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약 1년 동안 EBS-TV <60분 부모> (목요일편) ‘심리학습클리닉’ 프로그램 사례를 보면 초등학생 자녀들은 ‘공부’에 대해 거의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를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공부
나는 공부가? 싫다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엄마가 ‘공부해라!’
내 소원이 마음대로 이루어진다면? 공부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공부란 바로 이런 대상이다. 공부해라, 공부해서 남 주나, 공부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은 순전히 어른들의 생각, 아이들은 결코 이 말에 100% 설득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만난 대다수 아이들은 한 마디로 공부에 대한 동기와 의욕이 없었다. 그들은 공부 때문에 슬프고 공부 때문에 속상하고 공부 때문에 화가 난다고 했다. (6-7쪽)
아이들은 공부를 싫어한다. 물론, 공부가 항상 즐거울 수는 없는 일이다. 배워야하고, 익혀야하고, 거기에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외워야하니, 공부가 참,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것을 알아갈 때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 기쁨을 빼앗긴다면 그건 너무나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생각에 공부가 정말 싫어지게 하는 말은 바로 ‘공부해라!’인 것 같다. 스스로 해야 재밌는 것이 ‘공부’인데, 스스로 해야 즐거운 것이 ‘공부’인데, 자꾸 '해라, 해라‘ 강요받다보니, 공부가 가장 싫은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의 학습량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학습 관련 영어, 수학, 논술 학원에 예체능 학원 태권도, 피아노는 기본에 속한다. 주산에, 바둑에, 중국어에, 로봇에, 아이들은 쉼없이 듣고, 또 듣고, 또 듣는다.
‘잠시 쉬고’ 있는 동안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쉬는 동안을 ‘부화기(incubation period)’라고 부른다. 마치 달걀이 병아리가 되려면 암탉이 스무하루 동안 알을 품고 있어야만 하듯 생각도 품고 있어야 더 나은 생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에게 생각할 틈과 여유를 줘보자. 저학년부터 부모가 관심을 두고 기본 생활습관과 자기 관리법 등을 가르쳐왔다면 아이는 이 틈과 여유를 분명히 의미 있게 써 낼 것이다. (139쪽)
학원에 다니지 않는 큰아이는 남는 시간은 자기 마음대로 활용한다. 학교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거나, 특기시간에 완성못한 스킬 자수를 두거나, 게임을 하거나, 수학문제집을 풀거나.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는 하지만, 자신이 미리 계획한 그 날 그 날의 학습량은 대체로 지키려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특별히 도와줄 게 없다.
신경을 써야 한다면, 우리 둘째가 되겠다.
학교 갔다오면 닌자고랑 한 판 놀아야되고, 마법천자문도 쭉 읽어봐야되고, 한자맞추기게임도 해야하고, 아빠랑 장기도 한 판 둬야한다. 그래서, 엄마인 내가 자꾸 나서게 된다.
“숙제는 미리 해 놓고 놀아야지~”
“내일 학교에 특별한 준비물은 없어?” 이렇게 말이다.
이 책에는 아직은 어려 스스로 모든 걸 챙기기 어렵지만, ‘스스로하기’를 배워야 하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좋은 TIp이 있다.
벽의 왼쪽에는 과제 수행 전, 오른쪽은 과제 수행 후로 구분할 수 있도록 링을 걸 수 있는 자리 두 개를 만들어주자. 아이가 하루 동안 해야 할 일을 색종이에 각각 적어서 코팅카드를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학교숙제-빨간색, 일기-파란색, 준비물 챙기기-노란색, 책가방 챙기기-초록색 등으로 색을 구분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모든 카드는 왼쪽 (과제 수행 전) 자리에 걸려있다. 하나씩 과제를 마칠 때마다 스스로 카드를 오른쪽 자리로 옮기도록 한다. 잠자기 전에 왼쪽에 걸려 있는 카드가 하나도 없으면 칭찬스티커를 준다. (124쪽)
며칠 전에도 담임선생님이 숙제로 내주신 학습지 한 장이 없어져 온 집안을 다 찾았던 일이 있었다. 둘째는 분명 자기가 학교에서 그 학습지를 가져왔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을 둘째 가방에서 본 일도, 꺼낸 일도 없었다. 매일 내가 둘째의 가방을 챙겨주다 보니 생긴 일이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는 학교에서 다녀온 후, 알림장과 소식을 전하는 L자 파일을 같이 확인하기로 했다. 이 책에서 제안한 방법을 쓰면 둘째에게 책임감을 심어줄 수도 있고, 스스로 하는 습관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