귀밑까지 이어졌고 두 귀는 민둥머리에 툭 튀어나와 있었다. 손목도 온통 살투성이였다. 팔과 손가락에도 피둥피둥 살이 붙어 있었다. 못생겼다는 말조차 녀석에게 영예로울 정도였다. (34쪽)

 

그제는 맥도날드에서, 어제는 Kevin's Pie에서, 그리고 오늘은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는다.

 

 

 

 

 

 

방학에는 교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한 English Camp가 있다. 말은 Camp지만 그냥 하루에 한 시간씩 이루어지는 영어 수업이다. 남편은 우리가 오는 게 귀찮은건지, 아니면 지겨운건지, 아니면 싫은건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수업이 별로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 참석하겠다고 했다. 수영과 로봇토리 그리고 우주항공이 아롱이 과외 수업의 전부인데, 공짜로 영어 배우는 기회를 왜 놓치느냐 했다. 남편은 농구, 도서관 투어, 요리수업 등이 맘에 안 든다고 계속 얘기했지만, 나는 원어민에게 “Hi!"나 원 없이 해봐야한다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한 번 돌린다. 빛의 속도로 돌린다. 머리감고 화장하고 옷을 입는다. 아이들과 함께 학교로 간다. 아롱이는 수업 보내고, 딸롱이와 맥도날드로 향한다. 밀크쉐이크와 컬리후라이를 시키고, 넉달째 읽고 있는 The Giver Quartet을 읽어준다. 짬이 나면 내 책을 잠깐 읽는다. 아롱이와 남편이 나오면 점심을 먹는다. 학교 앞 도서관에 들어간다. 1시간 자유시간을 주고 나서, 아롱이 방학 숙제를 도와준다. 3시 반에 문화센터로 간다. 수영을 하고, 발레를 한다. 집으로 돌아온다.

저번주와 이번주의 생활이다. 아이들 방학이라 점심 차리기 싫어서 나가는거냐,고 말하지 말아 달라,고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지내고 있다. 즐거운 시간이다.

모두 다 행복한 시간이지만, 맥도날드에서의 시간이 즐겁다. 너희들은 공부를 하거라, 엄마는 책을 읽으마, 하는 이런 시간 말이다.

정말 못생긴 아기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버드와 올라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아마 그들은 못생겼다고 해도 어쨌든 괜찮아,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 아기니까. 지금은 이런 시기를 거치는 것뿐이지. 조만간 다른 시기가 찾아올 거야. 이런 시기도 있고 다른 시기도 있는 것이니까. 결국에는, 그러니까 모든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모두 괜찮아질 거야. 그들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39쪽) 

 

첫 번째 단편 <깃털들>은 한 달 전쯤 읽었는데도, 기억에 오래 남았다. 나와 아내는 직장에서 알게 된 버드의 집에 초대를 받아 저녁식사를 함께 하게 된다. 그날 저녁, 나와 아내는 집안을 걸어 다니는 조이라는 이름의 공작을 보고, 흉측한 치열 석고본을 보관하고 있는 버드의 아내 올라를 보고, 그리고 너무나도 못생긴 그들의 아기를 보게 된다. 할 말이 없어지는 상황이 이어진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그 날 저녁, 나는 내 인생이 여러모로 썩 괜찮다고 느꼈다. 내가 느낀 걸 프랜에게 말하고 싶어서라도 나는 어서 둘만 있고 싶었다. 그 저녁에 내게는 소원 하나가 생겼다. 식탁에 앉아서 나는 잠시 두 눈을 감고 열심히 생각했다. 소원이란 그날 저녁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것, 혹은 다시 말해 그날 저녁을 놓아버리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40쪽)

 

좋은 시간도, 나쁜 시간도 결국에는 지나가게 되어 있다. 내가 기억하는, 내 인생의 행복한 순간이란 대부분 극적인 경우일 테다. 대학에 붙었을 때나, 회사에 취업했을 때,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을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내 인생의 어느 순간, 덜 재미있고, 덜 활기찬 순간이 다가왔을 때, 나는 그제를, 어제를, 그리고 오늘을 기억하고 싶다.

아이들은 제법 자라 스스로 옷을 챙겨입고, 양치하고, 혼자 신발을 신을 수 있고, 걸을 때 손을 잡아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어려 밥을 차려줘야 하고, 옷을 사 줘야 하고, 차들이 빨리 다니는 교차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 게 분명한 키 작은 아이의 손을 잡아 줘야한다.

나는 향수 뿌리고 멋내고 집을 나서는 딸애에게 백화점 같이 가자고 조르지 않을 예정이다. 나는 말끔하게 차려입고 친구 만나러 간다는 아롱이에게 영화 보러 가자고 매달리지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바로 지금, 그 날의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엄마랑 숨겨둔 과자를 꺼내먹으며 <반지의 제왕> 복습하는 걸 제일 좋아라 하는 이 아이들하고 사이좋게 지내려 한다. 그리고 <깃털들>의 나처럼 열심히 생각하려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말아야지.

행복하고 즐거운 이 시간을 잊지 말아야지.

오래 오래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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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5-01-15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오늘 무슨 기념비적인 일이 있으셨던갈까 함서~ 들어왔어요!!
소소한 행복들~~,, 상큼상큼 고소고소~해요.. ㅋㅋ
아이들이 자기들의 행복을 찾아 가느라,,, 더이상 곁을 맴돌지 않을 때까지,,
그대들(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겠다고,, 저도 조그맣게 속으로 외쳐 보아요! ㅎㅎ

단발머리 2015-01-17 10:01   좋아요 0 | URL
소소한 행복이 가득한 한 주였어요.
다음주는 별다른 계획이 없어 아이들과 싸우지 않고 삼시세끼 밥 차려먹는게 목표입니다^^

아직은 아이들이 어리니까요, 모든 면에서 엄마를 찾네요.
찾아주니, 좋아요. 아직은요~~ 헤헤
icaru님도 외치신 그대로 행복하게 지내시기를요~~~

2015-01-22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22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