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족 삼각형 

2007년이던가, 아니면 2008년 처음 읽게 된 그녀의 책 <아무도 기획하지 않는 자유>는 말 그대로 충격적이었다. '공부하며, 밥 먹으며, 함께 생활하는 지식공동체'가 실제적으로 가능하다는 걸 그녀가 실제적으로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3년 전, 흥분해서 내게 그 책을 소개했던 신랑은, 그 때의 자기를 잊어버리고선 "자기야, 이것 봐! 자기야, 이것 좀 봐!"하며 호들갑을 떠는 날 심그렁하게 쳐다봤다.

 

 

 

 

 

 

 

 

 

 

 

 

 

 

삶을 앎으로, 밥과 지식을 함께 나누며, 생활하는 그녀와 친구들의 좌충우돌 공동체 생활도 흥미로웠지만, 나의 시선을 끈 건, 바로 이 대목이었다. 

"자기 복제는 아메바도 하는 일이다. 자신이 낳은 자식에게만 쏟아지는 애정과 관심이 뭐 대단한 일이냐." 
 
오래전이라, 그 표현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같다. 그 때도, 지금도 난 그녀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근자에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왜곡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은 부모가 젊건, 나이가 많건 큰 차이가 없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무한대, 무한정, 무조건이다. 

마음 속 작은 소리로, '작가님은 자식을 안 낳아봐서 그래요.'라고도 말하고 싶었지만, 아니었다. 그녀의 말이 옳다. 본능에 충실한 삶, 자식에게만, 오직 혈연적 관계가 확인되는 자기 자식에게만 애정과 에너지를 쏟는다면 그 사람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얼마나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장화홍련전>의 계모 허씨 부인도 자식에 대한 사랑은 지극했다. 다만, 그녀의 지극한 자식 사랑은 자신과 자식의 파멸을 가져왔을 뿐이다. 

도시의 발달과 더불어 핵가족이 정착되면서 효, 우정과 의리, 이웃과의 정, 야생동물 및 천지만물과의 연대감 절기에 따른 신체적 리듬 등 다소 비효율적이고(정량화가 어렵고) 애매한 가치와 관계들은 한큐에 정리되었다. 이제 사람들의 욕망은 핵가족의 일촌 안에서만 맴돌고 있다. 다시 말해 스위트 홈의 망상이 무의식의 영토를 점령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언덕 위의 하얀집, 앞치마를 두른 미모의 엄마, 사무직 아빠,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치는 아이, 이것이 핵가족이 연출할 수 있는 최고의 명장면이다. (나의운명사용설명서, 163-4쪽) 

음양오행이 펼치는 '별들의 생성소멸'이 졸지에 가족삼각형 안에 갇혀 버린 형국이다. (나의운명사용설명서, 167쪽)

일단 내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한다. 그게 부모된 나의 의무이자 도리이다. 행복한 사람,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으로, 바른 사람으로, 당당한 사람으로 잘 키워내야 한다. 사회에 도움, 아니, 사회에 도움까지는 됐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키워내야 한다. 그리고. 그리고 반드시. 나의 에너지와 애정은 가정의 삼각형을 넘어서야 한다. 

넘어서야 더 강력해지고, 넘쳐나야 더 풍성해진다. 



2. 팔자를 바꾸고 싶다면 

 

 

 

 

 

 

 

 

 

 

 

 

 

 

결국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 

운명을 안다는 건 '필연지리'를 파악함과 동시에 내가 개입할 수 있는 '당연지리'의 현장을 확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해진 것이 있기 때문에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31쪽) 

따라서 운명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일상의 리듬을 바꾸어야 한다. 얼마나 단순하고 쉬운가. 이 일상을 건너뛰고 다른 방편을 쓰고자 한다면 그건 다 사술이다.... 요컨대, 일상이 습속을 바꾸고 습속이 다시 몸의 생리로, 몸이 또 인연의 장을 바꾸고 운명을 바꾼다. 출발은 어디까지나 일상이다. ......단언컨대, 핵심은 오직 일상이다. 일상의 리듬과 몸의 강밀도, 인생과 우주의 통로는 오직 이뿐이다. (124-6쪽) 

저자의 말 대로 이건 생각보다 쉬운 방법이다. 일상의 리듬을 바꿀 때,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일상이 습속을 바꾸고 습속이 몸의 생리로, 몸이 또 인연의 장을 바꾸고, 결국에는 운명을 바꾼다. 일상을 통해 운명을 바꿀 수 있다. 일상을 바꾸어야겠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조금 난감하다. 운동을 시작한다. 규칙적으로 독서를 한다. 시간을 정해 집안을 정리한다.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 건가. 

그녀가 전해주는 팁 한 가지. 

일간이 뭐건, 사주팔자가 어떤 격과 형식을 가졌건 간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취해야 하는, 또 취할 수 있는 보편적 용신이 있다. 약속과 청소다! 약속을 지킨다는 건 시공간과 몸이 일치한다는 뜻이다. 또 말과 행을 일치시킨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한다. ... 청소가 중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유불도를 막론하고 동양의 공부법은 청소를 '쿵푸'의 기초로 삼았다. 쓸고 닦고 정돈하고...  요컨대, 약속과 청소, 이 두 가지만 잘 지켜도 인생역전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255-6쪽)

이것은 내가 세상에서 들어본 '청소 좀 해라'의 권유의 말 중, 최고이다. 


 
3. 엄마복은 공부운 

일간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열 가지의 힘을 '십신'이라고 하는데, 십신, 팔자의 사회적 표상은 이렇다. (133쪽)

 

 

 

 

솔직히 나는 여덟 개의 카드에서부터 이해가 안 됐다. 그냥, 저자가 가는대로 설렁설렁 따라가는 거다. 표를 보면서도 이해는 잘 안 되는데, 흥미로웠던 건, 똑같은 조건이라도 남자와 여자에 따라 각 십신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거였다. 예를 들어, 어느 가정의 아들과 딸이 있어, 엄마, 아빠가 같고 (같고? 엥?), 다니는 초등학교가 같다 하더라도, 무엇보다도 생물학적 성에 의해서 십신의 표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거다. 

식신은 낳는 기운이니 여성에게는 자식이고, 남성에게는 처가 식구들 혹은 할머니 등에 해당된다. (내가 할머니를 낳는다고? 이것이 우주의 아이러니다. 돌고 돌다 보면 할머니가 곧 나의 자식이 되기도 한다.) (152쪽) 

여성한테 남편이나 애인은 관성. 나를 극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지위나 조건을 규정하는 토대에 해당한다. ... 그럼 남성에게 관성이란? 바로 자식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모양이다. (153쪽)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는데,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이 부분. 

공부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충전이고, 문서는 만물을 낳아 주는 대지의 이미지가 덧붙여진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게 육친으로 따지면 엄마란다. 하여, 엄마복이 있다는 건 공부운이 좋다는 뜻이 된다. (154쪽) 

요즘애들은 엄마복이 많아서, 공부운이 억수로 좋다. 학원 3개는 기본. 웃어야하나, 울어야하나.
 
이제는 가야겠다. 빨래가 다 됐다고, 세탁기가 띵동띵동~~ 노래를 하다가, 지쳐서 노래하기를 멈춰버렸다. 빨래하고, 아니지, 세탁기에게 빨래를 시키고, 널고 개서 옷장에 넣는 건, 약속을 지키는 것에 해당되는지, 청소하는 것에 해당되는지, 그녀에게 묻고 싶다. 

고미숙,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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