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내 사랑하고 존경하는 강준만 교수님이 <안철수 공개 지지선언>을 하셨다. 책 <안철수의 힘>을 통해서였다. 아, 내 사랑하고 존경하는 강준만 교수님이, 이런 결정을...

그는 책을 통해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이념과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운 안원장이 '증오의 시대'를 끝낼 적임자"라는 것이며 둘째는 "시장주의자이면서도 정의·공정·공생을 강조해온 그가 공정국가를 실현할 적임자"라는 이유였다. 마지막으로 강교수는 디지털 선구자인 안철수 원장이 "SNS 소통 혁명시대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머니투데이 이유팀 장영석기자, 2012-07-16>

 

그 분이 주목하면 대통령이 되지 않나. 김대중 대통령이 그랬고, 무명에 가까웠던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다. 그 분은 현재 한국 정치 상황과 추이를 가장 정확히 판단할 만한 자료와 근거를 충분히, 말 그대로 완벽에 가깝게 가지고 계시지 않나. 아, 그렇다면 이번엔 안철수인가?

너무 화가 나서 신랑에게 따진다. (강교수님께는 따질 수 없지 않은가. 내~ 사랑하고 존경하는 강교수님께. 맘속 깊은 곳 강교수님이 계신 듯 우리 신랑 대답 잘도 한다.)

“왜 안철수야! 어? 왜! 왜, 문재인이 아니고 안철수야? (톤을 느끼시라. 높은 파#이다. 파#)”

“그 글 못 읽었어? 증오의 시대를 끝내야 한데잖아. 그걸 끝낼 수 있는 사람이 안철수야.”

“그러니까, 왜, 왜 문재인은 안 되는 건데?”

“노무현 못 봤어? 노무현이 하면 뭐든지 반대하잖아. 문재인도 마찬가지야. 문재인이 하면 뭐든지 반대할거야. 노무현, 문재인은 민주화 시대를 보여주는 인물이잖아. 이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물. 그게 안철수야.”

“어?? 그래도 우리 문후보님이, 어? 가족의 반대를 무릎 쓰고, 그 성격에, 그 원하지도 않는 일을, 정말 역사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시겠다고 대선에 뛰어드셨는데, 어? 뭐? .... ”

“그러니까, 안철수가 되도록 돕는 거지. 거기까지야.”

내 넋두리는 끝이 없고, 한탄도 끝이 없다. 아, 문후보님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을, 얼마나 하기 싫은 결정을 하셨는데, 결론이 야당 대선 후보로 끝이야? 그것도 단일 후보 이전, 민주당 대선 후보?

그런데, 퍼뜻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안철수의 생각> 출간이 이루어지면서 이것이 대선 출마 선언으로 기정사실화 되는 현 상황에서, 이것을 반긴 대선 후보는 오직 한 명, 문재인 후보 뿐이었다는 걸. 하나 같이 반기지 않았다. 박근혜는 물론이고, 야권 후보들도 반가워하지 않았다. 왜? 쟤가 나오면 내가 불리하니까. 안철수가 현재 박근혜와 대항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하고,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해도, 쟤가 되면 내가 안 될테니까. 싫은거다, 그게.

그런데, 문후보님은 다르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거다. 내가 아니라, 철수가 되도 괜찮다는 거다. 힘을 함쳐 정권 교제를 이루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고 ‘희망의 메시지’, ‘승리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거다. 그 분의 마음이 그러하다는 거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정권 교체를 이루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는 거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여는데에, 안철수를 믿을 만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나도 안철수와 문재인이 즐겁게 경쟁하다, 그 최후의 승자에게 힘을 모아주는 훈훈한 장면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야 할 텐데.

아, 그런데도, 서운하다.

내 사랑이 아쉽다.

내 사랑이 아쉽다.

일단, <안철수의 생각>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나서 내 사랑이 옮겨 갈건지, 어쩔건지 생각해 봐야겠다.

그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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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2-07-23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아니어도 된다. 와. 멋진 표현입니다. 문 후보님의 대인배 기질을 이런 예민한 시기에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두루두루..묘한 기분이네요. 단발머리님의 내 사랑이 아쉽다..에도 무척 공감이 갑니다.

단발머리 2012-07-23 19:12   좋아요 0 | URL
달사르님, 안녕하세요~~먼저 깊은 공감에 감사드리고^^; 사실 문후보님은 자신이 꼭 대통령이 되고 싶어 출마하신거라기 보다는 시대의 부름에 응하신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자신에게 불리한 민주당 경선룰을 전격적으로 수용하신 것도 그런 맥락이구요. 내가 일등하겠다고 판 깨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죠. 스스로를 "정권 교체"의 불쏘시개로 여기시는 듯해요. 그리구요, 우아하게 말해서 "내 사랑이 아쉽다"예요. 일상어로 표현하자면 "완전 울고 싶다"입니다. 울고 싶어요.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