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돈을 내고 공연을 본 게 얼마만이던가.

2. 난 노래 잘 하는 남자를 좋아한다.

예전에는 목소리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는 목소리가 좋으면서 노래 잘 하는 남자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톤은 베이스에 가까운 테너의 소리, 다른 말로 하면, 고음이 가능한 약간 굵은 톤의 소리다.

3. 내 서재에 ‘지금 이 순간’ 동영상을 올린 날은

2012년의 마지막 날이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이후에 두 분의 인생 여정을 보여주는 영상의 배경음악이 ‘지금 이 순간’이었다. 그 노래는 가수 김연우씨가 불렀다. (무척 감동적인 동영상이긴 했지만, ‘당신이 나를 버리고 저주하여도’의 가사가 웬지 맘에 걸렸다. 나의 찜찜함은 12월 19일, 찜찜한 결과로 돌아왔다.) 유튜브의 여러 가수 버전 ‘지금 이 순간’을 찾아 듣던 중, 다른 노래와는 차원이 다른, 전혀 새로운 ‘지금 이 순간’을 듣게 되었다. 홍광호가 부르는, 홍광호의 ‘지금 이 순간’이었다.

4. 진짜로 좋아하게 됐다.

소이진님(소이진님, 오랜만이예요. 안녕~~)이 댓글을 달아줬는데, 노래 부르는 사람이 반반하다고, 잘 생겼다고 했다. 나는 놀랐다. 괜찮은 정도라고는 생각했지만, 잘 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좋다는 것(타고난 목청), 노래를 잘한다는 것(다른 뮤지컬 배우들이 옆에서 같이 노래 부르기 싫어한다고 소문남),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확한 곡 해석, 섬세한 표현력은 인정하겠지만, ‘잘 생겼다?’ 그건 조금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콘서트장에서 그의 노래를 듣고 있는데.

화면 가득 그의 얼굴이 잡혔다. (나는 E3구역 05열 10번이라, 화면이 아니면 그의 얼굴과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노래를 부르는 그.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일순간 난 깜짝 놀랐다.

화면에 잡힌 그의 얼굴이 너무 예쁜 거다. (세종대왕님께 죄송하다. 이렇게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한글을 만들어주셨건만, 내 표현력은 겨우 이정도다.)

그의 얼굴이 너무 예쁜 거다.

난 그의 목소리가 좋아서, 그의 목소리를 라이브로 듣고 싶어서 공연장에 왔는데, 어머나, 난 그만, 그의 얼굴에 반하고 말았다. 그 때 나왔던 노래가 무엇이었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였던가, 레미제라블의 ‘Bring Him Home'이었던가. 아님 무슨 노래였던가.

노래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았고, 보이는 건 오직 그의 얼굴뿐이었다.

 

 

 

 

 

 

 

 

(사진 출처는 사진에, 토요일 사진이 아닐 수도...)

 

그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떴다.

그가 눈을 감은 채 노래를 불렀을 때, 나는 어서 그가 눈을 뜨기를 바랬다.

그가 눈을 떴을 때, 나는 그의 눈 감은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는 분명 노래하고 있었는데, 난 그의 노래 소리를 듣지 못 했다.

나는 홍광호의 노래를 좋아해서, 그의 노래를 듣고 싶어서 공연장에 갔는데, 그 곳에서 나는 정말로 ‘홍광호’를 좋아하게 된 거다. 그를 진짜로 좋아하게 된 거다.

5. 공연 후기

박정현과 함께 부른 곡 ‘Come What May'는 좋았다. 박정현의 솔로곡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도 물론이다. 박정현은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노래하는 그녀를 보니, 노련미가 느껴졌다. 프로였다. 뮤지컬배우 최민철의 무대도 좋았다. 토크는 19금이었지만, 모두들 좋아했다.

2달동안 렛슨 받았다는 색소폰 연주도 좋았다. 아롱이는 피아노고, 바이올린이고 다 패스다. 무조건 색소폰이다.

나는 피아노 치는 남자에 대한 환상이 없다. 잘은 못 치지만, 피아노는 나도 치니까. 그게 뭐, 아주 어려운 일이라고. 하지만,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는 건 사실, 쪼금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뭐 연습하면 그 정도도 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엄격하고 까칠한 기준에도 불구하고 홍광호의 피아노 연주에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그 이유는, 선곡 때문이다. 홍광호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Billy Joel의 ‘Honesty'를 불렀다. 물론, 완벽에 가까운 라이브였다. 박수를 크게 쳐주었다. 환호와 함께.

가요도 여러 곡 불렀다. 여수밤바다도, 안 되나요~도 좋았다.

하지만, 그의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주기에는 역시 뮤지컬 곡이 더 맞는 것 같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정말 최고였다.

신기한 일은 한 번 더 일어났다.

그가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부를 때, 노래 가사가 그의 눈동자에 새겨지는 게 보였다. 다른 노래를 부를 때도, 각 노래마다 각각 다른 눈빛을 선보여 날 깜짝 놀라게 하더니, 급기야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에서는 눈동자에 가사가, 마치 교회 찬양 시간에 ’찬송가‘의 가사가 파워포인트로 두 줄씩 화면에 나오는 그런 일들이, 아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나한테만 그렇게 보이는 게 틀림없다. 지금 생각해도 뭔가.... 싶다.

6. 궁금한 건.

검은 정장의 안전요원들이 사방을 살피는 바람에, 난 홍광호 사진 하나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더냐 하는 거다. 내 주위에서도 사진 찍겠다고 핸드폰 꺼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는데... 다른 사람이 잘 찍은 사진이다. 다른 사진들도 많은데, '다른 이름으로 저장'이 안 되는 관계로...

 

 

음원이 곧 나온다고 하는, 홍광호의 첫번째 싱글, 발걸음이다.

그의 말처럼, 그의 콘서트가 내겐 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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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7-0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늘 임태경의 지금 이 순간만을 찾아 들었었는데, 홍광호의 지금 이 순간이 좋다고요? 한 번 검색해 들어봐야겠어요. 불끈!

단발머리 2013-07-08 12:17   좋아요 0 | URL
여러버전 중에 뮤지컬 어워드 때 영상이 좋아요~~ 제가 보기엔요.

임태경은 야들야들 하지요.^^

홍광호는 폭발적 가창력, 미친 가창력, 꿀성대, 뮤지컬계의 아이돌이지요. ㅋㅎㅎ

저는 홍광호의 인기가 더 많아지는걸 원해야 할지,
나만의 사람으로 간직해야할지, 아... 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