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이 부진한 댈러스 소재 학교에 다니는 2학년 학생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책을 읽어라, 1권당 2달러.
삶 속에 나타나는 좋은 것에 가격을 매기는 행위는 그것을 오염시킬 수 있다. 시장이 단순히 재화를 분배하는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교환되는 재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드러내면서 부추기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돈을 주어 책을 읽게 하는 행위는, 아이들을 독서에 힘쓰게 만들지는 모르나 독서를 내재적 만족의 원천이 아니라 일종의 노동으로 여기도록 한다. (26-7쪽)
시장 매커니즘으로서 시작한 방법이 시장 규범이 되고 있다. 분명히 우려되는 점은,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돈을 주면 아이들이 독서를 돈 버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해지며, 결국 독서의 내재적 장점을 퇴색시키고 밀어내거나 서서히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94쪽)
우선 탑승권, 렉서스 차로, 대리 줄서기 사업, 불임시술을 장려하기 위한 현금보상, 핵 폐기장 건설, 청소부 보험, 돈으로 살 수 없었으나, 이젠 돈으로 살 수 있는 여러 사례들이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 제일 관심을 끈 건, 독서 장려를 위한 현금 지급이었다. 누구나 그 중요성을 인정하는 독서,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돈을 지급한다. 이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독서를 하는 도중, 격려금의 도움을 받던 도중, 독서의 매력에 빠져 나중에는 격려금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독서하게 되는 일”이 일어날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격려금의 액수는 계속 올라가고, 아이들은 건성으로 책을 읽고, 대충 읽은 책에서 간단한 내용을 기억하는 것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독서가 주는 즐거움은 완전히 물 건너 가는 일 아닐까.
독서, 독서 지도에 대한 여러 책들 중 내가 최고로 꼽는 책이다. 첫 아이를 낳은 지인들에게 많이 권하기도 했다. 간만에 찾아보니, 표지가 바꿨다.
그 책의 자매편 비슷한 책이다. 이 책도 좋아한다. 뒷표지에 독서 지도에 대한 지침이 있다.
1. 아이에게 직접 책을 골라주지 않는다.
2. 아이의 독서 여정을 방해하지 않고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3. 독서에 상을 내리지 않는다.
4. 불필요한 읽기 훈련으로 독서의 아름다움을 왜곡하거나 어지럽히지 않는다.
5. 아이에게 잘못된 정보나 공공연한 비판의 말을 하지 않는다.
이 책과 관련해 3번이 기억났다. 독서에 상을 내리지 않는다. 독서 뿐 아니라, “삶 속에 나타나는 좋은 것에 가격을 매기는 행위는 그것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 행위에 상을 내릴 수 없는, 보상할 수 없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독서 행위 그 자체를 통해 책을 읽은 당사자는 이미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독서를 한다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짧지 않은 우리네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독서할 수 있다는 것,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최고의 보상이다.
그 좋은 일을 경험한 사람에게 2달러는 필요하지 않다. 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