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문학상 작품집 표지가 바꿨다. (다 아는 얘기를, 나 혼자 이렇게 외로이 발견하고는...쩝)

  

 

 

 

 

 

물론 그 이전의 표지가 더 장중하고 클래식한 느낌이 나기는 하지만, 웬지 어두워 보이는 느낌 또한 사실이다. 새로 바뀐 표지는 하얀색에 오른쪽 상단에 이상의 음영사진이 있고, 왼쪽 아래에 대상 수상자 김영하의 사진이 있다.

 

 

 

 

나는 자판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내가 한 일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손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에 작은 뇌가 달린 것 같았다. 미친 듯이 쓴다, 라는 말은 이런 때를 위해 예비된 말이었다. 문장들이 비처럼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타자 연습 게임 같았다. ‘지구를 침공하는 다양한 문장들, 그들을 요격하는 지구 수비대 타이핑 챔피언 박만수!’ (46-7쪽)

창조주의 선물, 아름다운 여인을 만난 이후, 주인공은 초인적인 능력으로 소설을 써 내려간다. 뇌가 달린 것처럼 타이핑 한다면, 손의 속도를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문장들이 쏟아져 나온다면, 얼마나 신날까.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러나 지금은 180도 달랐다.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내가 만들어낸 주인공이 나를 밀어붙였다. 어떻게 그렇게 다작을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스티븐 킹이 그랬다지. “저야말로 궁금합니다. 다른 작가들은 매일 글을 쓰지 않으면 그 시간에 도대체 뭘 한답니까?” 아, 그는 이미 이 지경에 도달해 있었던 것이다. (51쪽)

매일 매일 쓴다. 세탁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쓰고, 쉬는 날도 쓰고, 또 일하는 날이 되어도 쓴다. 계속해서 쓴다. 쓰다가 계속해서 쓰다가 스티븐은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작가가 되었고, 요즘에는 그의 작품이 문학적으로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수상소감에서 김영하는 작가들이 흔히 하는 농담을 전해준다.

“글만 안 써도 되면 참 좋은 직업인데 말이야.”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글을 써야 한다고 믿는 (혹은 그렇게 믿어지는) 사람인지도 모른다고. 써야 하는데,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로 작가다.

어떤 작업이든 창작의 과정이 어찌 그리 쉽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이 쉽게 표절의 유혹, 그것도 약간의 노력을 더해 짜깁기 하는 것도 아니고, 오타까지 그대로 퍼다 옮기는 100% 표절에서 벗어나지 못 하겠는가.

그럼에도, 그런 겹겹이 둘러싸인 진한 고독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아, 부럽다. 소설가의 머리 속에는 이렇게, 또 다른 하나의 세계가 펼쳐지는구나. 이렇게나 재미있고, 이렇게나 기발하고, 이렇게나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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