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짧지 않은 인생

인생을 사노라면, 여러 가지 즐거움이 있다.

너무 어렸을 때는 좋았던 것도, 즐거웠던 것도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중학교 정도는 되야 기억이 나는데...

중학교 2학년, 중간고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벼운 발걸음이 주는 즐거움.

수업진도를 모두 마쳐서 선생님도 우리도 할 일 없는 2월의 어느 날, 좋아하는 책을 맘껏 읽을 때의 즐거움.

모의고사를 마치고 영화를 보러 걸어가는 길, 인사동 거리의 북적거림이 주는 즐거움.

날아가는 버스 안에서 ‘키에누 리브스’의 ‘스피드’를 재현하는 친구의 활달한 몸짓을 바라볼 때의 즐거움.

70도 경사길을 모두 올라가 매점에서 삼각형 커피우유에 빨대를 꽂아 시원한 첫 모금을 들이켰을 때의 즐거움.

사람 없는 3층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낼 때의 즐거움.

연애하는 즐거움.

첫 딸을 낳았을 때의 즐거움.

아들을 낳았을 때의 즐거움.

남편과 둘이서 백화점 쇼핑 갈 때의 즐거움.

남편 몰래 동서랑 둘이서 백화점 쇼핑 갈 때의 즐거움.

모닝커피를 마시며 친한 언니들과 수다 떨 때의 즐거움.

조용히 혼자 책을 읽을 때의 즐거움.

이런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요즈음...

난 이런 즐거움에 산다. 크큭.

 

 

 

 

 

 

2. 어제는 하루 방문객이 400명을 넘어서 깜짝 놀랐다.

어제, 그제 전쟁난다더니만, 전쟁은 알라딘서재 내 방에서 났네. 이게 무슨 일인가. 이유를 찾지 못 하던 중, 눈에 들어오는 연두색 책 한 권.

아~~ 이 책 때문 아닐까.

 

 

 

 

 

신하균, 이민정 주연의 <내 연애의 모든 것>. 텔레비전이 없으니 컴퓨터로 봐야 되는데, 500원씩 내면서, 시간 들이면서 볼 만한지 어떤지는 아직은 모르겠고, 그래도 궁금하기는 하고. 아...

 

 

이 책을 읽을 때 나는 너무 행복했다. 뭐, 또 다른 말이 필요하겠나. 교훈을 얻기 위해, 지식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지만, 사실 ‘책읽기의 즐거움’을 빼어 버리면, ‘책읽기’의 매력은 반의 반, 그 반의 반으로 절감되고 말 것이다.

이 책은 재미있고, 신나고, 웃긴다. 그 뿐 아니다. 사랑에 대한 깊은 통찰을 마주할 때, 나도 모르게 ‘나도...’라고 혼잣말 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어쩐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 여러 번 읽게 되는 책은 대부분 '소설'이다. 전혀 알지 못 하던 새로운 지식을 깨우치게 되는 책이나, 가슴 따뜻한 에세이도 두 번은 읽게 되지 않는다. 첫 번째 읽을 때와는 달리 깨달음 내지 감흥이 적어지거나, 아니면 없다. 하지만 소설은 다르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소설을 잡고 읽기 시작하면 나는 다시 ‘소설 속에서’ 길 잃은 아이가 되어, 작가의 손에 잡혀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소설은 그것 하나로 이미 ‘완전한 세계’다.

이 책을 다시 읽고 싶다. 이미 두 번이나 읽었는데, 아니 세 번인가. 한 번 더 읽고 싶다.

한 번 더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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